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양수산부는 지난 8일 울진·울릉지역에서 돌미역을 채취하는 전통어업 방식인 ‘돌미역 떼배 채취어업’을 제9호 국가중요어업유산으로 지정했다.
해양수산부는 앞서 2015년 제1호인 제주 해녀어업을 시작으로 보성 뻘배어업, 남해 죽방렴, 신안 갯벌 천일염업, 완도 지주식 김양식 어업, 무안·신안 갯벌낙지 맨손어업, 하동·광양 재첩잡이 손틀어업, 통영ㆍ거제 돌미역 틀잇대 채취어업이 국가중요어업유산으로 지정했다.
이번 울진·울릉 떼배 돌미역 채취어업은 국가중요어업유산으로서는 동해안 첫 지정사례이다. 울진·울릉 떼배 돌미역 채취어업은 환경친화적인 전통 방식으로 자연산 돌미역을 마을주민과 공동으로 채취하는 문화자산이다. 역사성, 생태계 보호, 주민참여 등 전반적인 부문에서 평가위원회로부터 높은 평가를 받았다.
울진·울릉 떼배 돌미역 채취어업은 오동나무 등 통나무를 엮어 만든 떼배(뗏목)로 미역바위 군락까지 이동, 미역을 채취·운반하는 전통어업을 말한다. 떼배는 원시적인 뗏목배로 울릉도에서는 해안가의 미역 채취와 함께 낚시로 하는 오징어잡이, 손으로 꽁치를 잡는 손꽁치잡이에도 사용됐다.
떼배 제작은 몇 달간 미리 건조해 둔 오동나무가 쓰인다. 통상 8개에서 10개의 오동나무 통나무가 떼배의 밑판을 이루며, 통나무의 사각형 구멍에 통상 고로쇠나무로 만든 장쇠로 통나무를 연결한다. 떼배 밑판이 완성되면, 떼배를 젖는 노, 노를 설치하는 노지게, 노를 끼우는 나무못인 노 좆 등을 제작하고, 난간을 붙여 채취한 미역이 흘러내리지 않게 한다. 울릉도에서는 매년 오징어축전 때면 각 어촌계 계장들이 대표로 나서 떼배경주대회를 열고 있다.
울릉도 연안은 우리나라 연안에서 가장 암반이 발달한 지역이며, 또한 돌미역은 암반을 기반으로 서식, 돌미역 채취에 떼배가 매우 효과적이다. 떼배 채취 어업은 암반이 발달한 지형적 특징에 적응한 결과였다.
봄철 미역철이 되면 지역 주민들은 연안의 미역바위 혹은 수중 미역짬을 찾아 미역을 채취한다. 이때 특별한 도구가 사용된다. 바닥면에 유리를 부착, 물속을 들여다보는 수경이라는 사다리꼴 형태의 나무 상자이다.
주민들은 수경과 함께 낫대라 불리는 긴 장대에 낫을 부착한 도구로 떼배에서 미역을 채취한다. 울릉도 연안은 우리나라에서 물속 투명도가 가장 깊은 곳으로, 깊게는 20~30m까지도 수경으로 물속 상태를 확인할 수 있다.
떼배와 수경, 낫대를 사용한 돌미역 채취 어업은 이런 울릉도의 자연환경에 적응한 어업활동이었다. 울릉도의 돌미역 채취는 오랜 역사성을 가지고 있다.
비록 1882년 울릉도 재개척 이전에는 조선의 해금정책에 따라 울릉도에 주민 거주가 공식적으로 허가되지 않았지만 임진왜란 이후부터 울릉도의 각종 산물에 주목, 거문도를 비롯한 남해안 주민들이 울릉도(독도)를 오갈 때 특별히 주목한 것은 바로 울릉도의 나무를 이용한 배 건조와 함께 미역 채취이었다.
전라남도 무형문화재 1호인 거문도 뱃노래 가사에도 울릉도 미역이 등장한다. 1700년대 제작된 해동지도에는 울릉도의 대표적 산물로 감곽(미역)을 또한 소개하고 있다. 1882년 울릉도 재개척 이후에는 오징어와 함께 미역은 울릉도의 대표적인 수출품이었다.
특히 오징어와 달리 미역 채취는 일본인들의 채취가 허락되지 않는 한국인의 독점 어업이었다. 미역 채취는 독도에서도 대표적 어업 활동이었다. 독도 미역 채취는 독도에 정착한 울릉도 주민들과 해방이전부터 독도에 건너온 제주 출신 해녀들에 의해 활발히 이뤄졌다.
독도에서 채취된 미역은 미역건조장이라 불리던 곳에서 말려 외지로 판매, 훌륭한 생계수단이 되기도 했다. 그렇게 독도는 미역을 통해 단순히 지키는 독도에서 생산하는 독도로 어업인의 삶의 터전이었다.
최근 어촌계의 고령화, 어촌계 유입인구의 감소 등 사회적 요인과 함께 겨울철 수온 상승에 따른 미역 생산량의 감소 등으로 떼배 돌미역 채취어업이 점차 자취를 감춘 것 또한 사실이다.
이럴 때 국가중요어업유산 지정 소식은 사라져가는 전통어업의 보전 및 어촌 활성화 차원에서 크게 환영할 일이다. 떼배 돌미역 채취어업의 국가중요어업유산 지정 계기로 다양한 후속 사업이 필요하다.
먼저는 전통 떼배 건조방식 보존을 위한 배 목수 장인 선정, 떼배 건조 과정 기록화 및 떼배 돌미역 채취 어업에 대한 지역 민속지 발간 등 지역의 역사문화자원 기록작업이 필요하다. 해녀, 잠수부에 의한 돌미역 채취방식 등 돌미역 채취의 발전 과정 또한 아우를 필요가 있다.
돌미역 생산량 증대를 위한 짬매기(미역바위닦기) 활성화, 돌미역 서식 실태도 작성, 돌미역 브랜드 가치 향상 연구, 돌미역을 활용한 토속 요리의 보전 등도 필요하다. 떼배, 수경 등 전통 어업 도구를 활용한 기념품 제작, 생태체험관광 및 학교 교육과 연계한 돌미역 생태 교육 및 떼배 문화 체험 행사 수행도 생각해 볼 수 있다.
울진·울릉 떼배 돌미역 채취어업은 지역의 자연환경에 적응한 지역 어민의 삶의 역사였으며, 국가중요어업유산 지정은 동해의 역사를 보듬고 온 이들에게 우리가 미처 드리지 못한 명예와 경의를 돌려주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