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가기 버튼

대통령의 즉흥적 리더십은 위험하다

등록일 2023-12-03 17:37 게재일 2023-12-04 16면
스크랩버튼
배한동경북대 명예교수·정치학
배한동경북대 명예교수·정치학

국정 최고 책임자인 대통령의 리더십의 행태는 미치는 영향이 크다. 지난 대선에서 이 나라 유권자들은 기성 정치인을 제치고 검찰총장 출신을 대통령으로 선출하였다. 정치 경험이 없는 사람을 대통령으로 선택한 것은 때묻은 기성 정치인에 대한 강한 불신 때문이다. ‘공정과 상식’을 앞세운 후보를 대통령으로 선택한 것은 신선한 정치에 대한 갈망이 컸기 때문이다. 그러나 내년이면 집권 3년차에 접어드는 대통령의 지지도는 여전히 30%대 중반을 맴돌고 있다. 역대 대통령의 임기 초반 지지율에 훨씬 미치지 못한 결과이다. 여기에는 집권 여당의 총체적 실정에도 책임이 크지만 대통령의 리더십도 크게 작용한 듯하다. 윤 대통령의 리더십에서 솔직 담백함, 과감한 추진력 등은 긍정적 지지요인이 된다. 그러나 대통령의 즉흥적 리더십, 감정적 리더십은 정치적 갈등과 불안 요인이 되고 있다. 대통령의 비합리적 리더십은 정치적 신뢰 상실로 이어지고 지지율 하락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음은 부정할 수 없다.

지난 강서 보궐선거에서 집권 여당의 처절한 패배는 대통령의 이미지에도 상당한 손상을 입혔다. 그 보궐 선거의 원인을 제공한 김태우 후보를 사면 공천한 것이 선거의 가장 큰 패인이다. 공천 과정에서도 당내 일부에서 제기된 후보 교체론이 무시되었고 대통령의 입김이 크게 작용한 것은 부정하기 어렵다.

지난 문재인 정권에 대한 심판이라는 감정적인 요소가 작동한 결과이다. 후보 공천 과정에서 당기구의 공적인 심사과정은 제대로 작동하지도 않았다. 검찰 공무원 출신 김태우 후보 공천은 전 정권에 대한 응징 프레임 하에서 속전속결로 확정되었다.

그 강서 보선의 참패는 다행히 집권 여당과 대통령의 국정 기조 변화의 계기를 마련했지만 그 성공 여부는 미지수이다. 강서 선거의 참패는 대통령의 리더십에도 상처를 남겼다. 선거나 인사에서 철저히 검증된 인물을 선택해야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내년총선에서도 당 공천 기구가 아닌 용산의 요구가 우선된다면 선거의 결과는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다.

이번 부산 엑스포 유치 과정에서 대통령의 동분서주하는 모습은 두드러지게 부각되었다. 외교에서 대통령의 영업사원 1호 모습은 잘 보여주었지만 결과는 참패로 끝났다. 대통령은 이례적으로 엑스포 유치 실패를 자신의 능력 부족 때문이라고 솔직히 사과하였다. 취임 후 공식적인 대국민 사과는 이번이 처음이라는 보도가 잇따랐다. 외교당국은 이번 선정 투표에 앞서 한국이 사우디를 박빙으로 추격하다 결선에서 뒤집을 수 있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대통령이 경제 단체장을 대동하고 파리 현장에서 연일 외교 교섭을 하였지만 그 결과는 117대 29의 스코어로 참패하고 말았다. 대통령의 판단을 흐리게 하여 현장 출장외교를 유도한 외교 부서는 의당 책임을 져야 한다. 정확한 외교 정보 부재는 대통령의 즉흥적인 현장 외교교섭으로 연결되었다. 이를 조정 통제하지 못한 용산의 정책기획실도 책임을 면피하기는 어렵다. 그간 내치보다 외교에서 획득한 대통령의 지지도는 이번 실수로 다시 흔들릴 수밖에 없다.

이밖에도 대통령의 리더십이 즉흥적이라는 평가는 여러 곳에서 노출되었다. 대통령 선거 과정의 이준석 당 대표와의 갈등은 당선 후의 이준석의 징계 문제로 연결되었다. 그 과정에서 이준석 전 대표에 대한 대통령의 ‘xxx’라는 감정적인 발언은 아직도 회자되고 있다. 사실 대통령과의 개인적 친분표시로 사용된 ‘윤핵관’이라는 용어도 대통령의 긍정적 이미지 형성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대통령의 언론관도 즉흥적이라는 비판이 따랐다. 대통령의 취임 초기 대통령실 앞의 아침 도어 스테핑은 대통령의 신선하고 솔직한 한 이미지 형성에 도움을 주었다. 그러나 갑작스런 도어 스테핑 폐지는 대통령의 즉흥적 조치로 오해될 수밖에 없었다. 모 방송국 기자의 대통령 전용기 탑승거부 역시 대통령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만 추가하였다. 공식적인 기자 회견까지 피하거나 유보하는 대통령의 언론관은 시급히 개선해야 할 과제이다.

결론적으로 대통령의 즉흥적인 리더십은 정치적 신뢰 형성에 결코 도움을 주지 못한다. 대통령의 즉흥적 리더십은 기분이나 정서에 기반한 비합리적 리더십이다. 대통령의 리더십은 보다 정확한 정보를 토대로 보다 신중하게 결정되고 시행착오부터 줄여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용산과 집권 여당의 관계부터 바르게 재정립되어야 한다. 대통령의 리더십은 범죄를 수사하여 응징하는 법적 정의 실현의 검찰 총장의 리더십과는 다르다.

대통령의 리더십은 대통령실의 공적기구에 의해 철저히 검증되고 때로는 견제받는 리더십이 되어야 한다. 대통령 실은 대통령의 리더십이 자신감에만 의존하는 감성적 리더십이 되지 않도록 특별히 보필해야 한다. 다소 느리더라도 공평하고 안전한 리더십이 되어야 한다. 내년 4월 총선을 앞둔 시점에서 대통령의 합리적 리더십이 신뢰를 받을 때 국정은 탄력을 받을 수 있다. 그것이 총선 결과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은 명약관화하다.

시사포커스 기사리스트

더보기
스크랩버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