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기나 등산, 달리기 등 야외운동을 하다가 뜻하지 않게 부딪치거나 넘어져서 붓고 멍든 상처가 나거나, 오랜만에 웨이트 트레이닝과 같은 실내운동을 하다보면 운동량이 과해 근육통이 생기기 쉽다.
부상이나 운동 상해로 몸이 쑤시고 결릴 때마다 할 수 있는 손쉬운 치료가 찜질이다. 통증과 부기를 가라앉히려고 뜨거운 타월이나 온탕부터 생각하는 사람이 많지만 증상에 따라 냉찜질을 해야 할 경우도 있다.
응급처방에는 온찜질보다 냉찜질이 먼저다. 출혈이나 염증 또는 부종이 있으면 냉찜질을 먼저 하는 게 좋다. 혈액의 흐름을 억제하는 냉찜질로 혈관을 수축시켜야 피도 새나가지 않고 부기도 가라앉게 된다. 냉찜질은 조직 사이의 체액 투과 및 염증과 통증을 완화시켜준다. 또 마취 효과가 있어 순간적인 충격으로 근육이나 관절, 인대에 손상이 생긴 경우 통증을 덜어 줄 수 있다.
간편한 냉찜질은 물을 부어 얼린 종이컵을 통증 부위에 7∼10분 정도 문지르는 것이다. 차다고 무조건 좋은 것이 아니고 6∼7도가 적당하다. 얼음을 직접 갖다 대면 피부가 상할 수 있고 환부에도 좋지 않다. 온찜질과 마찬가지로 시간은 20∼30분이 적당하다. 누구나 냉찜질을 해도 되는 것은 아니다. 협심증 또는 심장 기능에 이상이 있거나 심혈관 질환이 있는 경우 혈관이 수축하며 혈압이 오를 수 있으니 냉찜질을 삼가는 것이 좋다.
반면 온찜질은 손상 부위의 혈관을 확장시켜 혈액 순환을 도와준다. 혈액 순환이 잘 되면 손상된 조직에 영양공급이 늘어나 회복이 빨라지는 이치다. 나이가 들면 생기는 퇴행성관절염과 같은 통증 개선에 좋다. 무릎의 온도가 가장 낮아 통증이 생기는 새벽에 온찜질을 하면 효과가 있다. 보통 3~12살 아이들의 넓적다리나 종아리 주위에 생기는 성장통에도 온찜질이 도움이 된다.
온찜질에 적합한 온도는 어떤 종류의 찜질을 사용하느냐에 따라 다르다. 병원 물리치료실에서 사용하는 핫팩은 대개 75도 정도 가열한 뒤 7겹 가량 수건으로 싸서 아픈 부위에 대는 게 좋다. 또 뜨거운 물에 몸을 담그는 수(水)치료를 할 때는 일부분만 담글 경우 46도, 몸 전체를 담글 경우 39도가 적당하다. 가정에서 흔히 쓰는 전기온열 팩은 국소 부위에 사용할 경우 최대 약 50도까지 온도를 올릴 수 있다.
그런데 당뇨병 환자나 말초혈관장애, 버거씨병과 같은 혈관질환자는 감각이 둔해 온찜질을 하다 화상을 입을 수 있다. 특히 무릎이나 복사뼈 부위에 전기패드나 적외선 램프로 온찜질을 하다 화상을 입는 경우가 흔하다. 온찜질 역시 피해야 하는 경우가 있다. 혈우병 등 피가 잘 나는 질병이 있거나, 악성 종양의 전이가 가능한 사람, 급성 염증이 있는 경우, 감각이 떨어져 있는 신체부위에는 주의가 필요하다.
찜질은 적용 범위가 넓어서 거의 모든 신체 부위의 통증 완화에 도움이 된다고 봐도 좋다. 운동 직후 생긴 근육통의 경우 48시간 내의 급성기에는 냉찜질을, 이후에는 선호도에 따라 냉찜질이나 온찜질을 하면 된다. 인대가 늘어났을 때도 손상 직후 48시간 내 급성기에는 냉찜질을 하고, 이후에는 온찜질을 해준다. 넘어져 다리를 다치거나 얼굴을 맞아서 멍이 생겼을 때도 냉찜질을 우선 해준 뒤,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온찜질을 하면 효과적이다.
골절 후 치료를 받고 나서 부어오를 때나 피부가 찢어지는 출혈로 부어오를 때, 벌레에 물렸을 때, 여름철 강한 햇볕에 노출돼 피부가 벌겋게 됐을 때, 수술한 부위에 통증이 있을 때, 관절염이 악화하여 붓고 관절에 열이 나는 등 급성 염증 반응을 보이는 경우에는 냉찜질이 좋다. 코피가 났을 때도 고개를 숙이고 이마에서 코 주위를 찬 물수건이나 얼음주머니를 대면 코피가 멎는 데 효과적이다.
반면 만성적인 허리통증이나 디스크, 관절염, 오십견 등 만성질환의 통증이나 환부의 회복단계에서 온찜질이 필요하다. 경직된 근육 이완이나 통증완화에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또 환부 조직의 노폐물을 배출시키고 영양을 빠르게 공급해 환부의 회복을 돕는다. 따라서 온찜질은 급성 통증과 부기가 가라앉은 후 회복단계에 하는 게 좋다. 여성의 생리통이나 냉증에도 배 부위를 온찜질하는 게 좋다.
참고로 시중에서 살 수 있는 파스 종류는 냉온찜질 효과를 통한 혈액순환이나 마취 효과를 내는 것이 아니라 진통 소염 약제를 피부에 흡수시키는 것이다. 따라서 핫파스나 쿨파스라고 이름 붙여진 것들은 실제 피부 온도에 영향을 주는 게 아니라 파스의 멘톨 성분이 겉 피부에 닿으면서 시원하다는 느낌을 주는 것이다. 약제에 따라 24시간 또는 48시간 작용하기 때문에 1일 또는 2일에 한 번씩 붙이면 된다.
이처럼 찜질은 환부의 위치와 부상 상태, 시간에 따라 적절하게 방법을 달리 해야 한다. 통증이 찜질로 개선되지 않고 계속된다면 전문의를 찾아가 상담하고 적절한 치료를 받는 게 안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