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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대만, 세계와 손잡고 넷 제로(Net Zero)의 미래로

쉐푸성(薛富盛) 대만 환경부 장관 전례를 찾아볼 수 없는 기후변화가 세계를 위협하는 상황에서, 넷 제로(Net Zero, 온실가스 배출량 ‘0’) 달성은 대만과 국제사회의 공동 목표가 되었다.올해 2월 대만 차이잉원(蔡英文) 총통은 ‘기후변화 대응법’의 시행을 선포함으로써 ‘2050 넷 제로’ 의 목표를 입법화하고 탄소 저감에 대한 굳은 의지를 표명했다. 또한 탄소정가제도 구축과 다양한 인센티브 제공을 통해 기업들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독려하고 있다.대만은 2022년에 ‘2050 넷 제로 프로세스 청사진’ 및 ‘넷 제로 전환을 위한 12개 핵심 전략 행동 계획’을 연달아 발표한 바가 있다.또한 ‘과학 기술 연구 개발’과 ‘기후 법제’를 기반으로 에너지, 산업, 생활과 사회 등 4대 전환 사업을 신속히 추진하고 있다. 그 외에도 ‘넷 제로 과학기술방안(2023~2026)’을 기용하여 지속가능하고 미래지향적인 에너지, 저탄소, 탄소 네거티브, 순환경제, 인문사회과학 등 5개 분야에 투자하여 넷 제로 과학기술에 대한 개발과 실행을 진행 중에 있다.대만은 지난 10년 간 에너지 집약도는 평균 2.9% 향상돼 에너지 전환에서 좋은 성과를 거두었다. 미국 에너지 경제 효율 위원회(ACEEE에 따르면 2022년 대만의 에너지 효율은 세계 8위로 개선되었다.대만의 재생 에너지 설비 설치 용량은 최근 5년간평균 21.9% 증가했다. 이는 아시아 인접 국가들뿐만 아니라 전세계 평균치인 9.1%보다 훨씬 높은 수준이다. 2023년 풍력 및 태양광 발전 설비 용량은 약 12.9GW에 달해 2016년에 비해 7배를 증가했다.전국에 264개의 해상 풍력 터빈이 설치돼 올해 전체 발전량에서 재생에너지 발전이 약 10%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대만 정부는 안정적인 전력 공급을 전제로 친환경 전력과 미래지향적 에너지 개발을 극대화하고, 에너지 효율 제고, 다양한 에너지 저장장치 개발, 전력망 복원력 강화 등의 조치를 통해 단계적 에너지 전환을 실현해 나가고 있다.넷 제로의 국제적 추세에 부응하기 위해 대만은 정부 조직을 개편했다. 올해 8월 기후변화 대응과 온실가스 감축 관리 업무의 총괄을 맡기 위해 환경보호청을 ‘환경부’로 승격하고, ‘기후변화청’을 신설했다.또한 대만은 ‘국가 적응 리포트’를 발표하고 기후변화에 대한 과학적 조사 연구와 적응 및 실행 성과를 보여줬다. 동시에 통합 플랫폼의 구축을 통해 ‘기후변화 적응 실행 계획’을 세웠으며 이는 기후변화 대응 능력을 제고하고 국민의 안전과 국가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보장해 줄 것이다.대만 자원의 70% 이상이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2022년 일반 생활폐기물의 회수율은 59.5%이며, 산업폐기물의 재활용률은 86.5%에 달한다. 환경부는 ‘자원환경청’을 신설해 순환경제를 도입하고 자원 순환 및 폐기물 제로 개념을 실행에 옮겼다.또한 ‘그린디자인으로 오염원 관리’, ‘에너지 자원 재활용’, ‘ 폐에너지의 균형과 관리’ 등 3대 순환 계획으로 산업 체인을 연결하는 순환 네트워크를 구축했다.동시에 ‘혁신 기술과 제도’를 자원 순환을 이끄는 주축으로 삼아, 폐기물 제로와 넷 제로의 비전 달성을 가속화하고 있다.수출주도형 경제 구조를 가진 대만의 기업은 경영에 있어 국제 정세에 영향을 받고 있다. 글로벌 탄소 국경 조정 제도(CBAM), 녹색 공급망 구축에 대한 세계적 추세에 대응하기 위해 대만 정부는 부서 통합 조정 기구를 설립했다. 이 기구는 각 기업이 제품의 탄소 함량을 이해하고 줄이는 데에 도움을 줄 것이며 탄소 정가 책정 제도를 추진하고자 노력하고 있다.또한 대만 정부는 기업의 저탄소 전환을 지원하기 위해, ‘친환경 금융 실행 계획’을 추진해 친환경 또는 지속가능한 산업에 투자를 유도하고 있다.올해 8월 대만은 ‘대만 탄소권 거래소’를 설립해 거래시장에서 거래, 유통을 통해 기업의 탄소 저감뿐만 아니라, 저탄소 기술의 연구 발전과 관련 인재 육성을 촉진하여, 친환경 경제의 선순환을 이끌고 있다.대만은 선한 역량을 가진 나라로서 우수한 친환경 기술과 과학실력을 가지고 있다.이를 통해 재해 구조 및 예방, 환경, 의료, 공중보건, 그린 에너지 등 관련 업무에 응용해 세계에 공헌할 기회를 찾고 있다.대만은 ‘유엔기후변화협약’ (UNFCCC)이 대만사람들에게 평등한 참여 기회를 제공하기를 기대한다. 또한 글로벌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국제협력기구와 ‘파리협정’ 관련 협상에 참여해 국제사회와 함께 글로벌 기후 위기를 극복해 나갈 수 있기를 바란다. 전세계가 기후변화 위기와 공급망 재편에 직면한 이때, 대만은 중요한 해결사이자, 가장 믿음직하고, 안전하고 든든한 협력 파트너가 될 것이다.

2023-12-03

포항역은 정녕 사라졌는가?

서의호 포스텍 명예교수·산업경영공학 포항역은 지금 어디 있는가?포항이 어촌에서 해병대 기지가 설치되고 군인들이 오가고 포항제철로 철강도시가 되고 다시 포스텍을 기반으로 첨단과학의 도시로 변해가는 과정을 그대로 함께 한곳이 포항역이다. 필자가 포스텍의 정년 퇴임을 하기전인 7년 전 하루아침에 폭파되어 사라진 포항 역사를 기억하면 잠이 안 올 정도로 지금도 괴롭다.해외 출장을 다녀온 후 그 정겨운 역이 사라지고 도로가 휑하니 휑하니 뚫린 걸 보았다. 더구나 고풍 건물이 즐비한 유럽 출장을 다녀오는 길이었기에 그 충격은 엄청나게 다가왔다. 포항역사가 보존이 안되고 길을 내기 위해 부순다는 걸 도저히 상상하기 힘들었기에 나의 두 눈을 의심했다. 포항의 눈물과 기쁨, 그리고 오랜 역사를 간직한 포항역이었다. 일제시대부터 사용하기 시작해 해방과 함께 건축된 포항역사는 거의 100년 가까운 포항의 산증인이다.그러나 순식간에 포항역은 사라졌다. 폐철도 공원 조성 시 축소된 모형을 건립한다고 시장은 약속했었는데 지금 축소된 모형이라도 만들어졌는지? 설사 만들어진들 그런 모형이 감동을 줄 수 있을까?시장을 찾아가 물었다 “왜 포항역사를 부순 것인가?” 답은 간단했다 “역사적 가치가 없기 때문이다” 역사적 가치란 무엇인가? 건축양식이 아주 특이해야만 역사적 가치를 가져야만 하는가? 포항의 주민들의 수십년 손때가 묻은 문고리 하나도 소중하다. 그 역사가 가진 수없는 사연과 눈물겨운 그리고 즐거운 추억들이 모두 소중한 것이다.왜 한국은 역사를 무시하고 부수고 없애는 것일까?옛 건물들과 유적지들은 사라지고 있다. 서울에서 학교를 다닐 때 늘 지나다니곤 했던 종로2가에 있던, 역사적 보존가치가 높은 화신백화점 건물도 사라졌다. 일제시대에 건축되어 옛 건축미를 가지고 있던 그곳은 초현대 건물로 바뀌었다. 중앙청 건물은 일제의 잔재라고 하여 폭파시키고 해체하였다. 단성사 국도극장 등 보존가치가 높은 건물들이 이젠 흔적조차 찾아볼 수가 없다.유럽의 도시들, 파리나 런던, 바르셀로나나 리스본 등은 도시 전체가 하나의 박물관으로 형성되어 있다. 옛 건물들이 그대로 보관되어 있다.그러한 역사적 건물들은 관광자원뿐만 아니라 국민들의 자부심으로 자리잡고 있다. 치욕의 역사적 건물, 부서진 역사적 건물도 원형 그대로 보존하여 후세들에게 교훈으로 삼고 있다. 역사와 전통이 마구잡이로 파괴되고 있는 것을 더 이상 두고 볼 수는 없다. 포항의 역사와 포항시민의 애환이 깃든 역사적 건물이 하나둘 사라지고 있는 데 대해 옛 건물의 역사적 의미를 되찾고 미래의 소중한 유산으로 보존하기 위한 한 방안을 세워야 하고 역사적 건물들은 복원되어야 한다. 지역을 상징하는 건물들, 포항역사, 청룡회관, 포항 문화원, 옛 포항시청사들은 보존되어 관광객을 충분히 끌 수 있는 자원이 되었을 것이다.구룡포에 있는 일본인 거리는 옛 건물들로 관광객을 유치하고 있다. 이같은 유산들이 시민들의 의견 수렴을 충분히 하지 않은채 공무원들의 판단에 따라 흔적도 없이 사라져 시민들의 향수와 자긍심도 훼손되고 있다. 시민들의 삶과 궤적을 함께 해온 유서깊은 건물들이 지역사회와 한마디 상의 없이 사라지도록 내버려둬서는 안 된다.진정한 역사의식과 충분한 의견 수렴이 필요하다. 지역의 역사성이 깃든 건물 등 유·무형 자원에 대한 아카이브(기록보관소)도 구축해 이들 자원에 대한 체계적인 보존과 홍보가 이뤄져야 한다. 역사적 유물들을 철거하기 전에 ‘지역문화유산보존심의위원회’같은 별도기구를 두고 시민들과 합의해 결정해야 한다. 80년대 초 일본의 역사도시 교토(京都)의 철도역 복합개발을 두고 보존과 개발이라는 가치가 충돌한 예가 있었다. 교토부는 10년간의 지루한 공방 끝에 개발로 결정했고, 그 과정에서 역사보존과 개발에 대한 다양한 연구와 논의가 이뤄진 사례가 있다.현대의 첨단정보통신사회는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변하고 있으며, 지금 우리가 사는 도시가 미래의 변화에 얼마나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느냐에 우리의 생존이 달려 있다. 그렇기 때문에 도시계획도 중요하고 경제적 효용도 가치가 있겠지만 미래도시에서의 삶과 도시의 모습도 함께 그려보는 지혜가 우리들 모두에게 절실히 요구된다.거창한 문화재 보존이 아니더라도 우리 시만의 축적된 도시의 역사, 이야기, 기억이 스민 곳이라면 체계적으로 보존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시민과 전문가들이 모여 ‘역사유물 보존 및 회복 시민위원회’같은 것을 만들어 역사적 유물들의 보존방안을 포항시에 요구해야 한다.사라진 포항역사를 대신하여 뚫린 그 길로 정말로 차를 몰고 가기 싫다. 포항에 들를 때면 그 도로에서 눈길을 돌려 우회 길로 달리는 필자의 심정은 아마 지금 포항의 역사를 그리워하는 시민들의 심정과 같을 것 같았다.찻집으로 단장한 옛 포항역사에서 차 한잔을 마시면서 코스모스 하늘 거리는 옛 철길을 걷는 그런 낭만을 포항시는 시민으로부터 앗아갔다.포항역은 정녕 사라졌는가? 나의 가슴을 타고 흐르는 눈물은, 역사를 잃어버린 포항시민들의 눈물일 것이다.

