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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안락사와 존엄사

사공정규 동국의대 정신건강의학과 교수·의학박사 안락사(安樂死)를 뜻하는 ‘euthanasia’는 그리스어에서 유래했다. ‘eu’는 좋다(good), ‘thanasia’는 죽음(death)을 뜻한다. 즉, 좋은 죽음이라는 의미다.안락사는 회복할 수 없는 죽음이 임박한 환자에게 고통을 덜어준다는 명분하에 생명을 단축해 사망에 이르도록 하는 방법이다. 사망에 이르는 방법에 따라 적극적 안락사와 소극적 안락사로 나눈다. 적극적 안락사는 적극적인 행위에 의해 예를 들면 약물 등을 사용하여 환자를 사망하게 하는 것이고 소극적 안락사는 치료를 중단하는 소극적 행위에 의해 환자를 사망하게 하는 것이다.존엄사(尊嚴死, death with dignity)는 무엇인가. 회생 가능성이 없는 사망 임박 단계의 환자가 연명 목적의 치료를 받지 않고 자연스럽게 죽는 과정으로서 생을 마감하는 행위이다.존엄사와 소극적 안락사의 차이는 무엇일까? 둘 다 환자의 연명치료(임종 과정에 있는 환자에게 치료 효과는 없으면서 임종 기간만 연장하는 치료)를 중단하는 것이다. 덧붙여 말하면 존엄사는 연명치료 이외의 영양분, 물, 산소 등의 공급을 중단할 수 없지만, 안락사는 영양분, 물, 산소 공급을 중단할 수 있다는 차이가 있다. 안락사는 회복할 수 없는 죽음이 임박한 환자의 고통을 덜어주기 위해 연명치료를 중단하고 방치해 생명을 단축해 사망에 이르도록 하는 방법이지만, 존엄사는 무의미한 연명치료를 중단하는 것으로 자연스러운 임종의 과정을 인위적으로 늦추지 않겠다는 것이지, 죽음을 앞당긴다는 것이 아니다.존엄사에서 무의미한 치료를 중단하고 자연스럽게 죽을 권리를 인정한다는 것은 적극적이든 소극적이든 사망에 이르게 할 조치를 하는 ‘안락사’와는 다른 것이다.사실 안락사는 기본적으로 제삼자가 죽음을 원하는 사람의 죽음을 돕는 것으로 기본적으로 조력 타살의 의미가 내포돼 있다. 필자는 안락사라는 네이밍(naming)이 미화돼 있는 표현이라고 생각한다. 최근에는 ‘소극적 안락사’를 존엄사라는 더 미화된 표현으로 바꿔 사용하는 경우가 있고 심지어는 의료진이 약물 등을 마련해주고 환자가 자신에게 직접 그 약물 등을 투여하여 사망에 이르게 하는 ‘의사조력극단적인 선택(physician-assisted suicide)’도 존엄사라 부르기도 한다.우리 모두가 긍정하는 가치가 담긴 존엄사라는 네이밍은 긍정의 가치를 실현하는 행위로 인식될 수 있어 사회적 논의를 할 때 ‘존엄사’라는 용어를 사용하는 것은 매우 주의해야 한다. 존엄사의 선택에 의한 연명치료중단이라 하더라도 가장 중요한 것은 환자의 가치판단에 따른 자의적인 선택이고 타인으로부터 강요받지 않는 자유로운 동의(free consent)여야 한다. 연명치료를 중단한다는 것은 한 생명의 불씨를 끄는 것일 수 있으므로 환자가 자의적으로 선택했다 하더라도 선택을 번복할 수 있어야 한다. 환자의 자의에 의한 선택이라 하더라고 시간에 따라 상황에 따라 가치판단이 변할 수 있기 때문이다.최근 우리나라에서 소위 ‘조력존엄사(의사조력극단적인 선택)’에 대한 논의가 가열되고 있다.지난 2022년 6월 15일 안규백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내 최초로 ‘연명의료결정법 일부개정법률안(소위 조력존엄사법)’을 대표 발의했고 지난 2023년 7월 12일에는 국가인권위원회가 ‘조력존엄사(의사조력 극단적인 선택)’에 대한 인권적 쟁점과 대안에 관한 토론회를 정부기관 최초로 개최했다. 조력존엄사(의사조력 극단적인 선택)는 소생 가망이 없는 환자가 의사에 의해 처방된 약물을 직접 복용 또는 투약해 스스로 죽음을 선택하게 하는 것을 말한다.‘조력존엄사(의사조력 극단적인 선택)’가 인정된다면 스스로 죽을 권리가 인정된다는 것이다. 만약 스스로 죽을 권리가 인정돼 더욱이 약물을 투입해 인간 생명을 단축하는 것을 허용한다면 생명 경시 풍조가 조장될 수 있다.또 완치를 위해 정성을 다하기보다 고통으로부터 도피하기 위해 죽음을 선택할 수도 있다.‘조력존엄사’는 “생명을 최대한 존중하고, 의학 지식을 인륜에 어긋나게 쓰지 않을 것”을 서약한 의사의 역할과 “의사는 환자가 자신의 생명을 끊는데 필요한 수단을 제공함으로써 환자의 극단적인 선택을 도와주는 행위를 해서는 안된다”는 의사 윤리에 근본적으로 배치된다.이어 ‘조력존엄사는 품위있는 죽음을 돕는 것이 아니라 경제적 문제 같은 외적 상황이 영향을 미침으로써 가족과 사회에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해 극단적인 선택을 고려해 보라는 압박으로 내몰 수도 있다.정말 존엄하게 죽을 수 있도록 준비하는 것이라면 ‘조력존엄사법’이 아니라 임종의 시간이 오기까지 질병으로 인한 고통을 완화해 보다 편안한 삶을 유지하고 남겨진 시간의 의미를 발견해서 그 시간을 충실히 살아가도록 배려하는 생애 말기 따뜻한 돌봄을 위한 완화의료와 호스피스 강화와 지원이 우선이다. 더욱이 우리나라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중 극단적인 선택률 1위 국가이다.‘조력존엄사법’을 허용할 경우 국가가 극단적인 선택을 예방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극단적인 선택을 조장하고 극단적인 선택에 대해 잘못된 인식을 국민에게 심어줄 수 있다. ‘조력존엄사법’이 아니라 ‘극단적인 선택 대책기본법’이 우선이다.

2024-03-03

이재명 민주당의 한심스런 선거전략

배한동 경북대 명예교수·정치학 4·10 총선이 6주 앞으로 성큼 다가왔다. 여야는 각기 공천 경쟁이 치열하다.선거 초반 민주당은 강서 보궐 선거 압승, 국힘당 지도부의 혼선, 대통령 부인 명품 백 수수 사건 등으로 압승이 예상되었다. 그러나 갑작스런 한동훈 비대위의 출범 이후 총선 판세는 여당 쪽으로 기울고 있다. 이곳저곳에서 민주당이 이래서는 이길 수 없다는 비판이 쏟아져 나온다.윤석열 정부의 계속된 악재에도 민주당의 지지율이 추락하고 있다. 이번 주 코리아 리서치 등 여론 조사에서 민주당 지지율 31%는 39%의 여당에 뒤지고 있다. 이대로 가다간 이번 총선에서 민주당이 필패할 수밖에 없다는 주장까지 나온다. 한동훈 국힘당 비대위가 그렇게 잘한 것도 없는데 민주당 지지율은 이렇게 추락할까. 처음에는 한동훈 비대위원장에 대한 국민적인 관심과 기대치 라고만 생각했다.민주당 지지세의 추락 원인은 총선 전략의 부재 때문이다. 이재명 민주당의 근본적 각성과 개혁 없이는 이번 총선의 야당 승리는 기대할 수 없을 것이다.선거는 상대를 이기기 위한 총력전이며 반드시 승리해야 힘이 생긴다. 전 당원의 힘을 합쳐도 모자랄 판에 민주당 내부의 갈등과 내홍은 총력을 약화시킨다. 이미 민주당의 이원욱, 김종민, 조응천 의원은 탈당하였다. 예고된 탈당인데도 당내에서 수습할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 전직 당대표 이낙연과 이상민 의원의 탈당은 심각하게 생각하는 사람마저 없었다. 이재명 열성적 지지자들은 ‘수박청산’이라고 좋아했을지도 모른다.이낙연의 ‘새로운 미래’신당은 민주당 공천 탈락자를 맞이할 거물까지 쳐 두었다. 이낙연 전 당 대표의 정치 행보에 비판적인 사람도 많다. 필자 역시 그를 두둔할 생각은 없다. 문제는 이재명 당 대표가 당 분열사태의 심각성을 인식치 못하는데 있다. 현대 민주정당에서는 당권파인 주류와 비당권파인 비주류는 있다. 민주당도 친명과 비명은 공존해야 한다. 이들 간의 경쟁만이 당의 역동성을 기대할 수 있다. 선거 전야의 당내 갈등과 내홍은 결국 민주당 분열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이번 민주당 공천과정의 마찰음도 선거의 동력을 약화시킨다. 김영주, 이수진 의원 등 공천 탈락자들의 탈당이 이어지고 있다. 컷오프 된 탈락자들은 당의 공정한 공천 기준이 없다고 비난하면서 농성까지 하고 있다. 공천 후유증으로 탈당 도미노가 이어진다면 당의 결속력은 현저히 저해된다. 흔히 정당 공천에는 NBA특성이 따른다고 주장한다. 공천은 다소 시끄럽지만(Noise), 균형(Balance)과 놀라움(Amaze)이 따라야 한다는 뜻이다.이번 민주당 공천에는 균형도 무너지고 인물에 대한 놀라움마저 상실했다는 것이다. 이번 공천은 비명 제거용 사천이라는 혹평이 따랐다. ‘친명횡재(橫財), 비명횡사(橫死)’라는 신조어도 생겼다. 임혁백 당 공천위원장은 출범 초기 시스템 공천을 약속했지만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되고 있는지 의문이다. 공천 탈락자들이 당의 여론조사마저 불신하고 있다. 이러한 공천 과정의 대립과 갈등이 지나치면 단일대오의 선거는 치르기 어렵다.민주당은 이번 총선에서 산뜻한 정책이나 공약마저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민주당의 ‘검찰 독재 심판’마저 여당의 ‘민주당 심판’에 막혀 제대로 먹혀 들지 않고 있다. 오직 대통령 부인 명품 백 하나에 기대를 걸수록 민주당의 선거 공약은 희미해진다. 심지어 총선이 코앞인데도 민주당은 지난 대선 패배의 책임문제를 따지고 있다. 지난 대선 패배는 문재인 대통령과 이재명 후보의 반반의 책임이 분명하다. 이를 후보 공천에 적용한다면 친명과 친문간의 갈등만 증폭시킬 뿐이다. 결국 민주당 선거 결속력만 소실시킬 뿐이다.이 과정에서 한동훈 비대위원장의 ‘국회의원 세비 삭감’ 공약이 오히려 설득력이 있다. 민주당은 ‘의사 정원 2000명 확대’라는 의료 정책마저 여당에 빼앗겨 버렸다. 기후위기, 인구 절벽, 꽉 막힌 남북문제, 고물가 등 절박한 민생문제에 대한 정책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는다. 집권 여당의 지역별 포퓰리즘 공약이 남발되는 정황에서도 민주당의 장밋빛 공약마저 보이지 않는다.민주당은 총선의 승리를 위한다면 선거의 전략적 틀부터 확 바꾸어야 한다.공천에는 의례 잡음이 있다는 안일한 사고로는 해법을 찾을 수 없다. 권노갑, 정대철 민주당 원로뿐 아니라 전직 정세균, 김부겸 총리의 고언도 겸허히 수용해야 한다. 여기에는 이재명 대표의 당 통합과 결속을 위한 재빠른 결단이 있어야 한다. 아직 남아 있는 후보 공천만이라도 제대로 된 ‘이기는 공천’이 되도록 노력해야 한다.최근에는 이재명 대표의 결기와 시원한 사이다 발언도 들을 수 없다. 지난 2년 간 시달려온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 트라우마 때문일까. 이러다간 어느 것 하나 잡지 못하고 선거의 기회를 놓칠 수밖에 있다. 이러다간 그가 주장한 ‘151석의 승리’도 어렵고 ‘화려한 패배’로 돌아갈 가능성이 높아진다.민주당의 총선 승리를 위해서는 당대표직의 전격 사퇴나 총선 불출마 선언 같은 극약 처방도 필요하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심기일전의 총선 전략 없이는 야당의 총선승리는 더욱 기대하기 어렵다.

2024-02-25

연안 생태 보존과 회복

문성준 이학박사(경북도 해양수산과장) 근래에 들어 ‘연안어장에 고기 씨가 마르고 있다’는 소식이 뉴스를 통해 자주 들려오고 있다.실제로 통계청의 해면어업 자료에서 의하면 1980년대 중반 172만여t에 달하던 수산물 생산량이 2020년에는 93만여t으로 뚜렷한 감소세가 나타나고 있고 아직도 100만t을 밑돌고 있는 현실이다.이러한 원인은 남획, 연안오염 그리고 기후변화에 따른 해양환경 변화를 들 수 있다.기후는 해양과 대기의 상호작용의 결과이다. 이러한 문제의 근원은 결국 화석연료사용으로 인해 발생한 대기 중의 이산화탄소가 온실효과(Greenhouse Effect)를 일으켜 지구의 온도를 상승시키며, 이것이 기후변화를 일으킨다는 것이 학계의 정설로 여겨지고 있다.동해의 경우, 수온이 지난 100년 전에 비해 1.43℃가량 상승한 것으로 보고돼 있다. 이는 세계 평균수온 상승 0.49℃의 약 3배에 달한다.IPCC(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는 현재까지 시행된 정책이 지속한다고 가정했을 때, 2100년 지구의 온도는 3.2℃가 상승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현재 세계적인 과학자들은 기후변화가 국제적인 이상기후를 증가시키고 있고, 금 세기 내에 조치하지 않으면 지구의 환경이 악화돼 인간과 동식물, 자연이 큰 피해를 입을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우리나라 역대 최장 시간이었던 지난 3월 울진-삼척 산불의 예로 보면 그 원인이 1~2월 강수량이 6.1㎜로 1973년 이래 가장 적어 건조한 기후가 지속되었기 때문이라고 기상학자들은 분석하고 있다.그러나 이는 우리나라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다.2020년에 발생한 미국과 호주의 대형 산불 등 세계적으로 이상 기후로 인한 문제가 증가하고 있는 추세이다.우리나라는 이러한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2019년 Earth system science data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중국, 미국 등과 더불어 탄소배출량 상위 10개국에 속한 것으로 조사됐다.이에 따라 국가 차원에서는 우리 정부는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2018년 대비 40% 감축하고 2050년에는 국내 ‘순배출량 0(넷제로)’을 달성하겠다고 선언했다.또한 기업차원에서는 탄소배출 감축 및 기업에서 사용하는 전력의 100%를 재생에너지로 대체하자는 국제적 기업간 협약 프로젝트(RE100, Renewable Electricity 100)도 진행 중에 있다.특히 해양수산분야에서는 블루카본(Blue Carbon) 및 저탄소, 친환경, 스마트양식이 키워드로 대두하고 있다.블루카본이란 미세조류 및 대형 해조류 등의 광합성과 같은 해양생태계 작용으로 인한 탄소흡수를 일컫는 것으로 우리나라에서는 2021년 5월 2050 탄소중립위원회를 구성해 연안해역 바다숲 조성을 통한 탄소흡수 시나리오를 설정했다.더 나아가 천연 해조숲 보호도 병행해 갯녹음 방지 및 연안해역 해조류 복원을 계획하고 있다.이에 따라 한국수산자원공단에서는 매년 다양한 모자반류와 켈프를 바다에 이식하고 있으며, 국립수산과학원에서는 동해안에서 사라져가는 냉수성 개다시마, 구멍쇠미역 같은 해조류의 군락 및 종(種)복원에 노력하고 있다.특히 경북도는 인공어초(魚礁)를 활용한 바다숲(海藻場) 조성사업을 꾸준히 추진하고 바다숲의 면적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고 있다.더욱이 블루카본(Blue Carbon) 및 저탄소 친환경 양식에 발맞춰 스마트양식 클러스터를 조성해 친환경 순환여과 양식을 체계적으로 육성해 나갈 계획이다.또한 국립수산과학원 사료연구센터에서 준비 중인 친환경 양식장 운영과제와 연계해 양식 현장에 저어분 사료를 시범적으로 사용하고 이렇게 생산된 전복, 해삼, 쥐노래미, 가자미류, 도화새우 등의 연안 정착성 종(種)을 방류해 연안 생태계 및 마을어장 회복시켜 나간다는 복안이다.수온이 급변하고 있는 동해의 연안 생태보존과 회복을 위해 광온성 해조류를 활용해 바다숲을 조성하고 더불어 그 위에 전복류 및 치어와 같은 연안 정착성 종(種)을 방류한다면 건강한 해양생태계를 정착시킬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그리고 무엇보다 ‘일회용품 사용하지 않기’ 등의 탄소저감을 위한 개인들의 작은 실천은 우리 모두의 삶의 터전인 바다의 생태계 살리기는 물론 우리 뿐만 아니라 우리의 후손까지 살아갈 지구를 지켜나갈 첫걸음이 될 것이다.

