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컵을 사용하면 한 컵당 마이크론 크기의 미세플라스틱(microplastics)을 약 2만5천개(100㎖ 당)를 마시게 된다는 학계의 연구결과가 나와 충격이다. 이러한 결과는 종이가 물에 젖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필름 코팅을 하는데, 이 필름이 뜨거운 물에 녹아내려 미세 플라스틱이 되고 사람이 음료를 마시게 되면 함께 섭취하게 되는 것이다. 종이컵을 사용하게 되면 미세 플라스틱 외에도 불소, 염화물, 황산염, 질산염 등 유해물질도 사람들은 마시게 된다.
이 연구결과는 환경 분야 국제학술지인 ‘Journal of Hazardous Materials’(유해물질저널)에 실리면서 언론에 보도되었다. 기사를 보면서 환경문제 해결을 위해 고민하는 필자도 많이 놀랐으며 사람들이 편리함을 위해 사용하는 종이컵에도 이런 유해물질들이 있고 이를 아무런 생각 없이 마셨다고 생각하니 아찔한 생각이 든다.
미세플라스틱은 제품에 사용되기 위해 제조되었거나 기존 제품이 조각나서 미세화된 크기 5㎜ 이하의 합성 고분자화합물이다.
현대인들이 주로 사용하는 치약, 세안제 등 각종 생활용품 속에도 미세 플라스틱이 들어있다. 특히 코로나19로 일회용품과 플라스틱 제품이 과다 사용되고 있으며, 최근에는 매립방식도 한계에 처한 상황으로 쓰레기 문제의 해법이 절실한 시점이다.
미세플라스틱은 독성 화학물질을 옮기는 매개체 역할을 하고 더욱 사람들에게 위협을 주고 있다. 폴리에틸렌, 폴리프로필렌, 나일론과 같은 석유화학 물질로 만들어진 플라스틱은 자석처럼 유해 화학물질을 끌어당기며 이를 흡수한 먹거리 등이 우리의 식탁에 오르고 있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를 인식조차 하지 못하고 있다.
플라스틱 생수병에서도 용출되는 물질들이 환경호르몬(비스페놀A, 프탈레이트 등)으로 비만, 심장질환, 고혈압, 당뇨병, 갑상선호르몬 등에 영향을 줄 수도 있는 연구결과는 쉽게 얻을 수 있다. 그러나 현대인들은 플라스틱 생수병의 사용이 일상화되어 있고 휴대성을 높이기 위해 용기는 더 작아져서 플라스틱 사용량을 대폭 늘어나고 있는 실정이다.
플라스틱 제품으로 인한 유해성은 흔히 환경호르몬이라고 하는 내분비계 교란물질들로 알려져 있는데 유럽의 경우, 물질 자체에 대한 규제와 물질을 사용해 만드는 물건에 대한 규제 등으로 세분해 관리하고 있다.
환경호르몬은 지구온난화와 오존층파괴 등과 함께 전 세계적으로 생물종에 심각한 위협을 주는 3대 환경문제 중의 하나이다.
다행스럽게도 환경부는 지난해 12월 24일에 플라스틱 전주기 발생 저감 및 재활용 대책수립에 관한 대책을 발표했다. 그동안의 1회용 플라스틱 감축 대책에 더하여 생산 단계부터 플라스틱 사용을 줄여나가고, 사용된 생활용 폐플라스틱은 다시 원료로 재사용하거나 석유를 뽑아내어 재활용률을 높인다는 내용이다.
구체적으로는 플라스틱 용기의 비율을 현재 47% 수준에서 2025년에는 38%까지 줄이는 것을 목표로 하고 마트에서 유리 생수병을 찾기 쉬워지게 만들겠다고 한다. 배달용기도 종류에 따라 두께를 줄여서 20% 감축하겠다고 하며 1회용 컵의 경우 사용후 반납시 보조금 제공하는 제도를 신설하고 판매되는 제품을 3개 이하로 묶음 포장하는 행위가 금지 된다. 아파트에서는 투명한 페트병을 별도 분리수거해 재활용률을 높이고 폐비닐로부터 석유를 추출하는 열분해시설도 정부가 나서서 2025년까지 10기를 확충한다고 한다.
플라스틱 감축 및 재활용 정책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많은 노력이 따라야 한다. 환경부가 대책 발표만 할 것이 아니라 실효성 있는 방안도 만들어 지자체와 함께 정책을 집행해야 한다. 국민들이 일상생활 속에서 실천하기 위해서는 정부 차원의 교육과 홍보에 대한 많은 투자도 뒤따라야 한다.
규제를 통한 절감이 아니라 국민들이 생활 속에서 실천해야 효과가 크다는 것이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일회용품과 플라스틱 용기에 대한 정책이 탁상공론에 머문다면 경북지역의 쓰레기 산이 외신에 보도되어 세계적으로 망신당한 일이 다시 반복될 것이다.
앞서 설명한 환경부의 대처는 생산과정과 사후 폐기물에 대한 정책으로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대책으로는 매우 미흡하다. 선진국처럼 물질 자체에 대한 규제와 물질을 사용해서 만드는 물건에 대한 규제 방안도 구체적으로 고민해야한다.
다른 각도에 이 문제를 바라본다면 플라스틱 물병의 사용량 증가는 환경부가 하천이나 취수용 댐의 수질관리를 못해 수돗물에 대한 국민의 불신이 높아진 것도 중요한 이유 중 하나이다. 1991년 낙동강 폐놀 사고가 난지 30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정부는 낙동강 수질을 살리는 방안을 내어놓지 못하고 있고 취수원이전으로 인한 지역갈등만 계속되고 있다. 국민의 플라스틱 과다 소비만 이유로 대고 정책을 만들 것이 아니라 정부의 정책에 문제는 없는지 근본적인 해법은 무엇인지를 잘 살피는 2021년이 되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