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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의 날과 울릉도(독도)의 현실

등록일 2021-08-22 19:12 게재일 2021-08-23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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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배한국해양과학기술원 동해연구소울릉도독도해양연구기지 대장
김윤배한국해양과학기술원 동해연구소울릉도독도해양연구기지 대장

지난 8월 8일은 섬의 날이다. 정부에서는 국민의 소중한 삶의 터전이자 미래의 잠재 성장 동력인 섬의 가치와 중요성에 대한 국민 의식을 고취하기 위해 2018년부터 섬의 날을 지정했다.

최근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에는 유인도 464개를 포함하여 약 3천300여개의 섬이 분포하고 있다.

독도를 부속 섬으로 두고 있는 울릉도는 우리나라 섬 중에서(제주도 제외) 육지부 면적기준으로 8번째로 큰 섬이며, 인구 기준으로는 12번째인 섬이다. 그러나 본토와 다리로 연결되지 않는 섬만을 고려할 때, 우리나라 섬 중에서 육지부 면적이 가장 넓은 섬이며, 가장 많은 인구가 거주하는 섬이다. 또한 지리적으로 울릉도의 부속섬인 독도는 한반도 본토에서 가장 멀리 떨어져 있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동해 한복판에 위치한 지리적 특징으로 인해 우리나라 항로 중에 연간 100일 내외로 여객선 결항률이 가장 높은 곳이다. 1974년 최고 2만9천810명의 정점을 찍었던 인구는 올해 7월말 기준 8천990명으로 급격한 인구 감소 추세와 함께 우리나라 유인도서 중에서 향후 평균인구 예측 감소율보다 2배 가까이 인구감소가 추정되는 섬이다. 또한 65세 이상 인구비율이 2005년 16.9%에서 2018년 22.7%로 급격한 고령화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섬이다.

의료 인프라가 열악해 1년에 50회 이상 응급환자가 해양경찰청 헬기 등의 도움을 받아 육지로 긴급 후송되는 섬이기도 하다.

최대 수산 소득원인 오징어 어획량은 해양환경변화에 따라 2000년 1만359t에서 2019년 711t으로 급감했다. 더욱이 북중어업협정에 의한 2004년부터 매년 많게는 수천 척 이상의 중국 어선의 동해 북한 수역 조업에 따른 동해 오징어 남획과 기상 악화시 중국 어선의 울릉도 연안 피항에 따른 해저시설물 훼손, 해양쓰레기 배출, 기름 누출 등으로 2중고를 겪고 있는 섬이다.

지난해 9월 울릉도를 강타해 아직까지도 복구가 한창인 태풍 마이삭과 하이선이 보여 주듯 동해 한 복판에 위치하여 각종 자연재해에 수시로 노출되어 있다. 해안가 50t의 육중한 테트라포드를 터널 내부로 옮길 정도로 엄청난 위력을 발휘하였고, 방파제가 유실되고, 울릉도 해안 지질 관광 명승지인 해안산책로가 파손되고, 항구내부에 정박하였던 10여척의 선박들도 침몰되거나 파손되는 피해를 입었지만, 태풍 피해보다 울릉도 주민들을 더 가슴 아프게 했던 것은 섬 주민으로서 소외감이었다. 언론에서 흔히 태풍이 동해상을 빠져 나간다고 보도할 때 울릉도는 본격적인 태풍 영향권의 시작이다. 그래서 울릉도 주민들은 절규하였다. “울릉도도 대한민국 땅입니까?” 그동안 태풍 때마다 울릉도를 유령 섬 취급하였던 언론의 태도와 함께 육지와의 교통, 의료, 교육, 문화 등 총체적인 낙후 지역에 사는 울릉도 주민들의 뿌리 깊은 소외감을 대변한 절규였다.

울릉도는 육지와의 교통, 의료, 교육, 문화 여건이 매우 열악하다. 1년에 100일 넘게 여객선 결항은 물론이요, 3시간 이상의 배 멀미로 주민들은 고통받고 있다. 울릉도를 찾는 관광객 또한 마찬가지이다.

다행히 울릉도 교통여건 개선에 관심을 둔 뜻있는 분들이 모인 업체에서 9월 16일 예정으로 2만t급 초대형 카페리호를 취항한다고 하니 결항률의 획기적 개선이 기대되지만, 코로나19에 의한 관광객 감소 등을 고려할 때 얼마나 안정적으로 운항이 유지될 지는 여전히 걱정이다. 통제와 규제의 여객선 안전 대책에서 벗어나 섬 복지 차원에서 정부의 대선 공약이었던 연안 여객선 공영제의 도입이 반드시 필요하다. 선사의 영세성, 여객선의 노후화 등 문제와 함께 육상 교통비보다 과도한 여객선 요금(포항-울릉간 여객선 요금은 km당 316원, 서울-부산간 ktx 요금은 km당 135원 가량)이 주민과 관광객의 발목을 잡고 있다.

역사를 돌이켜보면 2가지 섬 정책의 민낯을 보게 된다. 1629년 조선 조정은 제주도민들이 육지로 나가는 것을 금지하는 정책을 200여년간 펼쳤다. 제주도민들이 말, 전복 등 특산물의 지나친 진상과 그에 따른 부역 증대 등으로 섬을 떠나자 특산물 진상, 군액 축소 등을 방지하기 위한 조치였다. 한편으로 1417년 조선 조정은 울릉도(독도) 섬을 비우게 하는 정책을 400여년간 펼쳤다. 섬에 사람이 거주하면 왜구들의 노략질이 많아지고 섬을 기반으로 본토에 침략하기 때문에 섬을 비우자는 논리였다. 섬 주민의 삶과 섬의 가치를 등한시한 정책이었다.

섬의 날 제정을 계기로, 그리고 한국섬진흥원 개원을 계기로 보다 섬 주민 중심의 섬 정책을 기대해본다. 더불어 섬은 그 특성상 섬마다 높은 다양성과 함께 단편적인 학문체계로는 접근하기 힘든 복합성이 존재한다. 육지와 바다의 통시적 접근이 필요한 공간이다. 다학제간 현장 중심의 접근이 가장 필요한 곳이다. 살고 싶은 섬, 가고 싶음 섬, 지속가능한 섬에 대한민국의 미래를 풀 열쇠가 있다. 그 핵심에 울릉도(독도)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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