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거리를 걷고 있는데 거리 반대쪽에서 아는 사람을 보았다. 당신은 웃으면서 손을 흔들었다. 그 사람은 알아차리지 못하고 가버렸다”면 당신의 감정은 부정적일까? 긍정적일까?
아마 부정적인 감정이 들 것이다. 예를 들면, 그 사람이 당신을 무시했다고 생각했다면 당신은 화가 났을 것이다.
그러나 나중에 그 사람이 말기암 진단을 받고 망연자실해 당신을 보지 못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면 당신은 그 사람이 안됐다는 생각이 들고 적어도 화나는 일은 없을 것이다.
이 상황은 정신의학적으로 사건 자체는 중립적이라고 본다.
그러나 같은 상황에서 생각과 해석에 따라 감정과 행동은 달라진다. 다시 말해 감정과 행동 반응은 그 상황을 어떻게 생각하고 해석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는 것이다.
왜 인간은 부정성 편향(negativity bias)을 가질까?
원시시대 인류의 이야기로 거슬러 가보자. “밀림에서 사람들이 즐겁게 놀고 있다. 그때 저 멀리 숲 속에서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났다. 한 부류는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계속 놀고 있었고 한 부류는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맹수라고 생각하고 미리 피신을 했다” 어떤 인류가 생존할 가능성이 높을까?
부스럭거리는 소리를 대수롭지 않게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피신을 하지 않았던 인류보다 부스럭거리는 소리를 맹수라고 부정적으로 생각하고 미리 피신했던 인류가 생존 가능성이 컸을 것이다.
우리는 생존한 자의 후예이다. 그렇다. 부정성 편향(negativity bias)은 원시시대 직접적 위험에 많이 노출된 환경에서 생명을 지켜 내고자 한 생존 본능에서 기인한 인지적 기제이다.
인간의 뇌는 변연계 특히 편도체가 이를 위험인자로 느끼게 해서 위험상황에서 일단 피하도록, 다시 말해 부정적으로 사고하고 해석하도록 설계되도록 진화됐고 그것은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본능으로 아로새겨져 있기 때문이다.
좀 전에 제시한 예로 다시 돌아 가보자. 숲 속에서 부스럭거리는 소리는 사실은 맹수가 아닐 가능성이 훨씬 크다. 바람 소리일 수도 있고 아주 작은 동물이 지나가는 소리 알 수도 있다. 그렇다. 많은 경우 위험 상황이 아닐 가능성이 크다.
특히 현대에는 원시시대와 같이 맹수가 나타나서 목숨을 잃는 위험요소는 사실상 거의 없다. 목숨을 위협할 정도의 사건조차 인생에서 한 번 일어날까 말까 하는 정도이다. 우리는 이러한 목숨을 담보하는 잠재적 위험 때문에 더 이상 부정적으로 생각하고 해석할 필요성이 사라졌다.
그러나 인간이 진화하는 속도는 시대의 변화 속도를 따라잡지 못하기에 우리는 시대가 변했어도 여전히 우리는 부정성 편향(negativity bias) 속에서 살고 있다.
그래서 우리는 중립 상황이나 애매한 상황을 부정적으로 사고하고 해석한다. 또 긍정적인 정보와 부정적인 정보를 동시에 접하게 되었을 때, 긍정적인 것보다 부정적인 내용에 더 강하게 반응한다.
예를 들면, 우리는 웃는 얼굴보다는 화난 얼굴, 타인의 선한 행동보다는 악한 행동, 좋은 소식보다는 나쁜 소식, 칭찬보다는 비판, 긍정적 경험보다는 부정적 경험에 더 반응한다.
그렇다면, 우리가 가지는 부정성 편향(negativity bias)을 어떻게 이해하고 활용해야 할 것인가?
먼저, 우리가 부정적으로 생각하고 해석해서 느끼는 감정, 다시 말해 자꾸 부정적으로 내달리는 기울어진 감정은 대개 병리적인 반응이 아니라 생존 본능에서 유래한 일반적이고 정상적인 반응이라는 점을 깨닫는 것이 중요하다.
다시 말해 우리의 부정적 사고, 부정적 감정은 사실이 아닐 가능성이 훨씬 크다. 우리가 부정성 편향(negativity bias)이라는 안경을 끼고 자신, 타인, 세상, 미래를 바라보는 것이므로 부정성 편향(negativity bias) 값을 제거하고 바라보아야 사실에 근접한다는 것이다.
특히 정신적 스트레스의 과부하에 있는 현대인은 과거에 대한 부정적 해석으로 인한 우울감, 미래에 대한 부정적 해석으로 인한 불안감이 흔히 있을 수 있으나, 우울감과 불안감 대부분은 우리가 두려워할 병리적인 것이 아니라, 누구나 그럴 수 있는 또한 지나가는 일반적이고 정상적인 반응이라는 점이다.
결코, 우울감과 불안감이 당신의 정체성일 수 없다. 부정성 편향(negativity bias) 값을 제거한 새로운 해석, 새로운 의미 부여를 통해 창조적 동기와 희망으로 나아갈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또 극심한 부정적 사건을 겪었을 때에도 외상 후 스트레스장애(Post-traumatic stress disorder)가 아닌 외상 후 성장(Post-traumatic growth)을 이루기도 한다. 극심한 부정적인 사건조차도 새로운 해석, 새로운 의미 부여를 통해 자신의 더 나은 성장을 이룰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