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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어바니즘 시대의 도시계획

등록일 2021-06-06 20:05 게재일 2021-06-07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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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대식영남대 교수·도시공학과
윤대식영남대 교수·도시공학과

뉴어바니즘(new urbanism)은 1980년대 후반부터 미국에서 도심의 황폐화, 도시의 무질서한 공간확산 및 주거지의 교외화로 인한 통행거리의 증가와 낭비적 교통수요의 발생, 도시 내 대기오염의 증가와 생태계 파괴 등의 문제를 종합적으로 개선하고자 도시계획가와 도시 전문가들의 뜻이 모여 시작된 새로운 도시계획 사조(思潮)이다.

뉴어바니즘은 도시 토지이용의 지나친 기능 분리와 도시의 외연적 확산이 교통문제와 환경문제를 악화시킬 뿐만 아니라 시민들의 삶의 질도 악화시킨다는 인식에 기초를 두고 이를 개선하기 위한 노력의 하나로 대두한 개념이다.

뉴어바니즘이라는 새로운 도시계획 사조를 잉태한 이러한 문제 인식은 미국 도시들에서 나타난 여러 가지 문제점들을 개선하는 데 매우 적절한 것은 물론이고, 우리나라 도시들의 문제점들을 개선하는데도 매우 적절한 인식으로 볼 수 있다. 왜냐하면, 우리나라 도시들도 개별 도시마다 약간의 차이가 있지만, 대체로 미국 도시들의 개발과정을 시차(時差)를 두고 답습했던 부분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우선 미국 도시들의 경우를 보면 승용차의 대량 보급과 함께 미국인들의 쾌적하고 넓은 주택수요를 충족시키려고 도시 외곽지의 택지개발을 추진한 결과 도시의 외연적 확산이 보편화됐고, 도심은 야간에는 불이 꺼진 유령의 도시가 됐다. 그 결과 미국 도시들의 도심은 범죄의 온상이 됐고, 주거기능은 쇠퇴했다. 그리고 도심에 남아 있는 일부 주거기능은 저소득층의 주택수요를 충족하기에 급급했다.

우리나라 도시들도 마찬가지다. 우리나라의 많은 도시에서 새로운 주택공급을 위해 도심에서 멀리 떨어진 외곽지역에 주택단지를 개발함으로써 시민들의 통행거리와 통행시간을 증가시킨 사례를 자주 볼 수 있다.

이러한 사례는 대도시는 물론이고 중소도시들에서도 많이 볼 수 있다. 물론 주택공급을 최우선적인 목표로 하다 보니 시민들의 통행거리와 통행시간 증가는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은 결과일 수도 있다. 그뿐만 아니라 많은 도시에서 도심의 쇠퇴를 가져온 것은 물론이고, 도심에서 주거기능이 거의 사라짐으로써 학교가 폐교되고 야간에는 도심이 활기를 잃는 결과를 가져오기도 했다.

이처럼 도심의 주거기능 축소, 도시의 무질서한 공간확산 및 주거지의 교외화, 도시 토지이용의 지나친 기능 분리 등으로 인해 발생한 다양한 도시문제를 종합적으로 개선하고자 뉴어바니즘이 새로운 도시계획 사조로 나타난 것이다.

그리고 뉴어바니즘은 1990년대부터 다양하고 구체적인 도시계획 기법을 통해 현실에 접목되기 시작했다.

예를 들면 스마트 도시성장(smart urban growth), 압축도시(compact city), 혼합적 토지이용(mixed land use), 대중교통 중심개발(TOD: Transit Oriented Development)을 들 수 있다. 스마트 도시성장은 신개발지의 개발보다는 기개발지 내에서 주택, 상업, 업무 기능의 개발을 강조함으로써 신개발로 인해 발생하는 사회적 비용을 줄여보자는 것이 기본 취지이다.

요즘 우리나라에서 많이 추진되는 도시재생사업도 스마트 도시성장을 주요 목적으로 한다고 볼 수 있다.

압축도시는 도시의 무질서한 외연적 확산 대신에 기개발지나 신개발지를 개발할 때 고밀도로 개발함으로써 자연환경의 무분별한 훼손을 막고 직주근접(職住近接)을 유도해 시민들의 통행거리 감소와 에너지 절약을 도모하기 위한 목적을 가진다.

그러나 무분별한 압축도시의 개발은 녹지공간의 확보를 저해할 수 있어 개발밀도의 선택과 녹지공간의 확보 사이에 적절한 조화가 필요하다.

혼합적 토지이용은 도시 내에서 토지이용의 지나친 기능 분리는 시민들의 원거리 통행을 발생시키고 교통비용의 증가와 에너지의 낭비를 가져올 것이라는 인식 아래 토지이용의 무분별한 분리 입지보다는 토지이용의 적절한 혼합이 바람직하다는 취지에서 시도되기 시작했다.

대중교통 중심개발은 도시철도 역세권이나 버스정류장 주변지역 등 대중교통 이용이 편리한 곳에 고밀도 도시개발을 유도해 시민들의 승용차 의존도를 줄이고 대중교통 이용을 활성화하는 목적을 가진다. 따라서 대중교통 중심개발도 궁극적으로 도로교통 혼잡을 완화하고 에너지 소비를 줄이는 결과를 가져온다.

뉴어바니즘을 현실에 접목하도록 시도한 이러한 도시계획 기법들은 우리나라 도시들에서도 활발하게 적용돼야 한다. 도시의 장기적 비전을 제시하는 도시기본계획을 비롯해 도시관리계획과 각종 사업계획에서도 스마트 도시성장, 압축도시, 혼합적 토지이용, 대중교통 중심개발의 개념을 구체화해 적용돼야 한다.

특히 많은 도시에서 추진하는 도시재생사업과 도시정비사업에서도 스마트 도시성장, 압축도시, 혼합적 토지이용, 대중교통 중심개발의 개념이 도시의 규모와 특성에 맞게 적용돼야 한다.

이제 대구·경북지역의 도시들도 뉴어바니즘 시대의 도시계획 기법들의 도입을 통해 살기 좋은 도시를 만들고 도시의 경쟁력을 확보하는데 힘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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