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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G경영과 노동

등록일 2023-08-27 17:58 게재일 2023-08-28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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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성찬 (협동조합) 지속가능사회연구소 소장지속가능한 사회를 위한 포항시민연대 공동대표
유성찬지속가능사회연구소 소장​​​​​​​지속가능한 사회를 위한 포항시민연대 공동대표

피브리노겐(fibrinogen)은 혈액응고인자이다. 상하서열이 확실한 개코원숭이 집단에서 계급이 낮은 원숭이일수록 혈중 피브리노겐의 수치가 높게 나온다는 실험결과가 있다. 낮은 계급의 원숭이는 부상을 입을 수 있다는 스트레스로 인해 피브리노겐의 혈중 농도가 증가한다고 한다.

리처드 윌킨슨이라는 영국 노팅엄 의과대 사회역학 교수는 원숭이만이 아니라 사람들도 심리적 학대로 인한 스트레스로 혈중 피브리노겐 수치가 증가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윌킨스 교수가 영국 공무원 3천300여명을 대상으로 통계를 내었는데, 공무원 직급이 낮을수록 피브리노겐 수치가 남녀차이를 떠나 모두 높게 나온다는 실험결과를 확인했다. 하위 공무원의 혈액은 낮은 계급의 개코원숭이처럼 공격에 대비하고 있는 것처럼 반응한다는 것이다.

사람들의 일상생활에서 위계질서가 있는 곳이 어딜까? 가족, 직장, 계모임, 동창회 등 사람이 만드는 조직들 중에서 일상생활을 하면서 계급의 높고 낮음이 있는 곳은 직장이다.

기업에는 상하관계, 위계질서가 존재한다. 그리고 직장은 가족의 생활을 책임지게 하는 생존의 일터이다. 평화롭게 노동을 하는 것은 행복 그 자체이지만, 그렇게 세상이 호락호락하지 않다. 경쟁도 있을 것이고, 자존심도 상하고, 비위에도 거슬리는 일이 생길 것이다. 수평적인 소통이 가능하다면 그만큼 좋은 일도 없을 것이지만, 상하 수직적 관계에서 지시와 업무수행이 있을 뿐이라면 일상이 고통이 된다.

이러한 고통을 덜기 위해서는 평화로운 수평적 관계, 즐거운 직장생활, 서로의 어려움을 덜어주는 일터공동체, 직장인과 노동자들의 이해를 대변해주는 노동조합이 조화롭게 잘 어울리는 분위기가 중요하다.

생산성도 올리고 일하기에 즐거운 노동현장, 이처럼 기업과 노동이 함께 공유하는 목표가 바로 노동현장에서 ESG경영이 될 것이다.

노동은 신성한 것이라고 말하지만, 정말 그렇다고 믿고서 노동을 하는 사람은 없다. 인간사회에서 노동이 필요불가결한 것이기에 ‘신성한 것’이라고 착시현상을 일으킬 뿐이다.

하지만 사랑하는 가족을 먹여살려야 하는 가장(家長)의 입장에서는 노동만이 생존의 제1 조건이기에 ‘착한 노동’은 맞다. 그리고 직장에서, 공장에서, 노동현장에서 ‘착한 노동’을 수행하는 사람들에게 ‘착한 행동’으로 가득한 분위기의 생산현장이라면 이 세상이 좀 더 살기 좋은 사회가 될 것은 자연스러운 상상이다.

필자는 짧은 삶의 경험이지만, 인간은 ‘착한 노동’의 방식으로 진화해 갈 것이다. 쟁투가 벌어져 파업이 일어날 수도 있을 것이고, 사회적 모순을 해결하고자 사회적 투쟁도 일어날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 하더라도 크게는 이 세상이 평화롭게 발전해가기를 바라는 것은 ‘착한 노동’을 하는 가장들이다.

우리나라가 개발도상국이었을 때, 가장은 노동할 곳을 찾아 평생고용된 직장을 희망하였다. 실직만 하지 않는다면 행복했던 시절이 있었다. 지금은 우리 사회의 직장문화가 인권이 지켜지는 직장인가 아닌가가 중요하게 될 정도로 노동자의 권리의식도, 직장문화도 많이 변화한 것이 사실이다.

그리고 중대재해법이 보여주듯이 노동현장의 안전과 환경이 더욱 중요해졌다. 노동자들의 안전을 지키고 가장과 그 가장의 가족들, 생존을 지켜주는 직장문화, 공장을 친환경일터로 만들어 노동자의 건강권, 환경권을 지켜주는 것이 무엇보다도 더 중요해진 것이다.

또 여성동료에게 성적인 추행을 하는 것은 해고에 해당하는 징계를 받도록 되어 있다. 직장인들 사이에 서로의 기분과 감정을 상하지 않도록 노력하는 일터 분위기로 변화해가고 있고 또 큰 공감대를 형성해 가고 있다. 당연히 피브리노겐의 혈중수치는 떨어질 것이다. 이것이 노동현장의 ESG경영이다.

요즘 일어나고 있는 기후재난, 극한호우는 산업혁명이후 인간이 뿜어낸 석탄, 석유. 화석연료의 이산화탄소로 인해 발생한 인류의 위기이다. ‘인류의 생존이냐, 파멸이냐’라는 기로에 선 현실에서, 노동자는 지역시민으로 변화한다.

노동현장에서 퇴근하면 지역시민의 자격으로 쓰레기에서 플라스틱과 비닐, 종이를 분리하여야 한다. 음식물 쓰레기도 정성스럽게 음식물쓰레기통에다가 담게 된다. 이러한 쓰레기 분리수거 행동이 지역의 환경을 맑게 하고, 나라의 에너지산업을 발전시키게 된다. 플라스틱과 비닐, 음식물쓰레기에서 경유와 바이오가스 등 신재생에너지를 만들어내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노동하는 인간에게 역사적 사명감이 있다면, 전세계의 노동자의 이름으로 지구온난화로 인한 인류의 위기를 극복하자는 슬로건과 목표를 세울 만하다. 실천하는 노동, 노동조합은 기업의 중요한 이해관계자이므로 노동조합내에서도 ESG교육을 실천하여, 이 세상의 ESG경영을 노동과 노동조합이 리드해가는 시대적 추세를 만들어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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