2024-02-25

‘건국전쟁’ 열풍의 의미

서의호 포스텍 명예교수·산업경영공학 영화 ‘건국전쟁’이 열풍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개봉 보름이 지나 관객 50만을 넘어 다큐영화로는 드물게 큰 흥행을 보이고 있다. 필자도 소문을 듣고 몇 일 전 관람하면서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옆에 있는 아내는 계속 울고, 영화가 끝난 후 관중들의 기립박수가 이어졌다.이러한 열풍과 돌풍은 어디서 오는 것일까? 그동안 특히 진보정부아래에서 이승만은 폄하되었고 심지어 런승만이라고 하여 6·25전쟁 당시 비겁한 대통령으로 포장한 것은 진보정부였다. 진보파 영화로 다큐 영화가 많이 생겨날 때 ‘건국전쟁’같은 진정 역사를 바로 알고 애국적인 다큐영화가 돌풍을 일으키는 현상은 참으로 주목할만하다.영화를 관람한 많은 관객들이 감동을 받고 박수를 보낸 것은 위대한 업적을 이룬 대한민국 초대 대통령이 너무나 역사적으로 푸대접을 받아왔던 것에 대한 미안함과 그의 업적에 대한 감동에서 오는 자연스러운 반응이다.다큐 영화 ‘건국전쟁’은 소중한 현대사 교과서로 손색이 없는 다큐멘터리 영화라고 할 수 있다. 김덕영 감독은 이를 위해 3년반을 자료 수집의 고뇌의 시간을 보냈다고 한다.이승만 전 대통령과 건국과정에 대해 왜곡되어 있거나 잘못 알려진 내용을 역사적 자료를 바탕으로 바로잡아 주고 있다. 우리의 현대사 교과서는 학생들이 이승만 전 대통령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갖는 데 크게 기여해 왔다. 남한에서는 반공이념으로 인해 친일파 청산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면서 대한민국정부수립의 탄생 자체를 폄훼해 왔다.한반도 분단과 관련해 이승만 전 대통령의 1946년 6월 ‘정읍발언’을 들어 이승만 책임론을 거론하는 내용도 교과서에 실려 있기도 하다.그러나 다큐 영화 ‘건국전쟁’은 남한과 북한의 초기 내각 명단을 비교해 오히려 북한이 친일파를 더 많이 기용했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있다.또한 이 영화는 한강 인도교 폭발과 관련해 피난을 가던 주민들이 다수 사망했다거나 이승만 전 대통령이 자신은 도망가면서 국민들을 향해서는 국군들이 선전하고 있으니 걱정하지 말라는 취지의 방송을 했다는 소위 ‘런승만’ 보도는 가짜뉴스라고 명확하게 보여 주고 있다.한국전쟁 막바지 휴전 협상이 진행되는 상황에서 반공포로를 석방은 이승만의 신의 한수로 여겨진다.미국을 당황하게 만들고 한국전쟁 종식을 공약한 미국 정부와의 협상을 통해 한미상호방위조약과 경제원조 등을 이끌어 낸 것은 많이 알려진 사실이기도 하다. 놀라울 정도로 다양히게 이승만 전 대통령의 생애와 관련해 많은 내용을 다루고 있다. 또한, 국내외 전문가 인터뷰 등을 통해 사실에 기반한 내용을 전달하려고 노력한 제작자의 의도가 잘 반영된 영화이다. 이 영화를 보면서 작년에 고교 졸업 50주년 기념으로 단체 부부여행으로 강원도 고성 통일전망대를 관람한 후 화진포로 이동하던 기억이 떠올랐다화진포에서 한국 건국의 초대 대통령 이승만별장을 관람하고, 그리고 김일성 별장이라는 곳을 관람하게 되었다.이승만 별장을 구경하면서 생각보다 낡은 모습의 별장이 유지되는 것은 과거의 역사를 구현하는 것으로 이해했으나, 곰팡이 냄새가 나는 듯 관리 자체가 부실해 보였다. 옛 역사를 구현하려면 어쩔 수 없나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이러한 생각은 김일성 별장을 관람하면서 바뀌어 갔다. 그곳은 비교적 잘 관리되고, 남북한 교류의 사진들과 홍보로 가득하고 이승만 별장보다는 훨씬 최신식 건물로 지어져 있었다. 과거 역사의 건물이라기보다는 홍보관 같은 느낌이었다. 왜 김일성 별장으로 명명하는지 언뜻 이해가 되지 않았다. 옛날 모습이 구현되지도 않았고 구현할 필요도 없는 건물이 김일성 별장으로 명명돼 있었다. 누구에 의해서 어떤 정부에 의해서 이런 건물이 세워지고 이렇게 명명됐을까?참으로 그러한 명명을 한 이유가 궁금했다. 캐나다 선교사들의 예배당으로 명명하는 게 맞지 어떻게 김일성 별장으로 이름을 지었을까? 김일성이 잠시 머물렀다고 하여 김일성 별장으로 명명하는건 정치적 상업적인 냄새가 너무 나는듯했다. 실제로 당시 모습도 구현되지 않았고 남북교류의 홍보물로 가득한 건물이었다.진보정권 시절인 2005년 새단장을 하고 그 예배당을 김일성의 별장이라고 명명했다고 하는데 전쟁의 원흉인 김일성을 기념할 아무런 이유도 없어 보였다. 이승만 별장은 호흡이 곤란할 정도로 습한 냄새 나는 건물로 남겨두고, 김일성 별장은 에어컨이 돌아가는 시설로, 두 별장은 운영조차 차별이 뚜렷하게 느껴졌다. 일반인들이 별칭으로 김일성 별장이라고 하는 것이야 어쩔 수 없지만, 공식 명칭을 그렇게 부르는 건 역사를 정확히 반영하는 것도 아니고 전쟁의 원흉 김일성을 그렇게 대접할 필요도 없어 보였다.영화 ‘건국전쟁’의 열풍의 의미는 이제 더 이상 한국의 건국 대통령을 소위 진보파들이 폄하하지 말라는 대 반격의 신호로 보인다.공과가 있을 때 과만을 크게 부각하고 한국의 건국을 부정하는 진보파들이 설자리는 이제 더 이상 없어야 한다.우리는 자유대한민국의 뿌리를 견고히 찾아야 한다.‘건국전쟁’의 열기는 이제 이러한 우리의 의지를 확고히 보여주고 있다.

2024-02-18

반기문 전UN사무총장의 호소

위현복(사)한국혁신연구원 이사장 얼마 전 반기문 전 UN사무총장의 짧은 연설을 듣게 되어 옮겨 보고자 한다. 이 글은 반기문 전 UN사무총장이 용인시에서 강의한 내용으로 탄소중립과 기후위기 시대에 우리는 어떻게 하면 발전하는 도시를 만들 수 있고, 우리의 삶을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에 대한 말씀이다.결론부터 말하면 우리는 지금 Global Boyling(뜨거워서 펄펄 끓는 지구)시대를 살고 있다. 탄소중립, 기후위기에 대한 적절한 장치를 갖추고 살아야 한다. 시민들에게 Climate friendly한 삶을 살고 실천하기를 당부한다.반 사무총장은 UN사무총장 10년 재임기간 업적 중 가장 의미 있는 것을 꼽으라면 다음 네 가지라고 했다.첫째, 기후위기 극복을 위해 파리기후협약 체결. 둘째, 지구상의 모든 생명체들이 지속가능하게 잘살아갈 수 있는 환경조성을 위한 지속가능발전계획 17가지 선포. 셋째, 청소년들에게 기회를 주고자 기초를 마련하고 청소년 특사 제도를 제정. 넷째, 여성의 공평한 지위부여와 지위향상.하지만 뭐니 뭐니 해도 지구가 기후위기를 극복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을 다시 한 번 강조한다.UN 역사상 UN193개 회원국이 한마음 한뜻이 된 것은 2차 세계대전 후딱 2번 있었다고 한다. 그것이 첫째는 지속가능발전 채택이고, 두 번째가 기후변화협약 채택이라고 한다.이 세상의 모든 것을 다 없앨 수 있는 것이 기후변화다. 어느 누구도, 어떤 나라도 자연을 이길 수 있는 사람이나 나라는 없다고 했다.북극이 녹고 있고, 남극이 녹고 있다. 얼음 산 남북극이 산업혁명 후 배출된 매연으로 인해서 지구가 더워지기 시작해 지금은 남북극이 녹고 있다. 2000년까지 해수면이 60cm-2m 상승했다. 당장 기후변화에 대한 행동을 취하지 않으면 인간이 지구에 살 수가 없게 된다. 해수면 상승으로 인해 인도네시아는 수도를 옮긴다. 피지는 나라를 옮긴다.태양에서 오는 열이 땅에 부딪혀 복사열이 생기는데 이 복사열이 하늘로 올라가서 없어지면 땅의 열이 내려가는데, 산업혁명 후 발생한 매연으로 인해 하늘로 빠져 나가지 못하고 매연 층에 부딪혀 다시 땅으로 내려와 지구를 달구게 되어 지구 온난화 현상이 생겼고 지금은 글로벌 보일링(펄펄 끓는) 상태가 된 것이다.우리가 만일 2050년까지 1.5도 이내로 지구 온도 상승을 막지 못하면 인류에게는 희망이 없어진다. 이것은 UN기상전문기구로 2천명 이상의 과학자들이 근무하고 있는 IPCC(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에서 나온 경고다. 현재 이미 1.15도까지 올랐다고 한다. 비상사태다. 이제 남은 0.35도를 가지고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만들어야 한다.우리나라는 부자로는 세계 13등이나 탄소 배출로는 G7(7대 강대국)이다. 우리나라는 세계 14번째로 2030년까지 2018년 기준 탄소를 40% 줄이겠다고 국제사회에 선언했다. 그리고 국회에서 입법을 하여 법제화를 했다. 그러나 실행을 제대로 하지 않고 있다.산업체나 시민들이 실천하지 않으면 안 된다. 우리나라 전체 탄소배출을 100이라고 할 때 탄소 12%가 포스코 한 회사에서 나온다. 두 번이나 포스코를 찾아가서 “이렇게 하면 안 된다” 하고 설득해서 2050년까지 탄소중립 달성하겠다고 선언하게 했다. 석탄 공법에서 수소 공법으로 바꾼다.현대자동차도 회장을 만나서 현대자동차 “이렇게 하면 희망이 없다”고 설득하여 2035년까지 전부 전기자동차로 만들기로 했다. 2035년이 되면 현재 상태로는 하나도 수출을 못하게 된다.국제사회가 특히 유럽, 미국 이런 선진국에서 탄소가 1%라도 들어가면 과도한 세금을 부담시키기 때문에 할 수없이 현대자동차가 2035년부터 전기차로 만들겠다고 하는 것이다. 기업들이 모든 에너지를 100% 재생에너지를 쓰겠다고 선포를 하고 있는데, 그렇게 하지 않으면 청년들의 장래가 없다. 젊은 여러분들이 목소리를 높여야 한다. 대통령이나 국회의원, 시도지사, 시장, 군수를 뽑을 때 기후위기에 대한 정확한 의지가 있는 사람을 뽑아야 한다.2019년 UN총회에서 스웨덴의 16세 소녀 그레타 툰베리가 각국 정상들 앞에서 “나는 절대로 UN과 당신들을 용서하지 않겠다. 내가 어른이 되기 전까지 기후문제를 해결해 주지 않으면. 빨리 해결하라!” 하고 호통을 쳤다. 우리 젊은이들이 이러한 기개를 가져야 한다.앞으로 100년 내에 대 멸종(Mass Extinction)이 온다. 모든 생물의 70%가 없어진다. 과거 5차 대멸종은 6천500만 년 전에 있었다. 공룡이 다 죽었다. 인간이 없어질 수 있다. 인간의 역사 30만년도 채 안되는데 100년 안에 멸종하면 억울하지 않은가? 여러분의 책임이고 우리의 책임이다. 젊은이들 여러분이 실천해서 기후위기 극복에 앞장서야 한다.시민 개개인의 생활 태도, 습관을 바꿔야 한다. 수돗물 한 방울 종이 한 장이라도 낭비를 없애야 한다. 에너지와 관련해서 모두가 청정에너지를 써서 기후위기를 극복하도록 솔선수범해야 한다. 우리의 모든 생활을 Climate Friendly(기후 친화적으로) 하게 해야 한다.지속가능한 세상,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서 반드시 기후위기부터 극복하도록 해야 한다고 호소하고 있다.

