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할 때 빼먹기 쉬운 게 ‘준비운동’과 ‘마무리운동’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본 운동’을 빨리 하고 싶은 마음에 준비운동을 빠뜨리거나 건성으로 하는 경우가 많다. 본운동을 마친 뒤에는 피로하다는 이유로 마무리운동을 소홀히 하는 경우도 많다. 게다가 준비운동과 마무리운동은 대개 가벼운 달리기나 스트레칭이어서 효과가 있을 것 같지도 않다는 생각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운동에도 순서가 있다. 준비운동과 마무리운동은 운동 전후에 챙겨야 할 필수과정이다. 준비운동은 바로 몸이 본운동에 적응할 수 있도록 긴장 완화는 물론 운동 손상을 방지하며 운동기능 향상에도 효과가 크다. 또한 마무리운동은 본운동 후 신체 각 부위의 근육을 풀어주고 피로회복과 재활에도 도움이 된다.
준비운동과 마무리운동으로 가장 많이 활용하는 방법이 스트레칭이다. 준비운동으로 스트레칭은 유연성 증가로 운동 손상 예방에 도움이 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갑자기 무리한 동작이나 운동을 하면 근육이 놀라 근육통에 시달리거나, 심한 경우 근육이나 인대가 늘어나거나 끊어지기는 경우도 생긴다. 특히 고혈압 환자의 경우 준비운동 없이 갑작스럽게 본운동을 시작했을 때 겪는 부작용은 더욱 크다. 준비운동은 결합조직과 근육, 건을 포함한 체온을 증가시켜 협응력을 강화시켜준다. 반면 불충분한 준비운동은 근육과 건에 염좌를 일으키기 쉽다. 등척성 운동을 하기 전에 준비운동을 한 근육과 하지 않는 근육을 비교하면 준비운동을 한 근육이 더 큰 장력에 견디며, 근육의 탄력성도 더 좋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준비운동이 본운동의 운동능력을 높여준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스트레칭을 하지 않고 골프를 쳤을 때와 스트레칭을 5~30분간 하고 골프를 쳤을 때의 비거리를 비교한 실험에서 초보골퍼는 6~15야드, 프로골퍼는 5.8~10.1야드 가량 비거리가 늘었다고 나타났다. 이같이 준비운동으로 스트레칭을 하면 몸의 유연성과 근육의 수축력이 좋아지므로 경기결과도 좋아진다는 게 일반적이다.
스트레칭 후 조깅을 준비운동으로 한 그룹과 스트레칭만 한 그룹을 대상으로 발목, 슬괵근, 몸통, 어깨의 유연성을 비교했을 때 스트레칭만 한 그룹보다 스트레칭 후 조깅을 한 그룹에서 발목의 가동범위가 유의한 증가를 나타냈다. 몸통에서는 스트레칭만 실시한 그룹이 비교 그룹보다 유연성의 증가를 보였다는 연구의 결과도 있다. 이처럼 신체 부위에 따라 다양한 연구결과가 보고되지만 두 방법 모두 유연성 증가에는 효과가 있음을 알 수 있다.
최근 건강한 20대 후반~30대 초반의 남녀를 대상으로 준비운동과 마무리운동으로 15분간 스트레칭을 한 그룹과 똑같은 시간 동안 휴식을 취한 그룹의 혈중 젖산 농도를 비교했다. 실험 결과 준비운동과 마무리운동을 하지 않은 그룹은 15분간 휴식을 취해도 젖산 농도가 운동하기 전의 2배 수준에 머물렀고, 반면 스트레칭을 실시한 그룹은 젖산농도가 운동하기 전과 비슷한 수준까지 떨어졌다. 이같이 준비운동과 마무리운동은 몸에 젖산이 적게 쌓여 피로회복에도 도움이 된다.
비만하거나 혈압이 높은 사람들은 마무리운동이 특히 중요하다. 운동하면 안정할 때보다 심장 박동 수는 대개 2배, 수축기 혈압은 10~20㎜ Hg쯤 올라가므로 마무리운동으로 심장 박동 수와 혈압을 빨리 평소 수준으로 낮춰야 심혈관계에 주는 부담을 줄일 수 있다.
스트레칭은 운동 손상 재활에도 효과가 크다. 일반적으로 운동 손상 후 5일 후부터는 염증이 가라앉고 회복기에 들어가게 된다. 이 시기에 스트레칭은 재활에 도움이 된다. 손상 부위의 콜라겐 조직을 강하게 하고 신체 부위를 지지하기 위해 조직과 같은 방향으로 자극을 주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때는 근육을 긴장시키고 자극 폭을 넓히는 저항운동도 효과적이다. 근섬유가 서로 엉겨붙지 않고 떨어지게 하는 효과가 크기 때문이다. 다만 운동 상해 중 외상을 입은 직후에 실시하는 스트레칭은 적절치 못하다. 그 이유는 손상 부위가 매우 약하게 변해 있으므로 운동 시 쉽게 단열되기 때문이다. 만약 스트레칭을 하면 다친 조직을 쉽게 잡아 당겨 조직의 손상이 더 악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부상 발생부터 3~5일까지는 얼음이나 찬물로 대사율을 감소시키고 손상 부위의 산소공급량을 줄어들게 하여 세포가 죽는 것을 방지해야 한다.
이처럼 운동 상해에 대한 치유과정으로 실시하는 스트레칭은 각 부위별 관절의 가동력 회복뿐만 아니라 근육의 탄성도를 회복하기 위한 기본적 운동이다. 따라서 관절이나 주변근의 치유과정으로 스트레칭을 활용하면 보다 빠르고 부상 재발이 적은 효과적인 회복방법이 될 수 있다.
준비운동과 마무리운동은 잊어버리고 넘어가기 쉬운 과정이지만 습관화하면 운동으로 인해 일어날 수 있는 부상을 방지하고 운동의 효율성을 높이고 운동 후 피로회복과 재활에도 효과가 있다. 스포츠전문의나 스포츠전문가들이 이구동성으로 본운동에 들어가기 전에 준비운동과 본운동이 끝난 뒤 마무리운동은 반드시 해야 한다고 말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