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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집중, 이대로 괜찮나

등록일 2021-01-31 20:09 게재일 2021-02-01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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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대식 <br>영남대 교수·도시공학과
윤대식영남대 교수·도시공학과

얼마 전 모 일간지에서 ‘서울 도심 집값 세계 2위, 홍콩 다음으로 비싸다’라는 기사를 읽었다.

그리고 최근 몇 년 사이 언론을 통해 접한 기사들을 보면 서울시민들의 통근소요시간이 지나치게 길다는 기사는 물론이고, 서울의 비즈니스 비용이 세계적인 대도시들 가운데 매우 상위권에 속한다는 내용까지 다양하다.

모두 서울과 수도권의 과밀로 인한 문제점을 적시한 내용들이다. 이러한 언론보도를 볼 때마다 전 인구의 50%가 몰려 살고 경제력 집중이 심각한 수도권집중에 대한 근본적인 성찰이 필요함을 새롭게 느낀다.

오래 전부터 국가경쟁력 강화를 위해 수도권집중이 필요하다는 주장과 수도권집중은 국가균형발전을 저해하고 수도권의 과밀로 인한 사회적 비용의 증가로 수도권의 경쟁력마저 저하시킬 것이라는 주장이 첨예하게 대립하여 있다.

수도권집중의 당위성을 강조하는 논자들은 수확체증(increasing returns to scale)의 원리로부터 경제성장의 동인(動因)을 찾는다. 그리고 밀도가 높고 경제활동의 근접성이 있으면서 집적이 많이 이뤄져 있으면 수확체증이 발생한다고 강조한다. 그들은 국가경쟁력 향상을 위한 공간정책의 방향은 수확체증현상을 감안한 경제원리에 역행하지 않아야 함을 강조하면서 세계적인 경쟁력을 가진 공간영역으로 수도권을 육성해야 함을 강조한다. 물론 이러한 주장은 일리가 있으며, 수도권을 세계적인 경쟁력을 가진 대도시권으로 육성해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수도권집중의 바람직한 수준은 수도권집중으로 인한 과밀의 사회적 비용(주거 및 교통 혼잡비용)이 집적이익(agglomeration economies)을 초과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한정된다.

현재와 같이 수도권에 산업과 인구가 집중하는 현상은 시장원리의 산물이라고 많은 논자들이 주장하고 있지만, 사실은 중앙정부가 주도해온 관치경제의 산물이라는 표현이 더욱 적절하다. 특히 수확체증현상은 고급기술이나 지식을 많이 이용하는 산업에서 발생하는데, 수도권의 경우 지금까지 중앙정부가 주도해온 관치경제(官治經濟)에 의해 고급기술이나 지식이 많이 축적되어 왔다고 볼 수 있다.

지리적 공간상에서 나타나는 4가지 흐름은 인구이동, 자본이동, 의사결정, 혁신의 확산이고, 이들은 상호 밀접한 영향을 미친다.

우리 나라의 경우 개발연대를 거치면서 권력(의사결정)이 집중되는 곳에 자본과 인구도 함께 집중함으로써 수도권집중이 나타났고, 이러한 집중현상이 이제는 돌이킬 수 없는 관성(慣性)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기업의 입지요인으로 생산요소(원료와 노동력), 시장, 집적경제(agglomeration economies), 환경요인, 정부의 영향력 등이 있는데, 이 가운데 우리나라의 경우는 지금까지 중앙정부의 영향력이 강하게 작용했음을 부인할 수 없다. 따라서 이제부터라도 관치경제의 요소를 걷어내고 수도권의 선발이익(initial advantages)이 사라진다면 산업생산 공간으로서 수도권의 입지적 장점이 계속 존재할까 의문이다.

그러나 선진국의 경우는 다르다. 미국의 예를 보면, 첨단산업의 입지요인으로 권력에의 접근성이 중요하지 않다는 사실은 워싱턴 D.C. 주변에 첨단산업이 집중하지 않는 사실로부터 알 수 있다. 오히려 미국의 첨단산업은 명문대학과 국립연구소에의 접근성 및 기후 등의 환경적 요인이 중요한 입지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는데, 이러한 입지경향이야말로 시장원리의 결과로 볼 수 있다.

재화 및 서비스의 생산비용뿐만 아니라 현재 수도권에서 볼 수 있는 주거 및 교통 혼잡비용까지 고려할 경우 일극(一極) 집중의 공간적 독점이 아닌 다극(多極) 집중의 공간적 구조를 만드는 것이 국가 전체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서도 바람직하다. 한 국가 내에서 일극 집중이 심각할 경우 공간적 독점으로 인해 성장의 한계가 존재할 것이라는 사실은 충분히 짐작이 가능하다. 한 국가 내에서 특정 도시 혹은 지역이 산업생산 혹은 삶의 공간으로서 경쟁상대가 없을 때, 국내 도시 혹은 지역 간에 질적인 경쟁이 가능할 것인가 하는 문제가 제기될 수 있다.

수도권이 오직 규모의 경제로 인해 경쟁력을 가질 때 수도권의 질적 성장이 지속될 수 있을까? 하는 의문과 이렇게 될 때 외국 대도시와의 경쟁력이 지속될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은 여전히 남는다. 경제원리를 따른다면, 한계생산성이 높은 지역에 대한 지원과 투자가 바람직하다. 이러한 관점에서 본다면 지금이야말로 수도권의 한계생산성이 지속적으로 증가할 수 있을까 하는 문제에 대해 진지한 성찰과 분석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제 경제적 효율성이 높을 것으로 판단되는 지방 대도시의 육성과 이들 도시를 중심으로 하는 초광역경제권의 형성과 경쟁력 강화를 위한 투자가 우선되어야 한다.

이렇게 될 때 국가 전체의 경쟁력 향상도 가능할 것이다.

수도권문제의 인식과 대안의 선택은 글로벌 경제의 관점에서 조망되어야 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바로 눈앞의 경제적 득실이 아니라 먼 장래의 국토공간구조와 국가경쟁력을 바라보는 중장기적 시각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지금이야말로 국가 백년대계(百年大計)를 고려한 중앙정부의 구체적인 정책수립과 실천전략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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