2024-02-18

‘운동권 청산’과 ‘검사 독재 청산’의 격돌

배한동 경북대 명예교수·정치학 총선 60여 일 전이다. 총선 전반전은 여야의 고질적인 격돌구도이다. 선거구도 면에서 양대 정당 사이에 여러 개의 신당이 창당된 것이 달라진 점이다.이들 제3의 정당이 약진하여 양당의 갈등구도를 완화시킬 지는 미지수이다. 현재는 여당과 야당에서 이탈한 세력끼리 통합하여 합종연횡을 모색하고 있는 실정이다.아무래도 이들이 하나의 빅 텐트를 치기는 어려운 정황이다. 여야의 공천관리 위원회는 후보 공천의 ‘공정성’을 강조하지만 공천 탈락자들이 상당수 신당 참여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여당은 선거 사령탑이 한동훈 비대위원장으로 교체되었지만 야당은 이재명 대표 체제가 그대로 유지될 전망이다. 이런 상황에서 여야의 대표적 선거 슬로건은 ‘운동권 청산’과 ‘검사 독재 정권 청산’으로 집약되고 있다.이러한 선거 슬로건은 여야의 정치적 대립과 갈등을 증폭시킬 뿐이다. 이러한 상대를 청산제거하려는 정치 프레임은 시대에 뒤진 선거 전략이며 민생 문제 해결에는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다.한동훈 비대위원장은 개딸 전체주의 비판의 연장선에서 ‘86 운동권 청산’을 여당의 총선 슬로건으로 내걸었다. 86세대란 80년대 학생운동을 주도한 60년대 출생의 학생 운동권 세력을 지칭한다. 집권 여당은 시대에 뒤진 운동권 부패 기득권 세력의 청산이 시대정신이라고 주장하고 있다.80년대 민주화를 위해 투쟁한 학생 운동세력이 이제는 기득권 세력으로 전략했기에 이번 총선에서 반드시 청산해야 한다는 것이다. 민생과 개혁을 외면하고 특권 카르텔을 형성하여 ‘내로남불’의 정치를 일삼는 운동권 세력을 제거하자는 취지이다.이러한 주장이 보수 강경층의 절대적 지지를 얻을 수 있는 것은 사실이다. 여당은 운동권 출신 공천 지역에는 경제 전문가 등을 후보로 내세워 선거 승리를 획책하고 있다.운동권 출신 민주당 정청래 후보에 김경율, 임종석에 윤희숙, 윤건영에 태영호, 김민석에 박민식 후보를 내세운 이유도 거기에 있다. 집권 여당의 운동권 청산이라는 선거 전략이 어느 정도 성공할지는 판단하기 이르다.민주당은 이에 대해 ‘검사 독재 청산’을 전면에 걸고 있다. 이재명 대표는 신년 기자 회견에서 현 정부를 ‘검사정권’으로 규정하고 이의 청산을 선거 슬로건으로 내걸었다.민주당은 운동권 세력청산은 과거 군사 독재권 시절 사용했던 낡은 구호라고 맞서고 있다. 이들은 오히려 자신들의 입신 출세만을 위해 열심히 공부하여 성공한 정치인들을 비판하고 있다.운동권 세력은 엄혹한 군부 독재시절 자신의 출세나 영달까지 포기하고 민주화 운동에 헌신했다는 자부심이 대단하다. 이들은 군부 독재에 대항하여 민주화에 이바지한 자신들의 역할과 공헌을 폄하해서는 안 된다는 주장이다.민주당은 윤석열 정부의 검찰독재 청산이 시대적 과제라고 강변하고 있다.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정계나 관계, 심지어 국영기업체에 수많은 검찰 출신이 포진된 것은 사실이다. 야당은 대통령 부인 특검 거부와 명품 선물 사건에 대한 수사 부진도 검찰 독재 정권과 연관시켜 비판하고 있다. 이러한 상대를 청산하기 위한 선거 프레임은 보수나 진보 진영의 결속을 다지는 데는 일정 부문 기여할 지는 몰라도 선거의 정책적 이슈는 적절치 못하다.보수 정당의 운동권 세력에 대한 부정적 시각은 오늘 갑자기 등장한 문제가 아니다. 야당 역시 정권 심판론을 총선의 단골 메뉴로 부각하였다. 야당의 검사 독재 청산도 정권 심판의 연장선상에서 그 청산대상을 분명히 했을 뿐이다.결국 운동권 심판이나 검찰 독재 심판은 상대를 타도하기 위한 선거 전략일 뿐이다. 시대에 뒤진 이러한 네거티브 프레임이 등장한 것은 여야의 극한 대결 정치가 초래한 당연한 귀결이다.최근 야당 대표와 여당 의원의 정치 테러 사건도 이러한 증오의 정치가 초래한 일 단면이다. 여야 정치권이 아직도 처절한 자기반성 없이 네거티브 정치에 매몰된 것은 우리 정치의 후진성을 그대로 나타낼 뿐이다.여야의 이러한 반목적인 선거 프레임이 4·10 총선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이러한 선거 전략이 중도층 표심에는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다. 이러한 슬로건은 자기모순을 내포하고 있다. 집권 여당 내에도 80년대 운동권 출신 정치인이 있으며 민주당에 상대적으로 많이 있을 뿐이다.야당이 윤석열 검사 독재 정권 청산을 슬로건으로 걸었지만 민주당 내에도 검사출신 정치인은 여러 명 있다. 총선 구호로 상대를 제거하려는 네거티브 프레임은 건전한 정책 대결을 막는 장애물이다. 이러한 상호 거부적 분열적인 선거 프레임으로 건전한 표심을 끌 수 없다.기후 위기와 인구 절벽, 안보와 민생 위기 등의 거대 담론도 총선 공약에는 통하지 않는다. 흔히 사용했던 포퓰리즘적 정책이나 안보 이념 프레임도 이제 쉽게 통하지 않는다. 오히려 국회의원 정수 축소, 세비 삭감, 의대입학 증원, 육아 비 지원, 교통비와 물가 등 민생 문제가 표심을 흔들 가능성이 높다. 여야 공히 네거티브 선거 전략부터 걷어 치워야 한다.

2024-02-04

교수의 정년 퇴임 정당한가?

서의호 포스텍 명예교수·산업경영공학 필자는 포스텍 명예교수회(APPE·Association of Postech Professors Emeriti) 사무총장으로 매년 쏟아져 나오는 명예교수들을 APPE에 가입시키고 명예교수회의 행사를 진행하는 일을 하고 있다.65세 기준으로 강제 퇴임 당하는(?) 교수들을 매년 수십명씩 보고 있고 그 인원은 이제 100명을 넘어 200명을 향해 가고 있다.필자도 포스텍을 정년퇴임하고 타 대학 특임 교수를 하고 있고 일부 교수들이 계속 전문성을 유지하는 생활을 하고 있다. 요즘 퇴직 교수나 의사 변호사 등 전문직 직종들은 65세가 넘어도 모두 여러 가지 형태로 일을 계속 하고 있거나 계속 하고 싶어하는 욕망이 강하다.그러나 그런 기회가 주어지지 않는 교수들은 그 아까운 지식과 지혜가 사회나 교육계를 위해 사용되지 못하고 사장되고 있는게 안타까울 때가 많다.미국이나 캐나다 등 많은 서구 국가들은 강제퇴임 규정이 없다. 종신직(Tenure·테뉴어)을 받은 교수들은 본인이 원할 때까지 대학교수를 계속 하면서 가르치고 연구를 계속할 수 있다. 미국 스탠퍼드 대학을 최근 방문했을 때 거의 40년 전 필자를 가르쳐준 스승들이 아직도 80대 나이에 가르치고 연구를 활발히 하는 모습이 인상 깊었다. 그러한 활동은 그들의 건강에도 도움이 되었고 전문성은 여전히 대단한 수준이었다. 퇴임 교수들이 캠퍼스에서 고별 강연을 하고 퇴임식을 하고 몸은 떠나지만 대학을 마음에서 떠나 보내는 교수는 없을 것 같다.포스텍 산업경영공학과 교수연수회에 초대되어서 강연할 기회가 있으면 항상 현직 후배 교수들과 어울리면서 행복한 시간을 보내면서 그들이 생각하는 학교, 학과발전에 나의 생각을 정리해 보여주었다.내 마음의 소리는 “아직 나는 시니어가 아니다. 나는 현역이다”라는 마음이었다. 대부분의 은퇴교수들의 마음은 현역일 것이다. 이제 캠퍼스를 떠나 바깥사회로 나가는 교수들의 아쉬운 마음을 읽을 수 있다.“어제는 봄비가 주룩주룩 내렸다. 특별한 볼일 없이 학교에 들렀다. 왠지 ‘교수로서 마지막 날을 학교에서 보내는 것이 좋을 것 같아서’라는 생각 때문인가? 공식적인 정년퇴임식을 갖고, 곧 바로 연구실을 정리했다.후배 교수들과 연구실 제자들이 마련한 고별강연을 마치고 오늘부터 진정한 백수(?)가 되었다. 짧은 시간이지만 지난 세월 석박사 제자들이 함께 지냈던 학생연구실을 둘러보았다”퇴임 교수들에게 마지막 학기, 마지막 강의, 마지막 지도학생 등 ‘마지막’이란 단어는 만감을 교차케 한다. ‘고별강연’이라는 행사가 있다.그 교수가 전공한 분야에 대한 마지막 강연을 캠퍼스에서 학생, 교수, 직원들을 상대로 하는 강연이다.대부분 전공강연으로 끝나지 못한다. 걸어온 인생을 반추하는 시간은 그 전공분야의 흥망성쇠 와 결을 같이 한다. 그들의 눈가는 젖고 희끗희끗한 머리는 강연을 듣는 제자들의 검은 머리위에 내리비춘다. 만감이 교차한다.“언제나 삶은 서툴 수밖에 없다. 교수생활도 항상 서툴다. 좀 더 마음과 감성과 지식을 새롭게 성장시키려 했던 나날인 듯하다. 알게 모르게 함께 한 사람들을 기쁘게도 했겠지만, 또한 알게 모르게 많은 실수를 하고, 사람들을 섭섭하게도 했을 것이다. 그동안 수없이 많았을 저의 서툰 삶을 관대하게 포용해 주시길 기원해 본다”이런 퇴임사를 할 때 사실 그 은퇴교수의 마음은 어떨까?떠나면서 강의실, 실험실, 책상, 걸상 그리고 캠퍼스의 구석구석을 돌아보는 그들을 보면서 왜 이들이 여전히 연구와 교육의 열정을 갖고 있는데 이런 아쉬운 마음으로 떠나야 하는지 이해하기 힘들다.포스텍 캠퍼스에는 길마다 길이름 표지판이 있다. 학생회관에는 만국기가 휘날린다. 계절이 바뀔 때마다 그 길을 걸으며 그리고 세계적 인재를 꿈꾸는 새내기 인재를 만날 때마다 그 표지판과 만국기를 걸던 순간이 떠오른다.아직도 은퇴한 시니어 교수들의 애교심과 연구 교육에의 정열은 주니어 교수들 아니 그 누구보다 강렬하다.젊은이들의 꿈과 희망을 위해 애쓰는, 그래서 지혜를 사회와 국가 발전을 위해 오늘도 시니어 아니 시너이 교수들, 은퇴 교수들은 뛰고 싶다.이제 시니어는 사회와 국가발전을 위한 또 하나의 중요한 세대로 자리잡고 있다. 교수의 정년과 강제 퇴임은 이제 손을 봐야 할 때가 왔다. 과거 교수가 철밥통일 때와는 달리 이제 교수들은 연구를 통해 생존하고 있다.그 연구자들이 일시에 연구실과 장비를 반납하고 길거리에 내 앉는 교수강제 퇴임은 전면 재고되어야 한다. 100세 시대의 65세 은퇴는 한창 연구와 교육에 완숙한 경지에 들어서는 시니어 교수들에게는 맞지 않는 제도이다.필자도 특임 교수로 있는 대학에서 포스텍 보다 더 좋은 강의 평가를 받고 있다. 서울대에서 포스텍으로 그리고 울산대로 옮겨간 70학번 전국대학 예비고사 수석의 한 교수가 생각난다. 아마도 그와 같은 교수들에게는 정년퇴임은 영원히 필요없는 제도일 것이다.

2024-02-04

윤석열 정부의 재생에너지 정책에 분노한다

위현복 (사)한국혁신연구원 이사장 18세기 후반 석탄 에너지를 핵심으로 하는 1차 산업혁명이 영국에서 일어났다. 석탄에너지 기반의 영국 산업은 철도와 증기선을 바탕으로 5대양 6대주에서 해가지지 않는 제국을 건설하고 20세기 전반기까지 세계를 지배하고 세계 문명을 선도했다. 20세기 석유 에너지를 기반으로 한 미국의 산업은 1차 세계대전 끝나는 시점에서 2차 세계대전이 끝나는 시점까지 25년 정도에 걸쳐 석유 에너지 바탕의 2차 산업혁명을 주도하며 세계경제를 이끌어가는 선도국가가 되어 오늘에 이르고 있다. 지금은 기후위기로 인해 1, 2차 산업혁명의 원동력이었던 석탄, 석유, 가스 등 화석연료 기반 에너지가 계속 재생이 가능하고 탄소배출이 제로인 태양광, 풍력, 수력 등 “자연에너지”로 대체되고 급격하게 퇴출될 환경에 처해있다.현재 이러한 변화에 맞춰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는 지역이 유럽과 중국이다. 1차 산업혁명의 발상지인 유럽은 다시 한번 글로벌 선도국가가 되기 위해 가장 먼저 재생에너지로 에너지 전환이라는 시대적인 조류를 간파하고 총력 질주하고 있다. 그리고 뒤늦게 재생에너지로 에너지전환의 중요성을 깨달은 중국이 국가적 과제로써 에너지 전환을 주도해 나가며 에너지전환의 세계 주요 플레이어가 되고 있다. 미국은 기후위기 대응이 향후 번영과 경제 안보를 제공할 것이라는 진단 아래 민주당 정권에서는 에너지전환에 대단히 적극적이다. 하지만 공화당 정권에서는 특정 화석연료 중심의 경제적 이해관계에 발목 잡혀 아직 정권에 따라 혼미한 상태에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 비교하면 미국 또한 시대 조류를 놓치지 않으려고 IRA(인플레 감축법) 등을 통해서 최선을 다하는 것 같다.우리나라는 1997년 12월 교토의정서가 협정될 당시 대통령에 당선된 김대중 대통령부터 6명의 대통령이 취임하고 정권이 네 번 바뀌었으나 에너지전환은 제자리걸음이고 보수정권이든 진보정권이든 막론하고 에너지 대전환이라는 시대 조류에 대해선 눈을 감았거나 혹은 뒷걸음질하고 있는 것 같아 보인다. 이제 영국과 독일을 비롯한 대부분의 유럽 국가들은 재생에너지 50%를 넘어섰고 중국도 30%를 넘어섰으며, 미국과 일본도 25%를 넘어섰고 OECD 평균도 35%를 넘어섰는데 우리는 아직 10%에도 도달하지 못하고 있는 지경이다. 앞으로 나아가야 할 재생에너지는 제자리에서 맴돌고, 화석연료 중심의 에너지 생태계는 LNG에 원자력까지 보태서 에너지 기득권을 지키기에 급급한 것 같다. 산업 또한 핵심인 기후대응과 에너지 전환은 뒷전인 채 주변부인 전기자동차, 2차 전지, 전기 배터리, 반도체 등에 집중하고 있다. 그야말로 본말이 전도되어 핵심인 재생에너지는 빠진 채 주변부 중심의 산업정책 추진 결과가 어떻게 될지 상상하기조차 두렵다.세계 주요 나라들이 모두 에너지전환을 위해 동(東)으로 가고 있는데 우리만 선진국들이 왜 동으로 가는지 모른 채 LNG와 원자력을 껴안고 서(西)로 달리고 있다. 우리보다 후진국이라 생각했던 중국조차 재생에너지 시대야말로 이제 중국이 세계를 선도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듯 국력을 총집결해서 돌진하고 있는데 우리만 두 눈 감고 LNG발전소 짓고, 원자력에 목숨 거는 듯하다.문재인 정권의 탈 원전이 비난받는 것은 아직 수십 년 더 쓸 수 있는 원자력 발전소를 느닷없이 멈춰 세운 탓이다. 하지만 윤석열 정부의 탄소중립, 재생에너지 외면은 시대조류에 역행하는 것이어서 비난받는 것이다. 2011년 블랙아웃 뒤 ‘GREEN GROWTH(녹생 성장)’를 부르짖던 이명박 정부가 추가 발전설비를 계획하면서 700만kW 이상의 발전소를 17조 원의 돈을 들여 석탄발전소로 계획하고 건설한 시대착오적인 패착으로 인해 아직 우리나라가 재생에너지 후진국을 헤매고 있다. 그런데 윤석열 정부의 탄소중립 역행은 에너지전환이라는 3차 산업혁명의 선도국가를 지향하는 것이 아니라 시대적 낙오자로 전락할 수 있는 정책이기 때문에 분노하는 것이다.1960년대 들어서서 산업화를 시작한 우리나라는 다행히 산업화라는 시대 조류에 편승해 자본주의 시장경제 체제에서 기적적으로 산업화를 달성한 시대적 행운아다. 그런 우리나라가 위정자들의 잘못된 판단과 무지와 무능으로 인해 탈산업사회로 가는 길목에서 길을 잃고 미아가 된 듯하다. 산업화 시대의 막내로 탈산업화하기에 가장 좋은 산업조건을 갖춘 우리나라가 무지하고 무능한 지도자들 탓에 전 세계가 모두 동(東)으로 가는데 한국만 서(西)로 달리고 있으니 어떻게 해야 한다는 말인가?지금이라도 “뒤로 돌아 앞으로!”라는 구령을 외쳐 시대 조류를 따라간다면, 국가가 의지를 갖고 더 빨리 움직인다면 에너지전환시대에 중국 못잖은 세계 주요 플레이어가 될 것이라는 게 외부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더 머뭇거리다가는 영영 낙오자가 될 것이다. 지금이라도 당장 정신 차려 방향을 똑바로 잡아간다면 아직 우리나라가 선도국가가 될 기회는 남아있다. 대한민국이 나아갈 방향만 에너지전환으로, 재생에너지를 통한 에너지 자립으로 나아간다면 말이다.