2023-11-26

대한민국 도전과 혁신의 Pioneer(파이오니어), 포항

김진홍 포항지역학연구회 연구위원 다양한 형태의 사건, 운동 등 사회적 현상에는 늘 보이지 않는 힘이 있다. 그 실체는 시대적 조류에 흐르는 정치·사상·철학적 가치관 등 정신적 에너지다.□ 2·28 정신의 DNA와 경북인의 기질2·28 민주운동에는 어떤 에너지가 있었을까. 경북인의 DNA, 기질 속 정신에너지였을 것이다. 과거 대구는 경상북도에 속했다. 대구인=경북인이며 그 기질과 DNA는 같다. 경북인의 복합적인 기질은 역사적 사건에서 다양한 스펙트럼을 보여 준다.고대 포항에서 일본으로 건너간 ‘연오랑’은 ‘개척정신, 선구 정신’을, 신라의 ‘화랑도’는 호국정신을, 조선시대에는 선비와 자비 정신을, 임진왜란 때는 조선 최초의 시한폭탄인 ‘비격진천뢰’를 개발하여 나라를 지킨 창의 정신이 있었다.구한말 의병들은 불굴의 저항정신을, 국채보상운동에서는 민족자결과 독립 정신을, 6·25 전쟁 당시 경북인의 DNA에는 호국, 화랑정신의 계승을 확인하였다. 전후 재건 과정에서도 선도성과 개척정신을 보였고, 원전, 방폐장, 사드 배치 등을 수용한 ‘공익, 대의 정신’도 엿볼 수 있다. 이러한 경북인의 복합적인 정신, 철학, 기질이 융합되어 일어난 사회 현상의 하나가 2·28 민주운동이었다.□ 2·28 이전 포항의 2·28 DNA 스펙트럼포항이 대한민국의 도전과 혁신의 파이오니어라는 근거로 가장 오래된 역사적 사건은 개척, 도전정신으로 고대 ‘왜’로 건너가 ‘신’이 된 연오랑의 이야기다. 현대 일본에는 연오랑이 타고 왔다는 돌배(岩船)가 많고, 연오랑 즉 ‘스사노오노미고토(素6214嗚尊)’를 기리는 신사도 많다.2·28의 170년 전에는 자비심으로 구휼미를 공급하는 ‘포항창진’을 운영하였다. 1808년 영국 지도에 호미곶이 표기될 정도로 포항은 지경학, 지정학적 요충지였기에 조선 후기에는 ‘포항진’이 설치된 적도 있었다.2·28 50년 산남의진의 의병이 일제에 저항한 중심지도 포항이었다. 특히 2·28 불과 10년 전 6·25전쟁, 사회·공산주의 국가인 북한이 적화통일을 위해 동족을 학살하자 자유 대한과 국민을 지키려 항전한 그 전쟁이 일어났다. 그때 포항의 학도병들이 나섰다. 그때의 산증인들이 지금 보훈단체에 있다.당연히 그분들의 정치이념은 자유 민주주의를 수호하는 ‘우익, 우파’다. 그분들의 정책 성향은 개혁을 꺼리는 ‘보수’가 아니라, ‘개혁, 진보, 혁신’ 그 자체다. 그러하기에 안전한 집을 나와 총을 잡고 북한군에 맞선 것이다.정치이념, 사상에 우리 헌법은 우익만 인정한다. 대구, 경북, 포항이 ‘보수’라는 말은 왜곡된 표현이다. ‘과감한 개혁, 도전, 혁신적인’ 정책 성향을 지녔고, 피로 지킨 자유 민주주의를 수호하는 정치이념이 ‘우파, 우익인 본거지’가 올바른 표현이다. 포항이 호국도시로 불리는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포항인, 경북인의 정책 성향가운데 ‘진보와 혁신과 개혁과 도전’ 성향은 ‘보수’ 성향보다 더 강하다. 그러한 개혁, 진보의 정책성향을 가졌기에 포항은 수많은 최초의 기록을 보유하게 된 것이다. 그로부터 불과 10년 뒤 1960년 2월 28일 대구에서 대한민국 최초의 학생 민주운동이 일어난 것은 당연한 일이다. 불과 10년 선배 학도병들이 피로 지켜낸 자유 대한민국이 각종 부패와 비리로 망치는 이승만 독재정권을 용납할 수 있었겠는가.포항은 2·28 DNA의 다양한 스펙트럼으로 ‘한강의 기적’을 선도하였다. 1971년 9월 17일 고(故) 박정희 대통령과 전국 도·시군의 장들이 문성리 새마을 현장에 모두 모였다. “전국 시장 군수는 문성동과 같은 새마을을 만들라”라는 지시가 나왔다. 포항이 새마을을 선도한 것이다. 포항종합제철 착공 당시 세계가 어렵다고 했지만 1973년 한국 최초의 일관제철소를 완공시켰다.□ 2·28정신을 계승한 포항의 미래상향후 포항은 2·28정신을 계승하며 지방시대, 환동해 시대도 선도할 것이다. 포항은 이미 많은 최초 기록으로 입증하였다.1914년 경북 최초 자동차교통, 1917년 한반도 최초의 포도원, 1928년 남한 최초 연어 인공부화, 1931년 동해안 최초 어선경기, 1932년 조선 최초 어류생태조사, 1950년 한반도 최초 미군상륙작전. 1968년 국내 최초 기업연수원, 1977년 국내 최초 대학생요트대회, 1990년 국내 최초 축구전용구장, 1995년 세계 5번째 3세대 방사광가속기, 1999년 국내 최초 지능로봇대회, 2016년 세계 3번째 4세대 가속기, 2017년 국내 지자체 최초 여성통계, 2022년 국내 최초 세계등대문화유산 선정 등. 대한민국의 도전과 혁신을 선도한 파이오니어 포항의 증명서다.1950년대 청어 등 수산자원으로 로컬을, 1990년대까지 산업의 ‘쌀’로 내셔널을, 2010년대까지 첨단과학기술로 글로벌을 극대화한 포항은 이제 글로컬의 극대화를 위해 달릴 것이다.

2023-11-26

녹색쾌락주의

이원만 시인 “현대 경제의 살 길은 소비패턴의 생산시스템에의 대거 반영이고 그 소비패튼은 여성 소비판단력의 우수성에서 기인하며 그 여성 소비판단력이 경제 대원리를 좌우한다.”위의 말은 세계적인 경제학자인 임마뉴엘 윌러스틴과 폴 크루그먼의 주장이다. 다양한 생물종의 멸종만이 아니라 인간의 멸종에 대한 경제대책을 어떻게 세울 것인가라는 고민에서 나온 말이다. 그런데 ‘여성소비판단력의 우수성’이라는 말에서 왜 ‘여성’이고 ‘소비판단력’일까? 또 ‘우수성’이 뭘까? 이런 질문 끝에 ‘대안쾌락주의’ ‘녹색쾌락주의’라는 말들을 떠올리게 된다.지금의 생물다양성의 위기, 인간멸종의 위기라는 문제들에 대한 해결책으로 제시되는 것들이 지금의 문명이 주는 모든 것을 포기하고 원시시대로의 회기하자는 것이거나 자본주의 파괴와 새로운 사회체제를 세우자는 등 따라하기가 어려운 비현실적인 것들이 많다. 그렇다고 또 다른 대안으로 제시되는 텀블러로 에코빽으로 지구를 구할 수는 없지 않은가.풍력발전, 태양광발전 등 생태적인 에너지정책을 잘 받아들였던 독일국민들이 겨울철 난방을 위해 정부가 내놓은 히트펌프정책을 반발하고 나섰다.가스, 석유보일러들을 히트펌프로 서서히 교체하자는 것인데 그 비용이 부담이 되는 모양이다. 열효율이 좋고 이산화탄소의 배출도 줄이지만 정부가 지원한다고 해도 가계가 부담해야되는 히트펌프가격만 2천만원 수준인데다 거기에 설치비, 난방효율을 높이는 건물수리비용이 눈덩이처럼 커져 부담이 되기 때문이다.그래서 법에 의해 의무적으로 히트펌프를 써야하는 기간을 피하기 위해 새로 짓는 집을 짓는 이들은 가스, 석유 보일러를 미리 설치한다고 난리라고 한다. 거기에다 기계도 기계설치인원도 아직 부족해서 언제 설치될지도 모르고 기다려야하는 등의 불편까지 감수해야하니 원성이 자자할 만하다. 기후위기 대처에 적극적인 독일의 녹색당은 히터펌프정책으로 여론의 질타를 받고 있고 기후위기를 과장된 종말론으로 여기는 세력들에게 권력을 넘겨줄지도 모르는 처지에 놓이게 됐다. 기후위기에 잘 대응한다고 하는 유럽의 중심국가인 독일의 이런 사례를 보면 탄소중립과 기후위기의 극복이 얼마나 지난한 일인가를 알 수 있다. 아무리 방향이 좋다고 하더라도 나의 노후대책을 무너트리고 세입자나 노인가구의 부담을 고려하지 않는 정책은 외면받는다. 디테일이 중요한 것이다.‘여성 소비판단력의 우수성’이라는 말이 나오는 배경에는 이런 정치적인 경제적인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한 것이 무엇인가라는 고민이 깔려있다. 그것이 자본주의 경제의 내용을 바꿀 수 있다는 믿음이 깔려있다.집안 일이든, 음식이든, 소비든 여성들의 판단력이 좌지우지한다. 그래서 그 여성의 소비판단력이 우수해야 하는 것이다. ‘우수성’이라는 말에 ‘녹색쾌락주의’라는 말을 넣어본다면 우리는 어떤 소비미학을 가지게 될까? 어떤 라이프 스타일을 가지게 될까?-얼마든지 비행기를 타도 상관없다, 우리의 식습관을 줄일 수 있다면!-핫 플레이스로 붐비는 여행지보다는 고즈넉한 힐링이 낫지 않겠는가!-친환경 유행을 따라 에코빽을 더 사느니, 그냥 소비를 좀 줄여보자!-개나 고양이만 예뻐하지 말고, 한 번쯤 돼지의 입장도 생각해보자!‘텀블러로 지구를 구한다는 농담’이란 책에서 쇤부르크가 주장하는 고품격 녹색의 삶에 대한 몇 가지 제안들이다. 불편하지 않고, 맛을 즐길 기쁨도 놓치지 않고, 유행에 뒤처지지 않는 드레스스타일을 유지 하고, 여행도 즐기고, 스포츠도 즐기는 녹색의 삶은 불가능할까?그런 녹색쾌락주의자들이 많아져 소비가 그런 기준으로 진행되면 자본은 어디에 투지를 할까? 육식을 줄이는 것만으로도 지구열대화를 위한 엄청난 기여를 할 수 있다. 거기에다가 생태민주주의의 관점에서 소와 닭과 돼지를 개와 고양이 수준으로 사랑할 수도 있지 않은가! 정치가 제시하는 정책방향도 중요하지만, 그 정책이 우리의 라이프 스타일을 디테일하게 만족 시키는 정책으로 적용시키는 것은 우리의 고품격 녹색의 삶, 녹색쾌락주의자들의 지갑이 어디에 열리는가가 결정한다. 그것말고 다른 대안들은 솔직히 비현실적이다. 불편해서, 희생을 강요해서 싫은 것이다.세계는 전쟁중이고 선진국들의 생태정책들은 후퇴하고 있다. 가능성이 낮지만 만약에 선진국들이 높은 수준의 규격을 만들어 낸다면 가난한 나라들은 그것을 따라하지 못해 많은 손해와 불편을 감수해야 한다.한 나라의 문제가 아니라 전지구적인 문제인 까닭이 여기에 있다. 그 모든 것들을 꿰뚫는 것은 ‘여성 소비판단력의 우수성’이다. 디테일하고 현실가능하지만 품격도 높은 녹색의 삶, 녹색쾌락주의가 앞으로 우리의 라이프 스타일이 되어야 한다.

2023-11-19

이스라엘의 보복전쟁은 즉각 멈춰야 한다

배한동 경북대 명예교수·정치학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전쟁은 개전 한 달이 지났다. 전쟁이라기 보다는 이스라엘의 일방적 점령이라 볼 수 있다. 하마스의 무리한 이스라엘 축제장 난입과 200여 명의 인질이 전쟁의 발단이다.이스라엘군은 탱크를 앞세워 팔레스타인 가자시티를 점령해 버렸다. 정확한 팔레스타인의 피해 상황은 알려지지 않았지만 벌써 민간인 1만여 명이 피살되었다. 며칠 전 이스라엘군은 가자시에서 가장 큰 알시파병원까지 점령했다. 병원 바닥에서 피를 흘리는 어린 환자, 전기마저 끊긴 병원에서 신생아까지 죽어가며 팔레스타인 부상자는 넘쳐나고 있다.이집트 국경 남부 라파 쪽으로 밀려가는 피난민 행렬은 우리의 6·25를 연상케 한다. 유엔의 구호품마저 전달되지 않는 이 전쟁의 참상은 전 세계인들을 경악케 한다. 이 전쟁은 누가 뭐라던 이스라엘의 대대적인 보복 전쟁이다. 하마스의 무모한 인질극을 두둔할 생각은 추호도 없다. 귀중한 생명을 앗아가는 이스라엘의 보복 전쟁이 즉각 중단되어야 할 이유는 다음과 같다.먼저 이스라엘의 무자비한 보복 전쟁은 인도주의에 근본적으로 반하기 때문이다. 전쟁은 외형적으로 하마스의 이스라엘에 대한 침범과 인질극에서 비롯되었지만 양측 갈등의 누적된 불만이 표출된 것이다. 전 세계 디아스포라가 되었던 유대인들은 2차 대전 후 1948년 가나안 땅에 이스라엘을 건국한다. 이스라엘의 건국은 수십 세기에 걸쳐 살아온 팔레스타인인들을 쫓아 버리는 비극을 초래하였다. 팔레스타인인들은 현재 이스라엘 외곽으로 밀려나 철조망 안에서 갇혀 사는 신세로 전락했다. 이들 간의 영토 논쟁은 닭과 계란처럼 시작도 끝도 없다. 이번 전쟁은 결국 현대적 장비를 갖춘 이스라엘의 30만 정규군과 3만명으로 추산되는 하마스 간의 전투이며 처음부터 승부가 결정된 전쟁이다. 탱크와 첨단장비를 갖춘 이스라엘군은 이미 1만여 명의 팔레스타인 사람의 생명을 빼앗아 갔다. 이러한 이스라엘의 일방적인 군사작전은 국제법에도 어긋나며 반인도적 전쟁 범죄일 뿐이다.둘째, 국제 여론도 이스라엘의 침략행위를 비난하고 있다. 미국만이 처음부터 이스라엘의 입장을 지지하고 있다. 이스라엘의 즉각적인 교전중단을 요구하는 유엔 안보리 결의안이 15개국 중 12개국이 찬성으로 통과되었다. 미국, 영국, 러시아만이 기권했을 뿐이다. 다행히 우리 정부도 유엔 총회 결의안에서 미국편을 들지 않고 기권하였다. 이스라엘 정부 입장을 무조건 옹호하는 미국의 처신도 점차 국제적으로 비난의 대상이 되고 있다. 세계 여러 곳의 유대인들은 어디서나 성공했지만 그들의 행위는 시기와 비난의 대상이 되고 있다. 그들은 어디에서든 그들 유대 교회에 나가면서 열심히 공부하여 상류층에 진입해 있다. 아인슈타인도 미국의 헨리 키신저도 현 미국 국무장관 블링컨도 모두 유대인이다. 미국에서는 월가를 장악하였고, 프랑스에서는 언론까지 장악하였다. 그러나 유대인들은 수전노라는 별명까지 얻으며 이웃과의 공생의 원리를 잃고 있다. 반유태주의가 퍼지고 국제 여론이 나쁜 이유이다.셋째, 이 전쟁은 이스라엘 현 총리 벤야민 네타나후의 정치력과도 결코 무관치 않다. 전쟁 전부터 그의 보수 강경 노선은 이스라엘 어디에서나 인기가 없다. 이 전쟁은 그가 유발한 전쟁이라는 비판이 따르는 이유이다. 하마스의 이번 인질극을 네타나후는 그의 실추된 정치력 회복 계기로 삼는 듯하다. 실각 위기에 놓인 그의 정치적 입지를 하마스에 대한 전쟁으로 만회하려는 것이다. 여느 독재자처럼 그는 내우를 외환으로 극복하려는 무리한 술책을 쓰고 있다. 그의 꿈은 이번 전쟁을 가자 지구를 장악하여 이스라엘의 영토 확장의 기회로 삼으려는 듯하다. 이스라엘은 이미 수차례의 전쟁을 통해 서안지구(West Bank)나 골란고원을 점령해 이스라엘 정착촌을 건설하였다. 이번 전쟁도 가자지구의 팔레스타인인들을 이집트의 시나이 사막으로 쫓아버리고 ‘젖과 꿀이 흐르는 가나안 땅’을 찾으려는 의도일 것이다.그러나 이스라엘 총리 네타나후의 꿈은 실현될 수 없다. 우선 이 보복 전쟁에는 수많은 팔레스타인의 무고한 생명이 희생되고 있으며 세계의 여론도 점차 그들 편이 아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도 몇 년 전 다윗의 별을 상징하는 이스라엘국기가 광화문 태극기 집회에 등장한 바 있다. 유대인들이 인접 반 이스라엘세력을 무력으로 응징하듯 우리도 북한을 강력히 응징해야 한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 한국의 일부 극우 편향 종교 집단의 무모한 의도이며 매우 위험한 발상이다. 우리 속담에도 ‘짐승도 도망칠 구멍을 두고 쫒으라’는 말이 있다. 이스라엘의 강력한 무력에 의한 잔인한 팔레스타인 복속은 인륜에 반하는 잠정적 조치이기 때문이다. 장기전이 되면 인접 이슬람 국가들의 동맹을 강화시켜 전면전으로 확전될 가능성도 있다. 이스라엘은 그들이 배척하는 ‘눈은 눈, 이는 이’라는 일부 이슬람의 동태 복수법을 반복해서는 안 된다. 야훼 하느님을 절대적으로 신봉하는 이스라엘은 일단 전쟁부터 멈춰야 한다.

