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20년 연말 울릉도·독도 해양연구기지는 특별한 크리스마스트리를 제작했다. 울릉도 연안에 떠밀려온 중국산 플라스틱병 등 각종 해안쓰레기로 제작한 크리스마스트리였다. 울릉도 연안의 해양쓰레기의 심각성을 알리려는 방편이었다. 동해안 최초의 해양보호구역으로 지정된 동해 최외곽 도서인 울릉도가 해류와 바람에 실려 외부로부터 떠밀려온 해안 쓰레기로 매년 몸살을 앓고 있다.
울릉도 주변해역은 대한해협을 통과한 후 동해 연안을 따라 북상하다가 울릉도로 향하는 해류인 동한난류 흐름 특성상 한반도 연안의 해양쓰레기가 주로 밀려오는 지역이다. 겨울·봄철에는 북서풍의 바람과 동해 북쪽에서 울릉도로 향하는 해류를 타고 동해 북쪽 연안의 다양한 해양쓰레기가 또한 밀려온다. 더욱 심각하게는 2004년부터 북·중 어업협정에 따라 동해 북한수역으로 진출한 매년 수천 척의 중국 오징어 조업 선박이 투기한 중국산 해양쓰레기 또한 울릉도 해안으로 밀려오고, 심지어 독도 해안가에서도 심심찮게 중국산 플라스틱병이 발견되기도 한다.
해양쓰레기의 심각성은 비단 울릉도만의 문제는 아니다. 전 세계적으로 연간 70억t의 해양쓰레기가 발생하고 있다는 보고도 있고, 우리나라의 경우, 정부와 지자체를 중심으로 다양한 해양쓰레기 감소 노력에도 매년 해양쓰레기 수거량이 급속히 증가하고 있다. 국내 해양쓰레기 수거량은 2015년 6만9천129t에서 2019년 10만8천644t으로, 2015년 대비 2019년에 1.6배 증가했다.
해양수산부는 해안쓰레기의 종류와 양, 발생 원인별 비율변화, 외국기인 쓰레기의 종류와 양 등 해안쓰레기의 객관적 자료 파악을 통해 국가 해양쓰레기의 예방과 관리 정책 수립을 목적으로 2008년부터 전국의 주요 지점을 대상으로 국가해안쓰레기모니터링 사업을 수행 중이다. 2021년 현재 동해안 12개소를 비롯해 전국 연안의 60개소를 대상으로 2개월 간격으로 모니터링이 수행 중이다. 각 조사지역은 대상 해안의 100m 구간 중 5m 구간 4개소를 무작위로 선정해 해안쓰레기의 종류와 양, 그리고 외국기인 쓰레기의 양과 종류 등을 파악하고 있다.
울릉도는 울릉도·독도 해양연구기지의 제안으로 2019년 12월부터 국가해안쓰레기모니터링 사업에 참여하고 있다. 조사지점은 접근성과 해안 특성을 고려, 울릉도 북서쪽에 있는 울릉도·독도 해양연구기지 전면 해안 100m 구간으로 선정했고 현장조사는 2개월 간격으로 울릉도·독도 해양연구기지에 의해 수행되고 있다.
2021년 1월 26일에 수행된 울릉도 해안쓰레기모니터링에서 5m 구간 4개소라는 짧은 지역에도 불구하고 다수의 스티로폼 등 플라스틱 해안쓰레기와 함께 목재, 어선 깃발, 외국산 신발 등이 조사되었다. 총 170개의 플라스틱 해안쓰레기가 발견됐고 이 중 15%인 26개가 외국기인 플라스틱이었다. 외국기인 플라스틱의 경우, 대부분 중국 상표가 부착된 플라스틱병이었다. 외국기인 플라스틱을 제외하고, 발견된 플라스틱 중 30%가 스티로폼 형태였다. 이외에도 동해안 울진, 삼척의 명칭이 선명한 어구 깃발, 목재 등이 발견됐다.
정해진 조사방법에 의한 조사를 마치고, 조사 구간을 포함한 약 200m에 이르는 해안선에 대한 해안쓰레기 수거작업을 진행한 결과, 약 2.5t 쓰레기 수거차량 3대 분량의 해안쓰레기가 회수됐다. 비록 이날 해안가 청소 작업이 진행됐지만, 며칠 후 해안가는 언제 청소 작업이 있었던 것 마냥 해류와 바람과 파도에 밀려온 쓰레기로 다시 가득했다. 울릉도 해안쓰레기의 심각성을 보여주는 한 장면이다.
특히, 울릉도 해안의 경우 서·남해안과 다르게 해안이 모래 해변이 아닌 굵은 자갈 해변으로 이뤄진 지형적 특징이 있다. 이 때문에 대부분 해안쓰레기가 굵은 돌 틈에 박혀 있어 해안쓰레기를 줍는 게 아니라 돌을 들춰 파내야 하는 실정이라 회수작업이 쉽지 않다. 더불어 실제 수거되는 플라스틱은 크기 5㎜ 이상의 중형 플라스틱이고, 스티로폼 등이 잘게 부서진 형태의 미세플라스틱 등은 사실상 회수가 불가능해 미세플라스틱으로 인한 연안 생태계의 피해 또한 우려되는 실정이다.
해양수산부에서는 해양플라스틱 쓰레기 제로화를 목표로 해안기인 쓰레기 및 육상기인 쓰레기 발생원 줄이기를 위한 다양한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해안기인 쓰레기 발생원 줄이기를 위해 친환경부표(스티로폼 부표 대체) 및 친환경 어구(생분해성) 보급 촉진, 바이오플라스틱 어구·부표 개발과 함께 육상기인 쓰레기 줄이기를 위해 플라스틱 사용 규제, 수산물 친환경 포장기술 개발 등을 추진하고 있다.
울릉군도 매년 지역 민간단체와 협력해 수중정화활동, 해양쓰레기 정화사업, 바다환경 지킴이 지원사업 등을 추진하고 있다.
경북도는 해양쓰레기 청소선인 울릉도(독도) 전용 청항선 건조 또한 추진 중이다. 이러한 해양기인 및 육상기인 쓰레기 발생원을 줄이게 하는 노력과 함께 울릉도(독도)의 정확한 해안쓰레기 실태 파악을 위한 더 정확한 조사가 또한 필요하다.
매년 북한수역으로 진출하는 중국 어선의 쓰레기 배출 또한 대응이 필요하다. 동해안 최초의 해양보호구역인 울릉도가 해안쓰레기로 몸살을 앓고 있다. 해류와 바람의 특성상, 우리나라 해양쓰레기 회수의 최후 보루인 울릉도 해양쓰레기 관리에 대한 관심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