2024-01-28

기록물 산책

이준걸 전 국사편찬위원회 사서실장 금세기 최고의 지성 아놀드 토인비에게 한국의 어느 석학이 조심스레 한국 방문을 청하자 즉각 무안을 준다. 그 도전과 개혁의 늙은 역사가의 대답은 단호했다. “천년이나 한 왕조가 존속한 그런 꽉 막힌 역사를 지닌 나라에 갈 생각이 없다”는 것이다. 오만해지면 그 어떤 비판도 비난으로 들리고, 독선에 빠지면 그 어떤 잘못도 소신으로 착각하게 된다는 여운은 한동안 뇌리에 감돈다. 그리고 그에게 다시 물었다. “만약 지구가 멸망해서 다른 별로 이주할 때 오직 한 가지만 가져가야 한다면 무엇을 가져가겠느냐”고 하니 천하의 옹고집인 그도 촌각의 망설임도 없이 “한국의 가족제도인 ‘족보’를 가지고 가겠노라”고 대답했다.사실 책은 무생물이기는 하나 입 없이 말하는 살아있는 정혼(精魂)의 응결체로 얼이 담긴 그 서적을 두고 어느 지성인은 “인류가 자연으로부터 선물로 받지 않고 인간의 정신으로 창조해 낸 그 수많은 물건 가운데 가장 위대한 것은 책의 세계다”라고 한 말은 인간이 언어동물로 남아 있는 한 변함없는 만고의 진리이다.집필자는 항상 편식은 몸을 상하게 하지만 편견과 곡학 그리고 표절의 낙인은 천형(天刑)보다 무서우며 때로는 붓을 꺾게도 하고 오히려 성명(性命·인성과 천명)까지도 해치는 흉악무도한 현상으로 뒤돌아 온다는 것을 명심하고, 보편타당성에 가치를 두어야 한다. 학문은 사실에 기초한 ‘해석’에 치중하다 보면 흔적을 찾아 본체에 접근하는 외곬이 있을 뿐 타협을 모른다. 그러므로 학문탐구는 널리 인간을 이롭게 할 창조의 길이며 고독한 구도자의 길이다.책은 언제나 미래지향적이라 미진한 부분이 있기 마련이다. 그러므로 모자람은 보태고 넘쳐 남은 깎기를 거듭하다 보면 어느덧 천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 고인(古人)을 사귀게 되고 수백 년 뒤의 벗에게 자신을 확인시키는 것도 책만이 내 비치는 묘한 아량의 매개체이다.책 속에 빛깔은 없다 하나 학문의 연마에 따라 눈 큰 사람에게는 문장의 광채가 눈부시게 비쳐 그 문채가 선명하게 어릴 것이다. 그리고 책의 소리는 열린 귀에는 들려 책의 기운이 꿈틀 거려 서권기(書卷氣)가 이글거리고, 문자의 향기는 천지간으로 퍼져 오래 머물며 난향 백리에 그 십 배를 더한 묵향천리라고 하나 덕향(德香) 만 리에는 아직 못 미친다.‘화안(畵眼)’이란 글에 그림 재주는 타고난다. 다만 보강할 수 있는 방법은 오로지 만권의 책을 읽고, 만 리를 여행한다는 독만권서(讀萬卷書)에 행만리로(行萬里路)라는 글귀가 보인다. 사실 독서는 심성을 풍요롭게 하는 보충일 뿐 아니라 본성까지도 개조하고 변환하는 힘을 가진 영물체이다. 그러므로 한 나라의 과거를 보려면 박물관에 가고 미래를 보려면 도서관을 가 보라는 말이 있다.미국 의회도서관에 수년 전에 인류 최초로 개발한 유물전시회에 세계 최고(最古)의 인쇄물인 ‘직지심체요절’(세계기록유산)을 소개했다. 지난 1천년 동안 인류 역사에서 가장 큰 영향을 끼친 문화사적 사건으로 금속활자 인쇄술은 한국인이 처음 발명했다. 그리고 “요하네스 구텐베르크가 활자를 발명해 문명을 혁신시켰다는 서구인들의 일반 상식과 달리 최고의 금속활자는 한국인이 발명하였다”는 내용의 광고를 미국 의회도서관에서 ‘워싱턴 포스트’지에 크게 실었다. 세계 최고의 금속활자를 발명하고 독창적인 언어 문자와 가옥 구조의 온돌 및 의복과 음식 그리고 세시 풍속에 이르기까지 어느 하나 소홀히 다룰 수 없고, 한국이란 본질의 실상을 알고 보면 우습게 보다 가는 큰 코 다치는 문명의 자긍심이 대단한 예사롭지 않은 나라임을 알게 될 것이다.2024년으로부터 578년 전에 태어난 ‘한글’은 기계식 타자기에 입력이 용이한 음소문자(音素文字)체계로 무려 1만2천여 자의 소리 값을 가져 세계에서 가장 과학적인 정보기술(IT) 시대에 적합한 문자로 인정받고 있다. 이 외에도 지적 보고로 대표적인 것은 ‘팔만대장경판’으로 1236년에 시작해 1251년에 완성한 16년이 걸린 노작이다. 그리고 ‘조선왕조실록’은 1392년부터 1863년까지 472년간의 시정기(時政記)이며, ‘승정원일기’는 1623년부터 1910년까지 288년간의 시정기록으로 위의 3종류도 유네스코에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되어 있다. 이와 같은 기록의 문화유산은 인류의 자존심이고 인류의 생존 흔적이다.이러한 나라의 역사를 그토록 오랫동안 편년체로 기술한 나라는 세계에서 유례를 찾아볼 수 없고 오로지 유구한 전통을 가진 문명의 민족만이 기록 유산으로 남긴다는 것이 입증되었다. 사실 세월에는 망각이란 허상이 찾아오고, 기록에는 추억이란 실상이 자리 잡는다. 그리고 여기에 더하여 ‘비단 천년에 신라지 만 년’이란 말은 그만큼 제지술의 발전은 서책 간행에 큰 영향을 미쳐 기록문화에 많은 진전을 보았다는 의미이다.이 모두가 세계사적 정신문명의 발전에 일익을 담당했다는 것은 말할 나위가 없다. 아무튼 기록에서 해가 뜨고 기록에서 해가 저문 집념어린 노작에다 외곬의 깊은 뜻은 “무딘 붓이 총명을 이긴다”는 일념으로 살아 온 우리 조상들이 문명의 선각자임에는 틀림이 없다.

2024-01-28

신체증상장애

사공정규 동국의대 정신건강의학과 교수·의학박사 “가슴이 답답하다”, “열이 치밀어 오른다”, “심장이 두근거린다”, “숨이 차다”, “속이 미식거리고 토할 것 같다”, “배에 가스가 차고 속이 더부럭하거나 속이 쓰리고 소화가 안 된다”, “입이 쓰고 입맛이 없다”, “목에 무언가 걸린 것 같다”, “머리가 무겁고 아프다”, “어지럽다”, “몸에 통증이 있다”, “쉽게 피로하다” 등의 증상으로 병·의원에 가서 이 검사, 저 검사 다 받았지만 “특별한 이상이 없다” 거나 ‘신경성’ 또는 ‘스트레스성’이라는 말을 들었나요?그렇다면 이는 ‘신체증상장애(Somatic Symptom Disorder)’일 가능성이 높다. 신체증상장애 환자들은 한 가지 이상의 신체 증상으로 고통스럽거나 일상에 중대한 지장을 초래하지만, 신체증상의 원인을 찾기 위해 시행한 검사에서는 이상소견을 보이지 않는 경우가 흔하다.신체증상장애를 가진 분들은 본인은 아픈데 검사상 아무것도 나오지 않거나 검사소견에 비해 증상의 호소가 심하다는 말을 들으니 답답한 마음이다. 또, 주변 사람들로부터 환자의 신체증상이 꾀병 또는 엄살로 오해하게 만들기도 하니 억울하기도 하다. 그래서 신체증상장애를 가진 사람들은 의사를 신뢰할 수 없게 돼 용한 의사를 찾으러 이 병원 저 병원 다니는 소위 ‘닥터쇼핑(Doctor shopping, 의사 순례)’을 하게 되는 경우가 참 많다. 또한, “뭐라도 원인이 나왔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비싸다는 검사도 마다하지 않고 한다.신체증상장애의 유병률은 5~7%로 추정된다. 이렇듯 신체증상장애는 흔하지만 신체증상에만 초점을 맞추는 것이 이 장애의 특징이기 때문에 신체증상장애를 가진 분들은 정신건강의학과 진료보다는 내과, 신경과, 마취통증의학과, 이비인후과 등 타과 진료만을 찾는 경우가 많다.신체증상장애를 가진 사람들은 신체증상들을 과도하게 위협적이고 위험하게 생각하고 정상적인 신체감각조차 재앙적으로 해석하고, 어떠한 신체적 활동이 신체에 해를 입힐 수 있다는 공포감으로 신체적 활동을 과하게 회피하고, 신체적 증상에 대한 반복적인 검사와 의학적 도움과 안심에 대한 반복적 추구 행동 등을 한다.신체증상장애의 원인은 생물학적, 심리적, 사회환경적 요인 등 다양하다. 생물학적 원인으로는 신체감각에 대한 과민함, 통증 역치의 저하가 대표적이다. 즉 이전에 불편함이나 통증으로 느끼지 않았던 자극들이 통증 역치가 낮아지면서 불편함이나 통증으로 느끼게 된다. 또한, 생물학적 요인으로 자율신경기능 이상이 원인이다. 자율신경은 인체 전반에 분포하여 인체의 기능을 조절하는데 자율신경기능 이상이 오면 다양한 신체증상이 발생하게 된다. 심리적 원인으로는 스트레스로 인해 생긴 부정적 감정, 우울, 불안, 분노(화), 질투 등의 힘든 감정을 자신이나 타인에게 직접적으로 표현하지 못해 신체적인 증상으로 나타나는 것이라고 본다.사회환경적 관점에서 우리나라가 서구 사회보다 신체증상장애 비율이 더 높다. 서구 사회에서는 감정을 말로 표현하는 경향이 높은데 비해, 우리나라에서는 감정 표현을 하는 것을 “어른답지 못하다”며 참고 억누르는 것을 미덕으로 생각하는 문화적 배경과 ‘우울, 불안’ 등으로 감정을 표현하는 경우 ‘정신질환자’라고 손가락질 받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 때문이다.여성들은 신체증상을 남성보다 더 많이 호소하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신체증상장애도 여성이 남성보다 훨씬 많다.또한 우울장애, 범불안장애, 공황장애 등 다른 정신과적 장애에서도 신체 증상이 흔히 동반된다. 그러나 우울장애에서는 하루 중 대부분 그리고 매일 지속되는 우울한 기분 또는 일상 활동에 대해 흥미나 즐거움 상실 등의 핵심 우울 증상들이 있다는 점에서 신체증상장애와 구별된다. 범불안장애에서는 주요 초점이 대개 신체 증상이 아니고 다양한 사건, 상황, 활동에 대한 걱정이다. 공황장애에서 신체 증상들은 급격한 공황발작 삽화에서 나타나는 경향이 있지만 신체증상장애에서는 신체증상에 대한 생각과 불안이 지속적이다.신체증상장애의 예방을 위해서는 스트레스를 잘 관리하고 부정적 감정을 잘 처리하는 것이 중요하다. 긍정적인 생각을 갖고 마음의 여유를 가지는 것이 좋다. 그리고 울고 싶을 때 무조건 참기보다 오히려 잘 우는 것이 좋다. 또한 산책, 운동, 명상, 이완요법 등이 도움이 되고, 과식, 술, 담배, 커피 등을 절제하는 것이 좋다.신체증상장애는 조기에 치료를 받지 않으면 나아질 듯 하다가 사소한 자극으로 악화되는 만성적 경과를 보이기 쉽다. 그러나 대부분 신체증상장애 환자들은 진단을 받지 못하고 여러 병원 돌아다니거나 심지어 비의학적인 방법을 하면서 조기 치료의 시기를 놓치는 경우가 많다. 또한 신체증상장애를 가진 사람 중 제대로 진단받고 치료받는 환자는 3%에 불과하다고 한다.신체증상장애의 치료는 전문적인 정신과적 치료를 조기에 그리고 꾸준히 받으면 여러 합병증을 예방할 수 있고 증상을 경감시킬 수 있고 치료될 수 있다. 우리가 소를 잃었으면 외양간을 고쳐야 한다. 소를 잃고 소와 관계없는 곳을 고치는 우를 범하지 말아야 하듯이 건강을 잃어 병을 얻었으면 그 병에 대한 정확한 진단과 그에 맞는 전문적인 치료를 받아야 한다.

