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가기 버튼

포스텍은 그냥 하나의 대학이 아니다

등록일 2023-10-22 18:07 게재일 2023-10-23 16면
스크랩버튼
서의호 포스텍 명예교수·산업경영공학
서의호 포스텍 명예교수·산업경영공학

포스텍을 새로이 이끌 새로운 총장의 임기가 시작되었다. 제9대 새로운 포스텍 총장으로 김성근 전 서울대 자연대 학장이 선임되어 지난 9월부터 포스텍을 이끌고 있다.

포스텍은 과거 세계 28위(THE 랭킹)로 단연 한국대학의 선봉장이었고, 카이스트와 홍콩과기대, 로잔공대 등을 누르고 ‘설립 50년 이하대학’ 세계 1위로 3년 연속 랭크된 대학이기에 전 세계 교육계의 관심도 당연히 함께 하고 있다.

아쉽게도 그러한 위상은 이후 지켜지지 못하였고, 이제 포스텍은 이러한 과거의 화려한 위상을 다시 복원하고 새로 세워야 하는 큰 미션을 안게 있다.

최근 추진되고 있는 의과학자 양성 의대 설립추진도 학교의 위상을 올리는 중요한 과업 중의 하나일 것이다. 학교의 위상이 의대 설립과 함께 크게 고취될 수 있고 뒤쳐진 한국 의과학에 새로운 지평을 열 수 있을 것이다.

금년, 연구비의 증가로 교수, 직원들에게 주어진 보너스도 좋은 인센티브이며, 재정의 탄탄함이 중요한 것은 말할 나위도 없다. 과거 국내 최고의 대우였던 포스텍 교수의 급여수준도 다시 끌어올려 사기를 북돋는 것도 중요하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건 신나는 캠퍼스를 만드는 일이다. 이를 위해서는 학교 위상을 국내외적으로 새로 세우는 일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국내외 평가를 상승시키는 건 교수 직원 학생 구성원의 자존심, 생산성과도 관계가 있고, 그리고 졸업생 명예교수들의 자부심과도 직결된다. 국내외 고교, 대학생들의 포스텍 지원과 교수직 초빙에도 중요하고 해외대학과의 교류에도 절대적으로 중요하다.

포스텍에 세계대학 경쟁력 연구원(Postech Institute of University Competitiveness)같은 기관을 설립하고 이를 통해 정부기관과 연계하여 다양한 보고서와 논문을 발표하고 포스텍 브랜드가 들어가는 평가 지표를 개발한다면 포스텍 위상 상승에 크게 기여 할 것이다.

현재 라이덴 랭킹(네델란드), 샹하이자오퉁 랭킹(중국) 등의 랭킹과 지표 등이 그 대학들의 브랜드 가치를 올리는데 크게 공헌하였고 포스텍은 이러한 대학들의 경험을 공유하고, 벤치마킹할 수 있을 것이다.

Aim globally, think locally(세계를 목표로 하고 지역과 유대하라) 교훈도 중요해 보인다. 지역과의 유대강화도 중요하다. 대학 부근에 실리콘 밸리를 만든 스탠포드 대학이 좋은 예이다. 지역과의 유대를 떠나 새로운 창조를 하고, 이를 통해 세계로 뻗어가는 포스텍이 되어야 한다.

국내외 포스텍을 중심으로 하는 네트워크의 재건도 필요해 보인다. 국내 리더십을 아우르는 전국적인 포럼, 카이스트 브랜드 가치에 크게 공헌한 국제총장포럼 등도 구상해 볼만한 행사들이다. 동문들을 활용한 세계 네트워크의 구성과 해외거점의 설치, 적극적인 국제화 및 국제 인지도 향상에 대한 정책 등도 필요해 보인다.

복잡해 보이는 대학 총장의 역할도 간단히 두 가지로 요약될 수 있다. 내외부 자원의 유치와 활용을 통해 구성원들을 신나게 하여 그들의 능력을 극대화하고, 국내외 네트워크를 구성하여 내부적 역량을 국내외의 네트워크와 연결. 대학의 평가와 인지도를 높이는 것이다.

분명한 것은 ‘포스텍은 그냥 하나의 대학’이 아니다. 몇 년전 유엔에서 감동의 연설이 있었다. 유엔 안보리에서 행한 한국의 유엔대사가 행한 즉흥 연설이 세간에 큰 화제가 된 적이 있다.

안보리 대표들을 가슴으로부터 울린 연설은 그 전문이 공개되어 있지만 두 개의 문구가 특히 눈에 띄었다.

“한국인들에게 북한사람들은 그냥 스쳐가는 아무나(anybodies)가 아니다”라는 말이다. 사실 “아무나가 아니라”는 말처럼 소중한 의미를 담고 있는 말도 많지 않다. 무엇이든 “아무나” 또는 “아무 것이나”가 아니게 여기는 정신이야말로 정말 소중한 것이다.

또한 “우리의 소원은 이것이다. 먼 훗날 우리가 북한을 위해 한 일을 돌아볼 때 우리가 올바른 일을 했다(did the right thing)라고 말할수 있게 되기를 바랄 뿐”이라고 외치며 그는 연설을 매듭 지었다. 일부 참가 대사들이 눈시울을 적시는 장면이 TV에 방영됐다.

우리 포스텍도 마찬가지이다. 포스텍은 이제 30년을 넘어 반세기를 향하고 있다. 그 세월동안, 그 정성과 땀을 바쳐온 교수와 구성원들에게는 포스텍은 그냥 ‘아무나의 직장’은 아닐 것이다. 그냥 하나의 대학은 더더욱 아닐 것이다.

아무것도 없었던 황량한 땅에 포스텍을 세울 때 외국에서 귀국한 교수들과 그리고 직원들에게는 또한 위험을 안고 포스텍을 선택하였던 졸업생들에게는 포스텍은 ‘아무나의 대학’은 아니었을 것이다.

한국의 유엔대사가 외쳤듯이 먼훗날 우리는 “아무나가 아닌” 우리 한국의 과학과 경제발전, 그리고 지역과 연계한 창의를 통해 세계에 이름을 떨친 포스텍을 위해 우리가 정말 옳은일을 하였구나 말할수 있게 되기를 진정으로 바래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새로운 총장으로 시작하는 지금 이 시간은 ‘아무런 시간’이 되어서는 안 된다.

시사포커스 기사리스트

더보기
스크랩버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