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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과 지구환경 그리고 엔트로피

등록일 2021-08-01 19:34 게재일 2021-08-02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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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성찬지속가능사회연구소 소장
유성찬​​​​​​​지속가능사회연구소 소장

서기 1804년에 인구가 약 10억 명이 될 때까지 인류의 탄생 이후 약 200만년이 걸렸다. 근대산업혁명 시기를 지나서 1927년경에는 약 20억명으로, 123년만에 10억이 증가하였다. 1960년에는 약 30억, 1974년에 약 40억, 1987년에 약 50억, 2017년 1월 현재 약 74억명, 2050년에는 90억명에 도달할 것이라고 예상된다. 길고 긴 인류의 역사에서 보면 산업혁명 이후 인구가 급격히 늘어난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지구상에 존재하는 자원과 에너지는 유한하다. 여기서 지구환경문제가 발생한다는 사실을 파악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환경이란 ‘인간이나 생물에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자연적, 사회적 상태나 조건’을 말한다. 넓은 의미로 보면 ‘세상을 구성하고 있는 모든 존재들’이며 인간을 중심으로 두면, 인간을 둘러싼 모든 생물계, 무생물계 모두를 뜻한다. 환경학에서는 지구환경으로 부르기도 한다. 그리고 다시 강조하건대 지구환경은 유한하다.

지구환경은 4가지 권역, 대류(공기)권, 수(물)권, 생물권, 지질권으로 이루어져 있다. 산업혁명 이전까지는 대류권, 수권, 생물권, 지질권으로 구성된 지구시스템은 에너지와 질량의 흐름이 평형상태를 잘 유지해왔다. 그러나 과도한 자원사용, 인구폭증, 환경오염물질 과다발생 등으로 인해 지구환경은 균형이 깨어졌고 환경문제들이 발생하고 있다.

인간이 자연의 속박으로부터 자유로워지고자 자연개발을 거듭하였으나, 결국에는 자연의 파괴로 인해 인간의 생활이 고통스러워졌다. 현대에 이르러서는 이산화탄소, 메탄가스 등, 지구온난화와 기후변화를 일으키는 온실가스에 의해 인류는 생존을 위협받고 있다.

지구환경은 모든 환경적 요인, 요소가 서로 연결되어 있고 상호작용하고 있다. 석탄 사용으로 인한 스모그로 대기가 오염되면, 그 대기가 산성비가 되어 내리고, 또 그 산성비는 농작물에 해를 끼치고, 지하수 및 토양까지 오염시켜, 강과 바다로 흘러들어 어류에게까지 악영향을 끼쳐 병들게 한다. 그리고 식탁에 올라온 채소나 물고기는 사람의 건강에도 문제를 일으킨다. 인간과 지구환경은 하나인 셈이다.

물리학에서 열역학 제1법칙은 에너지보존의 법칙이다. 어떤 고립된 계(System)의 총 내부에너지는 일정하다는 법칙이다. 열역학 제2법칙은 자연현상에서 사용가능한 에너지가 사용불가능한 에너지로 변환되는 현상을 말하며, 이 에너지의 흐름을 ‘엔트로피가 증가’한다고 규정한다. 즉 열역학 제1법칙은 우주의 에너지 총량은 일정하다는 것이며, 엔트로피 총량은 지속적으로 증가한다는 것이 열역학 제2법칙이다. 우주의 법칙이므로 예외는 있을 수 없다.

다시 환경문제로 돌아오면, 대기오염, 수질오염, 쓰레기 발생 등의 환경오염은 사용가능한 에너지가 사용불가능한 상태로 바뀌는 ‘엔트로피가 증가’한 상태인 것이다.

석탄을 태울 때, 태우기 전과 후의 에너지 총량은 같겠지만 일부는 아황산가스와 기타 기체로 바뀌어 대기 중에서 남는다. 이 과정에서 사라지는 에너지는 없지만 남은 석탄재를 다시 태워서 보일러를 운전할 수는 없다. 석탄에 있던 유용한 에너지는 손실되었으며, 엔트로피는 증가하였다.

오염이라는 것도 무용한 에너지로 전환된 유용한 에너지의 총량이며, 쓰레기도 흩어진 형태의 에너지이다. 오염이란 엔트로피의 다른 이름이다. 지구환경에서 엔트로피가 증가한다는 것은 미래의 지구상의 생명체에게 유용한 물질의 양이 줄어든다는 것이다.

엔트로피를 궁극적으로 역행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이 과학자들의 결론이다. 맥스웰, 볼츠만은 에너지가 차가운 상태에서 뜨거운 상태로 이동할 수도 있다는 것을 증명해보려고 했으나, 결국 실패했다.

엔트로피 법칙이 우주의 법칙이라면 인류는 겸손하게 이 법칙을 받아들이는 수밖에 없다. 엔트로피라는 세계관을 받아들이는 것, 인간의 유한성을 받아들이는 것, 지구자원의 유한함을 받아들이는 것이 중요하다.

필자는 과학이 있기에 영원한 물질적인 번영이 가능하다는 기계론적 세계관에서 ‘지구상의 에너지는 유한하다’는 엔트로피적인 세계관을 받아들일 때, 인류의 새로운 미래가 열린다고 믿는다. 고금(古今)을 떠나, 사람은 우주법칙 앞에서 겸손해야 한다.

또한 현대산업사회에서 재생불가능한 에너지를 기반으로 유지해온 생산방식, 엔트로피를 급격히 증가시키는 생산시스템이 아니라, ‘지속가능한 인류의 삶’이 유지될 수 있도록. 저(低)엔트로피의 생활방식을 진정으로 모색할 때이다.

기존 자원을 재활용하고, 쓰레기를 줄이고, 자원을 절약하는 등, 엔트로피를 낮추는 생활방식이 우리들 몸에 익숙해지도록 하는 수밖에 없다. 우리의 후손들과 인류의 미래를 위해 엔트로피의 세계관을 받아들여, 이웃에게 좀 더 사람 냄새나도록, 겸손한 인간세상으로 만들어가는 것이다.

인간 또한 지구환경 속의 생물계의 일원일 뿐이라는 생태중심주의적인 환경철학이 성장하고 있다. 최근, 반려동물이 민법에서 물건의 상태에서 벗어나 동물권으로 인정받는 것과 궤를 같이 하는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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