2023-11-19

대한민국 버전 IRA(인플레 감축법)가 필요하다

위현복(사)한국혁신연구원 이사장 미국도 유럽 선진국들과 함께 예외 없이 탄소중립을 추진하고 있었으나 민주당 정부는 적극적이었고 공화당 정부는 역행했다. 부시 대통령은 교토의정서에 참여하지 않았고, 트럼프 대통령은 파리기후협약을 탈퇴했다. 따라서 미국은 탄소중립과 에너지전환이 선진국 중에서 매우 뒤처졌다. 그래서 바이든 대통령은 취임 후 첫 일이 파리기후협약 복귀였고 모든 정치력을 기울여 IRA를 시행하고 있다.IRA는 미국 연방정부 주도로 2022년부터 2031년까지 500조원(현 환율 기준)을 투입하여 지난해 기준 현재 22%인 재생에너지를 2030년 60%까지 달성하고자 한다. 내용을 살펴보면 첫째 재생에너지 발전인데, 태양광의 경우 2022년 1천750만KW에서 2031년 7천500만KW까지 순차적으로 확대 설치, 둘째 재생에너지 기반 디지털화한 스마트 그리드(전력망) 설치, 셋째 충분한 전기차 충전소(에너지 저장소) 설치, 넷째 막대한 전기차 보조금 지원을 통한 전기차(움직이는 에너지 저장장치) 보급 확대다.이를 통해서 재생에너지 기반의 새로운 첨단 산업생태계를 조성함으로써 코로나19로 풀린 막대한 자금을 에너지전환과 미래 산업 투자로 이끌어 내고 인플레이션도 감축시키고자 하는 미국 정부의 미래 산업 투자전략이다.재생에너지 기반 에너지전환을 추진하는데 대해 기존 화석연료를 바탕으로 한 에너지산업계의 반발과 석유, 석탄, 가스 관련 산업 등 좌초자산의 퇴출 저항을 주정부로서는 감당하기 힘든 점도 있다. 그래서 연방정부가 강력하게 나서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이다.우리나라는 신재생 에너지 정책의 기본인 태양광발전, 풍력발전 등의 기본적인 인·허가권을 지방자치제도의 원칙에 의거하여 일선 시, 군, 구에 부여하고 있다.기초자치단체인 시, 군, 구가 재생에너지 활성화를 위해 경쟁을 했으면 별 문제가 없었을 테지만, 그간 시, 군, 구는 그 권한을 재생에너지발전 사업을 규제하는 쪽으로 경쟁적으로 사용하여 구미시의 경우 이격거리를 벗어나 발전 사업이 가능한 지역이 도시 면적 전체의 0.09%에 불과한 상황까지 왔다.또한 시, 군, 구의 협상력으로는 산업화시대에 적합하게 설계된 한국전력 중심으로 수직계열화 된 전력 송·배전망을 재생에너지기반 에너지전환 시대에 적합한 수평화 된 ‘디지털화한 스마트 그리드’를 한전에 요청할 협상력도 부족하다. 현재 전국 대부분의 지역은 송전선로 부족으로 재생에너지 발전사업 자체가 불가능한 실정이다. 한전 또한 수백만의 재생에너지 발전사업자로 구성될 수평적인 재생에너지 기반 디지털화한 스마트 전력망으로 송·배전망을 재구축할 대비가 전혀 되어있지 않은 상황이다.차제에 미국의 IRA와 비슷하게 법과 제도 정비를 통해서 우리나라의 재생에너지 활성화 방안을 찾아보고자 한다.현재 시, 군, 구의 조례를 통한 각종 이격거리 규제로 재생에너지를 설치할 땅이 없고, 한전의 송전선로 부족으로 재생에너지발전사업 자체가 불가능하다. 따라서 우리도 미국처럼 법과 제도 정비를 통해 새롭게 정책방향을 수립해야 한다. 먼저 우리 기업들의 산업경쟁력 제고를 위해 전국 산업단지의 장·단기 RE100 수요파악부터 해야 한다. 파악된 수요를 바탕으로 모든 이격거리 규제를 폐지한 뒤 첫째, 도시와 산업단지 주변 농지에 재생에너지 수요에 적합한 만큼의 태양광 발전단지를 조성하도록 한다.둘째, 재생에너지가 필요한 기업과 농지태양광 발전단지 간에 직접 PPA 방식의 새로운 그리드(전력망) 구축을 활성화한다. 셋째, 전국 곳곳에 재생에너지 충전소 구축 사업을 민간 자본을 끌어들여 충분할 정도로 활성화한다. 넷째, 국내 차량들을 가능한 한 빠르게 전기차로 교체 가능하도록 전기차 보조금을 확대한다.지금 세계는 에너지 전환과 탄소중립 달성을 위해 난리가 난 상황이다. 미국은 IRA를 통해 자국 산업을 보호하고 새로운 재생에너지 기반 산업생태계 조성을 위해 안면몰수하고 있다. EU는 유럽판 IRA(Net Zero Industry Act)를 통해 유럽의 산업보호와 새로운 산업생태계 구축에 여념이 없다. 이러한 시기에 우리나라는 논의만 분분한 채 탄소중립 정책은 끊임없이 갈지자 행보만 하고 있고 에너지전환정책은 거대한 화석연료 발전사들에게 발목이 잡혀 논의만 가득한 가운데 방향을 잃고 헤매고 있다.미국의 경우 국고를 500조원이나 직접 투입하는 충격요법을 썼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첫째, 농지태양광 발전단지 조성, 둘째, 산업체와 발전단지 간 직접 PPA 방식 스마트 그리드 구축, 셋째, 전기충전소 설치 등에 “기후금융”을 활용하면 국가 재정 부담은 거의 없이도 탄소중립 달성이 가능하다.불필요한 이격거리 해제하고 전면적인 농지태양광을 허용하는 등 법과 제도만 선진국 수준으로 정비하고 정부에서 제도 활용만 제대로 한다면 우리나라는 다른 어느 나라 보다 발전된 첨단 제조업과 디지털화한 산업 환경을 활용하여 단시일 내에 탄소중립 선도국가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이것이 시급히 대한민국 버전 IRA(인플레 감축법)가 필요한 이유다.

2023-11-12

프랑크푸르트학파와 하버마스 그리고 포항

유성찬 (협동조합) 지속가능사회연구소 소장지속가능한 사회를 위한 포항시민연대 공동대표 발터 벤야민(1892∼1940), 호르크하이머(1895∼1973), 아도르노(1903∼1969년), 에리히 프롬(1900∼1980), 마르쿠제(1892∼1979) 등 학자들은 프랑크푸르트 대학과 인연이 깊다. 그 대학 사회연구소의 회원이고, 독일인들이다. 부유한 유대인의 자제들이기도 하다. 세계사에서 이 사람들을 프랑크푸르트학파라고 부른다. 프랑크푸르트학파는 히틀러의 나치 집권 후에 1933년부터 학문의 자유를 찾아 미국으로 망명한 독일 출신 유대인 학자들이다. 그리고 2차대전이 끝난 후, 대부분 다시 독일로 돌아와 프랑크푸르트대학에서 사회비판이론을 연구하게 된다.여기 또 한 사람의 학자가 있다. 유대인은 아니지만 프랑크푸르트학파의 정통계승자로 불리운다. 현재 생존해 있다. 위르겐 하버마스(94)가 바로 그 사람이다. 2006년에는 우리나라에도 다녀간 바 있다. 위르겐 하버마스는 부유한 관리의 아들로 태어났다. 특이한 점은 어린 시절 나치소년단의 단원이었다는 것이다. 역사속에서 나치소년단원은 독일패망 전에 ‘베를린사수’ 전투로 내몰려 총알받이로 등장하기도 한다. 하버마스는 뉘른베르크 전범재판의 과정을 겪으면서 나치즘의 실체, 폴란드 아우슈비츠 강제수용소 유대인 대학살에 대해 알게 되면서 사회적, 정치적 의식을 깨닫게 되었다. 그리고 파시즘과 사회비판이론을 연구하게 된다. 이후 좌파로부터는 수정주의자로 우파로부터는 공산주의자로 몰리기도 한다. 프랑크푸르트학파와 하버마스는 실존주의를 넘어 현대사회의 ‘인간의 수단화’, ‘인간소외’에 대항해 학문적 과제를 만들어 내었고 이를 사회비판이론으로 발전시키게 된 것이다.하버마스의 핵심은 의사소통이론과 공적토론영역(공론장) 이론이다. 또 이 이론들은 현대의 언론학과 커뮤니케이션 이론에도 영향을 많이 끼쳤다. 프랑스 계몽시대의 공론장은 부르주아지(bourgeoisie)들이 모여서 맥주와 커피를 마시며 논쟁하던 살롱이며, 현대의 공론장은 신문과 라디오, TV방송이다. 약 20여년전부터는 인터넷시대에서 SNS, 모바일톡으로 공론장이 역사적으로 발전하였다고 주장한다. 또 의사소통이 잘 이루어지려면 공론장이 그에 맞추어 잘 자리 잡고 있어야 하는 것도 당연한 이치이다.인간의 이성(理性)은 ‘진위(眞僞), 선악(善惡)을 식별하여 바르게 판단하는 능력’을 말하고, 합리(合理)는 ‘논리적 원리나 법칙에 잘 부합함’을 뜻한다. 사람이 참과 거짓을 구분할 줄 알고 그 이치에 부합하여 살아간다면 그 자체가 대동세상이자 선(善)한 공동체일 것이다. 실제 참된 인간이라면 현실사회에서 ‘벽에 부닥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폭력적 쟁투보다는 평화적인 ‘의사소통행위’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더 인간적이라는 것을 모를 리가 없다. 의사소통이란 ‘말하는 사람’과 ‘듣는 사람’이 역할을 바꾸어가며 자신의 주장을 하게 되고, 또 상대방 주장을 비판하고, 주장에 대해 이유를 물으면서 합의에 도달하는 과정을 말한다.어떤 사회적 문제를 이성을 가지고 합리적으로 해결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누군가는 인내와 시간이라고 말하겠지만 필자에게는 ‘하버마스’와 사회비판이론이다. 현대사회에서 하버마스와 의사소통이론이 더욱 돋보이는 것은 인간세상사가 다 복잡하게 섞여 돌아가도 이성과 합리성을 가지고 사회적 문제를 풀어가고자 한다면 해결되지 않을 일이 없다는 긍정적 논리이다.시민들의 투표로 포항시청과 포항시의회가 만들어져 있다. 포항시청과 포항시의회는 합리적인 행정행위를 통해서 대부분의 포항시의 문제들을 해결해 갈 수 있을 것이다. 그 근원적인 힘은 참여민주주의의 원리속에서 시민들이 직접 투표장에 가서 투표를 한 행위이다. 즉 시민의 참여가 힘인 것이다. 참과 거짓을 판단하는 이성과 이치에 맞는 합리성을 기반으로 하는 참여민주주의는 시민들의 자발성에 뿌리를 내리고 있기에 진실되고도, 당연히 힘이 세다. 이성과 합리성이 왜곡되지 않는 공론의 장(場)이 포항지역사회에 활짝 열리어 지속적으로 발전하는 포항시의 행정이 이루어졌으면 한다. 여기까지는 논리적으로 쉽다.문제는 행정행위로도 해결이 잘 안되는 사회적 사안(事案)들이라는 것이다. 특히나 의료폐기물처리장, 음식물쓰레기처리장, SRF발전소 등 환경문제는 포항시민들의 건강권, 환경권과 직결되고, 부동산 가격의 상승, 하락과 연결되기에 재산의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시민들의 촉각은 바로 반응하고 저항하게 된다.필자는 이러한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의사소통이론과 공론장이 더욱 적극적으로 필요하다고 판단한다. ‘포항시와 포항시의회의 활동뿐만 아니라, 시민사회단체, 관변단체, 지역언론, 기업, 시민, 학자 등 포항지역사회를 대표하는 많은 단체와 시민들이 합리적으로 참여하는 공적토론영역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 대신 폐쇄구조가 아니라 열린사회, 열린토론의 공론장이 있어야 해결이 어려운 사회적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하버마스를 본받는 것이 해결의 지름길인 것이다. 단 이성과 합리성을 가져야 하는 것이 진리이다.

2023-11-12

누구나 마음처방전이 필요하다

사공정규 동국의대 정신건강의학과 교수·의학박사 많은 사람은 정신질환이 나와 무관하다고 생각하고 싶어 한다. 또 정신질환은 드문 병이고 쉽게 발생하지 않는 병으로 생각한다.그런데 ‘2016년도 정신질환 실태 역학조사’에 의하면 우리나라 18세 이상 성인의 주요 17개 정신질환에 대한 평생 유병률은 25.4%로 분석됐다.평생 유병률은 평생 한 번 이상 정신질환에 걸리는 사람의 비율을 의미하는데, 25.4%라는 건 4명 중 1명이 주요 17개 정신질환을 평생에 한 번 이상 경험한다는 의미이다. 그만큼 정신질환은 흔한 병이라는 말이다.그러나 실제 정신질환의 평생 유병률은 이것보다 훨씬 높다.왜냐하면, 우리가 현재 주로 사용하고 있는 정신질환의 진단 기준인 ‘정신질환의 진단 및 통계 편람 5판’(DSM-5)에 의하면 300여 개의 정신질환이 있는데, ‘2016년도 정신질환 실태 역학조사’는 조현병 및 관련 장애, 양극성장애(조울증), 주요 우울장애, 공황장애, 범 불안장애, 외상후스트레스장애, 강박장애 등 주요 17개 질환만 조사했기 때문이다.신체 질환은 나와 무관할까요?우리가 신체를 가지고 살아가는 한, 신체의 문제가 없을 수 없다.인간이 정신을 가지고 살아가는 한, 정신의 문제 즉 마음의 문제가 없을 수 없다. 우리는 누구나 생로병사를 겪게 된다.이 세상에 태어난 이상 이를 피할 수는 없다.신체든 정신이든 모두 내가 돌봐야 할 소중한 나이기에 예방과 치료, 재활을 피하지 말고 정성을 다해야 한다.디지털 시대가 현대인에게 신생활 문화를 선물했지만, 더불어 건강의 적인 스트레스를 가중시키고 있다.스트레스는 요즈음 현대 의학에서 가장 큰 화두 중 하나이다.스트레스를 잘 관리하지 못하고 방치하면, 불면증, 불안증, 우울증 온갖 정신적 질환뿐만 아니라, 고혈압, 심장병, 당뇨병, 심지어 암 등 온갖 신체적 질환이 발생한다. 스트레스는 만병의 근원이다.필자가 2006∼2007년 미국 하버드의대 메사추세츠 종합병원(Massachusetts General Hospital, MGH) 우울증 임상연구프로그램(Depression Clinical Research Program, DCRP) 연구원으로 있을 때, 심신의학의 대가 하버드 의과대학의 교수인 허버트 벤슨 박사의 프로그램에 연수한 바 있다.허버트 벤슨 박사는 병원을 찾는 환자의 25%만이 약물치료, 수술 등 의학적 치료가 필요한 질병이고 나머지 75%는 심신의학을 통해 심신관리를 잘해 자가 치유력을 높이면 나을 수 있는 환자로 분류했다.심지어 의학적 치료가 필요한 25%의 환자조차도 심신의학을 통해 심신관리를 잘해 자가 치유력을 높이면 더 큰 의학적 치료 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강조했다.신체적인 질환이든 정신적인 질환이든, 병에 걸리면 그에 합당한 치료적 도움을 받아야 한다.그러나 그 어떤 치료도 신체건강과 정신건강의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니다.병에 걸리면 치료가 필요하지만, 근본적으로는 치유여야 한다.그렇다면, 치유는 무엇일까요?우리가 흔히 사용하는 치료와는 어떤 차이가 있을까요?치료는 의사가 병을 고치려고 하는 행위를 말하고 치유는 자기 스스로 병의 근본적인 원인을 알고 병의 원인을 낫게 하는 활동을 말한다.치료는 질병을 가진 환자가 대상이고 전문가에게 위임될 수 있으며 치료받는 특정 기간의 개념이다. 반면 치유는 우리 모두가 대상이고 위임될 수 없으며, 자신이 일생 지속하는 평생 과정의 개념이다.신체가 건강해지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심신의학에서 말하는 치유 처방, 운동도 하고 좋은 식습관을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운동 처방전과 식이 처방전은 소위 생활습관병인 당뇨병과 고혈압 환자만을 위한 것은 아니다. 누구나 자신에게 맞는 운동 처방과 식이 처방을 받고 평생 실천하는 것이 치유이다.정신이 건강해지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심신의학에서 말하는 치유 처방, 스트레스 관리 즉 마음 관리를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마음처방전은 정신질환자만을 위한 것은 아니다. 누구나 자신에게 맞는 마음 처방전을 받고 평생 실천하는 것이 치유이다.우리는 살면서 마음의 상처를 받지만, 마음의 상처를 마주하는 방법을 제대로 배워 본 적이 없다.그런 우리에게 마음처방전은 건강을 위한 치유를 넘어 인생의 지혜이다.

