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의 광풍이 한 달 이상 몰아쳤다. 결과는 집권여당 108석, 범야권 192석이다. 집권 여당의 패배와 야권의 압승으로 끝나버렸다. 윤석열 정부의 임기 3년은 무척 어려울 것이다. 집권당은 선거의 처절한 패배의 원인부터 살펴야 한다. 사실 총선 전에도 정치 평론가들은 대체로 여당의 패배를 예상했었다. 강서 보선 이후 민심은 국정쇄신을 강력히 요구했지만 대통령도 여당도 이를 적극 수용치 않았다. 대통령은 ‘국민은 언제나 옳다’라는 말만 남겼지 실천은 따르지 않았다. 선거 패인은 윤 대통령의 지난 2년간의 부진한 업적, 소통 부재의 리더십, 선거 전략의 부재 등 복합적 총체적 실정 결과이다. 이번에는 집권 여당이나 용산 대통령실의 철저한 자기반성이 선행되어야 한다. 흠결 많은 야당 대표나 야당 탓만 해서는 해법이 보이지 않는다. 시대는 저만큼 앞서가는데 대통령과 집권당은 구태를 탈피하지 못한데 근원이 있다.
윤석열 정부는 0.73% 차이의 짜릿한 대선 승리에 도취하여 거부와 오만의 정치로 치닫게 되었다. 윤석열 정부가 공약으로 내세운 ‘공정과 상식’의 정치는 어디론지 슬그머니 사라져 버렸다. 검찰 총장 출신 참신한(?) 대통령에 걸었던 기대는 실망으로 반추하였다. 정권 초반의 이태원 참사 등 대형 사건에는 책임지는 사람은 없었다. 여소야대 정국 하에서 이태원 특별법이나 김건희 특별법은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로 무산되었다. 인사 청문회 보고서 없는 장관의 무리한 인사 강행은 불만을 키웠다. 대선 시의 교육, 노동, 연금 3대 개혁 공약은 밑그림조차 그리지 못했다. 갑작스런 의사 2천명 증원발표는 의정 갈등만 초래했을 뿐이다. 정부의 부자 감세는 60조원의 세수 손실마저 초래하였다. 미일 편중의 외교는 남북관계를 교착시키고 안보 불안을 더욱 조성하였다. 정부의 이러한 누적된 실정이 총선에서 정권 심판에 가세하였다.
여기에는 대통령의 불통의 리더십까지 한몫 하였다. 용산 대통령실과 여당은 상하 수직관계로 고착되어 버렸다. ‘윤심’에 의한 여당 대표의 잦은 교체는 당내 민주주의마저 소멸케 하였다. 집권 여당관계도 경직된 일방적 구조가 정착되어 버렸다. 더구나 개방화 시대의 대통령의 직접적 언론 기피 현상은 소통 부재의 리더십으로 각인되었다. 집권 3년차인 올 초에도 대통령은 연두 기자회견마저 없애고 특정 보수 언론과의 대담방식을 채택하였다. 대통령실의 용산 이전 시의 명분으로 삼았던 도어 스테핑도 사라진 지 오래다. 집권당의 방통위 구성과 언론사주의 교체는 권위주의시대 언론관으로 후퇴했다는 비판도 따랐다. 선거를 코앞에 둔 시점의 대통령의 20여 회의 전국 민심 투어는 ‘관권 선거’라는 비판마저 따라다녔다. 이처럼 대통령의 소통 부재의 리더십은 관행처럼 굳어졌고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은 30% 중반에 머물 수밖에 없었다. 해외의 연구기관마저 한국 민주주의 후퇴를 우려했지만 대통령 실이나 여당은 들은 척도 하지 않았다. 이것이 총선의 성난 민심의 역행 배경이다.
집권 여당의 총선 전략은 선거패배를 자초하였다. 야당의 ‘정권 심판’에 대한 한동훈 비대 위원장의 ‘이·조 심판’은 언어적 유희일 뿐 여당의 정치 프레임은 될 수 없다. 야당 대표의 사법 리스크는 만성화되어 대증적인 설득력을 잃어 버렸다. 한동훈 비대위원장의 전격 등장은 선거 초반 상당한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그러나 정치 경험이 부족한 한동훈 일인 선거 사령탑은 갈수록 한계를 노출시켰다. 민주당의 3명의 선거 트로이카 체제에 비해 상대적 취약성을 빈번히 노출시켰다. 여의도 문법을 그렇게 질타하던 한동훈의 정치 어법은 저질 정치인들의 구태를 그대로 답습하였다. 그의 야당 대표를 향한 ‘쓰레기 같은 말’등 저속한 언술은 그에 대한 실망만 키웠다. 더구나 대통령의 고착된 이미지 극복용 젊은 당 대표의 기용은 대통령과 차별성을 보여주지 못했다. 총선 승리를 위해 윤 대통령을 밟고 지나가야한다는 당심과 민심에도 부응치 못한 결과이다.
집권 여당과 대통령은 총선의 민심을 말이 아닌 가슴으로 적극 수용해야 한다. 대통령이나 여당 지도부의 총선을 통한 야당의 응징 프레임이 오히려 선거 패배의 원인임을 알아야 한다. 필자는 본 란을 통해서도 대통령의 이재명 대표와의 회동을 여러 번 제안한 바 있다. 이재명 당 대표도 기회 있을 때마다 회동을 제안했지만 대통령은 이를 철저히 무시하고 거부하였다. 대통령은 피의자와는 만날 수 없다는 검사식의 고정된 인식 틀을 탈피하지 못한 결과이다. 야당 대표와 조건 없이 만나 협조를 구해야 한다. 망국적인 상호 부정과 갈등의 정치를 푸는 방식에 합의해야 한다. 그것이 진정한 협치의 방식일 것이다. 차제에 대통령은 초연한 입장에서 진정어린 대국민 사과도 필요할 것이다. 야당도 지도부도 대통령의 이러한 결단을 수용할 정치적 분위기를 조성할 필요가 있다. 대통령은 소통 부재의 리더십, 권위주의적 리더십을 탈피해야 한다. 그리하여 ‘공정과 상식’의 정치가 회복될 때 총선의 성난 민심은 수구려 들고 대통령은 국민적 지지를 회복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