2024-01-21

개딸 전체주의와 용산 전체주의 대결

배한동 경북대 명예교수·정치학 한국 정치에서 전체주의 비판이 수시로 등장한다. 전체주의(totalitariannism)는 개인은 전체를 위해 희생해야 한다는 반자유주의적 이데올로기다. 2차 대전 전후 많은 인명을 앗아간 히틀러나 무솔리니의 나치즘이나 파시즘은 대표적 전체주의이다. 레닌이나 스탈린 역시 공산 혁명이란 허구적 전체주의 이념으로 수많은 인명을 희생시켰다. 우익 독재나 좌익 독재의 이면에는 전체주의라는 반민주적 악마가 숨어 있다.오늘날 21세기 흔히 ‘이데올로기 시대’는 끝났다고 한다. 그러나 이 나라 정치판에는 아직도 상대를 전체주의로 몰아가는 기이한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야당인 민주당을 전체주의세력으로 규정한 바 있다. 최근 한동훈 국민의힘 비대위원장도 ‘개딸 전체주의’와 끝까지 투쟁하겠다고 선포하였다. 이에 뒤질세라 야당 역시 윤석열 정부를 향해 검찰 독재정권이라 부르며 ‘용산전체주의’라고 받아치고 있다. 이 나라 양 극단 정치의 바탕에는 상호 포용키 어려운 전체주의적 이데올로기가 깔려 있다.자주 회자되는 개딸 전체주의부터 살펴보자. ‘개딸’은 ‘개혁의 딸’을 줄인 말인데 그 어감이 매우 좋지 않다. 우리 가정에 개가 반려견이라는 이름으로 가족의 일원이 된지 오래지만 개판이나 개떡처럼 접두어 ‘개’는 아직도 추잡한 개념으로 사용되고 있다. 개 딸은 지난 대선부터 이재명 후보를 적극 지지하는 여성 열성당원을 지칭한다. 이들은 당내 대선 후보 경선과정에서 이낙연 지지자들을 ‘수박’으로 불렀다. 이들은 수박의 초록색 겉과 붉은 속이 다르듯 상대를 비난 비판하기 위해 이 용어를 사용하였다. 이들은 지금도 반명이나 비명 세력을 수구 보수적 사이비 수박 세력으로 간주한다. 민주당을 탈당한 이낙연 전 대표도 개딸로부터 2년간 수모를 당했다고 실토한 적이 있다.어느 민주당 집회에 잠시 참관한 적이 있다. 그들은 이재명 당 대표가 등단, 발언하자마자 ‘옳습니다.’를 외쳤다. 이들은 이재명 대표의 언행을 절대적으로 신뢰하고 이에 반하는 세력을 용인치 않는다. 정치인들은 이런 열광적 지지그룹이 필요하지만 사당화 등 그 부작용도 만만치 않다.야당은 이에 대해 윤석열 정부를 ‘용산 전체주의’라고 비판하고 나섰다. 용산 대통령실은 여당과 정부 권력의 중핵축이다. 정부 출범 이후 집권당에 대해 용산은 항상 우위를 점했다. 당정관계를 수직적 구조라고 비판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정권 출범 시부터 이준석 전 대표는 징계를 당하고, 당대표 후보 안철수, 유승민, 나경원은 모두 후보를 포기하였다. 여론상 최하위였던 김기현 후보만이 당 대표에 당선되었다. 최근에는 검찰 출신 한동훈 법무장관이 비상대책위원장으로 전격 취임하였다. 이를 두고 용산 대통령실의 입김이 작용치 않았다고 보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집권 여당의 당 조직이나 인사에서부터 정책 결정에 이르기까지 용산의 힘이 작동하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현실이다. 국회 청문회를 무시한 인사권 남용, 김건희 특검법에 이르기까지 법률안에 대한 계속된 거부권 행사는 용산 대통령실의 위세를 잘드러낸 것이다. 이를 야당은 윤석열 정부를 상명하복의 ‘용산 전체주의’라 비난하고 있다.여야의 이러한 상대를 향한 비판과 비난은 극한 대결의 정치로 연결된다. 전체주의는 상대를 적대화, 악마화하는 도구로 활용된다. 여야는 겉으로 민생과 실용정치를 내세우면서도 상대를 전체주의 사슬로 매도하여 정쟁만 유발한다. 미국에서 1960년대 상대 정적을 공산주의자로 몰아 죽이는 맥카시적 수법이 이 땅에 재현된 셈이다.상대를 대화의 파트너로 인정치 않고 저주의 대상으로 삼는 곳에서 상생 정치는 살아날 수 없다. 물론 이곳에 당내의 민주주의도 제대로 성장할 수 없다. 더욱이 4·10 총선을 앞둔 시점에서 자당의 승리만을 위한 이념적 팬덤 정치는 더욱 갈등정치만 조장한다. 정치인이 선도하고, 언론이 방조하고, 시민 사회마저 갈라진 상황에서 민생이나 상생 정치는 결코 회생될 수 없다.강서 보선 패배 후 대통령은 이념보다 민생 우선의 정치를 강조했다. 그러나 여야 정치권의 모습은 전혀 달라지지 않았다. 이재명 대표의 백주의 테러 사건도 진보당 강성희 의원의 돌출사건도 모두 한국적 갈등 정치가 초래한 비극이다. 이론적으로는 양극정치에서 중도층이나 무당층이 캐스팅 보트를 쥐면 양극 대립은 막을 수 있다. 그러나 한국적 정치 풍토에서 건전한 중도층은 독자적 정치 세력을 형성할 수 없다. 결국 선거의 막판에는 중도층이 좌우로 편향되기 때문이다.최근 제3의 중도 정치를 표방하면서 여러 개의 신당이 창당되고 있다. 이들이 과연 양극 정치 해소의 마중물이 될 수 있을까. 현재로서는 기대난망이다. 제3의 빅텐트는 치기도 어렵고, 치더라도 선거용 임시 천막일 뿐이다. 정체성이 다르고 이해관계가 얽혀있기 때문이다. 타협이나 상생의 정치가 자리하려면 우선 상대를 전체주의로 몰아가는 이념정치부터 걷어 치워야 한다.

2024-01-21

거북목, 방치하면 큰병 된다

박성률 트레이닝과학연구소장동국대 의과대학 연구초빙교수 거북목 증후군이란 거북이처럼 목을 앞으로 뺀 자세를 장시간 유지하는 것으로 인해 목 통증이 발생하는 질환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주로 거북목 증후군이라고 부르지만, 외국에서는 일자목 증후군(Forward head posture), 라운드 숄더 자세(Rounded shoulder posture), 텍스트 넥 증후군(Text neck syndrome) 등으로 다양하게 지칭한다.거북목 증후군은 나이가 들수록, 근육이 없을수록 잘 생기지만 컴퓨터와 스마트폰을 많이 하는 요즘에는 연령과 성별에 관계없이 발생한다. 거북목 자세는 통증을 비롯한 다양한 문제를 일으키고 이러한 문제들을 모두 거북목 증후군이라고 부른다.이러한 자세로 발생하는 장애는 생각보다 크고, 생활 습관을 바꾸거나 적절한 유연성 및 근력운동으로 빠르게 대처하지 않으면 교정이 어렵다.고개가 1cm 앞으로 빠질 때마다 목뼈에는 2~3kg의 하중이 더 걸린다. 거북목이 있는 사람들은 최고 15kg까지 목에 하중이 있을 수 있다.이러한 이유로 뒷목과 어깨가 결리고 아플 수 있다. 근육이 과하게 긴장하는 상태가 오래가면 흔히 담이라고 얘기하는 근막통증증후군이 생겨 올바른 자세를 하고 있을 때도 통증은 지속된다.뒤통수 아래 신경이 머리뼈와 목뼈 사이에 눌려서 두통이 생길 수도 있다. 이러한 통증은 수면을 방해해서 금방 피로해지는 등 일상 생활에도 지장을 준다.거북목 자세를 오래 하면 단순히 통증만 있는 것이 아니라 호흡에도 지장을 준다. 목뿔뼈에 붙은 근육들은 갈비뼈를 올려서 호흡하는 것을 도와주는데, 거북목 자세는 이 근육들이 수축하는 것을 방해하여 폐활량을 최고 30%까지 감소시킬 수 있다.거북목 자체 때문은 아니지만 여러 문제들이 발생해서 거북목이 있는 사람들이 골절의 위험이 정상인에 비해 1.7배가 높고, 노인들을 대상으로 장기간 추적 관찰을 했을 때 사망률이 1.4배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거북목 혹은 일자목 증후군은 25~42세 인구 중 70%에 이를 정도로 흔하다. 거북목 증후군은 고개를 숙인 자세로 스마트폰이나 태블릿, 컴퓨터 등을 자주 하거나 장시간 사용하는 것이 주요 발생 원인이다. 스마트폰을 이용할 때는 대개 고개가 37도에서 47도 정도로 숙여지는데, 평상시의 3~4배 정도의 하중이 목을 지지하는 근육, 인대, 관절에 걸린다.이로 인해 목 뒤쪽 근육 및 앞쪽 가슴 근육이 과도하게 수축해 근육 피로, 연축, 통증이 발생한다. 또 목 뒤쪽 인대가 약해지고 불안정해지면서 목 디스크가 생기기도 한다.올바른 자세를 취하도록 하는데 단순히 고개를 들어서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거북목 자세는 앞으로 처진 어깨와 둥글게 만 등이 함께 나타날 때가 많다. 이럴 때 고개를 들면 오히려 아래쪽 목뼈가 서로 부딪혀서 증상을 악화시키거나 목에 관절염이 생길 수 있다. 그러므로 평소 어깨를 펴고 고개를 꼿꼿이 하는 올바른 자세를 제대로 취할 수 있도록 생활화하는 게 좋다.거북목 증후군은 무엇보다 예방이 중요하다. 운동 치료에 대한 여러 문헌이 보고되었으나, 아직 표준화된 운동 치료법은 없다. 근육 강화와 스트레칭을 이용한 기본 운동과 안정성 운동을 병행하면 효과적이라는 보고가 있다. 근육 강화는 주로 목 앞쪽의 속 근육과 등 뒤쪽, 날개뼈 사이의 근육을 대상으로 한다. 턱을 당기거나 날개뼈를 모으는 동작을 약 20~30초간 유지하는 게 좋다.스트레칭은 주로 목 뒤쪽 근육과 앞쪽 가슴 근육을 위주로 한다. 스마트폰 사용 중 30~40분마다 약 10회 정도 목을 가볍게 돌리고, 약 10~30초 정도 목 전후면의 근육을 늘려준다. 목 주변 근육 스트레칭은 근육이 가볍게 늘어난다는 느낌으로 해야 한다. 목 주변 근육을 팔다리 근육 스트레칭을 할 때처럼 뻐근한 느낌이 들 정도로 과도하게 늘리게 되면 오히려 부상이 발생할 수 있다.안정성 운동은 주로 탄력밴드를 이용한 래터럴레이즈 운동이 대표적이다. 래터럴레이즈 운동을 할 때는 빠르지 않은 속도로 3~5세트, 1세트당 10~20회 정도 하는 것이 좋으며, 세트 간 약 1~2분 정도의 휴식이 필요하다. 래터럴레이즈 운동은 주 2~3회 정도 하는 것이 좋다. 운동 시 어깨높이 이상으로 탄력밴드 손잡이를 올리는 경우 어깨 부상이 발생할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평소에 거복목 자세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컴퓨터나 스마트폰 등의 전자기기 사용 시간을 가능한 한 줄이고, 중간중간 쉬는 시간을 자주 갖는 게 필요하다. 한 자세로 오래 사용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거치대 등으로 눈높이에 맞도록 하여 목이 구부러지지 않게 해야 한다. 장시간 문자를 보내거나 타이핑을 하는 것은 피하고, 무거운 장비를 한 손으로 오래 들고 있지 않도록 한다.갑자기 생기는 급성기에는 사나흘 정도 얼음찜질을 시행하고 이후 온찜질을 해볼 수 있다. 목 주변 근육을 가볍게 마사지하는 것도 좋다. 일부 연구에서 도수 치료나 침 치료도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보고된다.

