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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 중립과 대한민국이 할 일

등록일 2023-06-25 18:07 게재일 2023-06-26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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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현복(사)한국혁신연구원 이사장
위현복 (사)한국혁신연구원 이사장

월드 그린 뉴딜의 저자 제레미 리프킨은 그의 저서에서 “기후 위기는 인류가 사상 처음으로 스스로를 ‘멸종 위기의 생물종’으로 인식하도록 강요하고 있다. 그와 같은 새로운 현실에 직면한 상황은 인류가 지금까지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공동의 유대감’을 갖도록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기후 위기는 하루아침에 갑자기 일어난 일이 아니다. 1760년 석탄을 연료로 한 내연기관이 촉발한 산업혁명 이후 계속 탄소가 누적되어 생긴 문제다.

전 세계는 지금 석탄, 석유, 가스 등 화석연료로 인한 탄소 누적이 지구 온난화의 주범이라고 인식하고 있다. 2015년 12월 12일 열린 UN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파리기후협약)에서 산업화 이전 대비 2.0도 이상 기후가 상승하지 않도록 195개국이 탄소 배출량 단계적 감축안에 대해 협정을 체결했다.

기후위기 대응은 탄소경제에서 재생에너지 기반 경제로 전환하는 것이 핵심이다. 에너지 전환은 한 나라만이 나서서 되는 것이 아니라 전 세계 모든 국가와 전 인류가 함께 공동으로 실천해야 한다. 글로컬 그린 뉴딜과 스마트 디지털 3차 산업혁명이 부상하는 이유다.

반도체, 바이오, 배터리, IT제품 등 거의 모든 첨단 제조업 분야에서 세계 선두를 다투는 대한민국이 왜 스마트하고 디지털화한 3차 산업혁명에 낙오되고 있는가. 우리나라는 1·2차 산업혁명을 정상경로를 생략한 채 정부 주도로 압축적으로 돌파했다. 전쟁 치르듯 산업혁명을 달성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 일부 기업은 글로벌 마인드를 가지게 되었지만, 대부분 기업들은 아직도 관주도형 경제에 익숙하다. 정치인과 관료들은 개발시대에 함몰돼 ‘하면 된다’ 는 추격자 정신세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파리기후협약에 195개 국가가 협정을 맺을 때 우리나라도 당사국으로 참여했다. 그러나 그 이후 행보를 보면 우리나라는 후진국, 개발도상국적 사고에 젖어 기후변화에 주도적으로 이끌어갈 생각이 없다.

2011년 이명박 정부 시절 블랙아웃을 경험한 후 600만kw에 달하는 석탄발전소 건립 계획을 세워 최근 3기 준공되었고 4기가 준공을 앞두고 있다. 이것은 세계적으로 석탄발전소를 폐기하는 조류에 전적으로 역행하는 행위다. 당장 폐기되고 ‘좌초자산’이 될 것이 뻔한 석탄화력발전소 건립에 17조 원이라는 천문학적 예산을 지금까지 투입하고 있다.

재생에너지 도입으로 인해 불가피하게 보완해야 할 송배전망 또한 미궁에 빠져 있다. 제주도를 시범지구로 해서 재생에너지 기반 스마트 마이크로 그리드 사업이 진행되고 있지만, 제주도에 재생에너지가 지난해 18%에 불과한데도 불구하고 132번 셧다운이 일어났다. 한전의 독점적 송배 전망이 분산 에너지인 재생에너지에는 적합하지 않은데도 불구하고 제도를 보완하지도, 적합한 정책을 수립하지도, 예산을 투입하지도 않은 채 방치해온 결과다. 앞으로 육지에서도 똑같은 일이 일어나지 말란 법이 없다.

최근 볼보와 GE가 납품 기업들에게 2030년까지 RE100을 요구하면서, 확답을 못한 업체들에겐 장기 납품 계약을 파기했다는 기사가 보도됐다. 평택에서 구리 수도꼭지를 생산하는 한 중견기업은 5년 전부터 공장을 이전 확장할 계획을 세웠는데, 부지 찾기도 힘들고 유럽에서 RE100까지 요구하고 있어 이참에 RE100이 가능한 헝가리공장으로 전부 이전하기로 했다고 한다. 이같은 이유로 국내 공장들이 해외로 이전을 하다 보면 어느 날 갑자기 우리나라 산업 생태계가 무너질 가능성도 있다.

탈원전까지 감행했던 문재인 정부에서도 재생에너지 정책은 실패했다. 재생에너지 발전에 관한 상위 법령을 정비하지 않아 전국 226개 시·군·구가 각자 조례를 통해 마을에서 300~500m, 도로에서 300~500m 등 태양광 설치 거리 제한을 둔 것이 대표적이다.

구미시는 시 전체에서 태양광을 설치할 수 있는 면적이 0.09% 뿐이라고 한다. 지난 정부의 제도적 방치 속에 태양광은 온갖 괴담에 시달리다가 이제 가장 대표적이 혐오시설, 기피시설이 되어버렸다.

독일의 경우 주민 민원에 대해 해당 공무원과 환경단체가 적극 설득하여 태양광 설치가 6개월이면 되는데, 우리나라는 시민단체들이 주민들의 민원을 부추기고 공무원들조차도 사업자에게 민원해결을 떠맡기고 수수방관한다. 공무원, 시민사회, 국민 모두가 아직도 우리나라는 개발도상국인 것처럼 생각한다.

며칠 전 한 언론에 ‘주요국 기후변화 손실과 피해 보상’이라는 기사가 실렸다. 이 기사에 따르면 2050년까지 1.5도 온도 상승 목표를 지키려면 앞서 과도한 온실가스를 배출한 선진국들은 후진국들에게 2050년까지 170조 달러를 지불해야 한다는 것이다.

탄소배출 13위인 우리나라는 2조7천억 달러(한화 3천105조 원)를 지불해야 한다고 한다. 후진국들의 탄소중립을 위해 우리나라에 배당된 청구금액이다. 유럽 선진국에 비해 20년 정도 뒤졌지만, 지금부터라도 모든 힘을 다해 탄소 중립을 달성하고 후진국들의 에너지 전환을 앞장서 돕는 것이 우리나라의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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