2023-11-05

더이상 늦추어선 안 된다

서의호 포스텍 명예교수·산업경영공학 OECD 보건통계를 근거로 볼 때, 한국 임상 의사 수는 인구 1천명당 2.6명으로 OECD 국가 중에서 멕시코에 이어서 두 번째로 적다고 한다. OECD 국가 평균 임상 의사 수는 3.7명이라고 한다.인구 1천명당 임상 의사가 많은 국가는 오스트리아(5.4명)와 노르웨이(5.2명)이고, 임상 의사가 적은 국가는 한국(2.6명)과 일본(2.6명, 2020년), 멕시코(2.5명)라고 한다.한국의 이러한 의사 부족과 함께 과학자 양성은 더 심각한 상황이다. 정부가 18년간 묶여있던 의대 정원을 확대하기로 하면서 과기 특성화 대학의 의전원 설립 가능성은 이전보다 커졌다는 분석이 나온다.의대가 증원되면 당연히 포스텍, 카이스트가 ‘의사 과학자 양성’을 위해 추진해 온 의학전문대학원(의전원) 설립도 승인되어야 한다.의사과학자는 의사 면허를 가진 과학자다. 진료보다는 임상에서 나타난 여러 문제를 연구하고, 이러한 연구 성과가 환자 치료나 의약품, 의료기기 개발에 활용될 수 있도록 돕는다. 줄기세포 치료제, 인공장기, 유전자검사, 면역항암제 등 바이오산업과 의료 분야의 최신 연구와 기술 개발을 맡고 있어 국가경쟁력을 끌어올릴 핵심 인력이 의사 과학자이다.최근 25년간 노벨생리의학상 수상자 37%가 의사과학자이고, 세계적인 제약회사의 대표과학책임자 70%도 의사과학자인 것으로 알려졌다.미국 의과대학의 경우 한해 졸업생 4만5천명 중 3.7%가량이 의사과학자의 길을 걷는다. 매년 1천700명가량의 의사과학자가 배출된다.미국은 연구중심 의대를 별도로 운영한다. 이런 의대들은 공과대와 협업하거나 아예 공과대가 의대를 설치해서 신약개발이나 바이오산업을 주도하고 있다고 한다.이에 비해 한국은 의대 졸업생 중 의사과학자가 되는 이들이 1% 미만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 해 모집정원이 3천58명이므로 30명에 불과하다는 얘기다.이는 미국, 유럽 등 선진국과 우리나라의 바이오산업, 첨단의학 기술의 격차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그는 “의사과학자를 키우려면 의과대학 교육에 공학을 집어넣은 트랙을 만들어야 하는데, 기존 의대를 바꾸기는 어려운 상황”이라며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과기의전원을 설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협의 반대 논리는 이렇다. 의사과학자 가운데 일부가 임상의로 이탈할 가능성이 있고, 이들 대학의 경우 부속병원이 없어 임상과 연구의 긴밀한 연계가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결국 의협은 의사이건 의과학자의 절실한 증원과 필요성에도 불구하고 현재 의사수를 묶어놓는 데에만 관심이 있는 것 같다. 의사의 희소성에 의한 의사의 높은 봉급을 즐기려는 게 의협의 목적처럼 보인다.여기서 의대 광풍의 사회문제도 한번 짚어보자. 의대를 가장 많이 보내는 고교가 서울대라는 농담도 있다.요즘 이공계 대학의 저학년에서 휴학하고 의대 진학 공부를 하는 학생들이 늘고 있다고 한다. 특히 코로나로 학교를 못가고 비대면 수업을 하는 경우가 늘면서 이러한 현상은 가중되고 있다고 한다. 이공계 학생들은 친구들의 의대 입시 공부로 친구 만나기도 꺼린다는 소문이다.의대에 최상위권 학생이 쏠리는 현상은 받아들인다 해도 그러한 배경에는 안정된 수입에 있다는 것이 더 큰 문제이다. 전문의 자격증을 가지고 안정된 수입이 보장되는 의대 내의 세부 전공에 지망생이 압도적으로 많다는 것이 더 큰 문제일 수 있다. 환자의 목숨을 구해야 한다는 사명감보다는 수입이 보장되는 전공으로 몰리는 것은 장기적 의학발전 관점에서 큰 걱정이다. ‘수만 가지 의약품 중 한국이 개발한 건 하나도 없다’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의대 약대가 함께 관련된 문제이겠지만 한국의 의사들이 사명감을 가지고 신약개발 같은 분야로 진출하는 사례가 많아져야 한다고 본다.포스텍, 카이스트 중심으로 의과학자 양성 방안으로 공과대가 주도하는 연구중심 의대 신설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의미가 있어 보이는 이유이다.의대 열풍은 그 열풍이 단순히 개인의 수입과 영달이 모티브가 되어서는 안 된다. 생명을 구한다는 사명감이 바탕이 된다면 의과학의 연구에 좀 더 많은 비중을 두어야 한다. 또 의사과학자를 양성하기 위해 정책적으로 뒷받침할 수 있는 제도가 도입돼야 할 것이다. 새로운 신약은 엄청난 숫자의 생명을 구할 수 있기 때문이다.‘의대 열풍’은 그 자체가 이공계의 다른 학문에 위협이 된다. 그러나 의과학 발전이 병행된다면 그러한 위협은 상쇄될 수 있는 부분이기도 한다.언제까지 의협은 밥그릇을 지키기 위한 싸움에 몰입할 것인가? 의사 부족으로 병으로 고생하고 숨을 거두는 환자들, 그리고 의과학자 부족으로 의과학 후진국으로 신약 하나 개발 못하는 나라로 창피를 당하는 이런 상황에서도 밥그릇 지키기 위한 의사증원 반대를 계속 할 것인가? 의대 광풍을 즐기는 게 그렇게 기쁜 일인가?냉철하게 생각해야 한다. 더 이상 늦추어서는 안 된다.

2023-11-05

국정기조의 변화는 탈이념정치에서

배한동 경북대 명예교수·정치학 서울 강서구청장 보선의 처절한 패배 이후 윤석열 정부의 국정기조는 변화 조짐이 약간 보인다. 대통령은 강서구 패배 후 ‘국민은 늘 무조건 옳다’는 메시지를 남겼다. 정치에서 이념보다는 민생을 위해 정친인들이 현장으로 달려가길 촉구했다.정치 혁신을 위해 파란 눈의 인요한씨를 혁신 위원회의 책임자로 맡겼다. 윤석열 정부 출범 1년 6개월 동안 이념을 앞세운 정치가 국정의 기조가 되고 혼란을 자초한 것은 사실이다. 처음에는 정치 경험이 전무한 대통령의 보수권 확대 코스프레 정도로 알았지만 그 강도는 점차 세었다. 정당 간 두 번의 정권 교체로 국민들의 의식 수준이 높아진 이 나라 정치에서 이념 전쟁은 시대에 뒤진 정치행태이다. 자유주의 명분의 강경우익적인 갈라치기 정치는 극한 대결의 정치, 정치 실종시대를 자초하였다. 대통령의 지지율이 30% 대를 탈피하지 못하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이번 강서구 보선의 참패는 이를 잘 입증한다. 대통령의 탈이념 정치야말로 국정 기조 변화의 첫 단추이다.대통령은 지난 8·15 경축사에서 공산 전체주의 세력과 이를 따르는 기회주의적 세력과는 대화를 하지 않겠다고 선언을 하였다. 이 같은 발언은 윤 대통령이 야당을 국정의 파트너로 인정하지 않겠다는 의지로 해석될 수밖에 없었다. 이로 인해 국회뿐 아니라 장외에서도 정치 현안에 대한 정쟁이 날로 증폭되었다. 대통령은 야당 이재명 대표의 대화 제의를 피의자 신분이라는 이유로 거부하였다. 뿐만 아니라 대통령은 언론과의 원만한 소통마저 거부하고 있다. 후보 시절 공약했던 출근길 도어 스테핑도 공식적인 기자회견도 사라져 대통령의 불통과 독선의 이미지는 더욱 강화되었다. 정부나 집권당의 인사들은 대통령의 심기만을 살피는 수직적 관계만 형성되었다는 비판이 따랐다. 독립운동 영웅 홍범도 장군의 이미지는 여지없이 실추되었다. 정부의 협치는 사라지고 진영 정치, 패거리 정치로 살벌한 전투장이 되고 말았다. 물론 야당의 책임도 면할 수 없다. 민생 정치는 사라지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 몫이 되고 있다.대통령은 내치뿐 아니라 외교에서도 이념성을 강조하고 있다. 대통령이 취임사에서 프리드만의 자유주의를 수차례 강조할 때도 보편적 ‘자유’ 확산으로 이해하였다. 자유주의 진영의 철통같은 단결을 통해 공산전체주의를 막자는 것은 냉전시대에 자주 들었던 귀에 익은 소리이다. 자유진영에 바탕한 한미 안보 동맹은 역사적인 전통이며 우리의 불가피한 현실이다. 한·미·일의 외교적 결속은 북·중·러의 역 삼각 동맹 결속으로 다시 냉전 체제를 초래하는데 문제가 있다. 한·미·일 가치 동맹은 안보불안을 초래할 가능성이 높고 경제적 실용외교에도 상충될 수 있다. 윤석열 정부는 한일 간 졸속, 굴욕 외교라는 비난 속에서도 한일관계를 급박하게 정상화하였다. 정부의 강제 징용 보상, 후쿠시마 오염 수의 해결 방식은 일본 정부를 옹호한다는 비판이 따른다. 그러함에도 일본정부는 과거사에 대한 반성은커녕 각료의 신사참배는 늘어나고 있다. 정부의 이념외교는 현대의 실용외교 다원외교에도 역행한다.정부의 이념 정치에는 뉴라이트 식 사고와 논리가 크게 작용하고 있다. 일제의 조선반도 식민화계획은 요시다 쇼인의 명치유신의 결과이다. 그러나 한국의 뉴라이트 인사들은 일본의 ‘식민지 근대화론’까지 옹호하고 있다. 일본의 조선 식민지배가 한국의 근대화에 긍정적으로 작용했다는 당치 않는 주장까지 동조한다. 이들은 일제의 조선 침범은 당시 왕권의 무능, 조선인들의 미개성에 기인한다는 주장에까지 동조한다. 정부의 어느 각료는 매국노 이완용의 친일적 입장까지 이해한다는 입장이다. 이 연장선에서 박정희와 전두환으로 이어진 쿠데타의 불가피성까지 옹호한다. 물론 박정희 대통령의 경제 발전 집념과 그 성과는 인정할지라도 쿠데타를 혁명으로 미화함은 역사 인식의 엄청난 오류이다. 대통령이 일부 뉴라이트 계열의 시대착오적 역사 인식을 국정 기조로 삼는다면 불행은 계속될 것이다.결론적으로 국정 기조를 바꾸려면 대통령부터 이념 정치에서 탈피해야 한다. 문제는 집권당과 대통령실이 이러한 시대에 뒤진 이념정치를 맹목적으로 추종하는데 있다. 집권세력의 독선과 오만은 대통령의 지지율 상승을 가로막는 기제이다. 이런 상황 하에서는 국정의 중간평가인 내년 4월 총선 결과는 물어볼 필요도 없다. 내년 총선에서 승리하지 못한다면 현 정부의 국정동력은 추동력을 잃고 대통령의 네임덕 현상은 가속화 될 것이다. 대통령과 정부는 강경 보수 우익의 국정기조를 민생정치로 탈바꿈해야 한다. 새로이 출범한 당 혁신기구는 이러한 제안을 과감히 할 수 있을까. 혁신기구 구성원들의 성향으로 볼 때 이를 기대하긴 어렵다. 양당 대표 회담이든 대통령과의 3자회담이든 대통령은 조건 없이 수용해야 한다. 대통령의 이재명 대표와의 회담이 사법 리스크 해소용이 될 수도 없고 되어서는 안 된다. 여야 정치권은 이념보다는 민생 정치를 위한 대화를 복원할 시점이다.

