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D 프린팅 기술을 활용해 심장, 간, 피부, 각막, 혈관 등을 생성해 인간에게 이식하는 기술을 3D 바이오 프린팅이라고 부른다.
기존의 3D 프린팅이 치과 보철, 의족·의수 등 신체를 지지하는 인공 보철물 제작에 그쳤다면 바이오 프린팅은 줄기세포를 이용해 장기와 같은 체내 이식물까지도 맞춤형으로 제작할 수 있어 국내·외에서 3D 바이오 프린팅을 통해 인공장기를 개발하려는 연구가 매우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최초의 바이오프린팅 기술은 2008년 일본 도야마 대학의 마코토 나카무라 교수의 아이디어에서 출발했다. 잉크젯 프린터의 입자 크기가 사람 세포의 크기와 비슷하다는 점에 착안해 인체 조직이나 장기를 만드는 3D 바이오프린터를 개발했다.
2013년 미국의 바이오벤처기업 오가노보(Organovo)에서는 수만 개의 세포로 구성된 바이오잉크를 사용해 1㎝ 크기의 인공 간을 제작했으며 제약회사에 판매되어 신약개발 과정에서 발생하는 약물 독성시험 검사에 쓰이고 있다.
2016년 중국의 레보텍사에서는 원숭이의 지방층에서 추출한 줄기세포로 인공혈관을 제작해 원숭이에게 이식했는데 이는 영장류에 대한 최초의 바이오프린팅 성공사례이다.
같은 해 미국의 웨이크 포레스트의대 재생의학연구소의 앤서니 아탈라 교수 연구진은 3D 프린터로 만든 귀를 쥐에게 이식해 내부로 혈관이 자라는 것을 확인했다.
2018년 영국 뉴캐슬대 연구진은 사람들에게 기증받은 각막 줄기세포와 알긴산염(Alginate), 콜라겐(Collagen)을 혼합하는 방식으로 바이오 잉크를 만들어 사람의 인공각막을 제작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
그리고 2019년 이스라엘 텔아비브대 연구팀은 세계 최초로 환자 세포를 이용하여 세포, 혈관, 심실 등을 모두 갖추고 있는 체리 1개 크기의 인공심장을 3D 프린터로 출력하는 데 성공했다.
3D 바이오프린팅에서 잉크로 사용되는 물질은 일반적인 3D 프린팅의 재료와 완전히 다르다. 장기를 출력하는 3D 바이오프린팅 기술은 살아있는 세포를 사용하여 세포를 원하는 형상이나 패턴으로 적층해 인체의 조직이나 장기를 제작하는 것이다. 이처럼 세포를 활용하는 3D 바이오프린팅 기술은 의학계의 엄청난 변화를 가져다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인공장기를 환자에게 이식했을 때 장기가 제 기능을 해야 하고, 면역거부반응 등 환자에게 치명적인 부작용이 일어나지 않아야 한다. 3D 바이오프린팅 기술을 활용한 인공장기는 실제 환자 본인의 세포로 만들 수 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부작용이 적고, 환자 몸의 일부로 생착해 성장할 수 있기 때문에 장기 이식이 가진 수많은 단점과 위험성을 극복할 수 있다.
바이오프린팅 시장은 최근 급격하게 성장하고 있다. 세계 바이오프린팅 시장규모는 2019년 3억 620만 달러에서 연평균 복합 성장률(CAGR) 35.4%로 확대되어 2024년에는 14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BCC Research, 2019). 최근에는 대기업들의 참여로 상용화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미국의 존슨엔드존슨(Johnson & Johnson)과 같은 글로벌 헬스케어 기업뿐만 아니라 프랑스의 화장품 회사인 로레알(LOREAL), 미국 생활용품 기업인 프록터&갬블(P&G), 독일 화학회사 바스프(BASF) 등은 화장품이나 화학물질을 시험할 피부를 개발하는 연구를 하고 있어 많은 과학자들은 5년 내 인체 대상 임상시험이 가능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2020년 8월 정부 관계부처 합동으로 ‘제2차 3D 프린팅산업 진흥 기본계획(2020~ 2022)’을 수립하고 3D프린팅 글로벌 5대 강국을 달성하기 위한 비전과 추진과제를 제시하였다. 이를 통해 2018년 0.4조원 규모의 국내시장을 확대하여 2022년 1조원 달성(연평균 27% 성장)을 실현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으며, 중소제조기업의 지속적 혁신성장 지원을 통해 2022년까지 연매출 100억 이상 글로벌 기업을 10개사 육성한다는 계획이다. 또한 산업현장과 기업을 연계할 수 있는 3D 프린팅 실증지원센터와 같은 실증기반을 구축할 계획이다.
국내에서도 3D 바이오프린팅 기술을 활용한 인공장기 개발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으며 특히 포스텍 조동우 교수 연구진은 바이오프린팅 기술을 활용한 인공장기 개발 분야의 선두주자로 손꼽힌다.
2016년 세계 최초로 3D 세포 프린트를 이용하여 인공 근육을 제작했으며 2018년에는 포항방사광가속기를 활용하여 세포배양기판을 제작하며 체내 근육과 더욱 비슷한 인공 근육 재생기술을 개발했다. 포스텍과 한동대학교 등 지역의 대학에는 줄기세포와 오가노이드(organoid) 분야의 핵심기술을 보유한 연구진들이 다수 포진하고 있어 향후 포항을 중심으로 바이오프린팅 기반 인공장기 산업을 선점할 수 있을 것이다.
아직은 대학과 공공 연구기관 주도로 연구가 이뤄지고 있지만 3D 바이오프린팅 인공장기 제품개발과 세계시장 선점을 위해서는 산학연병간의 컨소시엄을 통한 상용화 기술 조기 확보와 중소벤처기업 지원을 위한 실증지원센터 등의 인프라 구축, 산업 밀착형 선도인재 육성, 법·제도 재정비 등 다각적으로 추진돼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