2024-01-14

포스텍의 국제화와 창의성 배양

서의호 포스텍 명예교수·산업경영공학 “왜 해법을 찾나? 우리가 만들면 되지”40여 년 전 미국 유학 시 미국학생으로부터 들은 이 한마디가 평생 가슴을 울리고 있다.한국에서 온 “잘 훈련된 학생”들은 문제가 나오면 해법 찾기에 바쁜데, 해법을 찾지 못해 쩔쩔매는 한국형 수재들에게 미국형 수재인 이 학생이 던진 이 한마디가 뼈아프게 가슴을 평생 울리고 있다.미국 학생이 던진 이 한마디가 노벨과학상 수상자 한국대 미국 0대 300의 결과를 극명하게 보여 주는 것 아닐까?포스텍이 작년에 이어 세계 최대의 가전·IT박람회인 ‘CES 2024’에 3학년 재학생 전원을 보냈다고 한다. 앞으로 이를 정례화하기로 결정했고 학교가 비용을 부담하여 한 학년의 재학생 전원을 CES에 보내는 것은 포스텍이 국내 대학 중 유일하다고 한다. 포스텍은 올해부터 창의력 배양을 위하여 학생들의 해외 파견을 확대한다고 한다. 학생이 매년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CES와 12월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열리는 ‘노벨주간(Nobel Week)’ 중 하나를 선택하면 여기에 필요한 비용을 학교가 지원하는 형식이다.이러한 정책에 쌍수를 들고 환영을 보낸다. 필자의 경험으로 볼 때 미국 유학 중 학문 자체를 배운 것도 있지만 학문을 하는 자세를 배운 것이 더 큰 보람이라고 생각한다. 그건 직접 가서보고 경험하지 않으면 안된다. 위에 언급한 미국학생의 발언은 직접 듣기까지는 실감하지 못했다.왜 한국은 노벨상을 받지 못할까? 물론 한국의 근대 과학 연구 역사는 서구 선진국이나 일본보다 짧다.그러나 그것이 이유의 전부일까? 필자는 출중한 창의력으로 미국의 명문대학 교수가 된 한국인들을 분석해 봤다. 과연 한국인의 창의력이 왜 한국의 입시와 교육제도와 관계가 있는가 생각해 보고 싶다.미국의 명문대학에 있는 한국인 교수들은 어떤 사람들일까? 과연 한국에서 수능에서 전국 수석을 하고 소위 한국의 일류대학의 수석합격자가 유학 후 미국 명문대의 교수가 되는 것일까? 스탠퍼드의 한 한국교수는 한국에서 암기위주의 입시에서 최상위권 학생이라기보다는 매우 “창의적”인 학생이었다. 이는 미국유학에서 빛을 발했고, 로체스터대학에서 창의적인 탁월한 논문을 쓰게 되었고 인정을 받았다. 그는 살아남기 힘들다는 스탠퍼드의 종신직 교수가 되었다.최고의 공과대학 MIT 대학의 한 한국교수도 역시 한국에서 최상위 대학을 다니지도 않았다. 그러나 그의 창의력은 스탠퍼드 박사과정 학생 시 만든 스티키봇이 타임즈 최대 발명품으로 꼽힐 정도였고 화제를 몰고 다니면서 결국 MIT같은 초일류대학의 교수가 되었다.한국에서 아마 이 두 분이 대학 입시에서 탁월했다면 이러한 창의적인 활동과 연구를 할 수 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아마도 창의력은 90% 정도는 훈련과 환경에 의해 더 많은 영향을 받을 것이다. 어려서부터 한국에서 창의적인 환경에서의 교육이 이뤄졌다면 국내에서도 여러 명이 노벨상을 탈 수 있었을 것으로 생각된다.“미국 수재들은 생각하는 방식이 달라. 경쟁하기가 힘들어. 우리 교육방식의 문제야.”50년 전 전국 대입예비고사 수석을 한 교수가 필자에게 전해준 이 한마디는 한국교육의 현재를 투명하고 있다.그와 저녁 식사를 함께하면서 그가 던진 독백과 같은 이 한마디가 내내 뇌리에서 벗어나질 못하고 있다. 한국연구재단은 수십조의 연구비를 나누어 주고 있지만 한국이 노벨상을 타는 날은 아직도 요원해 보인다.한국이 노벨상을 받을 수 있는 날은 언제일까? 이 질문에 그교수의 독백은 하나의 정답을 보여 주고 있다. “불가능에 가깝다.”노벨상을 수상하는 졸업생의 동상을 앉히겠다고 포스텍에는 빈 좌대가 있다. 포스텍을 설립한 지 올해 38년이다. 이제 반세기를 향하여 가고 있다. 원래 계획은 설립 30년쯤 좌대가 채워지도록 되어 있다. 그러나 여전히 그 좌대는 비어 있다. 과연 초·중·고등학교에서 창의적으로 길러지지 않은 학생들에게 대학이 창의력을 키울 수 있는 교육을 제공한다면 노벨상을 받게 할 수 있을까? 대학의 창의력 교육이나 연구는 제대로 되고 있는가?포스텍의 이번 계획은 훌륭하다. 이러한 정책에 큰 환영과 찬사를 보내고 싶다. 그러나 한걸음 더나아가 포스텍은 좀더 창의적 차원에서 국제화 되어야 한다. 홍콩과기대나 난양공대처럼 외국인 교수들을 좀더 과감하게 채용하여 환경자체를 국제화 시켜야 한다. 연봉이 경쟁력이 있다면 창의력이 높은 외국인 교수들을 초빙할 수 있을 것이다.2010년 이중언어 캠퍼스(Bi-lingual Campus)를 선언한 포스텍이 과연 국제화에 충실한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당시는 야심차게 출발 했지만 과연 지금 당시의 정신이 구현되고 있는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최근 한 중앙언론이 포스텍의 국제화를 혹독하게 비판한 적이 있다. 잘못된 데이터도 있었으나, 상당한 부분은 일리가 있는 비판이었다. 포스텍 국제화는 좀더 과감하게 이루어져야 한다고 주문하면서 이번 CES와 노벨주간 학생 파견 정책의 포스텍의 실험이 성공하고 세계적 수준으로 도약하는 포스텍의 국제수준의 국제화의 첫걸음이 되길 빌어본다.

2024-01-14

22대 총선 관전을 위한 기본 변수

배한동경북대 명예교수·정치학 총선 90여 일을 앞둔 이 시점에서 총선결과를 예측하기는 무척 어렵다. 아직 여야는 선거구도 확정하지 않았고 비례대표 선거 방식도 합의되지 못했다. 한치 앞을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극한 대결의 정치는 계속되고 있다. 지난 강서 보권선거의 집권 여당의 참패는 집권 여당의 당대표 교체로 이어졌다. 야당의 어느 원로는 민주당이 총선에서 200석을 얻을 것으로 낙관했지만 그 가능성은 희박하다.오는 4월 10일 치러지는 22대 총선은 누가 승리할까. 일반적으로 총선 결과를 예측하는데는 선거의 구도, 인물, 정책이라는 3개 변수를 활용한다. 그중 선거의 대결구도는 우선적으로 고려해야할 변수이다. 여기에 더하여 후보자의 자질과 능력이라는 인물 변수, 나아가 정치적 이슈나 공약 등 정책 변수도 빼놓을 수 없는 변수이다. 이런 3개의 변수는 상호 영향을 주고받으면서 표심을 유도하고 그것이 후보의 당락으로 연결된다.이번 4월 총선의 선거 구도부터 살펴보자. 현재의 소선거구제하에서 양자구도와 다자 대결 구도는 우선 검토해야 할 상항이다. 선거구별 1명을 뽑는 소선거구제하에서는 1등만 당선되고 많은 사표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현행 비례대표 47석은 이를 보충 보완하기 위한 장치이다. 그러나 지난 총선의 준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원래의 목표와 달리 수많은 위성 정당을 출현시켰다. 그 결과 거대 양당의 갈라 먹기 식 독점체제는 더욱 굳어져 버렸다. 위성 정당의 출현은 제3당의 의회 진출은 원천적으로 제약하는 요인이 되었다.대통령제와 소선거구 제하에서 신당의 약진에는 한계가 따른다. 여권의 금태섭·이준석, 야권의 이낙연 대표 등은 신당 창당을 선언하였다. 이들 제3 신당이 빅 텐트와 스몰 텐트를 통해 어느 정도 지지를 획득할지도 관심사이다. 이런 상황에서 정의당이나 사회당 등 진보 정당의 위상은 더욱 흔들릴 수밖에 없다. 제3당의 세력 규합 여부가 이번 총선 구도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어느 선거에서나 유능한 후보의 공천은 선거 승패를 좌우할 변수다. 그러나 지역적 정서가 선거판을 좌우하는 TK나 호남에서는 정당의 공천여부가 후보의 당락을 결정한다. 그렇지만 수도권과 충청권 선거에서는 아직 후보의 인물 변수가 선거 결과에 크게 작용하고 있다. 집권 여당은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이 선거전을 진두지휘하고, 야당은 이재명 대표 체제로 선거를 치를 전망이 우세하다. 한동훈 비대위원장은 참신성을 내세워 당 조직을 정비하고, 민주당은 친명 중심의 선거 체제를 강화하고 있다. 여야는 공히 공천관리 위원장을 임명하고 후보 공천 작업을 서두르고 있다.이번 총선에서 여야는 참신하고 유능한 후보의 공천을 통해 선거의 승리를 다짐하고 있다. 여야의 경쟁적인 인재의 영입은 기득권 세력의 물갈이와 연관되어 있다.여당에서는 검찰 출신인사나 용산 대통령실이나 행정부출신 인사의 공천 여부, 야당에서는 비리 연루 의원이나 기득권 세력의 교체 문제가 유권자의 관심사항이 되고 있다. 선거의 공약이나 정치적 이슈 등 정책변수도 선거의 중요 변수이다. 윤석열 정부 출범 3년째 총선에서 야당은 ‘정권 심판론’을, 집권 여당은 ‘국정안정론’을 기본 쟁점으로 부각할 것이다. 대통령 부인 김건희의 주가조작 특검법과 이재명의 사법 리스크는 그 연장선상에서 제기된 선거 쟁점이다.대통령의 30%대의 낮은 지지율이나 야당 대표의 사법 리스크는 여야 공히 선거 시의 불리한 쟁점이다. 이재명 당대표의 피격 사건은 극단적 대결정치가 초래한 비극이다. 한국사회의 인구 절벽, 기후위기, 에너지 문제는 그 심각성에도 불구하고 이번 선거의 쟁점으로 부각되기는 어렵다. 절박한 민생문제와 정치개혁 과제도 선거과정에서 여야의 공방으로 끝날 가능성이 높다. 이번 선거에서도 집권 여당은 포퓰리즘적 공약을 남발할 것이고, 야권의 대정부 비판 강도는 더욱 높아질 것이다. 유권자들은 어느 장단에 춤을 출 것인가.여야의 공천 일정은 가까이 다가오고 있다. 국회에서는 특검 거부 재의결 문제로 또다시 격돌할 조짐이다. 선거판이 과열될수록 여야의 마타도어나 네거티브 공세는 더욱 커질 것이다.이 와중에 예상치 못한 돌발변수가 선거판을 크게 흔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선거 승리를 위한 한동훈 비대위원장의 독자 노선 선언, 민주당 이재명 당대표의 전격사임, 선거 전야의 음모론적 마타도어, 제 3 신당의 선거 연대의 합의, 휴전선 상의 남북 무력 충돌 등 돌발변수는 선거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지도 모른다. 이러한 돌발사건은 수습할 겨를도 없이 끝나 버리는 경우가 많다.현재로서는 이번 총선에서 어느 일방의 압도적 승리는 예상되지 않는다. 윤석열 정부는 이번 선거에 압승하여 국정운영의 동력을 확보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야당 역시 압도적 다수 의석을 확보하여 검찰 독재국가를 견제하겠다는 입장이다. 총선 결과는 어떻게 될 것인가. 현재로서는 그 진행 과정을 주시할 수밖에 없다.

2024-01-07

나라와 기업이 살길 ‘농지 태양광 농사’가 답이다

위현복(사)한국혁신연구원 이사장 우리나라에서 전통적인 마을을 그려보라고 하면 북향에 야트막한 산과 중간에 햇볕이 가득한 마을과 남향에 개천과 들판이 있는 남향받이 마을이 그려질 것이다.우리는 배산임수(背山臨水)를 사람 사는 마을의 최적의 조건이라고 생각한다. 옛날부터 사람 사는 곳과 농사 잘 되는 곳은 산과 강과 들이 잘 어우러지고 햇빛과 바람이 풍부한 곳이다. 이런 곳은 사람 살기도 좋고 농사짓기도 좋아서 작게는 마을이 들어서고 크게는 도읍이 들어섰던 것이다. 현재 대부분의 도시도 규모만 다를 뿐 모양은 대동소이하다.기후 위기를 맞아 탄소중립을 달성하고자 태양광과 풍력 등 무한 재생이 가능한 에너지원을 찾아 재생에너지 사업을 활발하게 추진하고 있으나 우리나라에서는 여러 가지 이유로 농지를 제외하고 태양광 발전 부지를 찾고 있다. 농지를 제외하니 주택, 공장, 축사의 지붕, 주차장 옥상 등을 빼고는 태양광을 설치할 곳이 없어서 태양광 발전이 한계에 부딪혀 우리나라는 태양광 하기에 땅이 좁다는 말까지 나온다.하지만 햇빛이 가장 풍부한 농지를 제외하고 태양광 설치할 땅을 구하기는 힘들다. 유럽, 미국, 일본, 중국 등 태양광 선진국에서도 태양광 발전은 주로 도시 주변 농지에서 한다. 그리고 아무리 햇볕이 좋아도 재생에너지가 쓰이는 곳과 멀리 떨어져 있으면 송전선로 문제로 인해 득보다 실이 많다.우리나라는 국토의 67%가 산지이고 농지는 15%이며 나머지는 도시, 마을, 도로 기타 산업시설이 차지한다. 따라서 농지를 빼고는 태양광을 설치하기에 적당한 대규모 땅을 찾기가 불가능하다. 그리고 태양광이 필요한 곳은 대도시와 대규모 산업단지인데, 이런 곳들은 대부분 넓은 평야지대에서 농지에 둘러싸여 있다.그렇기 때문에 재생에너지 즉 태양광 발전으로 생산된 전기가 필요한 도시와 산업단지에 전기를 공급하기 위해서는 도시와 산업단지를 둘러싸고 있는 농지(대부분 절대농지)에서 태양광 발전을 하지 않을 수가 없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절대농지에 건축시설물을 설치할 경우 8년 만에 원상복구 시켜야 하는 농지법 규정으로 인하여 수명이 최소한 25년에서 거의 무한대에 가깝고, 원가 회수에 5·6년 정도 걸리는 태양광발전 시설을 할 수가 없다.도시와 산업단지에 인접한 농지에서 태양광 발전을 해서 바로 전기를 공급한다면 부족한 송전선로 문제도 해결될뿐더러 버려지고 방치된 농지가 재생에너지 생산의 주역으로써 에너지 안보를 책임질 수도 있을 것이다. 그리고 각종 명목으로 농촌, 농민에게 뿌려지는 연간 10조를 넘어서는 지원예산도 절감될 수 있을 것이다.현재 우리나라 농지는 150만ha로 농가 한 가구당 1ha 약간 상회하고 있다. 이 농지 중 24% 즉 36만 ha에 해당하는 농지에 태양광을 설치한다면 1억 2천만kWh 이상의 재생에너지를 생산할 수 있어서 원자력 발전을 기저전력으로 30% 가량 사용할 경우 우리나라의 탄소중립은 달성될 수 있다. 그리고 이렇게 생산되는 태양광은 15년쯤 지나면 효율이 두 배로 높아져서 앞으로 전기 사용량이 늘어나도 충분히 감당할 수 있을 것이다.농지 태양광과 함께 소형 풍력발전을 농지 주변에 적극적으로 활성화시킨다면 혹여나 부족한 재생에너지 조달 또한 가능할 것이다.소형 풍력발전은 아침, 저녁이나 날씨가 흐린 날 산바람, 골바람, 비바람으로 태양광 발전을 보완할 수 있다. 하루 동안 발전량도 태양광의 2·3배에 달하며 소요 부지도 태양광의 10%면 된다. 우리나라는 지역에 따라 하루 8시간 이상 15시간 정도 바람이 분다.인건비 건지기도 힘든 농업을 바탕으로 매년 정부 보조금 10조 원 정도에 매달려 살아가는 농민들에게 매년 20조 원 이상(첨단 스마트팜 융복합산업인 경우 60조 원 내외 소득 창출)의 태양광 발전 소득을 통해 농촌이 살아나고 소멸해 가는 지방이 소생하게 될 것이다. 또한 산업단지는 농지 태양광 발전으로 재생에너지를 충분히 공급받아 RE100을 달성하고, 우리나라는 ‘에너지 자립’을 달성함으로써 새로운 미래가 열리게 될 것이다.2022년 우리나라의 무역수지 적자는 472억 달러인데, 한 해 동안 에너지 수입액은 1천908억 달러로 총 수입액 7천312달러 중 26%에 달한다. 농지 태양광 발전을 통해 에너지 수입의 50%만 줄여도 우리나라는 무역흑자 국가로 돌아선다. 농지 태양광으로 에너지 자립도 이루고 무역흑자 국가로 돌아설 수 있다. 농지 태양광이 무역적자 해결책이며 미래 우리나라 발전의 신성장 동력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새해에는 우리 민족의 삶의 터전이었던 농지가 나라를 살리고 지방도 되살리고 농촌과 농민에게 새로운 희망을 주도록 ‘농지 태양광 농사’를 적극 살려나가야 하겠다. 농지 태양광 발전을 통해서 농촌과 농지가 RE100이 시급한 수출 기업들에게 필요한 재생에너지를 충분히 공급해 주고 기업들이 RE100 경쟁력을 바탕으로 쑥쑥 커나갈 수 있도록 뒷받침하는 원년이 되었으면 좋겠다.