2023-10-29

맨발걷기, 제대로 알고 해야하는 이유

박성률 트레이닝과학연구소장동국대 의과대학 연구초빙교수 요즘 산과 바다, 공원 등 어딜 가도 맨발로 걷는 사람을 볼 수 있다. 이 같은 열풍에 힘입어 각 지방자치단체는 앞다퉈 조례를 만들어 맨발걷기 장소를 조성하는 등 활성화에 나서고 있다. 맨발로 흙을 밟으면 혈액순환과 관절 건강에 도움이 되고, 운동 효과도 크다는 게 맨발걷기 애호가들의 주장이다. 발바닥이 땅바닥과 접지되면 활성산소를 없앨 수 있고, 병도 이겨낼 수 있다는 동영상과 책도 많다. 하지만 맨발걷기의 효과가 의과학적으로 검증되지 않았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다수의 전문의나 스포츠과학자들은 건강하거나 운동기능이 뛰어난 사람의 경우 큰 문제가 없겠지만 당뇨병이 있거나 노인의 경우 감염 및 낙상과 부상 등의 위험 요소가 많다고 지적한다.대부분의 사람들이 매일 맨발로 다니지 않는 데에는 상당한 이유가 있다. 부상을 입을 수 있기 때문이다. 발가락이 뭉개질 수도 있고, 피부를 자르거나 구멍을 내는 날카로운 것을 밟을 수도 있다. 게다가 맨발걷기는 뼈와 근육에 부담을 줄 수 있다. 단단한 표면을 맨발로 걸으면 발뿐만 아니라 신체의 나머지 부분에도 엄청난 스트레스를 줄 수 있다. 미국의 한 족부 전문의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발뒤꿈치 또는 아치 통증, 정강이 부목 및 건염으로 이어질 수 있어 보행의 생체역학이 적용되어야 이 같은 부상을 예방할 수 있다고 한다.맨발걷기는 운동의 원칙에 따라 진행해야 한다. 올바른 방법으로 맨발걷기를 해야 부상의 위험에서 벗어날 수 있다. 맨발걷기를 하기 전에 준비운동은 필수다. 각 관절을 돌려주고 근육을 늘려주는 체조와 스트레칭 등으로 준비운동을 충분히 해야 부상 위험을 줄일 수 있다. 또 맨발걷기를 할 때는 시선이 중요하다. 땅에는 돌, 유리조각, 가시 등 발바닥에 상처를 줄만한 위험요소가 많이 존재한다. 따라서 아무 곳에서나 맨발을 노출시키면 안 되고 전용공원이나 위험요소가 적은 곳에서 해야 한다.맨발걷기는 지나치게 하면 큰 부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 맨발걷기를 신발을 신고 걸을 때처럼 걷다가는 관절과 인대 및 힘줄에 무리가 갈 수 있다. 맨발걷기를 산에서 하면 내려올 때 체중의 5~7배 정도의 하중이 발에 실리게 된다. 이 경우 아킬레스힘줄염이나 족저근막염이 생길 수 있고, 기존의 병증이 악화할 수도 있다. 특히 근골격계 노화가 진행된 노인들은 잘못된 방법으로 무리하게 걸으면 무릎이나 발목 관절에 하중이 집중되면서 관절염 등 퇴행성 질환이 급속도로 진행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맨발걷기 도중 발에 상처가 나는 것도 주의해야 한다. 당뇨병 환자의 경우 작은 상처나 물집도 궤양으로 번질 수 있어 맨발걷기 후에는 상처가 없는지 꼼꼼히 확인해야 한다. 특히 발에 진물이 나고 갈라진다면 증상을 악화시킬 수 있어 당뇨병 환자는 맨발걷기를 자제하는 게 좋다. 다발신경병증과 같은 신경계 질환이 있는 사람은 부상 위험이 없는 곳에서만 맨발로 걸어야 한다. 관절에 문제가 있거나 발의 정렬이 어긋나면 사전에 정형외과의 조언을 구하는 것이 좋다.50대 중년 이상이나 체형의 불균형이 있다면 맨발걷기의 득과 실을 따져봐야 한다. 체형의 불균형은 신발을 신든 맨발이든 많이 걸을수록 발에 무리를 줄 수 있다. 체형 불균형 상태에서는 걸을 때마다 발바닥의 일부분에만 지나친 압력이 가해지게 되어 굳은살이 더 단단해지거나 족저근막염과 같은 발 부위 염증이 생기기 쉽다. 발바닥에는 지방 패드가 있어 발을 보호하는데, 나이가 들수록 점점 지방 패드가 딱딱해지고 얇아져 통증을 유발할 수 있다. 따라서 중년 이상의 연령층은 모든 종류의 걷기 운동에서 준비 단계를 거치는 게 안전하다.특히 노인의 경우 맨발은 낙상 등 부상 위험이 훨씬 크다. 최근 Shoe Science 저널에 발표된 연구 결과가 이를 뒷받침한다. 765명의 노인 참가자를 대상으로 집에서 넘어진 것과 하루 종일 신발, 양말을 신었는지 또는 맨발로 다녔는지 여부를 분석했는데, 집에서 넘어진 경우 참가자의 절반 이상(51.9%)이 당시 맨발이거나 양말이나 슬리퍼만 신고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노인들은 낙상의 위험을 최소화하기 위해 가능할 때마다 신발을 신는 것이 바람직하다.더구나 맨땅에는 수많은 병원균들이 존재하여 십이지장충, 포도상구균 등의 질병 감염 위험에 노출될 수 있고, 습한 장소에서 맨발로 걷는 것은 무좀과 같은 곰팡이균 감염의 위험을 증가시킬 수 있다.맨발걷기의 효능이 알려지면서 유행처럼 번지고 있지만 근거가 부족한 면도 많다. 잘못된 맨발걷기는 오히려 건강을 악화시킬 수 있다. 맨발걷기를 만병통치라고 맹신하는 것도 위험하다. 전문가와 사전 의논도 하지 않고 자신의 몸을 제대로 살피지 않은 채 유행하는 건강법을 무작정 따라하다가 안 하느니만 못하게 되는 경우가 의외로 많다. 맨발걷기가 자신에게 맞는 운동인지 전문의나 스포츠과학자에 확인한 뒤, 자신의 건강 및 체력 수준에 맞는 걷는 자세와 속도 및 시간을 정하고 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2023-10-29

왜 지금 RE100(Renewable Energy100)인가?

위현복(사)한국혁신연구원 이사장 전 지구적으로 매년 3% 성장을 하면 25년마다 경제 규모가 배가 된다고 한다. 2001년에 비해 2025년은 2배, 2050년은 4배가 된다는 것이다. 2100년이 되면 경제 규모가 현재의 16배가 되는데 투입되는 에너지도 약 16배, 배출되는 폐기물도 약 16배가 된다.지구는 그것을 도저히 감당할 수 없다. 그래서 폐기물은 최대한 줄이도록 ‘자원 선순환’을 하고 에너지는 ‘재생에너지’만을 사용하자는 것이다. 이 필요에서 나온 정책이 탄소중립, 에너지 전환, ESG경영, RE100 등등이다.RE100은 왜 민간, 글로벌 기업들이 주도하는가? 글로벌 아젠다 등에 대해 국가 간의 협약은 각국의 이해관계가 달라서 통일된 의견이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하지만 글로벌 자산운용사인 Black Rock이 주도하고 있는 ESG 경영이나 CDP위원회(탄소정보공개위원회), The Climate Group이 주도하고 애플, 구글, MS등 글로벌 기업들이 참여하는 RE100 등은 기업들의 글로벌 공급망의 구속력과 이해관계로 인해 국가 간 협약보다 훨씬 더 구속력이 있고 영향력이 실질적이다.CF100은 RE100과 무엇이 다른가. CF100은 ‘Carbon Free 100’의 약자로 RE100이 재생에너지 100% 캠페인인데 비해 CF100은 사용전력의 100%를 탄소를 배출하지 않는 무탄소 에너지로 충당하겠다는 캠페인이다.CF100은 재생에너지뿐만 아니라 원자력, 수소, 탄소포집·활용(CCUS)기술 등도 포함된다. CF100은 RE100보다 더 다양한 무탄소 에너지를 인정하고, 국가별 에너지 여건에 맞게 적용할 수 있다. 한국은 정부와 주요기업들이 주축이 돼서 제도화를 추진하고 있다.RE100과 CF100의 차이점은 다음과 같다. RE100은 재생에너지 100%를 목표로 하는 캠페인이고, CF100은 탄소배출 없는 에너지 100%를 목표로 하는 캠페인이다.RE100은 400여개의 글로벌 기업이 가입했고 CF100은 한국정부와 한국의 주요기업을 중심으로 80여개 기업이 추진하고 있다. RE100은 2050년까지 사업장에 필요한 전력의 100%를 재생에너지로 공급하겠다는 자발적 글로벌 캠페인이고, CF100은 기업들이 무탄소 에너지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국가별 에너지 여건에 맞게 적용할 수 있도록 유연성을 제공하고 있다.우리나라는 어떻게 해야하는가? 현재 CF100은 한국정부와 한국의 주요기업들이 중심이 돼서 주도하고 있다. 재생에너지 100%가 달성하기 힘들다는 한국의 여건을 감안해서 나온 고육지책이라 할 수 있다.한국이 CF100을 추진하는 배경에는 다음의 전제가 있다. 첫째 한국은 태양광, 풍력발전 등 재생에너지하기에 환경이 부적합하다. 둘째 한국은 원자력발전 경쟁력이 있는 나라로 원자력을 최대한 효율적으로 잘 할 수 있다.하지만 여기서 지적하고자 하는 것은 한국이 재생에너지 하기가 힘들다는 전제가 틀렸다는 것이다. 세계적으로 태양광은 건물의 지붕과 도시의 공터 및 농지에 조성되는데 우리나라는 아직 건물 지붕과 도시의 공터가 대부분 비어있는 처지고, 농지도 여러 가지 규제에 묶여 농지태양광을 거의 볼 수 없는 수준이다.모든 건축물의 지붕에만 태양광을 설치하여도 우리나라 탄소중립에 필요한 재생에너지의 30% 공급이 가능하다는 통계가 있다. 그리고 농지에 태양광을 설치할 경우 한국 전체 농지의 24% 정도 설치하면 우리나라에 필요한 재생에너지 공급이 충분히 된다.원자력은 어떠한가? 원자력은 석탄, 석유, 가스 등 화석연료가 없는 우리나라에서 산업화에 필요한 에너지를 저렴한 비용으로 공급해준 고마운 에너지원이다.그리고 전기생산시 무탄소인 것은 맞다. 하지만 EU택소노미에서 2023년 1월부터 원자력을 그린 에너지에 포함시키고 2045년까지 원자력발전을 허가하는 조건으로 방사성폐기물을 안전하게 처리할 계획을 수립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세계적인 추세는 원전을 청정에너지에 포함하고 있다. 그러나 원전에서 발생하는 막대한 냉각수와 방사성폐기물에 대해서는 아직 해법을 찾기가 힘들다. 우리나라의 경우 저준위방사성폐기장이 있는 경주 인근 산지나 태백산, 지리산 등 어디에다가 방사능폐기장을 만들 수 있을 것인가라는 문제는 참으로 풀기 어려운 숙제이다. 그리고 RE100을 주창한 The climate Group 마이크 피어스 대표의 확언처럼 원자력 에너지는 재생에너지로는 분류되지 않는다.RE100이든 CF100이든 궁극적인 목표는 더 이상의 지구 온난화를 막고 지속가능한 세상을 추구하는 것이다.우리나라는 세계 3대 제조업국가로써 2030년부터 각종 IT제품과 자동차에 RE100이 적용되는 점을 생각할 때 좌고우면할 시간이 없다. 선진국들이 탄소중립을 위해 고민하고 노력할 때 우리나라는 지난 20여년간 법과 제도조차 정비하지 않았다.우리나라가 지구온난화를 위해 지금까지 뭘 했는지, 그리고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를 심각하게 생각해 봤으면 한다.

2023-10-22

포스텍은 그냥 하나의 대학이 아니다

서의호 포스텍 명예교수·산업경영공학 포스텍을 새로이 이끌 새로운 총장의 임기가 시작되었다. 제9대 새로운 포스텍 총장으로 김성근 전 서울대 자연대 학장이 선임되어 지난 9월부터 포스텍을 이끌고 있다.포스텍은 과거 세계 28위(THE 랭킹)로 단연 한국대학의 선봉장이었고, 카이스트와 홍콩과기대, 로잔공대 등을 누르고 ‘설립 50년 이하대학’ 세계 1위로 3년 연속 랭크된 대학이기에 전 세계 교육계의 관심도 당연히 함께 하고 있다.아쉽게도 그러한 위상은 이후 지켜지지 못하였고, 이제 포스텍은 이러한 과거의 화려한 위상을 다시 복원하고 새로 세워야 하는 큰 미션을 안게 있다.최근 추진되고 있는 의과학자 양성 의대 설립추진도 학교의 위상을 올리는 중요한 과업 중의 하나일 것이다. 학교의 위상이 의대 설립과 함께 크게 고취될 수 있고 뒤쳐진 한국 의과학에 새로운 지평을 열 수 있을 것이다.금년, 연구비의 증가로 교수, 직원들에게 주어진 보너스도 좋은 인센티브이며, 재정의 탄탄함이 중요한 것은 말할 나위도 없다. 과거 국내 최고의 대우였던 포스텍 교수의 급여수준도 다시 끌어올려 사기를 북돋는 것도 중요하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건 신나는 캠퍼스를 만드는 일이다. 이를 위해서는 학교 위상을 국내외적으로 새로 세우는 일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국내외 평가를 상승시키는 건 교수 직원 학생 구성원의 자존심, 생산성과도 관계가 있고, 그리고 졸업생 명예교수들의 자부심과도 직결된다. 국내외 고교, 대학생들의 포스텍 지원과 교수직 초빙에도 중요하고 해외대학과의 교류에도 절대적으로 중요하다.포스텍에 세계대학 경쟁력 연구원(Postech Institute of University Competitiveness)같은 기관을 설립하고 이를 통해 정부기관과 연계하여 다양한 보고서와 논문을 발표하고 포스텍 브랜드가 들어가는 평가 지표를 개발한다면 포스텍 위상 상승에 크게 기여 할 것이다.현재 라이덴 랭킹(네델란드), 샹하이자오퉁 랭킹(중국) 등의 랭킹과 지표 등이 그 대학들의 브랜드 가치를 올리는데 크게 공헌하였고 포스텍은 이러한 대학들의 경험을 공유하고, 벤치마킹할 수 있을 것이다.Aim globally, think locally(세계를 목표로 하고 지역과 유대하라) 교훈도 중요해 보인다. 지역과의 유대강화도 중요하다. 대학 부근에 실리콘 밸리를 만든 스탠포드 대학이 좋은 예이다. 지역과의 유대를 떠나 새로운 창조를 하고, 이를 통해 세계로 뻗어가는 포스텍이 되어야 한다.국내외 포스텍을 중심으로 하는 네트워크의 재건도 필요해 보인다. 국내 리더십을 아우르는 전국적인 포럼, 카이스트 브랜드 가치에 크게 공헌한 국제총장포럼 등도 구상해 볼만한 행사들이다. 동문들을 활용한 세계 네트워크의 구성과 해외거점의 설치, 적극적인 국제화 및 국제 인지도 향상에 대한 정책 등도 필요해 보인다.복잡해 보이는 대학 총장의 역할도 간단히 두 가지로 요약될 수 있다. 내외부 자원의 유치와 활용을 통해 구성원들을 신나게 하여 그들의 능력을 극대화하고, 국내외 네트워크를 구성하여 내부적 역량을 국내외의 네트워크와 연결. 대학의 평가와 인지도를 높이는 것이다.분명한 것은 ‘포스텍은 그냥 하나의 대학’이 아니다. 몇 년전 유엔에서 감동의 연설이 있었다. 유엔 안보리에서 행한 한국의 유엔대사가 행한 즉흥 연설이 세간에 큰 화제가 된 적이 있다.안보리 대표들을 가슴으로부터 울린 연설은 그 전문이 공개되어 있지만 두 개의 문구가 특히 눈에 띄었다.“한국인들에게 북한사람들은 그냥 스쳐가는 아무나(anybodies)가 아니다”라는 말이다. 사실 “아무나가 아니라”는 말처럼 소중한 의미를 담고 있는 말도 많지 않다. 무엇이든 “아무나” 또는 “아무 것이나”가 아니게 여기는 정신이야말로 정말 소중한 것이다.또한 “우리의 소원은 이것이다. 먼 훗날 우리가 북한을 위해 한 일을 돌아볼 때 우리가 올바른 일을 했다(did the right thing)라고 말할수 있게 되기를 바랄 뿐”이라고 외치며 그는 연설을 매듭 지었다. 일부 참가 대사들이 눈시울을 적시는 장면이 TV에 방영됐다.우리 포스텍도 마찬가지이다. 포스텍은 이제 30년을 넘어 반세기를 향하고 있다. 그 세월동안, 그 정성과 땀을 바쳐온 교수와 구성원들에게는 포스텍은 그냥 ‘아무나의 직장’은 아닐 것이다. 그냥 하나의 대학은 더더욱 아닐 것이다.아무것도 없었던 황량한 땅에 포스텍을 세울 때 외국에서 귀국한 교수들과 그리고 직원들에게는 또한 위험을 안고 포스텍을 선택하였던 졸업생들에게는 포스텍은 ‘아무나의 대학’은 아니었을 것이다.한국의 유엔대사가 외쳤듯이 먼훗날 우리는 “아무나가 아닌” 우리 한국의 과학과 경제발전, 그리고 지역과 연계한 창의를 통해 세계에 이름을 떨친 포스텍을 위해 우리가 정말 옳은일을 하였구나 말할수 있게 되기를 진정으로 바래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새로운 총장으로 시작하는 지금 이 시간은 ‘아무런 시간’이 되어서는 안 된다.

