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스트라제네카 코로나19 백신의 고령자에 대한 효과와 안정성에 관해 국내외 안팎으로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 정부는 2월26일부터 의사, 간호사, 병원종사자 등 의료진 5만명에게 화이자 백신을 접종하고 65세 이상 고령층이 다수인 요양병원과 요양시설 종사자 등 78만명에게는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접종을 시작하겠다고 발표했다.
해외에서는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에 관해서 안정성과 효과가 확인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핀란드는 70세 미만, 독일·프랑스·오스트리아·스웨덴·노르웨이는 65세 미만, 폴란드는 60세 미만, 벨기에는 55세 미만 접종을 권고했고 스위스와 남아프리카공화국은 승인 자체를 보류했다.
한국정부는 고령자들에 대한 제한을 두는 유럽 국가들과 달리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에 대한 다른 판단을 하고 있어 걱정스럽다. 1월 31일 식품의약품안전처 아스트라제네카 검증자문단은 안전성 프로파일이 양호한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참여 대상자 중 고령자 수가 적다는 이유만으로 고령자에 대한 투여를 배제할 수 없다는 의견을 내어 고령자에 대한 접종을 제한하지 않았다.
같은 날 대한의사협회 회장은 “만 65세 이상 고령층에게는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접종해서는 안되며 식약처에서 만 65세 이상 고령자 접종 가능 결정을 내린다고 하더라도 대한의사협회는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의 만 65세 이상 접종에 대해서는 자제를 권고한다”라는 입장을 발표했다.
필자도 매우 우려돼 2월 2일 열린 대구광역시 코로나19극복 범시민대책위원회 19차 영상회의에서 유럽의 상황과 대한의사협회장 의견을 전하며 코로나19 백신 논란에 대해 대구시민들이 걱정을 많이 하고 있으니 대구시에서도 검증을 통해 시민들이 안심할 수 있는 조치를 취해달라고 요청했다. 대구시 감염병 관리지원단장은 “대한의사협회 회장은 전문가가 아니며 의사마다 전공분야가 다르니 예방접종전문위원회, 백신·예방·감염의 전문의 의견을 따라갔으면 좋겠다”라는 정부의 입장을 대변하는 듯한 답변을 했다.
이후 2월 5일 중앙약사심의위원회에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효과는 유럽과 동일하게 만 18세 이상으로 하되, 사용상 주의사항에 ‘만 65세 이상의 백신 접종 여부는 효과에 대한 자료가 충분하지 않으므로,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를 반영하고 추후 미국 임상시험 결과에 대한 분석 자료를 제출할 것을 권고했다”고 밝혔다.
2월 10일 3차 검증단계인 최종점검위원회에서는 아스트라제네카 코로나19 백신에 대하여 추가 임상시험 결과를 제출하는 조건으로 허가를 결정했고 사용상 주의사항에 ‘65세 이상 고령자에 대한 사용은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라고 기재하는 것으로 최종 결정했다. 이 결정에서 중요한 부분은 국민은 접종을 하고 안전에 대한 확인은 나중에 하겠다는 점이며 의사가 접종 대상자의 상태에 따라 접종 유무를 판단해 결정하라는 식약처의 입장은 무책임의 극치이다. 프랑스의 경우, 대통령까지 나서서 고령자에 대한 접종을 제한하는 것과는 매우 다른 결정이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한국은 선진국들 대부분이 이용하지 않는 경로인 코백스로부터 코로나19 백신을 확보했다. 코백스는 세계보건기구(WHO), 세계백신면역연합(GAVI), 감염병혁신연합(CEPI)이 공동으로 코로나19 백신의 공정한 배분을 위해 운영하는 기구이다. 영국 일본 등 선진국들은 대부분 백신을 받지 않기로 했으며 코백스를 통해 1분기에 화이자 백신을 공급받는 국가는 대부분 개발도상국인 것으로 나타났다.
태국에서는 코백스를 통한 조달 방식에 대해 비용 대비 효율 문제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가운데 한국은 코백스를 통해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최소 259만여회분, 화이자 백신 11만여 회분 총 271만여 회분을 받게 된다. 코백스 지원이 없었더라면 올해 1분기에는 아스트라제네카 백신만 접종이 가능한 상황이었다. 매우 한심스러운 상황이다.
코로나19 백신 접종률이 아랍에미리트 39.95%, 이스라엘 39.59% 영국16.89% 미국 10%인 가운데 한국은 접종 시작은 커녕 아스트라제네카 논란으로 국민의 신뢰를 잃고 있으며 국제적 망신도 예상된다. 정부는 K방역 자화자찬에 도취되어 있다가 백신도입이 늦어졌으며 거듭되는 코로나19 방역실패로 인해 발생되는 사회적, 경제적 문제에 대한 해법을 제시 못하여 이로 인한 고통은 오로지 국민의 몫이 됐다.
해외에서는 공항 근처에서 이미 가짜 코로나19검사 진단지가 팔리고 있는 상황이고 세계 각국이 백신 접종이후 백신접종 유무 확인으로 출입국을 제한하게 되면 대한민국은 앞으로 큰 위기가 올 수 있다. 현 정부는 정치적 이해관계를 넘어서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어떻게 지켜야할지 국민의 입장에서 대책을 내놓아야한다. 안전이 확인 안된 백신으로 국민을 불안에 떨게 하지 말고 철저한 검증을 통해 단 1명의 국민도 희생되지 않게 지키는 것이 정부의 중요한 존재 이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