2024-01-07

포스텍은 두드릴수록 단단해진다

서의호 포스텍 명예교수·산업경영공학 몇 일 전 한 언론이 포스텍에 대한 충격적인 기사를 실어서 포스텍을 사랑하는 모든 사람과 포스텍의 구성원이 깜짝 놀라는 사건이 발생하였다.이 기사는 입시와 대학 발전에 관심이 있는 모든 국민들을 놀라케 한 사건이었다.한국대학을 걱정하는 일반 기사는 종종 접하고 그 기사에서 특정대학이 거론되는 것도 있을 수 있는 일이지만 한 개의 특정대학을 집중적으로 난타하는 기사는 전무후무한 기사로 그런 기사를 본 적이 없다는 것이 입시계의 SNS에서도 설왕설래가 되고 있다. 특정대학을 공격하는 기사 자체가 언론의 정도가 아니지만 그 기사에서 인용된 대부분의 데이터들이 오류 투성이라는게 더 큰 문제가 되고 있다.포스텍의 교원 1인당 논문 실적에 관하여 언급하였는데, 해외 유수 저널에 논문을 게재하는 것이 목표인 포스텍에 한국연구재단 등재지(KCI)를 기준으로 하는 ‘국내 논문 실적’을 들이대고 부진하다는 기사는 실소를 금치 못한다.포스텍, 카이스트 같은 연구중심대학은 KCI 보다는 해외 저널 논문을 훨씬 더 중요시하고 있고 이러한 기준으로 교수 1인당 논문이나 인용 수는 포스텍은 한국에서 최고의 수준을 달리고 있다.또한 타 대학 등과 논문숫자를 단순 비교하였는데 일반적으로 연구력을 평가할 때는 교수 1인당 실적을 비교하는 게 과학적으로 맞는 것이고 절대수를 비교 한다면 칼텍(CalTech)과 같은 세계적인 대학도 미국의 대규모 주립대보다 낮을 수 있는 것이다. 교수 1인당 논문 실적은 포스텍은 국내 타 대학, 과기대들보다 단연 앞서고 있다.기사는 포스텍의 중도탈락률에 관하여도 언급 하였는데. 중도탈락률은 의대광풍 등으로 중도탈락률이 다소 증가한 것으로 보이나, 역시 타 과학기술원과 비교할 때 최저 수치이고 엘리트 대학 평균치보다 낮다. 중도탈락률의 상승은 코로나19 팬데믹의 영향으로 포스텍은 물론 전국 대다수의 대학이 처한 시대적 특수상황을 견강부회 형식으로 끌어다가 기자는 보도하였다.세계 대학 평가도 현재 새로운 지표들이 문제가 되어 QS 등도 지표를 수정한다고 선언했으며 잘못된 지표에 의해 일시적으로 하강 된 것이고, THE의 올해 소규모대학평가(재학생 5천명 이하)에서는 포스텍이 칼텍에 이어 2위로 평가되었다. 기사는 ‘서카포’는 옛말이라고 폄하했지만 인용한 김박사넷 SNS에서는 서카포, 영어로는 오히려 SPK가 일반적으로 이공계 최고의 대학의 대명사로 쓰이고 있다. 세계적인 대학육성의 글로컬 대학의 이슈도 서울대, 연고대, 카이스트 등은 응모할 자격이 없어서 안한 것이지 자격만 주어진다면 당연히 했을 것이라는 게 SNS상에서 지배적인 의견이다. 포스텍이 대학 선정과 재단의 새로운 투자로 새로운 변화를 맞이하려는 중요한 때에 이처럼 사실을 왜곡하는 기사가 게재되었다는 건 심히 유감스러운 일이다.입시관련 SNS상에서는 해당 언론이 집중 포화를 맞고 있다. 누가 보아도 특정대학을 폄하하기 위하여 허위 데이타를 끌어쓰는 방식에 대하여 그 의도에 대하여 의구심을 갖게 되는 것이다. 대학 차원에서 해당 언론사와 기자에 대해서는 명백한 사실에 근거하여 강경하고 단호하게 대처할 것으로 알고 있다.이와 함께 대학이 계획하고 있는 포스텍의 미래에 대해서도 적극적으로 대외에 홍보하며, 구성원들이 더욱 대학에 자부심을 가질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이 중요해 보인다.포스텍은 과거 세계 28위(THE 랭킹)로 단연 한국대학의 선봉장이었고, 카이스트와 홍콩과기대, 로잔공대 등을 누르고 ‘설립 50년 이하대학’ 세계 1위로 3년 연속 랭크된 대학이기에 전 세계 교육계의 관심도 당연히 함께 하고 있다.최근 추진되고 있는 의과학자 양성 의대 설립추진도 학교의 위상을 올리는 중요한 과업 중의 하나일 것이다. 학교의 위상이 의대 설립과 함께 크게 고취될 수 있고 뒤처진 한국 의과학에 새로운 지평을 열 수 있을 것이다. 분명한 것은 ‘포스텍은 그냥 하나의 대학’이 아니다. 포스텍은 이제 30년을 넘어 반세기를 향하고 있다. 그 세월동안 그 정성과 땀을 바쳐온 교수와 구성원들에게는 포스텍은 그냥 ‘아무나의 직장’은 아닐 것이다. 그냥 하나의 대학은 더더욱 아닐 것이다. 아무것도 없었던 황량한 땅에 포스텍을 세울 때 외국에서 귀국한 교수들과 그리고 직원들에게는 또한 위험을 안고 포스텍을 선택하였던 졸업생들에게는 포스텍은 ‘아무나의 대학’은 아니었을 것이다. 먼훗날 우리는 “아무나가 아닌” 우리 한국의 과학과 경제발전, 그리고 지역과 연계한 창의를 통해 세계에 이름을 떨친 포스텍을 위해 우리가 정말 옳은 일을 하였구나 말할 수 있게 되기를 진정으로 바라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새로운 총장의 새로운 시작에 거는 기대는 정말 크다.포스코의 슬로건중에 “쇠는 두드릴수록 단단해진다”는 구호가 있다. 마찬가지로, “포스텍은 두드릴수록 단단해진다”포스텍은 절대 흔들어서 흔들리는 대학은 아니다.37년 전 서울중심의 이땅에 지역에서 세계적인 대학을 만들겠다는 꿈은 하나씩 실현되어 왔고 지금도 진행중이다. 그 꿈의 실현은 세계로 나아가는 대한민국 고등교육의 승리로 기억될 것이다.

2023-12-17

건강수명 연장, 나가노현에서 배운다

박성률트레이닝과학연구소장동국대 의과대학 연구초빙교수 올해 우리나라 만 65세 이상 고령인구는 950만 명에 이르고 전체인구의 18.4%를 차치하고 있다. 고령인구의 비중은 2025년 20.6%를 기록한 뒤 2050년에는 40%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이같이 우리나라 노인 인구의 증가 속도는 전 세계에서 그 유래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빠르다.경상북도는 노인 인구 증가 속도가 더 가파르다. 경북의 고령인구는 62만 5000명으로 전체인구의 24%를 차지해 이미 2019년부터 초고령사회에 진입했다. 지역별 고령인구 비중이 전남(25.17%)에 이어 두 번째로 높다. 특히 경북 의성은 65세 이상 인구가 전체인구의 41% 이상을 차지해 전국 시군구 중 고령인구 비율이 가장 높다. 머지않은 2045년에는 경북 전체인구 중 43.9%가 고령인구에 해당할 것으로 예상된다.오래 사는 것은 만인의 염원이자 축복일 것이다. 하지만 수명이 너무 길어지다 보니 오히려 ‘장수 위험’이라는 표현까지 쓰고 있다. 노후에 건강한 삶을 누리지 못한다면 자칫 오래 사는 게 불행이 될 수도 있다는 말이다. 한마디로 아픈 상태로 오래 사는 ‘유병장수(有病長壽)’ 시대가 도래했다. 의료 기술의 발달이 인간의 수명을 연장시켜준 것은 감사할 일이지만, 아픈 기간이 오래 지속된다면 서민들에게 고액의 의료비와 간병비가 큰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따라서 보건의료정책이 치료 위주에서 예방 중심으로 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정부 또한 건강보건정책의 핵심을 예방과 진단, 맞춤형 건강법의 보급에 두고 있다. 보건의료 서비스가 예방 중심으로 바뀌고 수요자 중심의 맞춤형으로 변해야 건강보험 재정의 안정 등 전반적인 각종 보건 의료정책이 계획대로 순항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렇듯 이제는 국민 스스로 예방의 중요성을 깨닫고 자신의 몸 상태에 따라 ‘맞춤형 건강관리’가 필요한 시점이다.최근 통계청이 발표한 생명표에 따르면 한국인의 기대수명은 83.5세다. 남자가 80.5세, 여자가 86.5세로 남녀 간 6년 차이가 난다. 그러나 건강수명은 73.1세로 10년 정도 짧다. 건강수명에서도 여자 74.7세, 남자 71.3세로 여자가 3.4년 더 길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의 평균 기대수명과 건강수명도 80.5세, 70.3세로 10년 차이가 난다. 노인이 건강한 진정한 복지국가가 되기 위해서는 정부와 지자체가 앞장서 기대수명과 건강수명 간의 격차를 줄이는 정책과 대책 마련 또한 시급한 실정이다.건강수명의 대명사가 된 일본 나가노현이 대표적인 사례다. 칼슘이나 비타민 D가 풍부한 우유나 유제품, 해산물, 콩류 등을 적극적으로 섭취하도록 하는 식생활 개선과 함께 노인을 대상으로 체조와 스트레칭, 근력운동 등을 쉽게 할 수 있는 환경과 프로그램을 제공했다는 점이 눈에 띈다. 거기에다가 지자체의 주민센터, 보건소, 복지시설, 시민단체 등이 참여해 노년기에 흔히 나타나는 골다골증 등 건강 예방 캠페인을 벌이고, 산책로, 둘레길, 체육시설 등에 ‘맞춤형 운동’을 집중적으로 보급했다는 점도 눈여겨볼만하다.70대는 일생에서 신체 기능이 크게 약해지는 분기점과도 같은 시기다. 뼈와 근육 소실로 키와 힘, 체중이 감소하기 시작한다. 노화 관련 연구 결과들을 모아 보면 40대 이후 키는 10년마다 약 1cm씩 줄어들다가 70대에 들어서면 그 속도가 훨씬 더 빨라진다. 근력은 60세 이후 연간 3% 정도 감소한다. 따라서 가벼운 낙상 사고에도 심한 부상이나 골절상을 입을 가능성이 크다. 장기의 기능도 약해져 고혈압이나 당뇨병, 치매 등의 만성질환이 발생하기 쉬운 나이다.노년기 신체 기능 향상 및 만성질환 예방에 가장 손쉽고 이로운 방법이 운동이다. 체조와 스트레칭 운동은 몸의 구석구석을 자극시켜 신진대사 촉진에 도움이 되고, 빠르게 하면 유산소운동의 효과, 아주 천천히 하면 유연성 및 근력 향상과 재활에도 효과가 있다.규칙적인 체조 운동으로 체력이 향상되면 근력과 움직임의 향상, 심장의 수축력 증가, 당대사능력의 향상, 지방의 과다축적 방지 등의 효과뿐 아니라 우울증과 불안증 개선 등 이차적 효과도 있다. 이에 더해 체조와 스트레칭은 나이에 맞는 속도로 천천히 진행하면 골밀도 강화는 물론이고 목이나 무릎 등 관절 부위인 근골격계 질환 예방에 효과가 있다. 게다가 심장에서 가장 먼 데서부터 하는 순서여서 심장이 약한 고령자들도 무리 없이 할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그런데 기존 ‘국민체조’는 동작이 너무 단순하여 다소 운동 효과가 적으며 딱딱 끊어지기 때문에 다치기 쉽고, 또한 ‘새천년건강체조’는 국민체조에 비해 동작이 다소 복잡하여 혼자 동영상을 보고 외우기에는 한계가 있으며 태권도에서 따온 옆차기 등은 고령자가 따라하기에는 난이도가 너무 높다.노년기에 자신의 건강 및 체력 수준에 맞게 동작의 난이도 및 운동 강도를 상·중·하로 구분하여 선택할 수 있는 새로운 체조가 나가노현과 같이 우리 지역에서도 하루빨리 개발 보급됐으면 한다.