2023-10-22

기후경쟁력이 곧 국가경쟁력이다

위현복 (사)한국혁신연구원 이사장 2022년 우리나라 재생에너지가 발전(發電)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8.1%였다. 2030년에는 21.6%, 2036년 34.6%를 달성할 계획이다. 2022년 기준 독일은 49.2%, 일본 25%, 미국 22%, 영국 38.9%, 중국 27.6%, OECD 평균 31.3%, 베트남 16.2%이다. 2030년 목표치는 독일 80%, 일본 38.9%, 미국 60%, 영국 44.9%, 중국 50%, OECD 평균 42,5%, 베트남 39.2%다. 2040년 목표치는 독일 100%, 일본 50~60%, 미국 100%, 영국 56%다.이 자료를 통해 알 수 있는 것은 재생에너지만 두고 볼 때 한국은 확실한 후진국이다. 지난 8월 16일 유럽계 에너지 분야 전문 컨설팅업체인 에너데이타(Enerdata)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재생에너지 비중은 8.1%로 44개 조사 대상국 중 사실상 꼴찌다.더군다나 윤석열 정부의 재생에너지 규제방침 속 한국의 재생에너지 미래는 더욱 암담한 실정이다. 1997년 12월 ‘기후변화 협약에 관한 교토의정서’를 채택한 후 김대중 대통령부터 현 윤석열 대통령까지 6명의 대통령이 추진한 재생에너지 성적표는 8.1%로 낙제 수준이라고 할 수 있다.이명박 정권은 ‘녹색성장(Green Growth)’이라는 단어까지 만들며 탄소중립에 적극적이었지만, 2011년 블랙아웃을 겪은 뒤 내놓은 발전 대책으로 석탄화력 발전소 7기(7천260㎿)를 건설하는 정책을 추진했다.국제 에너지정책 연구기관인 클라이밋 에널리틱스는 한국이 ‘기후변화에 관한 파리협정’ 목표에 부합하기 위해서는 2030년 이전까지 석탄화력 발전소를 단계적으로 폐쇄해야 된다고 권고하는데도 이런 어처구니없는 정책이 추진된 것이다.최근 석탄발전소 3기가 준공되고 4기가 준공을 앞두고 있다. 곧 좌초자산(시장 환경의 변화로 자산 가치가 떨어져 상각되거나 부채로 전환되는 자산)이 될 석탄발전소에 18조원이라는 천문학적인 돈이 투입되고 있는 것이다.지난해 우리나라는 원자력 발전을 통해 탄소중립을 순조롭게 추진하고 있다고 발표했는데, 이는 틀린 말이다. 원자력발전은 탄소배출이 거의 없으므로 탄소중립에 도움이 된다고 할 수 있지만, 에너지 재생을 통해서 기후재앙을 피하고자하는 에너지전환 취지에는 어긋난다.슈테피 렘케 독일 환경부장관은 지난 4월 15일 독일의 마지막 원자력발전소를 멈추는 기념식에서 “원자력은 3세대 동안 전력을 공급했지만, 이로 인해 핵폐기물 처리 부담은 3만 세대가 지게 될 것”이라고 했다. 그리고 “원자력의 위험은 궁극적으로 관리 불가능하다”고 강조했다.그런데 우리 주변에는 더 많은 원자력 발전소가 필요하다는 얘기들이 나오고 있다. 마치 원자력 에너지가 탄소중립 완전한 해결책인양 말하고 있다. 이는 이명박 정권이 2012년 이후 석탄발전소를 건설한 잘못된 전철을 되밟는 것이라 할 수 있다.지금 우리나라에 절실히 필요한 것은 재생에너지다. RE100과 에너지 전환을 달성하고 글로벌 기업 경쟁력을 위해서는 원자력이 아니라 재생에너지가 필요하다. 한국이 에너지전환을 위해 필요한 재생에너지를 100% 자체 조달하기 위해서는 국토의 3.5%, 농지의 24%에 달하는 토지와 약 2천조원 내외의 자금이 필요하다고 한다.첨단 스마트팜 건설과 첨단 스마트 그리드(분산 에너지 인터넷 기반 송배전망) 구축, 충분한 ESS(에너지저장장치) 설치, 전기차 지원과 전기 충전소 설치에 드는 비용이다. 우리나라는 2050년까지 후진국 탄소중립을 위해서 또 3천500조원 상당액(2조7천억 달러)을 부담해야 한다고도 한다.모두 5천500조원이 우리나라가 감당해야 할 몫이다. 필자는 이 엄청난 비용이 우리에게 상상 이상의 엄청난 비즈니스 기회와 미래형 일자리를 창출할 것으로 본다. 그리고 재생에너지 기반 에너지전환과 탄소중립 사회를 우리가 선도적으로 추진해 갈 때 우리나라는 에너지전환 시대 글로벌 선도국이 될 수 있다. 특히 세계에서 가장 경쟁력 있는 우리나라의 디지털화한 제조업을 100% 활용하여 글로벌 에너지전환에 절대적인 기여를 할 수 있다.앞으로 세상은 기후경쟁력이 경제경쟁력이고, 기후경쟁력이 국가경쟁력인 시대다. 우리나라는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건설과정에서 기후경쟁력의 기회를 확실히 잡아야 한다.대한민국 미래 먹거리 산업의 총아라 할 수 있는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가 2042년 완공되고 그곳에 700만~1천만㎾의 재생에너지를 제때에 공급하기 위해서는 3천만평의 첨단 스마트팜을 조성하면 된다. 용인 반도체클러스터 인근에서 재생에너지를 생산하여 공급함으로써 송전선로 건설비용과 송전탑 건설로 야기되는 민원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용인 반도체클러스터 인근 농지를 활용한 재생에너지 공급은 용인 반도체클러스터 입주 기업들의 산업 경쟁력으로 이어져 우리나라를 미래에도 여전히 반도체 강국으로 우뚝 서게 할 것이다. 그렇게 되면,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는 농촌, 농민과 조화를 이루는 21세기형 첨단 반도체 산업단지로 거듭날 것이다.

2023-09-24

이념정치와 가치외교의 맹점

배한동 경북대 명예교수·정치학 이념정치란 정치에서 특정 이념이나 이데올로기를 중시하는 정치를 말한다. 대통령은 취임사에서부터 자유라는 단어를 수없이 강조하였다. 자유가 민주주의의 본질적 가치이며 민주사회에서 모두가 인정하는 가치임은 부정할 수 없다. 대통령은 지난 광복절 기념사에서도 공산 전체주의 세력, 그에 추종하는 기회주의 세력을 자유주의를 교란하는 반국가 세력으로 규정하였다.20세기 후반 칼 포퍼는 ‘열린 사회의 적들’에서 플라톤과 마르크스를 개방된 사회의 적으로 간주한 적이 있다. 그러나 윤 대통령의 최근 반국가 세력에 대한 규정과 인식, 이에 대한 지속적인 투쟁 요구는 상당한 정치적 파장을 낳고 있다.누가 우리 사회의 반국가 세력이며 이의 청산은 가능할까. 정치 공동체의 갈등을 이념의 투쟁방식으로 해결할 수 있을까. 특히 정치적 반대세력을 반국가 세력으로 간주하는 정치에서는 협치나 화합을 기대할 수 없다.이념을 앞세운 갈라치기 정치는 한국 정치의 고질병인 극한 대결의 정치를 조장한다. 반국가 세력을 제거하자는 이념정치는 진영 간 대결을 더욱 확산하기 때문이다.대통령은 최근 반국가 세력은 1+1이 2가 아닌 100이라고 선동 선전하는 세력까지 포함시켰다. 대통령의 반국가 세력의 범주에는 정부 정책을 비판하는 야당이나 노동계나 시민운동 단체까지 포함시킨 듯하다. 대통령이 북한 김정은 체제를 공산 전체주의로 간주하고 반국가 세력으로 질타함은 반대할 사람이 없다.그러나 우리 내부의 정부 비판 세력을 싸잡아 반국가 세력으로 규정하고 투쟁의 대상으로 삼겠다는 주장은 아무래도 지나친 논리이다. 이는 원칙적으로 자유 민주주의의 다원성에 배치될 뿐 아니라 여야 상생과 협치를 위협하기 때문이다.이 같은 극한 대결의 정치에서는 참된 정치는 실종되고 승리를 위한 마타도어나 흑색선전이 난무할 뿐이다. 이 과정에서 괴담이나 가짜 뉴스는 확대 재생산되고 정치적 진실은 가려져 왜곡될 뿐이다.흔히 외교는 내치의 연장이라 한다. 이념을 앞세운 국내 정치는 가치외교로 연결될 수밖에 없다. 지난달 캠프 데이비드에서는 한·미·일 정상회담이 개최되고 여기에서 전례 없는 한·미·일 3국 안보 및 외교적 결속이 선언되었다.국제 정치는 ‘영원한 친구도 적도 없다’는 말이 통용된 지 오래다. 해방 이후 전통적인 한미 동맹이 우리의 안보의 구심축이 된 점은 부정할 수 없다. 그러나 윤석열 정부의 한일 간의 안보 협력과 군사훈련에는 상당한 거부감이 존재한다. 독도 영유권 문제, 강제 징용 보상 문제, 위안부 문제, 간토 대지진 희생자 문제 등 미해결의 문제가 산적해 있기 때문이다. 이 상황에서 일본의 선의에 기댄 한일 간의 외교적 타결은 아직도 국민적인 정서가 용납지 못한다.김정은과 푸틴의 군사협력, 한·미·일의 합동 군사 훈련은 동북아의 안보 불안을 가중시킬 수 있다. 동북아의 역 삼각 냉전 구도가 우리의 안보와 경제에 부메랑이 되지 않을까 심히 두렵다.한국 정치는 하루도 조용한 날이 없다. 여야가 공히 상대를 거부하는 투쟁과 대결의 정치, 진영정치에 매몰된 결과이다. 이념의 정치는 홍범도 장군의 평가에서 보듯 현대사의 해석뿐 아니라 핵 폐기 오염 수 등 환경 문제까지 정쟁의 수단으로 삼고 있다.집권 여당은 대통령의 철 지난 이념 정치에 맹목적으로 순응하고, 야당은 팬덤 정치에 종속되어 있다. 여당은 2차 대전 후 미국이 정적 제거용으로 이용했던 맥카시적 정치 술책을 재사용하고 있다. 야당 역시 자신들이 부패스캔들은 묻어두고 강성 지지층의 선동 정치에 의존하고 있다.세계 경제 10위권인 우리는 남북 체제 경쟁에서 승리를 거둔지 오래다. 상대를 공산 전체주의나 반국가 세력으로 간주하는 정치 프레임은 이제 통용될 수 없다.여기에는 모든 정치 현안을 정쟁의 수단으로 삼는 야당의 책임도 크다. 이런 곳에서 정치적 갈등은 증폭되고 정치적 진실은 왜곡될 뿐이다. 주변에는 정치적 무관심과 불신과 혐오주의자들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윤 대통령의 지지율은 아직도 30% 대의 박스 권에 갇혀있다. 그렇다고 민주당의 지지율도 오르지 않는다. 윤 대통령은 선수는 시합 중 시계를 봐서는 안 된다고 태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대통령의 임기는 이미 4분의1이 소진되었다. 내년 4월은 대통령의 중간 평가인 총선이 기다리고 있다. 극한 대결의 정치는 결국 홉스의 ‘만인 대 만인의 투쟁 정치’로 나아 갈 수밖에 없다.이쯤해서 집권 여당부터 대결의 정치를 지양하고 타협의 정치를 복원해야 한다. 집권 여당의 이념적 갈라치기 정치, 야당의 열성적 팬덤 정치는 결과적으로 선량한 국민들을 포로로 만들고 있다. 국민들이 정치인들을 걱정하는 세상이 되어 버렸나. 내외의 경제와 안보 상황이 심상치 않다. 여야 정치인들의 각성과 타협이 어느 때보다 요구되는 시점이다. 이를 위해 국민 통합의 상징인 대통령의 대타협 정치의 결단이 요구된다.

