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터 벤야민(1892∼1940), 호르크하이머(1895∼1973), 아도르노(1903∼1969년), 에리히 프롬(1900∼1980), 마르쿠제(1892∼1979) 등 학자들은 프랑크푸르트 대학과 인연이 깊다. 그 대학 사회연구소의 회원이고, 독일인들이다. 부유한 유대인의 자제들이기도 하다. 세계사에서 이 사람들을 프랑크푸르트학파라고 부른다. 프랑크푸르트학파는 히틀러의 나치 집권 후에 1933년부터 학문의 자유를 찾아 미국으로 망명한 독일 출신 유대인 학자들이다. 그리고 2차대전이 끝난 후, 대부분 다시 독일로 돌아와 프랑크푸르트대학에서 사회비판이론을 연구하게 된다.
여기 또 한 사람의 학자가 있다. 유대인은 아니지만 프랑크푸르트학파의 정통계승자로 불리운다. 현재 생존해 있다. 위르겐 하버마스(94)가 바로 그 사람이다. 2006년에는 우리나라에도 다녀간 바 있다. 위르겐 하버마스는 부유한 관리의 아들로 태어났다. 특이한 점은 어린 시절 나치소년단의 단원이었다는 것이다. 역사속에서 나치소년단원은 독일패망 전에 ‘베를린사수’ 전투로 내몰려 총알받이로 등장하기도 한다. 하버마스는 뉘른베르크 전범재판의 과정을 겪으면서 나치즘의 실체, 폴란드 아우슈비츠 강제수용소 유대인 대학살에 대해 알게 되면서 사회적, 정치적 의식을 깨닫게 되었다. 그리고 파시즘과 사회비판이론을 연구하게 된다. 이후 좌파로부터는 수정주의자로 우파로부터는 공산주의자로 몰리기도 한다. 프랑크푸르트학파와 하버마스는 실존주의를 넘어 현대사회의 ‘인간의 수단화’, ‘인간소외’에 대항해 학문적 과제를 만들어 내었고 이를 사회비판이론으로 발전시키게 된 것이다.
하버마스의 핵심은 의사소통이론과 공적토론영역(공론장) 이론이다. 또 이 이론들은 현대의 언론학과 커뮤니케이션 이론에도 영향을 많이 끼쳤다. 프랑스 계몽시대의 공론장은 부르주아지(bourgeoisie)들이 모여서 맥주와 커피를 마시며 논쟁하던 살롱이며, 현대의 공론장은 신문과 라디오, TV방송이다. 약 20여년전부터는 인터넷시대에서 SNS, 모바일톡으로 공론장이 역사적으로 발전하였다고 주장한다. 또 의사소통이 잘 이루어지려면 공론장이 그에 맞추어 잘 자리 잡고 있어야 하는 것도 당연한 이치이다.
인간의 이성(理性)은 ‘진위(眞僞), 선악(善惡)을 식별하여 바르게 판단하는 능력’을 말하고, 합리(合理)는 ‘논리적 원리나 법칙에 잘 부합함’을 뜻한다. 사람이 참과 거짓을 구분할 줄 알고 그 이치에 부합하여 살아간다면 그 자체가 대동세상이자 선(善)한 공동체일 것이다. 실제 참된 인간이라면 현실사회에서 ‘벽에 부닥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폭력적 쟁투보다는 평화적인 ‘의사소통행위’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더 인간적이라는 것을 모를 리가 없다. 의사소통이란 ‘말하는 사람’과 ‘듣는 사람’이 역할을 바꾸어가며 자신의 주장을 하게 되고, 또 상대방 주장을 비판하고, 주장에 대해 이유를 물으면서 합의에 도달하는 과정을 말한다.
어떤 사회적 문제를 이성을 가지고 합리적으로 해결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누군가는 인내와 시간이라고 말하겠지만 필자에게는 ‘하버마스’와 사회비판이론이다. 현대사회에서 하버마스와 의사소통이론이 더욱 돋보이는 것은 인간세상사가 다 복잡하게 섞여 돌아가도 이성과 합리성을 가지고 사회적 문제를 풀어가고자 한다면 해결되지 않을 일이 없다는 긍정적 논리이다.
시민들의 투표로 포항시청과 포항시의회가 만들어져 있다. 포항시청과 포항시의회는 합리적인 행정행위를 통해서 대부분의 포항시의 문제들을 해결해 갈 수 있을 것이다. 그 근원적인 힘은 참여민주주의의 원리속에서 시민들이 직접 투표장에 가서 투표를 한 행위이다. 즉 시민의 참여가 힘인 것이다. 참과 거짓을 판단하는 이성과 이치에 맞는 합리성을 기반으로 하는 참여민주주의는 시민들의 자발성에 뿌리를 내리고 있기에 진실되고도, 당연히 힘이 세다. 이성과 합리성이 왜곡되지 않는 공론의 장(場)이 포항지역사회에 활짝 열리어 지속적으로 발전하는 포항시의 행정이 이루어졌으면 한다. 여기까지는 논리적으로 쉽다.
문제는 행정행위로도 해결이 잘 안되는 사회적 사안(事案)들이라는 것이다. 특히나 의료폐기물처리장, 음식물쓰레기처리장, SRF발전소 등 환경문제는 포항시민들의 건강권, 환경권과 직결되고, 부동산 가격의 상승, 하락과 연결되기에 재산의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시민들의 촉각은 바로 반응하고 저항하게 된다.
필자는 이러한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의사소통이론과 공론장이 더욱 적극적으로 필요하다고 판단한다. ‘포항시와 포항시의회의 활동뿐만 아니라, 시민사회단체, 관변단체, 지역언론, 기업, 시민, 학자 등 포항지역사회를 대표하는 많은 단체와 시민들이 합리적으로 참여하는 공적토론영역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 대신 폐쇄구조가 아니라 열린사회, 열린토론의 공론장이 있어야 해결이 어려운 사회적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하버마스를 본받는 것이 해결의 지름길인 것이다. 단 이성과 합리성을 가져야 하는 것이 진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