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이 2050년 탄소중립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구체적인 방안과 국민 각자가 해야 될 일은 무엇일까. 지난해 우리나라의 재생에너지 자립도는 8.6%다. OECD평균이 31.3%이고, 우리가 후진국으로 여기는 중국도 20% 후반이며, 선진 제조업 강국인 독일은 49%다. 세계 경제 10대강국으로 불리는 대한민국의 에너지전환 현주소가 너무 초라하다.
독일은 당초 우리나라처럼 탄소중립 목표를 2050년으로 세웠다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에너지난을 겪은 뒤 2040년으로 앞당겼다. 반면 윤석열 정부는 문재인 정부의 2030년 신재생에너지 달성비율(30.2%) 목표를 21.7%로 대폭 후퇴시켰다. 특히 산업계의 절감목표치를 15.4%에서 11.5%로 낮춰 기후 전문가들과 야당으로부터 “제정신이냐”는 비판을 받고 있다.
탄소중립 달성을 위해 서둘러야 할 에너지전환 대책과 관련한 필자의 생각은 다음과 같다.
첫째, 에너지효율 30% 절감운동을 펴야 한다. 각급 공공기관, 모든 학교, 사무실, 공장, 아파트 등에서는 과다하게 한전과 계약된 계약전력을 적정하게 조정부터 해야 한다. 터무니없이 과다 계약된 계약전력으로 인해 낭비되는 전기가 너무 많다. 아직도 LED로 교체하지 않은 전등은 LED 조명등으로 바꿔야 한다. 모든 조명등과 전기·전자제품의 스위치에 각종 센스를 설치해서 불요불급한 전기를 절감할 수 있다. 기업들이 RE100을 달성하고 우리나라가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재생에너지 투자에 앞서 ‘30% 에너지 절감’부터 해야 한다. 밑 빠진 독에 30%나 에너지를 낭비하면서 탄소중립 목표를 달성하기는 힘들다.
우리나라는 소득 상위 13%가 전기 50%를 쓰고, 소득 하위 50%가 전기 10% 정도를 쓴다고 한다. 부자들이 솔선수범해서 에너지를 줄이는 사회 분위기 조성도 필요하다. 에너지 절감에 따른 각종 혜택도 적극 뒤따라야 할 것이다. 30% 절감은 국민 모두가 나서면 달성 가능한 목표다.
둘째, 모든 가능한 지붕에 태양광을 설치해야 한다. 태양광 발전은 엄청난 수익사업이기 때문에 각 가정의 모든 지붕과 옥상에 태양광을 의무적으로 설치할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 모든 건축물(단독주택, APT, 학교, 사무실, 공장 등) 옥상과 지붕에 태양광을 설치하면 탄소중립에 필요한 재생에너지 30%를 생산할 수 있다. 태양광설치는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필수적으로 하도록 제도화해야 한다.
셋째, 송배전망 보강이 시급하다. 며칠 전 한 에너지 전문가가 “우리나라 송배전망을 신·재생에너지에 맞게 다 갖추기 위해서는 수천조원이 들지도 모른다”는 얘기를 했다. 다소 과장된 말이지만, 필자도 ‘스마트 마이크로 그리드’로 신·재생에너지 수급에 맞는 조밀한 송배전망을 갖추기 위해서는 수백조원은 들 것으로 생각한다.
산업화 시대에는 한전 송배전망을 통해 훌륭하게 전력 공급이 됐다. 그러나 재생에너지로 인해 전력 공급원이 다양화하면서 지난해 제주도에서는 신·재생에너지 발전이 18%에 달하자 132차례에 걸쳐 셧다운이 발생했다.
한전이 감당하든, 민간에 사업을 개방하든, 신·재생에너지 100% 시대에도 끄떡없는 송배전망을 하루빨리 갖춰야 한다. 송전선로 부족으로 인해 전국 거의 모든 지역에서 재생에너지 발전설비를 할 수 없는 지경이다.
넷째, 산업단지와 대도시 주변 농지에 첨단 스마트팜을 조성해야 한다. 아무리 에너지 절감을 하고 공장이나 사무실, APT, 주택 지붕에 태양광 설치를 하더라도 탄소중립을 위해서는 신재생에너지 절대량이 부족하다.
따라서 전력수요가 많은 대도시와 산업단지 주변 농지를 ‘재생에너지 발전원’으로 적극 개발할 필요가 있다. 산업과 마찬가지로 농업 또한 고도화할 필요가 있는데 첨단 스마트팜이야말로 농업을 고도화하는 방편이라 할 수 있다.
첨단 스마트팜은 연계해서 건설하는 수소연료전지 발전소에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와 폐열을 스마트팜에서 활용함으로써 그레이수소를 그린수소로 전환시킨다. 수소연료전지 발전소와 결합한 첨단 스마트팜을 통해 농업을 고도화하는 한편 산업단지나 대도시가 필요로 하는 막대한 신·재생에너지 공급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끝으로, 2050년 전력공급원을 원자력 25~30%, 신재생에너지 70~75%가 달성되도록 계획을 세울 필요가 있다.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2050년 탄소중립 목표를 이행하기 위해서는 언제 어떻게 에너지 절감 30%를 효율적으로 달성하느냐가 아주 중요하다.
이와 함께 우리나라 모든 지붕에 어떻게 태양광 발전을 설치할 것인가, 전국에 걸쳐 ‘스마트 마이크로 그리드’는 어떻게 신속하게 만들어 갈 것인가도 고민해야 한다. 특히 여기저기서 단편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첨단 스마트팜 연계 수소연료전지 발전을 전국에 걸쳐 체계적으로 늘려가는 것도 중요하다. 그렇게 되면 2050년이 아니라 2040년까지 탄소중립과 에너지전환을 달성할 수도 있다.
늦은 감은 있지만, 에너지 전환 캠페인에 정부와 기업, 전 국민이 적극적으로 참여해 대한민국이 에너지자립과 에너지전환 선도국가가 되도록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