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 8일, 섬에 대한 종합적인 조사와 섬 진흥에 관한 국가 정책을 발굴할 행정안전부 산하 한국섬진흥원이 공식 개원했다. 이 소식을 들으며 가장 먼저 떠오른 섬이 독도와 함께 울릉군의 부속섬이며 현재 1가구가 거주하는 죽도이다.
대나무가 많이 자생하는데서 이름이 유래한 죽도는 대섬, 댓섬이라고 울릉도 주민들에게 불려왔다. 죽도는 저동항으로부터 북동쪽 약 3.8㎞, 울릉도 본섬과 최단 약 1.8㎞ 떨어진 섬이다.
울릉도독도해양연구기지가 2014년 개원한 뒤 이곳에 상주하면서 1년에 3~4차례 죽도를 여러 목적으로 찾는다. 죽도의 유일한 주민 김유곤씨는 더덕밭을 일구는 일, 관광객을 맞이하는 일 등 혼자서 죽도의 만만치 않는 삶을 견뎌내고 있다. 그에게 죽도는 부모님이 삶을 일구셨던 땅이며, 어머니의 목숨을 앗아간 섬이기도 하다. 모든 섬들이 그렇지만 섬 주민의 애환이 죽도에 담겨 있다.
우리나라 섬 영상으로는 매우 희귀한 1960년대 울릉도 생활상을 담은 미국인 험프리렌지 영상에는 당시의 죽도 삶의 모습이 오롯이 담겨 있다. 1960년대 죽도에는 4가구 30여명이 거주하고 있었다. 당시의 삶은 밭농사와 함께 소 사육으로 하루를 보냈다. 오르막길이 워낙에 가팔라 죽도 주민이 이고 올라간 송아지는 도축되어서야 죽도를 나올 수 있었다. 축산학과의 한 교수는 진짜 한우고기를 먹으려면 울릉도 특히 죽도에서 키운 한우고기 맛을 보라고 했을 정도로 죽도의 소고기는 일품이었다고 전해진다. 당시 죽도에서는 울릉도에서 유일하게 수박과 참외가 경작되었다고 한다. 여름날 울릉도 주민들은 죽도를 찾아 죽도의 수박을 즐기며 섬 생활의 노고를 잊곤 했다.
죽도는 원래 대나무와 함께 나무가 무성했다고 한다. 울릉도·독도 국가지질공원의 지질명소이기도 한 죽도는 지질학적으로 비교적 최근 시기에 형성된 죽도포놀라이트라는 암체로 구성되어 있다.
한국지질자원연구원 보고서에 따르면 죽도의 암질은 울릉도의 삼선암, 공암, 관음도를 구성하는 암질보다 더 최근에 생성된 것으로 추정되고 있으며, 또한 독자적인 용암돔으로 고려되고 있다. 심지어 죽도(20만7천801㎡)는 독도(18만7천554㎡)보다 면적이 큰 섬이다. 울릉군의 부속섬 중에서 가장 큰 크기는 생성시기가 가장 젊기 때문에 풍화와 침식의 영향이 적었던 이유로 추정된다.
죽도의 지표면은 화산분출에 따른 부석층으로 덮여 있는데, 부석층은 풍화에 약하므로 쉽게 토양층을 형성한다. 부석들의 풍화로 인해 식물이 잘 자랄 수 있었던 나리분지의 원시림처럼 죽도는 대나무와 함께 산림이 무성했으며, 농사에 적합한 조건을 형성하였다. 대나무와 산림이 무성했던 죽도는 일제강점기 대부분 벌목되어 농토로 바뀌었고, 울릉농회의 시험포로 활용되기도 했으며, 현재는 더덕 농사로 이어지고 있다.
죽도는 또한 일본이 한국의 독도 영토주권을 반박할 때 등장하는 섬이기도 하다. 일본 외무성은 다케시마 홍보 팸플릿을 통해 한국의 고문헌에 등장하는 우산도가 독도가 아닌 죽도라고 주장하기도 하며, 또한 10월 25일 독도의 날 지정의 계기가 되었던 1900년 10월 25일 대한제국 칙령의 울도군의 부속도서로 언급된 석도가 독도가 아니라 죽도라고 반박하고 있다. 독도 영유권 대응 측면에서도 죽도에 대한 우리의 적극적 관심이 필요하다. 죽도 또한 울릉군의 부속섬으로서 울릉도에 정착한 이들의 삶의 터전이었다. 하지만 정작 우리는 그동안 독도만큼은 아니더라도 죽도에 대한 연구와 함께 주민의 삶의 터전으로서 관심이 너무 부족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1960년대 4가구 30여명이 거주하였던 죽도는 이제 1가구만이 거주하며 근근이 유인도의 지위를 유지하고 있다. 물과 전력 그리고 울릉도 본섬과의 왕래가 가장 큰 불편이다. 식수가 나지 않아 빗물에 의존하고 있으며, 전력은 태양광과 풍력발전으로 대체하고 있다. 풍력보다 관리가 편해 죽도 주민이 선호하는 2006년에 준공된 태양광 발전은 판넬의 노후화로 효율이 떨어져 수리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한다. 다행히 노후된 전기 축전기는 최근 죽도를 다녀간 한 울릉군 의원의 관심으로 해결이 될 예정이라고 한다.
비록 해상상태가 좋을 때 유람선이 관광객을 싣고 죽도를 왕래하기도 하지만, 본섬과의 왕래는 여전히 불편하다. 그래서 최근 남해안에 도입되기 시작한 드론을 활용한 택배 배송에 관심이 아주 많다. 유인도로서 죽도가 오랫동안 유지되도록 주민의 입장에서 죽도 섬 발전 전략에 대한 적극적인 지원과 관심이 있었으면 한다.
죽도는 본섬인 울릉도 그리고 대한민국 섬의 미래를 가늠하는 리트머스이다. 지금 죽도가 그리고 대한민국 섬이 긴급 처방을 기다리고 있다. 대한민국 최외곽에서 해양영토를 관리하고 있는 섬 주민의 손을 놓지 않았으면 한다. 정부 그리고 한국섬진흥원의 적극적인 역할을 기대해 본다. 섬 속의 섬인 죽도에 주민이 오랫동안 거주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