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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레스 출입금지구역

등록일 2021-08-01 19:34 게재일 2021-08-02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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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만 맏뫼골놀이마당 한터울 대표
이원만 맏뫼골놀이마당 한터울 대표

건강하다, 스트레스를 덜 받는다, 주의 깊다, 더 현명하다, 더 창의적이다, 더 이타적이다, 더 친절하다, 더 관대하다, 더 친환경적이다, 신체의 염증이 줄어든다.

 

위에 열거한 덕목들은 ‘자주 감동받는 사람들의 비밀’이라는 책에서 말하는 다른 사람보다 더 자주 감동을 받는 사람들의 특징이다. 감동은 ‘무한하고 광대한 감정’이고 ‘새로운 정보로 자기 자신이나 세계에 대한 이해방식을 변경해야 할 때 우리 안에서 일어나는 정신활동’이라고 한다.

우리가 느끼는 감동 중 하나는 거대함에 대한 경험이다. 천둥소리, 거대한 계곡, 산 정상에서 바라본 구름바다. 스스로가 너무 작아지거나 거대한 것의 일부가 된 느낌이다. 자신이 작게 느껴지는 경험은 스스로 겸손해지고 타자에 대한, 공동체에 대한, 지구에 대한 뿌듯한 소속감에 타자에 대한 사랑의 마음을 가질 수 있다.

감동을 주는 또 다른 하나는 일상의 자잘한 것이다. 질 것이 분명한 상황에서 엄청난 힘을 발휘해 승부를 뒤집어 버리는 스포츠경기처럼 우리가 자주 느끼는 것이다. 도쿄올림픽 필리핀 역도선수는 어떤가. 엄청나게 무거운 것을 들어 올리느라 안간힘을 쓰는 얼굴에 금메달을 예감하며 흐느낌마저 보태지는 짧은 순간의 얼굴표정은 우리를 감전시킨다. 스스로를 이겨낸 인간의 모습에 감정이입이 되어 감동한다. 발레리나의 발, 방호복을 입고 오랜 시간을 버틴 간호사의 땀에 불은 손. 코로나로 아이들을 만날 수 없게 되자 자신은 많은 시간을 쓰지만 학생들과 일대일로 마을탐방을 나선 교사들의 이야기. 이런 이야기를 접하면 감동은 ‘삶의 고통을 무찌르는 가장 아름다운 힘’이라고 정의할 수도 있겠다. 많은 사람들의 응원에 마치 더 많은 시간이 주어진 것처럼 시간이 느리게 흐르는 것을 느꼈다는 간호사들은 아무리 힘들어도 ‘내가 많은 사람에게 도움을 주고 있구나!’라는 느낌 속에서 힘든 줄을 몰랐다고 한다. 이렇게 ‘시간과 공간에 대한 감각을 잃게 되며 자아에 덜 사로잡히게 되어 자신을 잊고, 세상을 선하고 아름다우며 바람직한 곳으로 인식하게 하는 힘’이 감동에는 있다.

스티브잡스의 임종을 지킨 그의 누나에 따르면 잡스가 죽기 전에 한 마지막 말은 “와, 우와, 와, 우와, 와, 우와”였다고 한다. 그가 무엇을 생각했는지는 알 수 없다.

다만 그런 감탄사를 유언으로 남길 수 있었다니 지켜보던 가족들은 슬픈 가슴 한쪽을 따뜻하게 데울 수도 있었을 것이다. 눈을 크게 뜨며 눈썹이 올라간 상태로 내지르는 소리가 있다. “와, 우와, 와우, 맙소사!” 우리가 감동했을 때 넣는 추임새다. 그 순간 우리의 몸과 마음은 스트레스 출입금지구역이 된다. 한없이 너그러워지고 2002년 월드컵 때처럼 모르는 사람과도 부둥켜안고 춤을 추게 만든다. 불안을 극복하고 일상으로의 회복을 바라는 팬데믹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감동이라는 스트레스 출입금지 구역을 만드는 것은 꼭 필요한 삶의 기술이다. 그리고 그것은 무언가를 ‘구입’할 필요가 없다. 그저 내가 가진 모든 ‘감각을 동원’하면 된다. 오랜 진화의 선물은 감동을 느낄 수 있는 우리의 몸과 마음이 아닐까!

어느 날 미켈란젤로는 교회의 천정에 그림을 그리는 작업을 마치고 나오다 햇볕에 반짝이는 나뭇가지를 보고는 자기도 모르게 털썩 무릎을 꿇었다고 한다. 자기가 아무리 노력해도 범접할 수 없는 아름다움을 본 것이다. ‘어떤 보편적인 존재가 자신을 관통하고 지나가는 느낌’을 받은 것이다. 그 감동 이후 조급함 없이 편안한 마음으로 인류역사에 길이 남을 명작들을 남길 수 있었다고 한다.

‘자주 감동받는 사람들의 비밀’에서 생물학자 스테판 에드만은 “이미 존재하지 않는 별들에서 만들어진 원자로 인체가 구성되었기에 우리가 뺨을 쓰다듬을 때, 별의 먼지를 쓰다듬는 셈이다. 아주 작은 초록색 잎에는 4천만개의 엽록체가 있으며 8.3분전에 1억 4천960만㎞를 떠나온 햇빛은 잎을 비추어 탄소와 물을 결합시켜 인간과 동물의 먹을거리가 되는 탄수화물과 단백질을 생성하고 우리의 심장을 뛰게 만드는 산소도 만들어 낸다”고 했다. 무심코 만지는 뺨이, 작은 나뭇잎 하나가 경이롭고 감동적이 되는 순간이다. 그냥 모든 감각을 열고 받아들이기만 한다면 세상이 준비해 놓은 엄청난 감동이 우리 몸과 마음에 스트레스 출입금지구역을 만들어 줄 것이다. 마지막으로 소개하는 시는 슬리퍼를 질질 끌며 아카시아 향을 따라나선 어느 동네아저씨의 소소한 감동의 기록이다.

 

아침식사로 빵을? / 아니지, 다른 것도 먹어야해 / 나무가 내미는 햇살 한 접시 / 구름 몇 개 던져 넣고 / 단풍잎 몇 장, 보기 좋게 고명으로 얹은 / 연못 한 그릇 / 쉽게 메뉴를 못 정했다면 / 같은 이유로 강둑을 날아다니는 / 새떼를 따라가면 돼 / 봐봐, 지금도 햇살은 / 큰 나무들 사이의 어린 풀들에게 / 한입만 더, 옳지 / 밥그릇을 들고 손자 뒤를 쫓는 할머니 같잖아 / 먹고 사는데 지쳤다고? / 그러니까 눈을 떴으면 젠장 / 슬리퍼 질질 끌고 가는 아카시아 향 꽁무니라도 / 킁킁 따라가 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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