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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마음처방전이 필요하다

등록일 2023-11-05 18:15 게재일 2023-11-06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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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공정규 동국의대 정신건강의학과 교수·의학박사
사공정규 동국의대 정신건강의학과 교수·의학박사

많은 사람은 정신질환이 나와 무관하다고 생각하고 싶어 한다. 또 정신질환은 드문 병이고 쉽게 발생하지 않는 병으로 생각한다.

그런데 ‘2016년도 정신질환 실태 역학조사’에 의하면 우리나라 18세 이상 성인의 주요 17개 정신질환에 대한 평생 유병률은 25.4%로 분석됐다.

평생 유병률은 평생 한 번 이상 정신질환에 걸리는 사람의 비율을 의미하는데, 25.4%라는 건 4명 중 1명이 주요 17개 정신질환을 평생에 한 번 이상 경험한다는 의미이다. 그만큼 정신질환은 흔한 병이라는 말이다.

그러나 실제 정신질환의 평생 유병률은 이것보다 훨씬 높다.

왜냐하면, 우리가 현재 주로 사용하고 있는 정신질환의 진단 기준인 ‘정신질환의 진단 및 통계 편람 5판’(DSM-5)에 의하면 300여 개의 정신질환이 있는데, ‘2016년도 정신질환 실태 역학조사’는 조현병 및 관련 장애, 양극성장애(조울증), 주요 우울장애, 공황장애, 범 불안장애, 외상후스트레스장애, 강박장애 등 주요 17개 질환만 조사했기 때문이다.

신체 질환은 나와 무관할까요?

우리가 신체를 가지고 살아가는 한, 신체의 문제가 없을 수 없다.

인간이 정신을 가지고 살아가는 한, 정신의 문제 즉 마음의 문제가 없을 수 없다. 우리는 누구나 생로병사를 겪게 된다.

이 세상에 태어난 이상 이를 피할 수는 없다.

신체든 정신이든 모두 내가 돌봐야 할 소중한 나이기에 예방과 치료, 재활을 피하지 말고 정성을 다해야 한다.

디지털 시대가 현대인에게 신생활 문화를 선물했지만, 더불어 건강의 적인 스트레스를 가중시키고 있다.

스트레스는 요즈음 현대 의학에서 가장 큰 화두 중 하나이다.

스트레스를 잘 관리하지 못하고 방치하면, 불면증, 불안증, 우울증 온갖 정신적 질환뿐만 아니라, 고혈압, 심장병, 당뇨병, 심지어 암 등 온갖 신체적 질환이 발생한다. 스트레스는 만병의 근원이다.

필자가 2006∼2007년 미국 하버드의대 메사추세츠 종합병원(Massachusetts General Hospital, MGH) 우울증 임상연구프로그램(Depression Clinical Research Program, DCRP) 연구원으로 있을 때, 심신의학의 대가 하버드 의과대학의 교수인 허버트 벤슨 박사의 프로그램에 연수한 바 있다.

허버트 벤슨 박사는 병원을 찾는 환자의 25%만이 약물치료, 수술 등 의학적 치료가 필요한 질병이고 나머지 75%는 심신의학을 통해 심신관리를 잘해 자가 치유력을 높이면 나을 수 있는 환자로 분류했다.

심지어 의학적 치료가 필요한 25%의 환자조차도 심신의학을 통해 심신관리를 잘해 자가 치유력을 높이면 더 큰 의학적 치료 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강조했다.

신체적인 질환이든 정신적인 질환이든, 병에 걸리면 그에 합당한 치료적 도움을 받아야 한다.

그러나 그 어떤 치료도 신체건강과 정신건강의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니다.

병에 걸리면 치료가 필요하지만, 근본적으로는 치유여야 한다.

그렇다면, 치유는 무엇일까요?

우리가 흔히 사용하는 치료와는 어떤 차이가 있을까요?

치료는 의사가 병을 고치려고 하는 행위를 말하고 치유는 자기 스스로 병의 근본적인 원인을 알고 병의 원인을 낫게 하는 활동을 말한다.

치료는 질병을 가진 환자가 대상이고 전문가에게 위임될 수 있으며 치료받는 특정 기간의 개념이다. 반면 치유는 우리 모두가 대상이고 위임될 수 없으며, 자신이 일생 지속하는 평생 과정의 개념이다.

신체가 건강해지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심신의학에서 말하는 치유 처방, 운동도 하고 좋은 식습관을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운동 처방전과 식이 처방전은 소위 생활습관병인 당뇨병과 고혈압 환자만을 위한 것은 아니다. 누구나 자신에게 맞는 운동 처방과 식이 처방을 받고 평생 실천하는 것이 치유이다.

정신이 건강해지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심신의학에서 말하는 치유 처방, 스트레스 관리 즉 마음 관리를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마음처방전은 정신질환자만을 위한 것은 아니다. 누구나 자신에게 맞는 마음 처방전을 받고 평생 실천하는 것이 치유이다.

우리는 살면서 마음의 상처를 받지만, 마음의 상처를 마주하는 방법을 제대로 배워 본 적이 없다.

그런 우리에게 마음처방전은 건강을 위한 치유를 넘어 인생의 지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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