2023-09-24

‘용인 반도체클러스터’ 재생에너지 100% 공급방안

위현복(사)한국혁신연구원 이사장 대한민국 미래 먹거리로서 2042년까지 삼성전자가 300조원을 투자하기로 계획한 ‘용인 반도체클러스터’에는 세계 최대 규모의 반도체 생산 시설과 200여 개의 반도체 팹리스, 소재, 부품, 장비 기업들이 순차적으로 입주할 예정이다.일간 전력수요는 2029년 0.4MW를 시작으로 2042년 7GW, 2050년엔 10GW 이상일 것으로 관측된다. 일간 10GW는 우리나라 연간 최대 전력수요량(피크전력)의 10분의 1에 해당하는 어마어마한 양인데, 이 정도 전력을 공장이 돌아가도록 24시간 꾸준히 공급해야 한다.또한 용인 반도체클러스터에서 사용하는 전기는 전부 재생에너지라야 하는데 문제가 있다. 삼성전자의 주요 고객사 중 하나인 애플이 2030년까지 RE100(제품 생산에 100% 재생에너지 사용)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에 애플을 필두로 한 글로벌 IT기업들의 요구를 충족시키기 위해서는 반드시 소요전력에 대해 재생에너지 100% 공급을 바탕으로 사업이 추진되어야 한다는 점이다.이 계획에는 두 가지 큰 문제가 있다.첫 번째는 그 막대한 양의 전력을 용인까지 어떻게 가져오느냐는 문제다. ‘평택 반도체단지’에 필요한 전력을 끌어오기 위해 당진시에서 평택 반도체단지까지 송전선로 34.2Km를 구축하는 사업이 당초 2015년 준공 계획이었지만 당진지역의 반대에 부딪혀 아직도 준공하지 못한 사례를 볼 때, 전국에서 10GW 전력을 모아서 용인까지 끌어온다는 계획은 애시당초 불가능한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든다.두 번째는 용인 반도체클러스터가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려면 100% 재생에너지 공급이 필수사항인데도 불구하고 재생에너지 공급대책은 없고 LNG, 원전, 석탄전력을 공급할 계획을 세우고 있으니 답답하기 짝이 없다.삼성전자의 주요고객인 애플은 2030년까지 모든 제품을 100% 재생에너지로 생산하며, 납품기업들에게도 재생에너지 100% 사용을 압박하고 있다. 삼성전자 또한 2050년까지 세계 모든 사업장에서 100% 재생에너지 전환을 달성할 계획이다. 그런데 애플 등 글로벌 IT기업들의 고객 수요인 RE100을 2030년까지 못 맞춰 줄 경우, 2042년까지 용인 반도체클러스터 조성이 가능할까? RE100이 불가능하다면 삼성이 용인에 반도체 클러스터를 끝까지 추진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거듭 말하지만, 용인 반도체클러스터는 첫 단계부터 재생에너지 100% 사용에 초점을 맞춰서 조성해야 한다. 필자가 그간 현장에 부딪히며 축적한 지식과 경험을 바탕으로 제안하는 ‘용인 반도체클러스터 재생에너지 100% 공급방안’에 대한 의견은 다음과 같다.용인시와 반도체클러스터 인근 화성시, 안성시, 평택시 등 2~3개시의 농지에 ‘첨단 스마트팜과 수소연료전지 융복합 재생에너지 단지’를 조성하는 것이다. ‘지역특화산업특구’를 지정해서 개발하면 농업진흥지역에서도 스마트팜과 수소연료전지 발전소를 건설하는 것이 가능하다.쌀농사만 짓는 농지에 스마트팜을 조성하고 지붕일체형 태양광으로 건설하는 스마트팜의 지붕과 수소연료전지발전을 통해 생산되는 신재생에너지는 반도체클러스터에 재생에너지 100% 공급이 가능하게 할 수 있다.그러면 10GW의 재생에너지를 생산하기 위해서는 얼마의 농경지가 필요할까. 50KW의 전력생산이 가능한 첨단 스마트팜 1개동을 짓는데 150평의 농지가 필요하다. 따라서 1GW(100만Kw)의 재생에너지를 생산하기 위해서는 300만평의 농지가 소요된다. 그러므로 10GW의 재생에너지 생산을 위해서는 3천만평의 농지에 첨단 스마트팜을 2027년부터 매년 200만평씩 15년간 조성하면 2042년엔 용인 반도체클러스터에 재생에너지 100%를 공급할 수 있다.첨단 스마트팜과 병행해서 수소연료전지발전소를 건설해서 운영하면 용인 반도체클러스트에 100% 신재생에너지 공급이 가능하다는 계산이 나온다.용인시 농경지가 2천200여 만평이니 화성, 안성, 평택 등 이웃 시들을 참여시키면 충분히 가능하다. 농민들의 평균 경작 면적이 약 3천평 정도 되므로 1만 농가를 참여시키면 부지 문제는 해결 가능하다.첨단 스마트팜을 바탕으로 하는 지역특화산업특구는 벌써 몇몇 군데에서 추진되고 있는데, 첨단 스마트팜에 협동조합 형태로 농민들이 농지를 가지고 참여하면 쌀농사에 비해 100배 정도 초고소득을 창출할 수 있다. 용인 반도체클러스트는 용인시를 비롯한 주변 농민들에게도 전통적인 쌀농사에서 첨단 바이오산업에 참여하고 농가소득을 획기적으로 높이는 새로운 기회를 제공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용인 반도체단지클러스터 주변 농지를 활용해서 재생에너지를 공급할 경우 먼 지역에서 송전하느라 설치하는 송전탑 문제로 인한 주민과의 갈등도 없어질뿐더러, 원거리 송전에 따른 전력 손실 또한 줄일 수 있다. 더군다나 주변 농지에서 첨단 스마트팜 조성을 통해 전력을 공급하게 되는 농민들은 용인 반도체클러스터 조성에 막대한 기여를 한다는 자부심뿐만 아니라 첨단 바이오산업을 통하여 상상치도 못한 소득도 생기는 그야말로 기업과 지역 주민의 상생 발전모델이 될 것이다.

2023-09-03

정직이 살아있는 한국 사회

서의호 포스텍 명예교수·산업경영공학 며칠 전 비상사태가 일어났다. 핸드폰을 분실 했다.자전거를 즐겨 타는데 자전거 앞의 바구니에 넣어서 음악을 들으면서 자전거를 탄다. 주머니에 넣고 이어폰으로 들어도 좋지만, 공간에 퍼지는 음악을 듣는 맛을 훨씬 좋아하기에 앞 바구니에 넣고 음악을 듣는 걸 더 좋아한다.커브를 돌 때 떨어진 듯한데, 그때 음악을 듣고 있지는 않았다. 음악을 듣고 있었으면 휴대폰이 떨어지면 음악이 중단되니까 인지했을 텐데라는 후회를 했다.“당분간 PC 카톡으로만 연락됩니다”…. 라고 여러 친구들, 그룹들에 연락한 후, 한 친구로부터 ‘구글 위치확인’서비스를 받아 보라고 하는 충고를 받았다. 근처 단골 핸드폰 가게에 가서 구글 서비스를 해보자고 하는데 구글 ID 등이 필요하다고 해서 일단 더 찾아보자고 했다.자전거로 다닌 길을 두 번이 지나면서 계속 찾았지만 없었다. 그리고 1시간 반이 지났다. 점점 찾을 가능성은 줄어들고 있었다. 주변 경찰서에 가서 유실물 신고를 했다. 경찰서에서는 핸드폰은 찾는 경우가 많으니 염려 말라고 했지만, 여전히 맨붕 상태는 계속 되었다.다시 집으로 돌아와 구글 ID/PW를 검색해서 다시 핸드폰 가게를 찾았다. 그리고 구글 위치 추적에 성공했다. 자전거로 다닌 길 어떤 커피숍에 있다고 나왔다.그곳으로 달려갔다. 그 커피숍에서는 주인이 없다고 펄쩍 뛰었다. 구글 위치에 여기라고 나온다고 나는 주장하고 그는 없다고 의심하지 말라고 한다.결국 그 커피숍 근처를 뒤지는데 없었다. 주인이 나와서 같이 찾기로 했다. 커피숍 근처에 편의점이 있었는데 그 편의점은 월요일 휴일이었다.그런데 갑자기 그 커피숍 주인이 “저 테이블에 있는 건 무어죠 ?”라고 외쳤다. 찾았다! 핸드폰은 거기 있었던 것이다.내가 감동을 받은 것은 (1)구글의 기술력! 정확히 핸드폰이 어디 있는지 위치를 알아냈다. 정말 신기했다. (2) 한국민의 양심! 누군가 길바닥에 떨어진 걸 주워서 길거리 편의점 탁자 위에 올려놓았고 그것을 2시간 동안 손댄 사람이 없었다.다행히 그 편의점이 오늘 휴점 덕분에 드나드는 사람이 없었지만, 그래도 2시간을 그 탁자 위에 있었다는 건 한국민의 양심이 살아있다는 증거 아닐까?가져가도 팔기도 쉽지않고 절도로 체포될 수도 있고 아마 그 자리에 놔두는 게 제일 안전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그래도 거기 핸드폰이 그대로 놓여 있는 건 선진국 영국, 일본 등에서 볼 수 있는 장면이었다.문득 10년 전 독일 생활이 생각났다. 처음 독일의 드레스덴이라는 동네에 도착해서 전차를 타는 방법을 모를 때 50유로의 티켓을 사면 한 달 동안 전차, 버스 등 교통수단으로 모든 시내 및 일정한 거리의 시외까지 다닐 수 있다는 것을 한 교민이 알려줬다. 그 티켓을 끊어서 가지고 돌아다니면서 느낀 것이 참 많았다. 우선 첫 시승 때 전차 내에서 첫 시승임을 스스로 기계로 체크하게 되어 있다. 양심적으로 하도록 돼 있어서 승객이 첫 구입한 티켓을 언제부터 사용하는가를 스스로 신고하는 시스템이었다. 한 달이라는 기간이 티켓을 발행할 때부터 사용이 시작되는 것이 아니라 첫시승 때 스스로 신고 하도록 돼있는 인상적인 시스템이었다. 열심히 한 달 동안 학교를 오가고 돌아다녔다. 그러나 거의 한 달이 지나도록 전차, 버스를 탔지만 티켓검사를 한 번도 하는 경우가 없었다. 결국 승객들이 알아서 자기가 필요한 티켓을 구입하여 양심적으로 가지고 다닌다고 밖에는 생각할 수 없었다. 한 달이 다 지나가던 어느 날 처음으로 조사원의 티켓검사가 시작됐다. 나는 속으로 아마 여러 사람 걸리지 않을까 생각했다. 그건 한 달 내내 티켓검사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내 예상과는 달리 단 한 사람도 티켓을 소지하지 않은 사람이 없었다.또 한 번은 배를 타고 인근의 마을로 여행을 하는데 배 안에서 음식주문을 받아서 커피, 차, 식사 등을 가져다 주는 것이었다. 가격에 대한 이야기도 없고, 청구서도 없었다. 속으로 아마 티켓값에 포함되어 있구나 하는 생각을 하였다.그러나 배를 내릴 때 쯤 되니까 각자가 알아서 식사비용을 계산하는 것이었다. 배에서 내리기전까지 여러 정거장이 있었고 화장실이나 갑판으로 가기 위해 자리를 여러 번 떠났지만 아무도 제지하는 사람도 없었다. 그대로 중간 정거장에서 내릴 수 있는 기회도 여러 번 있었다.음식값을 계산하라고 강요하는 직원도 없었다. 내리기 전에 알아서 양심적으로 계산하고 내리는 그런 시스템이었다. 이러한 시스템을 보면서 신선한 충격을 느꼈다. 과연 정직한 사회란 무엇인가를 실감했다.우리 사회도 과거와 비교하면 사회 곳곳에 정직성이 향상된 것도 사실이다. 공공질서도 많이 좋아졌고 준칙성은 나의 젊은 시절보다는 훨씬 좋아졌다.이번 핸드폰을 잃어버린 날 그날은 한국인의 양심에 감동 받은 날이었다. 정직이 살아있는 한국사회라는 생각이 들었다.핸드폰을 찾아 자전거를 타고 귀가하는 길은 날아갈 것 같았다. 신고취소가 필요하지 않을 듯해도 경찰서에 들러 찾았다고 보고 하고 유실물 신고를 취소했다. 경찰들의 얼굴에도 잔잔한 미소가 번져갔다.

2023-09-03

ESG경영과 노동

유성찬지속가능사회연구소 소장​​​​​​​지속가능한 사회를 위한 포항시민연대 공동대표 피브리노겐(fibrinogen)은 혈액응고인자이다. 상하서열이 확실한 개코원숭이 집단에서 계급이 낮은 원숭이일수록 혈중 피브리노겐의 수치가 높게 나온다는 실험결과가 있다. 낮은 계급의 원숭이는 부상을 입을 수 있다는 스트레스로 인해 피브리노겐의 혈중 농도가 증가한다고 한다.리처드 윌킨슨이라는 영국 노팅엄 의과대 사회역학 교수는 원숭이만이 아니라 사람들도 심리적 학대로 인한 스트레스로 혈중 피브리노겐 수치가 증가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윌킨스 교수가 영국 공무원 3천300여명을 대상으로 통계를 내었는데, 공무원 직급이 낮을수록 피브리노겐 수치가 남녀차이를 떠나 모두 높게 나온다는 실험결과를 확인했다. 하위 공무원의 혈액은 낮은 계급의 개코원숭이처럼 공격에 대비하고 있는 것처럼 반응한다는 것이다.사람들의 일상생활에서 위계질서가 있는 곳이 어딜까? 가족, 직장, 계모임, 동창회 등 사람이 만드는 조직들 중에서 일상생활을 하면서 계급의 높고 낮음이 있는 곳은 직장이다.기업에는 상하관계, 위계질서가 존재한다. 그리고 직장은 가족의 생활을 책임지게 하는 생존의 일터이다. 평화롭게 노동을 하는 것은 행복 그 자체이지만, 그렇게 세상이 호락호락하지 않다. 경쟁도 있을 것이고, 자존심도 상하고, 비위에도 거슬리는 일이 생길 것이다. 수평적인 소통이 가능하다면 그만큼 좋은 일도 없을 것이지만, 상하 수직적 관계에서 지시와 업무수행이 있을 뿐이라면 일상이 고통이 된다.이러한 고통을 덜기 위해서는 평화로운 수평적 관계, 즐거운 직장생활, 서로의 어려움을 덜어주는 일터공동체, 직장인과 노동자들의 이해를 대변해주는 노동조합이 조화롭게 잘 어울리는 분위기가 중요하다.생산성도 올리고 일하기에 즐거운 노동현장, 이처럼 기업과 노동이 함께 공유하는 목표가 바로 노동현장에서 ESG경영이 될 것이다.노동은 신성한 것이라고 말하지만, 정말 그렇다고 믿고서 노동을 하는 사람은 없다. 인간사회에서 노동이 필요불가결한 것이기에 ‘신성한 것’이라고 착시현상을 일으킬 뿐이다.하지만 사랑하는 가족을 먹여살려야 하는 가장(家長)의 입장에서는 노동만이 생존의 제1 조건이기에 ‘착한 노동’은 맞다. 그리고 직장에서, 공장에서, 노동현장에서 ‘착한 노동’을 수행하는 사람들에게 ‘착한 행동’으로 가득한 분위기의 생산현장이라면 이 세상이 좀 더 살기 좋은 사회가 될 것은 자연스러운 상상이다.필자는 짧은 삶의 경험이지만, 인간은 ‘착한 노동’의 방식으로 진화해 갈 것이다. 쟁투가 벌어져 파업이 일어날 수도 있을 것이고, 사회적 모순을 해결하고자 사회적 투쟁도 일어날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 하더라도 크게는 이 세상이 평화롭게 발전해가기를 바라는 것은 ‘착한 노동’을 하는 가장들이다.우리나라가 개발도상국이었을 때, 가장은 노동할 곳을 찾아 평생고용된 직장을 희망하였다. 실직만 하지 않는다면 행복했던 시절이 있었다. 지금은 우리 사회의 직장문화가 인권이 지켜지는 직장인가 아닌가가 중요하게 될 정도로 노동자의 권리의식도, 직장문화도 많이 변화한 것이 사실이다.그리고 중대재해법이 보여주듯이 노동현장의 안전과 환경이 더욱 중요해졌다. 노동자들의 안전을 지키고 가장과 그 가장의 가족들, 생존을 지켜주는 직장문화, 공장을 친환경일터로 만들어 노동자의 건강권, 환경권을 지켜주는 것이 무엇보다도 더 중요해진 것이다.또 여성동료에게 성적인 추행을 하는 것은 해고에 해당하는 징계를 받도록 되어 있다. 직장인들 사이에 서로의 기분과 감정을 상하지 않도록 노력하는 일터 분위기로 변화해가고 있고 또 큰 공감대를 형성해 가고 있다. 당연히 피브리노겐의 혈중수치는 떨어질 것이다. 이것이 노동현장의 ESG경영이다.요즘 일어나고 있는 기후재난, 극한호우는 산업혁명이후 인간이 뿜어낸 석탄, 석유. 화석연료의 이산화탄소로 인해 발생한 인류의 위기이다. ‘인류의 생존이냐, 파멸이냐’라는 기로에 선 현실에서, 노동자는 지역시민으로 변화한다.노동현장에서 퇴근하면 지역시민의 자격으로 쓰레기에서 플라스틱과 비닐, 종이를 분리하여야 한다. 음식물 쓰레기도 정성스럽게 음식물쓰레기통에다가 담게 된다. 이러한 쓰레기 분리수거 행동이 지역의 환경을 맑게 하고, 나라의 에너지산업을 발전시키게 된다. 플라스틱과 비닐, 음식물쓰레기에서 경유와 바이오가스 등 신재생에너지를 만들어내기 때문이다.마지막으로 노동하는 인간에게 역사적 사명감이 있다면, 전세계의 노동자의 이름으로 지구온난화로 인한 인류의 위기를 극복하자는 슬로건과 목표를 세울 만하다. 실천하는 노동, 노동조합은 기업의 중요한 이해관계자이므로 노동조합내에서도 ESG교육을 실천하여, 이 세상의 ESG경영을 노동과 노동조합이 리드해가는 시대적 추세를 만들어갔으면 좋겠다.

