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도 유럽 선진국들과 함께 예외 없이 탄소중립을 추진하고 있었으나 민주당 정부는 적극적이었고 공화당 정부는 역행했다. 부시 대통령은 교토의정서에 참여하지 않았고, 트럼프 대통령은 파리기후협약을 탈퇴했다. 따라서 미국은 탄소중립과 에너지전환이 선진국 중에서 매우 뒤처졌다. 그래서 바이든 대통령은 취임 후 첫 일이 파리기후협약 복귀였고 모든 정치력을 기울여 IRA를 시행하고 있다.
IRA는 미국 연방정부 주도로 2022년부터 2031년까지 500조원(현 환율 기준)을 투입하여 지난해 기준 현재 22%인 재생에너지를 2030년 60%까지 달성하고자 한다. 내용을 살펴보면 첫째 재생에너지 발전인데, 태양광의 경우 2022년 1천750만KW에서 2031년 7천500만KW까지 순차적으로 확대 설치, 둘째 재생에너지 기반 디지털화한 스마트 그리드(전력망) 설치, 셋째 충분한 전기차 충전소(에너지 저장소) 설치, 넷째 막대한 전기차 보조금 지원을 통한 전기차(움직이는 에너지 저장장치) 보급 확대다.
이를 통해서 재생에너지 기반의 새로운 첨단 산업생태계를 조성함으로써 코로나19로 풀린 막대한 자금을 에너지전환과 미래 산업 투자로 이끌어 내고 인플레이션도 감축시키고자 하는 미국 정부의 미래 산업 투자전략이다.
재생에너지 기반 에너지전환을 추진하는데 대해 기존 화석연료를 바탕으로 한 에너지산업계의 반발과 석유, 석탄, 가스 관련 산업 등 좌초자산의 퇴출 저항을 주정부로서는 감당하기 힘든 점도 있다. 그래서 연방정부가 강력하게 나서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신재생 에너지 정책의 기본인 태양광발전, 풍력발전 등의 기본적인 인·허가권을 지방자치제도의 원칙에 의거하여 일선 시, 군, 구에 부여하고 있다.
기초자치단체인 시, 군, 구가 재생에너지 활성화를 위해 경쟁을 했으면 별 문제가 없었을 테지만, 그간 시, 군, 구는 그 권한을 재생에너지발전 사업을 규제하는 쪽으로 경쟁적으로 사용하여 구미시의 경우 이격거리를 벗어나 발전 사업이 가능한 지역이 도시 면적 전체의 0.09%에 불과한 상황까지 왔다.
또한 시, 군, 구의 협상력으로는 산업화시대에 적합하게 설계된 한국전력 중심으로 수직계열화 된 전력 송·배전망을 재생에너지기반 에너지전환 시대에 적합한 수평화 된 ‘디지털화한 스마트 그리드’를 한전에 요청할 협상력도 부족하다. 현재 전국 대부분의 지역은 송전선로 부족으로 재생에너지 발전사업 자체가 불가능한 실정이다. 한전 또한 수백만의 재생에너지 발전사업자로 구성될 수평적인 재생에너지 기반 디지털화한 스마트 전력망으로 송·배전망을 재구축할 대비가 전혀 되어있지 않은 상황이다.
차제에 미국의 IRA와 비슷하게 법과 제도 정비를 통해서 우리나라의 재생에너지 활성화 방안을 찾아보고자 한다.
현재 시, 군, 구의 조례를 통한 각종 이격거리 규제로 재생에너지를 설치할 땅이 없고, 한전의 송전선로 부족으로 재생에너지발전사업 자체가 불가능하다. 따라서 우리도 미국처럼 법과 제도 정비를 통해 새롭게 정책방향을 수립해야 한다. 먼저 우리 기업들의 산업경쟁력 제고를 위해 전국 산업단지의 장·단기 RE100 수요파악부터 해야 한다. 파악된 수요를 바탕으로 모든 이격거리 규제를 폐지한 뒤 첫째, 도시와 산업단지 주변 농지에 재생에너지 수요에 적합한 만큼의 태양광 발전단지를 조성하도록 한다.
둘째, 재생에너지가 필요한 기업과 농지태양광 발전단지 간에 직접 PPA 방식의 새로운 그리드(전력망) 구축을 활성화한다. 셋째, 전국 곳곳에 재생에너지 충전소 구축 사업을 민간 자본을 끌어들여 충분할 정도로 활성화한다. 넷째, 국내 차량들을 가능한 한 빠르게 전기차로 교체 가능하도록 전기차 보조금을 확대한다.
지금 세계는 에너지 전환과 탄소중립 달성을 위해 난리가 난 상황이다. 미국은 IRA를 통해 자국 산업을 보호하고 새로운 재생에너지 기반 산업생태계 조성을 위해 안면몰수하고 있다. EU는 유럽판 IRA(Net Zero Industry Act)를 통해 유럽의 산업보호와 새로운 산업생태계 구축에 여념이 없다. 이러한 시기에 우리나라는 논의만 분분한 채 탄소중립 정책은 끊임없이 갈지자 행보만 하고 있고 에너지전환정책은 거대한 화석연료 발전사들에게 발목이 잡혀 논의만 가득한 가운데 방향을 잃고 헤매고 있다.
미국의 경우 국고를 500조원이나 직접 투입하는 충격요법을 썼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첫째, 농지태양광 발전단지 조성, 둘째, 산업체와 발전단지 간 직접 PPA 방식 스마트 그리드 구축, 셋째, 전기충전소 설치 등에 “기후금융”을 활용하면 국가 재정 부담은 거의 없이도 탄소중립 달성이 가능하다.
불필요한 이격거리 해제하고 전면적인 농지태양광을 허용하는 등 법과 제도만 선진국 수준으로 정비하고 정부에서 제도 활용만 제대로 한다면 우리나라는 다른 어느 나라 보다 발전된 첨단 제조업과 디지털화한 산업 환경을 활용하여 단시일 내에 탄소중립 선도국가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이것이 시급히 대한민국 버전 IRA(인플레 감축법)가 필요한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