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가기 버튼

국정쇄신을 위한 대통령의 인식 변화

등록일 2024-05-19 17:04 게재일 2024-05-20 16면
스크랩버튼
배한동 경북대 명예교수·정치학
배한동 경북대 명예교수·정치학

지난 4·10 총선에서 집권 여당의 완패 이후 국정의 쇄신 요구가 곳곳에서 이어지고 있다. 선거 결과는 윤석열 정부의 2년간의 종합적 평가인 셈이다.

민주당과 야권은 여세를 몰아 국정의 총책인 대통령의 국정쇄신을 요구하고 있다. 이를 위해서는 대통령의 국정 상황에 대한 정확한 진단과 인식의 변화가 선행돼야 한다.

행동 심리학에서는 사람이 생각이 변해야 태도와 행동의 변화가 따른다고 한다. 총선 한 달 후인 5월 10일 갤럽의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은 24%에 머물고 67%가 부정적 반응을 보였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 전야의 30여%의 지지율에도 못 미치고 중간평가에서 역대 대통령 중 가장 낮은 결과이다. 그러한데도 총선 직후의 국무회의 시 대통령의 모두 발언이나 5월 9일 대통령의 취임 2주년의 기자회견에서도 대통령의 인식은 별로 변하지 않았다.

흔히 사람은 잘 변하지 않는다는 말을 입증하고 있다. 대통령은 국정의 난맥상과 그 문제점을 정확히 인식해야 국정쇄신의 단초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먼저 국정의 최고 책임자인 대통령은 자신이 추진하는 국정의 방향은 여전히 옳다고 인식하는데 문제가 있다. 대선 과정에서 보여준 어퍼커트 세레머니는 대선후보의 자신감의 상징이 되었으며 선거전에서 상당한 관심을 끌었다. 검찰 총장직 사퇴 후 몇 달 후 대통령에 당선된 그는 취임 초부터 매사에 자신에 차있는 듯했다. 이런 자신만만한 태도는 마음먹은 바를 끝까지 관철하려는 의지의 표현이라 간주 되기도 하였다. 그러나 지나친 자신감은 남의 말이나 측근의 말을 듣지 않는 우를 범할 수 있다. 대통령이 국정방향은 옳은데 국민이나 유권자들이 인정해주지 않는다는 주장은 이와 궤를 같이한다.

고물가와 민생문제, 균형추를 잃은 외교 문제, 의사 증원과 의료 대란, 특검 등 법률안 거부권 행사와 의회 경시 등 수많은 실정이 총선 참패를 자초하였다. 대통령이 여전히 국정 방향만은 옳다는 주장은 결코 국민적인 공감을 얻기 어렵다. 지난 2년간 대통령은 야당지도자뿐 아니라 언론과도 소통을 멀리하였다. 대통령은 이재명 대표와는 범죄 피의자라는 명분으로 만나지 않았다.

야당의 지도자가 범죄 혐의로 재판에 회부된 것은 사실이지만 형 확정 시 까지는 상대를 야당 대표로 인정해야 한다. 모든 것을 법의 잣대로만 판단하는 검사시절의 인식을 탈피하지 못한 결과이다. 필자는 본 란을 통해 여러 번 양자의 빠른 회담을 촉구한 바 있다.

한편 대통령은 취임 이후 기자회견마저 회피하였다. 취임 초기의 도어스테핑도 사라진 지 오래 되었다. 기자들의 갑작스런 질문이 대통령의 심기를 불편하게 한 듯하다. 2022년 8월 취임 100일 특정 보수 언론과의 대통령의 회견도 국정 선전만으로 일관하였다. 지난 총선 패배 후 대통령은 이재명 대표와의 4·29 영수회담에 이어 오랜만에 5·9 기자회견도 가졌다.

영수회담이나 기자회견이 대통령의 불가피한 방어적 선택일 뿐이다. 대통령은 소통 공간을 확대해야 국정의 신뢰를 회복한다는 인식전환이 시급하다.

대통령은 용산 대통령실과 당정의 관계도 수직적 구도로 인식하고 있다. 대통령은 취임 후 공직뿐 아니라 당 대표선임까지 자신의 의지를 관철시켰다.

대선의 공로자 당대표 이준석은 성폭행범으로 몰려 당을 떠났다. 나경원, 안철수 역시 당직에서 배제되었다. 지지율이 최하위였던 친윤의 김기현만이 당 대표로 발탁되었으나 총선 전 사퇴하였다. 취임 2년이 지났지만 반윤 세력은 당정에서 여전히 배제되고 있다. 내각과 당은 용산 대통령실의 상명하복의 관계만 유지될 뿐이다. 정권 출범 후 황우여 비대위원장까지 5차례의 비대위 체제는 이를 잘 입증한다. 지난 총선 전야의 한동훈 비대위는 전열을 정비할 겨를도 없이 선거에 참패하고 말았다. 대통령의 눈치만 볼 수밖에 없는 당정 수직관계는 당의 자생력만 가로막고 있다. 대통령에게 직언하기 어려운 구도 하에서 당심은 민심과 멀어질 수밖에 없다. 정당 민주주의에 대한 대통령의 인식변화 없이는 이러한 고질병은 치료될 수 없다.

대통령의 인식의 변화만이 국정의 쇄신의 단초가 될 수 있다. 윤석열 정부의 현재 20%대의 지지율로는 국정의 동력을 도저히 회복할 수 없다.

대통령은 ‘경기중이지만 후반전의 전광판’을 자주 보아야 한다. 22대 국회의원의 임기는 대통령의 잔여 임기 3년보다 훨씬 길다. 대통령의 레임덕은 이미 시작되었다.

여소 야대의 정치구도 하에서 윤석열 정부의 생존 전략은 결국 협치이다. 대통령은 다수 야당이 마련한 법률안에 대한 잦은 거부권 행사만으로 문제를 풀 수 없다. 민주당과의 협력 없이는 원하는 법안 하나도 통과시킬 수 없는 상황이다. 지시, 명령, 오만, 독선의 리더십만으로 국가적 위기를 극복할 수 없다. 대통령은 심기일전하여 대선 시 공약인 ‘원칙과 상식’의 정치로 나아가야 한다.

자주 노출되는 격노의 정치는 자승자박의 정치로 나아갈 수밖에 없다. 거대 야당과의 협치는 대통령의 인식 변화에서 시작한다. 대통령이 생각과 인식을 바꾸면 국정의 방향이 달라질 수 있다.

시사포커스 기사리스트

더보기
스크랩버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