2023-08-27

노년기 건강 비결은 맞춤형 운동이다

박성률트레이닝과학연구소장동국대 의과대학 연구초빙교수 신체활동이란 우리 몸에서 에너지소비를 발생시키는 모든 움직임을 말하는데, 운동과 스포츠뿐만 아니라 생활 속에서 몸을 움직이는 활동 전체가 포함된다. 이러한 신체활동을 규칙적으로 실천할 경우 생애주기 구분 없이 질병 예방 및 건강수명 연장에 효과가 있다. 신체활동은 심혈관질환, 암, 당뇨병과 같은 비감염성질환을 예방하고 관리하는 데 도움이 된다. 신체활동이 부족한 사람은 활동량이 충분한 사람에 비해 사망 위험이 20~30% 높다. 이러한 이유로 세계보건기구(WHO) 회원국들은 2025년까지 신체활동 부족 비율을 10% 줄이기로 합의했다. 이처럼 최근 들어 신체활동의 중요성이 전 세계적으로 강조되고 있다.우리나라 국민 중 신체활동 실천율이 가장 낮은 생애주기는 노년이다. 노인은 시간적 여유와 신체활동 기회가 비교적 많음에도 불구하고 유산소·근력 신체활동 구분 없이 충분한 신체활동을 실천하는 노인이 3명 중 1명에도 미치지 못하는 실정이다.최근에 발표된 보고서에 의하면 우리나라 노인의 유산소 신체활동 실천율, 즉 일주일에 중강도 신체활동 2시간 30분 이상이나 고강도 신체활동 1시간 15분 이상 또는 중강도와 고강도 신체활동을 섞어서 하는 노인의 수는 33.0%로 3명 중 1명만 권장 수준만큼 실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성별의 차이에서는 남성이 36.6%, 여성이 30.1%로 남성이 여성보다 6.5% 높은 실천율을 보이고 있으나 전체적으로는 감소 추세다.게다가 우리나라 노인이 최근 1주일 동안 팔굽혀펴기, 윗몸일으키기, 아령, 철봉 등의 근력운동을 2일 이상 하는 근력운동 실천율은 18.3%로 6명 중 1명만 권장 수준만큼 실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성별의 차이에서는 남성이 30.5% 여성이 8.7%로 남성이 여성보다 21.8p 높은 실천율을 보였다. 전체적으로는 증가 추세지만 아직 목표치에는 도달하지 못하고 있다.2019년 기준 우리나라 노인이 최근 1주일 동안 걷기를 1회 10분 이상, 1일 총 30분 이상, 주 5일 이상 하는 걷기 실천율은 39.9%이다. 성별의 차이에서는 남성이 44.3%, 여성이 36.5%로 남성이 여성보다 7.8%p 높다. 이 또한 전체적으로는 감소 추이를 나타내는 가운데 남성이 15.7%, 여성이 14.5% 줄어들었고, 같은 시기의 성별 차이도 9.0%p에서 7.8%p로 1.2% 감소했다.노인의 건강에 미치는 변인은 다양하지만, 특히 고령화에 의한 건강 악화는 신체활동 부족과 체력 저하가 가장 큰 원인이다. 노화에 의한 체력 저하는 신체활동을 저해하는 주요 요인이다. 이로 인해 감소된 신체활동량은 또다시 체력을 저하시키는 원인이 된다. 그렇기에 우리 정부와 지자체는 여러 정책 및 사업을 추진하고 있으며 노인의 건강 악화 예방과 건강 및 체력 증진을 위한 대안으로 여러 가지 운동 프로그램을 권장하고 있다.하지만 지역사회 노인 신체활동 지원기관은 보건소, 국민건강보험공단, 체육회로 분화되어 분절적으로 운영 중이며, 기관별로 정책 목표 및 신체활동 주제만 다를 뿐 대상과 접근전략 및 접근생활터는 거의 동일하다 할 수 있다. 이로 인해 사업대상이 중첩되거나 탈락되는 등 서비스의 효율성이 떨어져 지속성 있고 효과적인 노인 체감형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더욱이 노인의 건강수준을 허약과 일반으로만 구분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로 인해 노인의 건강 및 체력 수준에 맞는 맞춤형 운동 프로그램이 부재하여 신체적 건강증진 효과가 다소 떨어지고 운동 상해 발생 등 부정적인 요인을 내재하고 있다.기존 체육시설에 대한 노인 활용도 제고 등 장비 관련 정책도 정부 부처에서 추진 중이나 노인이 일상생활에서 안전하게 활동할 수 있는 신체활동 친화적 환경 관련 정책과 사업은 미흡하다 할 수 있다.이미 주지하듯이 노년기의 규칙적인 신체활동은 신체적·정신적·사회적 건강증진을 도모한다. 아울러 신체활동 부족으로 인하여 발생하는 고혈압, 당뇨병 등 다양한 질병에 의한 비용부담을 감소시키고 궁극적으로 삶의 질을 향상시킨다. 그런데 최근 우리나라 노인의 신체 활동 실천율은 감소하고 있으며 실천 수준도 매우 낮은 상황이다. 이에 따라 정부 및 지자체 차원에서의 대책 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다.우리 국민 누구나 건강하게 장수하는 노년기를 보낼 수 있도록 정부는 분절적으로 추진 중인 노인 건강사업을 체계적이고 효율화하기 위한 중앙단위의 조직을 구성할 필요가 있다. 특히 지자체는 현재 지역사회에서 다양하게 추진되고 있는 노인 대상 운동 프로그램의 효과성 및 안전성을 진단하고 개선하여 노인의 건강 및 체력 수준에 맞는 운동 프로그램을 개발할 필요가 있다. 다시 말해 기존의 허약과 일반으로 단순 구분된 운동 프로그램을 더욱 세분하고 각 분류별로 표준화된 운동 프로그램을 제공해야 한다. 이와 함께 일상생활에서 주거지역으로 노인이 자연스럽게 신체활동을 실천할 수 있는 보행 및 활동 친화적인 환경조성도 풀어야 할 과제다.

2023-08-27

적대적 반항장애

사공정규동국의대 정신건강의학과 교수·의학박사 사람은 성장하는 과정에서 권위 있는 대상에게 반항적인 태도를 보일 수 있다. 특정 시기에 이러한 반항적 태도가 두드러진다. 특히 2∼6세의 시기에는 자기가 하고 싶은 것은 무엇이든 하려는 ‘자기중심성’ 때문에 떼를 쓰는 경우가 많다. 이때의 아동이 떼를 쓰는 행동은 정상 발달과정에서 보일 수 있다. 그러나 이럴 때 엄마의 태도가 아주 중요하다. 우선 아이가 무엇을 원하는지를 잘 들어보고, 어른의 입장을 차근차근 설명해주어야 한다.그래도 계속해서 떼를 쓴다면 무작정 혼내기보다는 무관심하게 대하는 것이 오히려 효과적이다. 제재를 가하는 것도 관심의 표현일 수 있기 때문이다.떼를 쓰면 부모가 자리를 잠시 피해 있으면 대개 그치게 된다. 떼를 쓴다고 해서 아이의 요구를 들어주는 것은 앞으로도 계속 떼를 쓰라는 메시지를 보내는 셈이 된다.정신의학적으로 설명하면, 인간의 행동을 이해하는데 중요한 ‘학습이론’이 있다. 부모의 사랑과 관심을 받으려는 아이는, 부모가 그의 요구를 들어줄 때 다시 말해 떼를 쓸 때마다 자신에게 보상이 오니까 점차 떼쓰고 우는 행동이 많아진다는 것이다. 이를 의학적 용어로 ‘강화’라고 한다. 떼쓰는 아이에게 제재를 가해도 이런 행동이 강화될 수 있다. 아이의 입장에서 보면 제재 또한 자신이 떼쓴 데 대한 부모의 반응 결과이고 관심의 표현일 수 있기 때문이다. 떼쓰는 행동으로는 자신의 요구가 관철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주면, 그에 따른 아무런 보상도 없어서 그러한 행동은 줄어들고 없어지게 된다. 이를 ‘소거’라고 한다. 학습이론의 핵심은 인간의 행동에 있어 그 결과가 어떠하였나에 따라 그러한 행동이 줄어들 수도 있고 늘어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유치원에서 교사들이 아동들의 공격적인 행동에 전혀 주의를 주지 않고 사이좋고 협동적일 때 칭찬을 하고 주의를 기울이니 교실이 더 조용해졌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이렇게 제대로 된 훈육이 중요하다.사례를 살펴보면 K군은 8살 초등학생으로 어릴 적부터 자신이 원하는 대로 되지 않을 때마다 화를 내고 심지어는 어머니에게 장난감을 집어던지거나 주먹으로 때리기도 했다고 한다. K군의 어머니 말에 따르면 유치원을 다닐 때에는 어느 정도 통제가 가능했으나 초등학교에 입학한 이후로 급격히 심해진 것 같다고 했다. 선생님의 말씀을 전혀 듣지 않고 교내 규칙을 자주 어긴다고 한다.그리고 자신을 혼내는 사람에 대해 앙심을 품고 복수한다는 글도 적었다고 했다. 최근에는 같은 반 친구들을 지속적으로 괴롭혀 학교폭력위원회가 열리게 됐다고 한다.‘적대적 반항장애’ 증상은 크게 3가지이다.첫째 감정적인 면에서 화가 많다. 즉, 쉽게 짜증을 내며, 자주 욱하고 화를 잘 낸다. 둘째 반항적인 행동을 한다. 특히 권위자들(부모, 학교 선생님, 어른)에게 따지기를 좋아하고, 타인을 짜증 나게 하고, 권위자들의 요구나 규칙을 무시하거나 거부한다. 그리고 자신의 잘못된 언행을 남의 탓으로 돌린다. 셋째 복수심이 강하다. 자신을 혼내는 사람에 대해서 앙심을 품고 복수하고자 하는 욕구가 강하다. 만일, 초등학교 전후의 자녀에게 위와 같은 증상이 6개월 이상 지속한다면, ‘적대적 반항장애’를 의심하고 조기에 전문적인 정신과적 진단과 치료를 적극적으로 해야 한다.이 증상을 방치하면 청소년기에 품행장애, 성인이 된 후 반사회성 성격장애(일반적으로 말하는 사이코패스)로 발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증상의 시작은 주로 집이지만, 시간이 지남에 따라 유치원, 학교, 사회 등으로 옮겨간다.부모가 ‘적대적 반항장애’ 아이를 훈육할 때 아이의 감정은 공감해주되 문제행동은 통제해야 한다는 대원칙을 잊어서는 안 된다. 예를 들면, 감정을 공감해주어야 할 때는 “참, 힘들었겠다”, “많이 속상했겠다” 등의 표현으로 감정을 읽어주고 공감해야 한다. 그래야 자녀가 감정을 쌓아두지 않는다. 그러나 문제행동은 다르다. 예를 들면 아이의 폭력적 행동은 아빠나 선생님보다는 비교적 손쉬운 대상자인 엄마를 상대로 시작된다.이 때 폭력적 행동은 용납될 수 없음을 인식을 시켜주어야 하고 화가 난 큰 목소리가 아니라, 낮은 톤으로 힘 있게 단호하게 표현하는 것이 효과적이다.또 필요한 경우 그에 따른 책임을 묻고 합리적인 제재도 있어야 한다. 부모가 권위적일 필요는 없지만, 권위를 잃어서는 안 된다. 아이가 원하는 대로 허용하는 것이 자유가 아니다. 해서는 안 될 일에 자유를 주는 것은 방임이다. ‘적대적 반항장애’의 평균 발병 연령은 8세 전후이며, 남아에게서 여아에게 보다 더 빈번하게 나타난다(남아대 여아=1.4대 1). 유병률은 평균적으로는 3.3%이나 사회문화적 환경에 따라 유병률이 1∼11%로 차이가 크다.예를 들면, 어린이·청소년에 대한 훈육이 엄격하고 어른의 권위가 살아 있었던 한 세대 전만 해도 우리나라에서는 ‘적대적 반항장애’는 매우 드물었던 병이다.반면, 어린이·청소년에 대한 일관성 없는 양육, 훈육이 느슨해지고, 어른의 권위가 줄어든 지금 ‘적대적 반항장애’는 급증해 11% 전후로 추정된다. 반항장애는 아이의 타고난 천성과 양육 환경의 결과로 초래되는 병이다. 양육환경은 어른인 우리의 몫이다.

2023-08-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