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일 국내에서 최초로 ‘메신저 기반 불안장애 치료기기’인 ‘마음정원’이 우수의약품 제조 및 품질관리기준(GMP) 인증을 획득했다. 디지털 치료기기 ‘마음정원’은 정기적으로 정신건강 관리가 필요한 불안장애, 우울증 환자를 대상으로 대화형 인공지능(AI) 기술을 접목해 만든 치료 서비스이며 상용화를 위해 올해 강남세브란스 병원과 임상 시험을 진행할 예정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발표한 ‘디지털치료기기 허가·심사 가이드라인(민원인 안내서, 2020.08)’에 의하면 디지털 치료기기를 “의학적 장애나 질병을 예방, 관리, 치료하기 위해 환자에게 근거 기반의 치료적 개입을 제공하는 소프트웨어 의료기기”로 정의하고 있다. 통상적인 의료기기는 질병이나 상해·장애를 진단, 치료, 경감, 처치 또는 예방하기 위해 사용되는 기계, 장치, 재료 등을 의미하며 일반적으로 내시경, 호흡기, 혈압계, 심장 박동기 등이 해당된다.
최근 4차 산업혁명 핵심기술인 인공지능(AI)과 정보통신기술(ICT)의 발달과 덜불어 바이오헬스 분야의 새로운 트랜드로 디지털 치료기기 산업이 급성장하고 있다. 1세대 치료제인 합성 신약, 2세대 바이오의약품에 이어 3세대 치료제로 각광받고 있다.
디지털 치료기기는 먹는 알약이나 주사제 대신 앱(응용프로그램), 게임, VR(가상현실) 같은 소프트웨어 기반의 치료제로 알코올이나 약물중독 치료나 정신질환 치료뿐만 아니라 최근 만성질환인 당뇨나 비만 예방·치료에까지 효과가 있다는 연구 결과가 속속 나오고 있다. 최초의 디지털 치료기기인 미국 페어 테라퓨틱스사의 약물중독 치료 앱인 ‘리셋(reSET)’을 비롯해 마약성 진통제 중독에 대한 디지털 치료기기인 ‘리셋-오’, 불면증 디지털 치료기기 ‘솜리스트’, 최초의 게임기반 디지털 치료기기인 ‘엔데버Rx’ 등이 FDA 허가를 받았다.
국내 기업의 경우, 라이프시맨틱스사에서 호흡기질환 환자를 위한 호흡재활 프로그램 ‘숨튼’, 암 환자 예후 관리 프로그램 ‘레드필케어’ 등을 개발하고 있으며, 뉴냅스사에서는 뇌 손상으로 인한 시야장애를 치료하는 가상현실(VR) 기반 디지털 치료기기 ‘뉴냅비전’이 개발 중이다.
코로나19 펜데믹으로 인해 비대면 산업의 성장이 가속화 되고 있으며 그중에서도 특히 디지털 헬스케어가 급부상하면서 치료 중심의 의료에서 소비자가 스스로 건강을 관리하는 데이터 기반의 예방 의료로 패러다임이 변화하고 있다. 이외에도 고령화 및 만성질환자 증가로 인한 의료비 지출 확대, 의료데이터 급증, 스마트 기기의 보급 확산 등의 사회적 변화로 인해 디지털 헬스케어 산업의 필요성이 점차 증가하고 있다. 기존 신약은 개발기간이 평균 15년이 걸리며 3조원 이상의 비용이 소요되지만, 디지털 치료기기는 3.5년~5년의 개발기간에 100~200억원이 소요되는 장점이 있다. 또한 기존 치료와 달리 체내에 직접 작용하지 않아 부작용의 발생 가능성이 적고, 비대면 건강모니터링과 원격진단이 가능하다는 점도 장점이다.
최근 충북 오송(오송첨단의료재단)에서는 감염병 대응을 위해 웨어러블 디바이스를 이용한 비대면 건강관리 시스템을 개발하여 생활치료센터, 노인 요양원, 보건소 등에서 활용할 예정이다. 대구경북첨단의료산업진흥재단에서도 퇴행성 뇌질환 치료제 후보물질 공동개발, 알츠하이머병 디지털 치료기기 개발을 추진할 예정이며 일부 대형 제약사(한미사이언스, 한독)에서도 디지털 치료기기 연구개발과 투자를 확대하고 있는 실정이다.
경북도와 포항시에서도 디지털 치료기기 신성장 산업을 선점하기 위한 노력을 경주하고 있다. 작년 6월 국내 대표적 제약기업인 한미사이언스가 포항에 3천억원 규모의 스마트 헬스케어 기반 구축을 위한 투자협정을 체결하고, 디지털 치료기기 개발을 위해 11월 포항에 코리포항을 설립했다. 포항은 인공지능 대학원(포스텍), 디지털 데이터 수집 및 분석(한동대, 코리포항), 경북SW진흥본부(포항TP)를 비롯하여 디지털과 바이오분야 중소벤처기업 유치와 육성을 위한 포항지식산업센터, 바이오 오픈이노베이션센터(BOIC) 등 디지털 치료기기 산업 육성을 위한 필요한 핵심기술과 기반시설을 보유하고 있다.
포항의 우수한 기술역량과 인프라를 활용하여 생체정보 빅데이터와 인공지능 기술을 접목한 대사질환 및 당뇨병 치료·예측 디지털 치료기기 개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특히 개인별 맞춤형 디지털 치료기기 개발을 위해 건강검진 데이터, 라이프로그(생활패턴) 데이터, 유전체 데이터와 장내 균총 데이터 등 건강 빅데이터와 다중 오믹스 분석기술을 활용한 디지털 치료기기를 개발할 예정이다.
포항은 철강산업 부진 등으로 인해 청년 유출이 약 2만명에 달하며, 청년 실업률이 11.2%로 전국 1위라는 심각한 위기에 처해 있다. 경북 주도형 스마트 헬스케어 산업 육성을 통해 지역 균형발전, 인구 유출 방지 및 지역 청년 일자리 창출로 이어져 최근 지진과 코로나19 등으로 인해 침체된 지역사회에 새로운 희망이 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