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유 없는 반항’이라는 영화가 있었다. 1950년대 미국 청소년의 모습을 그린 작품으로 ‘제임스 딘’은 이 영화 한 편으로 청춘을 상징하는 불멸의 아이콘이 됐다.
영화 속 주인공인 세 명의 청소년은 겉으로는 단란한 가정의 아이들 같았지만, 여러 가지 갈등이 있었고 금방이라도 폭발할 것만 같은 ‘질풍노도(疾風怒濤)’의 상태였다. 이 영화가 우리에게 시사해주는 것은 이 세 명의 청소년이 ‘정신병적 장애’를 가진 자가 아니며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청소년들이라는 것이다.
‘질풍노도’란 ‘강한 바람’과 ‘성난 파도’라는 뜻으로 청소년기의 격동적인 감정을 표현하는 말이다. 부모의 말이라면 곧잘 듣던 우리 아이가 어느 순간부터 충동적이고 이유 없는 반항을 할 때, 부모는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당황한다. 그렇다고 청소년의 ‘질풍노도’를 단지 ‘철없음’으로 해석하기는 어렵다.
현대정신의학의 발달로 인해 청소년들이 보이는 ‘감정 반응’이 과학적으로 설명되고 입증되고 있다. 전두엽(frontal cortex)은 자기를 인식하고 감정·충동을 조절하고 행동을 계획하는 역할을 하는 이성의 중추이다.
변연계(limbic system)는 감정의 중추로, 특히 편도체(amygdala)가 분노, 흥분, 공격성 등 즉각적이고 강렬한 부정적인 감정을 일으키는 역할을 한다. 청소년 시기의 뇌는 감정을 통제하고 뇌의 관제탑 역할을 하는 전두엽은 완만한 속도로 발달하는 데 비해 감정 반응을 일으키는 변연계는 굉장히 빠른 속도로 발달한다.
따라서 청소년의 뇌는 감정 반응의 브레이크 작용을 하는 ‘차가운 뇌’인 전두엽의 힘이 감정 반응을 일으키는 ‘뜨거운 뇌’인 변연계에 비해 상대적으로 가장 격차가 벌어지는 시기이다. 청소년의 뇌는 성인처럼 전두엽이 성숙하기 전까지는 의사결정, 감정반응, 행동이 ‘뜨거운 뇌’인 변연계의 지배를 더 받게 된다.
이런 이유로 청소년은 감정이 이성보다 앞서, 감정을 잘 주체하지 못하고, 충동을 잘 억제하지 못하고, 본능에 더 민감하고, 쉽게 흥분하거나 좌절하게 된다.
안타깝게도 청소년기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부모는 자녀의 부정적인 감정 반응에 직접적으로 맞대응하고 급기야 다그치고 비난하기까지 한다. 부모의 ‘무지’와 ‘이해 부족’이 많은 참사를 낳기도 한다.
그렇다면, 부모는 청소년 자녀의 부정적 감정 반응에 어떻게 마주해야 할까?
첫째, 청소년 자녀의 부정적 감정 반응으로 부모가 화가 나고 좌절감을 느끼더라도 이런 감정으로 자녀를 마주해서는 안된다. 부모가 분노하면 청소년의 뇌는 더 큰 분노로 반응한다. 부모는 침착하고 냉정함을 유지하며 부모가 ‘차가운 뇌’ 전두엽의 역할을 보여 줘야 한다.
둘째, 부모의 안타깝고 걱정스러운 표정조차 청소년 자녀의 뇌는 부정적으로 느끼기 쉽다. 부모는 자녀의 부정적 감정 반응에 직접 맞대응하기보다는 사랑과 공감의 눈빛으로 조용히 곁에서 기다려주는 것이 필요하다. 청소년의 ‘뜨거운 뇌’가 식기를 기다리는 것이다.
세번째, 잔소리는 하지 않는 것이 좋다. 부모의 잔소리는 청소년 자녀 뇌의 이성적 사고를 경감시키며 오히려 부정적 감정을 악화시킨다.
또 잔소리는 자녀에게 반박이나 논쟁거리를 제공해 힘겨루기 양상이 되기 쉽다. 다만, “그런 말(행동)을 하면 엄마(아빠) 마음이 어떻겠니?”이라고 부모의 느낌을 전달하는 것은 효과적이다. 핵심은 부모의 생각이 아닌 느낌을 전달하는 것이다. 생각은 청소년 자녀의 몫으로 두는 것이 자녀의 ‘이성 뇌’인 전두엽을 발달에 도움이 된다.
끝으로, 감정과 정서는 경청하고 수용해야 한다.
예를 들면, “참, 힘들었겠다”, “많이 속상했겠다” 등의 표현으로 감정을 읽어주고 공감한다. 그래야, 감정을 쌓아 두지 않게 된다.
다만, 공격적 행동이 동반되는 경우에는 “공격적 행동은 용납될 수 없다”는 인식을 시켜주어야 한다. 단, 화가 난 큰 목소리가 아니라, 낮은 목소리 톤으로 힘 있게 단호하게 표현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또 필요한 경우 그에 따른 책임을 묻고 합리적인 제재가 있어야 한다. 합리적인 제재를 가할 때도 선택권을 주는 것이 좋다. 예를 들면, “너의 행동에 대해 3시간 후에 반성문을 쓸 수도 있고, 3시간 후에 의견으로 말할 수도 있다. 너는 어떤 것을 원하니?”이라고 한다.
청소년기는 신체적으로 정신적으로 성인이 되는 과정이다. 청소년 자녀를 둔 부모는 자녀의 신체뿐 아니라 뇌와 마음의 발달에 따른 변화를 이해해야 한다.
청소년기에 성호르몬이 분비돼 ‘이차 성징’이 나타나는 신체적 변화가 정상적인 발달 과정이듯, 청소년기의 ‘질풍노도’는 뇌와 마음의 발달과정에 나타나는 정상적인 과정으로 이해하면 어떨까?
그렇다면, 청소년의 ‘이유 없는 반항’은 뇌와 마음의 발달 면에서는 거쳐야 할 정상적인 ‘이유 있는 반항’일 수 있다. 다만, 부모가 그 이유를 이해하지 못했기에 너무 부정적으로 생각하고 올바른 대처를 못 한 것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