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관측 이래 가장 더웠다는 통계가 나왔다. 한국뿐 아니라 전 세계의 평균 기온이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그런데 이 기록은 올해 바로 깨질 가능성이 크다. 영국 기상청은 2년 연속 새로운 평균기온 기록이 세워질 것으로 전망했다. 세계기상기구(WMO)는 2023~2027년이 역대 가장 더운 5년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이처럼 더운 날씨와 상관없이 야외에서 매일같이 운동을 하는 마니아들이 있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수영 등 바이러스 전염성이 높은 실내운동보다는 자전거, 골프와 같은 야외스포츠를 선호하는 사람들도 늘어나는 추세다. 아직 4월인데 한낮 기온이 30도에 육박하고 있다. 점차 더 덥고 습한 날씨가 예상되는 가운데, 고온의 환경에서 운동이나 스포츠 활동은 우리 몸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알고 해야 약이 된다.
더운 환경에서 운동을 할 때는 가장 흔히 나타나는 증상이 피로다. 피로가 온다는 것은 흡수되는 수분과 염분의 양보다 배출되는 양이 더 많다는 의미다. 특히 급격한 땀 배출로 탈수현상이 생겨 심폐기능이 평소보다 빨리 저하된다. 그 결과 유산소성 운동능력이 떨어지고 결국 피로가 빨리 오게 된다. 피로는 몸이 보내는 일종의 경고 신호다. 이를 인지하지 못하고 운동이나 스포츠 활동을 계속하는 경우 열 관련 질환이 발생한다. 대표적인 열 관련 질환으로는 열경련(heat cramps), 열탈진(heat exhaustion), 열사병(heat stroke) 등이 있다.
열경련은 발한으로 인해 염분이 과도하게 소실된 경우 발생한다. 더운 날씨에 축구나 농구 등을 하다가 다리에 쥐가 나는 것이 대표적이다. 땀이 많이 나는데 맹물만 계속 마시며 운동을 하면 생기기 쉽다. 일반적인 경우에 의식은 또렷하지만 피로감과 근육의 경련을 호소하게 된다. 이럴 때는 맹물 대신 소금기가 있는 물이나 이온음료를 마시면 도움이 된다.
열탈진은 고온 다습한 환경에서 운동을 계속하면 땀으로 수분과 염분이 함께 소실되면서 발생한다. 그 결과 몸의 혈액량이 줄어들어 저혈압성 쇼크와 비슷한 증상이 발생한다. 빠른 맥박, 구역 또는 오심, 구토 증상을 보이며 심한 경우 실신하기도 한다. 피부가 건조하고 뜨겁지만 체온이 39도를 넘지는 않는다. 응급처치를 위해서는 서늘한 곳에서 안정을 취하고 하지를 상체보다 조금 더 위로하는 쇼크자세를 유지하고 이온음료 등 수분을 섭취해야 한다.
열탈진이 진행된 후에도 지속적으로 고온에 노출되면 중심체온이 높아지는 열사병에 이르게 된다. 이 경우 체온조절 기능이 마비되어 체온이 계속 상승한다. 그 결과 체온이 41도 이상까지 오르고 땀도 나지 않으며 중추신경계 마비 증상도 나타난다. 심한 경우에는 사망에 이르게 된다. 열사병 환자는 우선 찬물에 몸을 담가 체온을 39도까지 떨어뜨리는 게 중요하다.
노인의 경우에도 쉽게 탈수가 와서 열 관련 질환이 잘 발생한다. 특히 열에 대한 인지가 잘 되지 않아 갑자기 실신하기도 한다. 암환자도 주의가 필요하다. 암 치료과정에서 구토 및 설사를 겪고 있다면 탈수가 되기 쉬우므로 운동을 쉬거나 안전하게 해야 한다. 특히 당뇨병이나 고혈압 환자에게는 야간운동이 좋다. 뇌졸중 위험과 심장병이 있는 사람도 새벽운동을 피하는 것이 좋다. 그러나 야간운동은 불면증을 초래할 수 있으므로 수면 1시간 전에 끝내는 것이 중요하다.
더위에 약이 되는 운동을 하려면 본격적인 운동 전에 신체의 적응과정이 필요하다. 같은 양의 운동을 하더라도 고온 환경에서는 심장박동수와 체온이 많이 상승하여 피로감을 쉽게 느끼게 된다. 그러므로 신체의 적응을 위한 철저한 준비운동이 필수적이다. 준비운동은 낮은 강도에서 동적 체조나 스트레칭 등을 지속적으로 하는 것이 좋다. 준비운동을 하면 신체가 운동에 점차 익숙해져 혈액량이 증가하고 산소공급도 원활해진다.
고온 다습한 환경에서의 운동은 갈증을 느끼지 않더라도 의도적으로 수분을 보충하는 게 필요하다. 수분뿐만 아니라 염분도 충분히 섭취하여 고온에 의한 인체 손상이 없도록 해야 한다.
운동 강도와 운동량에 따라 개인차가 있겠으나 하루에 5~8리터의 수분과 3~5그램의 염분을 추가로 섭취하는 것이 좋다. 물은 온도가 4~5도일 때 위에서 섭취 효율이 높다. 포도당, 과당 등 단당류보다는 미네랄이 함유된 스포츠 이온음료가 흡수속도가 빠르다. 그러나 알코올이나 카페인이 든 음료는 이뇨작용으로 오히려 탈수를 부추기므로 금하는 것이 좋다.
곧 가만히 있어도 땀이 나는 극한의 더위가 다가온다. 다이어트 등 운동의 효과를 높이겠다고 운동량을 늘리는 사람에게는 안전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 30분에서 1시간 정도의 운동량이 적당하다. 습도가 높은 날은 운동량을 10~20% 더 줄이는 게 좋다. ‘30분 운동, 10분 휴식’ 등 개인의 건강과 체력에 맞게 운동과 휴식 시간을 적절히 조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특히 만성질환자는 열로 인해 인체 기능이 매우 민감하게 반응하기 때문에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