2023-12-17

지방소멸,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위현복 (사)한국혁신연구원 이사장 인구소멸과 지방소멸은 일란성 쌍둥이처럼 지금 우리에게 동시에 대두된 난제이다.대부분의 지방 시·군 등이 인구가 줄어든 지가 오래고 이제 줄어드는 것이 아니라 ‘소멸’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난리가 난 상황이지만 수도권에서는 지금도 서울의 도시 경쟁력을 위해서 김포를 서울로 편입한다, 구리를 편입한다며 서울 메가시티 논란에 정치권이 뜨겁다.과도하게 밀집된 수도 서울은 국제적인 도시 경쟁력에서는 어떨지 모르지만 대한민국 입장에선 수도권과 지방격차, 도농격차의 상징이다. 모든 것이 수도 서울로 몰리다 보니 서울은 끝도 없는 주택난과 교통난에 부대끼고 이럴 바에는 제주까지 서울에 편입시켜 나라 전부를 메가시티서울로 개발하는 것이 오히려 낫지 않느냐? 하는 자조 섞인 말조차 나온다.지방소멸을 방지하기 위한 여러 대책들이 총선을 앞두고 앞다투어 발표되고 있다. 그 중 그린벨트를 해제하고 지역별 산업단지를 조성하겠다는 안도 있다. 이 정책은 특정지역, 특정기업, 특정인에게 특혜만 되고 투기만 조장할 뿐이다. 지방에 특화된 산업단지를 조성해도 이제 그곳에 일할 그 지방 사람은 없다. 공연히 외국인 근로자만 몇 명 더 늘어날 뿐이다.지방 소멸을 막기 위해서는 먼저 항상 물이 그득한 큰 댐(중급 대도시)이 존재해야 하며, 큰 댐에 물을 공급할 수 있는 다양한 작은 수자원, 실개천이 튼튼하게 지탱해야 하는데, 그러면 아무리 큰 가뭄이 와도 들판이 살고 식물이 자라야 사막화를 막을 수 있고 소멸을 피할 수 있을 것이다.지방의 사막화를 막으려면 먼저 댐을 채울 수원지, 수자원을 살려야 하는데 지금 당장 메마른 댐에 물을 보내줄 주변의 수자원으로 무엇이 있는가?특별시와 광역시를 빼고 전국 163개 시·군 등 각 기초자치단체의 면적은 대략 서울시와 비슷하다. 그런데 모든 부의 90% 가까이가 163개 시·군 중 하나와 면적이 비슷한 서울에 집중되어 있고 서울에서 멀어질수록 부의 규모는 형편없이 쪼그라든다. 서울에서 먼 지방에도 기본적인 부가 흘러넘쳐야 5일장도 살고, 각 급 학교도 살고, 사람도 살 수 있을 텐데, 산업화·근대화의 첫 번째 피해자가 지방인데도 불구하고 단 한 번도 서울-지방간 격차를 줄이고자하는 근본적인 노력 없이 수도권으로 자원과 인력을 빨아들이기만 했다. 지방이 살려면 지방이라는 전통적인 수원지에 물(부)이 흐르게 해야 한다.서울의 토지는 평당 1억 호가하는 땅이 수두룩한데 지방의 문전옥답들은 평당 10만 원 이하가 수두룩할 뿐더러 ‘LH투기 사태’ 이후 농민이 아니면 농지구입을 원천적으로 막아 농지거래는 희귀한 일이 되어 농지를 통한 생산소득이나 농지거래소득이 끊어진지 오래다. 첫째는 농지생산소득 증대 방안을 찾아서 농지생산가치가 평당 100만원을 넘어서게 해야 하고, 둘째는 농지거래를 활성화시켜 외부 자본이 농촌에 흘러넘치게 해야 한다. 셋째는 그렇게 흘러넘치는 물(부, 자본)을 댐(중급 대도시)에 모아야 지방 소멸을 막을 수 있을 것이다.일본에서는 지방소멸 대책으로 거대도시 도쿄와 오사카 사이에 지역거점도시로 100만 명 정도의 중급 대도시를 적극 키우는 정책을 추진하였다.청송·봉화 사람들이 서울·부산으로 한 번가면 영영 돌아오지 않지만, 안동이 100만쯤 될 경우 청송·봉화 사람들이 안동 가서 살면 주말에 고향에 자주가게 되고 그러면 언젠가는 다시 고향 청송·봉화로 많이 돌아올 수 있다는 것이다.우리나라는 늦은 감이 있지만 안동 정도가 힘들면 현 광역시를 중심으로 댐 역할을 하도록 지역별 중심도시로 활성화시켜 나간다면 지방이 그냥 속수무책으로 소멸되지는 않을 것이다.경상북도에서 볼 때 포항·경주·영덕 정도를 하나의 경제권·생활권으로 묶일 수 있도록 선제적인 조치를 취한다면 소멸되는 사태는 막을 수도 있을 것이다.무엇보다도 지방 구석구석으로 물(자본)이 흘러들어 댐(중급 대도시)의 수원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한데, 마침 태양광농사(농지태양광 발전사업)는 현재 쌀농사 기준으로 영농복합형 태양광발전 사업은 8배 이상 소득증대가 기대되고, 순수 농지태양광 발전만 할 경우 38배, 스마트팜 융복합사업을 할 경우 현재보다 310배 정도의 소득증대가 예상되므로 농촌, 지방의 획기적인 변화와 혁신을 불러일으킬 수 있고 댐에 충분히 물을 채울만한 수자원으로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농촌, 지방에 물(자본)이 흘러넘치면 지방도 풍요로워지고, 지방이 풍요로워지면 지방 소멸도 막을 수 있고, 국토균형발전도 자연스레 이뤄질 것이다.재생에너지는 분산에너지라 한다. 에너지의 분산은 곧 부의 분산이고 부의 평준화이며 경제민주화의 구현이다. 적극적인 재생에너지 정책과 농지태양광 발전사업 활성화는 에너지 전환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국토균형발전과 빈부격차해소와 지방소멸 방지뿐 아니라 경제민주화를 실천할 수 있는 만능 해법이 될 수 있으니 반드시 추진해야할 일이라 생각한다.

2023-12-10

사람 앞에만 서면 두근두근

사공정규 동국의대 정신건강의학과 교수·의학박사 오늘은 발표가 두렵다는 30대 K과장 이야기를 해 볼까 한다.K과장은 매월 1회 회사 전체회의에서 발표해야 한다. 평소 직원에게 개인적으로 이야기할 때는 괜찮은데, 많은 사람 앞에 나가서 발표할 때는 극도의 두려움과 불안감이 엄습한다. 심장이 쿵쿵거리고 목소리가 떨리고 얼굴이 붉어지고 식은땀이 난다. 미리 적은 것을 읽는 것조차도 힘이 든다. 중요한 발표가 있는 날이 다가오면 전날 두려움과 불안으로 한숨도 못 자기도 하고 발표가 끝나고 나면 온종일 몸살을 앓기도 한다.K과장은 정신과적 검사와 진단적 면담을 통해 사회불안장애(Social Anxiety Disorder)로 진단됐다. 사회불안장애는 오랫동안 사회 공포증으로 불려 왔으며, 현재는 두 명칭이 혼용되나 사회불안장애가 대표 진단명이다.사회불안장애의 핵심적 특징은 타인에게 자세히 관찰될 수 있는 사회적 상황에 노출되는 상황에 대해 극도로 두려워하거나 불안해하며 사회적·직업적 상황 등에서 현저한 고통이나 손상을 가져오는 것이다. 사회적 불안장애에서 말하는 사회적 상황의 대표적인 경우를 살펴보면, 여러 사람 앞에서 수행(예: 발표, 노래, 연주 등)을 하거나 어떤 행동(예: 음식을 먹거나 마시는 자리)을 하는 상황, 시험 특히 면접을 보는 상황, 낯선 사람이나 권위 있는 사람을 만나거나 대화를 하는 상황, 공중화장실에서 다른 사람이 있을 때 소변을 보는 상황 등이다. 불안장애의 분류에 속하는 공황장애, 범 불안장애의 평생유병률은 각각 3%, 9%인데, 사회불안장애의 평생유병률은 10% 정도이다. 사회불안장애는 이렇게 흔한 질병임에도 진단이 잘되지 않고 적절한 시기에 치료를 놓치는 경우가 많다.사람들 앞에 서는 것이 떨리고 긴장되는 것은 보편적인 현상이므로 수줍음이 많은 성격 탓이라 치부하기가 쉽기 때문이다. 그러나 사회불안장애는 단순한 수줍음을 넘어 그 정도가 지나쳐 일상생활에 영향을 미친다는데 문제가 있다. 즉, 학교 적응, 취업률, 직업적 생산성, 사회경제적 지위, 낮은 사회적 안녕, 심지어 삶의 질과도 연관된다.만약 수줍음도 아주 심해 일상적인 사회생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면 사회불안장애로 진행된 것으로 보아야 한다. 또 어린 시절의 수줍음은 대부분 거듭된 사회적 노출을 통해 호전되는 양상을 보이는 것과는 반대로, 사회불안장애는 사회적 상황이 늘어나고 시간이 흐를수록 더 심해지는 양상을 보이는 경우가 많다.특히 사회불안장애는 공황장애, 우울장애, 알코올 의존, 약물 의존 등의 후유증을 동반하는 경우가 많다. 사회불안장애는 상황이 반복될수록 자신의 불안한 예측대로 들어맞는 것만을 기억하며 점점 악화한다. 사회불안장애를 단순한 수줍음으로 방치해서는 안 되는 이유이다.치열한 경쟁 속에 사는 우리는 사회불안장애로 고통받는 사람들이 점점 늘어나는 추세고, 사회불안장애는 약물치료나 인지행동치료로 치료가 비교적 잘 되는 질환임에도 정신과를 잘 찾지 않는 경향이 있다.사회불안장애의 약물치료에서 선택적 세로토닌 재흡수 억제제(SSRI)는 꾸준히 복용하면 공포감, 불안감을 덜어 주는데 효과적이고 벤조디아제핀계 약물은 치료 초기 불안이 아주 심할 때 사용할 수 있고, 발표 공포증에 흔히 사용하는 베타 차단제(인데놀)는 신체적 증상(예: 떨림, 심계항진, 발한)을 완화하는 데 즉각적인 도움이 될 수 있다.인지행동치료에는 왜곡된 생각을 고쳐주는 인지치료, 사회적 상황에 직면하여 연습하는 직면치료(노출치료), 긴장 이완을 해 신체적 증상을 조절해주는 신체조절법(이완치료법)이 있다.사회불안장애 환자는 2가지 핵심 인지왜곡이 있다.첫째, 모든 사람에게 인정, 칭찬을 받아야 한다. 완벽해야 한다는 인지왜곡이 있다.둘째, 사회적 평가에 대한 조건적 신념, 내가 실수하면 다른 사람들이 나를 부정적(예: 무시하거나 싫어할 것이라는 등)으로 평가할 것이라는 인지왜곡이 있다.이러한 인지왜곡적 생각들이 두려움과 불안, 신체적 증상(예: 떨림, 심계항진, 발한)들의 증상을 일으키게 되고 증상을 줄이기 위한 방어적 시도들이 오히려 증상을 악화시킨다. 사람들에게 사회불안에 대한 자신의 부족함을 솔직하게 드러내면 예를 들면, “나는 지금 (주요하신 여러분들) 앞에 서니 상당히 긴장되고 떨린다”고 말하면, 상대방도 존중해주고 나는 겸손해 보이며 내 긴장도 풀고 1석3조이다.오히려 사람들이 더 긍정적으로 평가할 가능성이 커진다. 왜냐하면, 사람들은 다른 사람에게서 자신과 같은 부족함을 발견하면 공감하고 ‘나만 그런 것이 아니었구나’ 하는 위안을 얻기 때문이다. 부족함을 인정하고 실수를 솔직하게 인정하는 사람을 만나게 되면 사람들의 마음이 오히려 관대해지는 경향이 있다.그런데 사회불안장애 환자들은 불안한데 불안을 보이려 하지 않으려 하기에 오히려 부자연스러워지고 더 불안해진다.오히려 자신의 사회불안을 알려라. 자연스러워진다. 덜 불안해진다. 더 좋은 평가를 받을 확률이 높아진다.

2023-12-10

대통령의 즉흥적 리더십은 위험하다

배한동경북대 명예교수·정치학 국정 최고 책임자인 대통령의 리더십의 행태는 미치는 영향이 크다. 지난 대선에서 이 나라 유권자들은 기성 정치인을 제치고 검찰총장 출신을 대통령으로 선출하였다. 정치 경험이 없는 사람을 대통령으로 선택한 것은 때묻은 기성 정치인에 대한 강한 불신 때문이다. ‘공정과 상식’을 앞세운 후보를 대통령으로 선택한 것은 신선한 정치에 대한 갈망이 컸기 때문이다. 그러나 내년이면 집권 3년차에 접어드는 대통령의 지지도는 여전히 30%대 중반을 맴돌고 있다. 역대 대통령의 임기 초반 지지율에 훨씬 미치지 못한 결과이다. 여기에는 집권 여당의 총체적 실정에도 책임이 크지만 대통령의 리더십도 크게 작용한 듯하다. 윤 대통령의 리더십에서 솔직 담백함, 과감한 추진력 등은 긍정적 지지요인이 된다. 그러나 대통령의 즉흥적 리더십, 감정적 리더십은 정치적 갈등과 불안 요인이 되고 있다. 대통령의 비합리적 리더십은 정치적 신뢰 상실로 이어지고 지지율 하락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음은 부정할 수 없다.지난 강서 보궐선거에서 집권 여당의 처절한 패배는 대통령의 이미지에도 상당한 손상을 입혔다. 그 보궐 선거의 원인을 제공한 김태우 후보를 사면 공천한 것이 선거의 가장 큰 패인이다. 공천 과정에서도 당내 일부에서 제기된 후보 교체론이 무시되었고 대통령의 입김이 크게 작용한 것은 부정하기 어렵다.지난 문재인 정권에 대한 심판이라는 감정적인 요소가 작동한 결과이다. 후보 공천 과정에서 당기구의 공적인 심사과정은 제대로 작동하지도 않았다. 검찰 공무원 출신 김태우 후보 공천은 전 정권에 대한 응징 프레임 하에서 속전속결로 확정되었다.그 강서 보선의 참패는 다행히 집권 여당과 대통령의 국정 기조 변화의 계기를 마련했지만 그 성공 여부는 미지수이다. 강서 선거의 참패는 대통령의 리더십에도 상처를 남겼다. 선거나 인사에서 철저히 검증된 인물을 선택해야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내년총선에서도 당 공천 기구가 아닌 용산의 요구가 우선된다면 선거의 결과는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다.이번 부산 엑스포 유치 과정에서 대통령의 동분서주하는 모습은 두드러지게 부각되었다. 외교에서 대통령의 영업사원 1호 모습은 잘 보여주었지만 결과는 참패로 끝났다. 대통령은 이례적으로 엑스포 유치 실패를 자신의 능력 부족 때문이라고 솔직히 사과하였다. 취임 후 공식적인 대국민 사과는 이번이 처음이라는 보도가 잇따랐다. 외교당국은 이번 선정 투표에 앞서 한국이 사우디를 박빙으로 추격하다 결선에서 뒤집을 수 있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대통령이 경제 단체장을 대동하고 파리 현장에서 연일 외교 교섭을 하였지만 그 결과는 117대 29의 스코어로 참패하고 말았다. 대통령의 판단을 흐리게 하여 현장 출장외교를 유도한 외교 부서는 의당 책임을 져야 한다. 정확한 외교 정보 부재는 대통령의 즉흥적인 현장 외교교섭으로 연결되었다. 이를 조정 통제하지 못한 용산의 정책기획실도 책임을 면피하기는 어렵다. 그간 내치보다 외교에서 획득한 대통령의 지지도는 이번 실수로 다시 흔들릴 수밖에 없다.이밖에도 대통령의 리더십이 즉흥적이라는 평가는 여러 곳에서 노출되었다. 대통령 선거 과정의 이준석 당 대표와의 갈등은 당선 후의 이준석의 징계 문제로 연결되었다. 그 과정에서 이준석 전 대표에 대한 대통령의 ‘xxx’라는 감정적인 발언은 아직도 회자되고 있다. 사실 대통령과의 개인적 친분표시로 사용된 ‘윤핵관’이라는 용어도 대통령의 긍정적 이미지 형성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대통령의 언론관도 즉흥적이라는 비판이 따랐다. 대통령의 취임 초기 대통령실 앞의 아침 도어 스테핑은 대통령의 신선하고 솔직한 한 이미지 형성에 도움을 주었다. 그러나 갑작스런 도어 스테핑 폐지는 대통령의 즉흥적 조치로 오해될 수밖에 없었다. 모 방송국 기자의 대통령 전용기 탑승거부 역시 대통령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만 추가하였다. 공식적인 기자 회견까지 피하거나 유보하는 대통령의 언론관은 시급히 개선해야 할 과제이다.결론적으로 대통령의 즉흥적인 리더십은 정치적 신뢰 형성에 결코 도움을 주지 못한다. 대통령의 즉흥적 리더십은 기분이나 정서에 기반한 비합리적 리더십이다. 대통령의 리더십은 보다 정확한 정보를 토대로 보다 신중하게 결정되고 시행착오부터 줄여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용산과 집권 여당의 관계부터 바르게 재정립되어야 한다. 대통령의 리더십은 범죄를 수사하여 응징하는 법적 정의 실현의 검찰 총장의 리더십과는 다르다.대통령의 리더십은 대통령실의 공적기구에 의해 철저히 검증되고 때로는 견제받는 리더십이 되어야 한다. 대통령 실은 대통령의 리더십이 자신감에만 의존하는 감성적 리더십이 되지 않도록 특별히 보필해야 한다. 다소 느리더라도 공평하고 안전한 리더십이 되어야 한다. 내년 4월 총선을 앞둔 시점에서 대통령의 합리적 리더십이 신뢰를 받을 때 국정은 탄력을 받을 수 있다. 그것이 총선 결과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은 명약관화하다.

2023-12-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