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다시 건국절 논쟁이 재연되고 있다. 문재인 정부 초기 잠시 거론 되었던 건국절 논쟁이 광복절을 계기로 재연된 것이다. 초대 대통령 이승만의 평가와 맞물려 뉴 라이트 등 일부 보수 측에서는 정부가 수립된 1948년 8월 15일을 건국절로 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1945년 8월 15일은 우리 민족이 일본의 식민 지배에서 벗어난 날이며 오늘의 광복절이다. 뉴 라이트 계열에서는 오래전부터 자유민주주의 정부 수립 기념일인 1948년 8일 15일을 건국절로 하자는 주장을 해왔다.
이에 진보측뿐만 아니라 일부 역사학계에서도 대한민국 임시헌장이 선포되고 상해 임정을 수립한 1919년 4월 11일을 건국절로 해야 한다고 반박하고 있다.
상해 임정 창설 기념일을 건국절로 해야 한다고 광복회 등 독립운동의 후손들도 일찍부터 주장해 왔다. 전자인 현행 광복절을 건국절로 변경하자는 주장에는 많은 문제점이 내포되어 있다. 상해 임정 수립 기념일을 건국절로 하자는 주장에는 다음과 같은 근거가 있기 때문이다.
첫째, 1919년 상해에서 출범해 중경까지 이동한 26년의 임정의 독립운동의 역사는 존중받아야할 가치가 있기 때문이다. 해방 후 이승만 정권은 여러 정치적 이유로 임정 요인들을 홀대했다. 해방공간의 정치적 갈등으로 김구, 여운형 등 임정의 핵심요인들마저 대접은커녕 암살되고 말았다.
뉴 라이트 계열에서 주장하는 1948년 8월 15일을 건국절로 한다면 우리의 임정의 항일 독립운동사는 그 역사적 의의가 상실될 수밖에 없다. 그것은 결국 1910년의 일본의 강제 병합과 일본 식민지배를 인정하고 정당화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 1910년 8월 29일 일제의 강제 병합으로 1919년 상해 임정수립까지 9년간 일시적으로 정부는 없었지만 빼앗긴 나라지만 나라는 엄연히 존재했다. 1948년 건국주장은 항일 독립운동의 26년의 역사마저 도외시하는 결과를 초래하며 역사를 부정하는 처사이다. 항일 독립운동의 법통 성을 계승하는 헌법정신에 따라 임정 수립기념일을 건국절로 규정하는 타당성이 높다.
둘째, 당시 대한민국 임정의 활동은 어느 망명 정부보다 역할이 두드려져 임정 창립을 건국절로 기릴 가치가 충분히 있다. 상해 임정은 출범 시부터 대한 제국의 왕정을 폐지하고 국민주권의 민주 공화제를 건국 강령으로 채택하였다. 임시 정부는 1919년 9월 한성 임시정부, 연해주 임시정부까지 국내외의 임시 정부를 통합해 독립운동의 구심체 역할에 충실했다. 당시 상해 임시 정부는 교통 국과 지방행정기관인 연통제를 통해 본국과의 연계를 도모하였다. 중경 임정은 외무, 내무 국방, 재무, 법무 등 현대적 각료조직 완비해 실질적 업무를 수행했다. 당시 임시 정부는 외교적으로도 중국 장개석 정부뿐 아니라 프랑스까지 유일한 독립 정부임을 인정받았다. 당시 상해 임정에서는 일제의 식민지배의 부당성을 폭로하기 위해 파리 장서의 사절단까지 파견하고 중경 임시 정부는 광복군까지 창설하였다. 이러한 임정의 빛나는 활동과 역할에 비출 때 임정 설립 기념일을 건국절로 규정하는 타당한 일이다.
셋째, 남북이 분단된 상황에서 상해 임정 기념일을 건국절로 삼는 것은 대한민국 정부의 민족적 정통성을 확고히 하는데도 도움이 된다. 우리가 현행 4월 11일 임정 수립 국가 기념일을 건국절로 승격할 경우 분단시대에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격상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해방 후 남북은 내부의 갈등과 미소의 영향 하에 단일 정부를 수립하지 못했다. 김일성은 항일 독립운동을 겉으로 내세워 북한 정권 수립의 정통성을 주장하고 있다. 그는 동북 항일 연군에 가담하여 활동하다 전세가 불리해지자 소련으로 피신하여 소련 군대에 가담해 해방을 맞이했다. 그가 자랑하는 항일 빨찌산 활동과 소련 군대 가담 활동은 그의 주체사상에도 합치되지 않는다. 1919년 헌법격인 대한민국 임시 헌장을 선포한 임시정부 수립기념일을 건국절로 지정함은 북한 정권 수립과 법통성을 차단할 수 있는 기제로 활용할 수 있다.
결론적으로 일부 보수진영과 뉴 라이트계열이 주장하는 8·15 건국절 주장은 항일 독립 운동사의 정신과 대의에도 어긋난다. 이는 일제 치하의 수많은 독립지사들의 피로 얼룩진 항일 독립 운동의 역사와 정신을 폄훼하는 결과를 초래한다.
이종찬 광복회장의 주장처럼 이는 일제의 식민지배를 인정하고 정당화하는 논리로 작용할 수도 있다. 현행 8·15 광복절은 일제로부터 실질적으로 해방된 날로 국경일로 그대로 지킬 필요가 있다. 이승만 초대 대통령도 1948년 8월 15일 취임기념사에서 ‘대한민국 30년’이라 선포하여 대한민국의 건국 원년을 1919년으로 인정했던 것이다. 또한 이승만 대통령이 1948년 9월 1일 공포한 대한민국 관보 1호에도 ‘대한민국 30년’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므로 8·15를 건국절로 제정해 초대 이승만 대통령을 국부로 모시자는 주장은 이승만 대통령의 뜻에도 반하는 처사이다. 현행 광복절은 그대로 두고 건국 절 설정문제는 여론의 수렴과정을 거쳐 결정할 사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