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가기 버튼

지속가능성(Sustainability)을 거론하기 겁난다

등록일 2024-05-19 17:04 게재일 2024-05-20 16면
스크랩버튼
위현복(사)한국혁신연구원 이사장
위현복 (사)한국혁신연구원 이사장

지속가능성(Sustainability)이란 지구 생태계가 먼 미래에도 현재대로 상태를 유지할 수 있는 제반 환경이라는 의미다. 한마디로 말하면 ‘지구 생태계의 미래 유지 가능성’이다.

이 용어는 로마클럽의 1972년 ‘성장의 한계(The Limits to Growth)’란 보고서에서 처음 언급되었다. 이 말은 지구 생태계가 미래에도 과연 현재와 같은 상태를 유지할 수 있는가를 고민하며 광범위하게 쓰이고 있다.

지난 2월 8일 영국 BBC 방송은 지난 1년간 평균 기온 상승 폭이 산업화 이전과 비교했을 때 1.5℃를 넘어선 것으로 관측된다고 보도했다. 이런 뉴스를 접하고 이제 더 이상 지속가능성이라는 말을 쓰는 것이 두려워진다.

산업화 이전(1850∼1900년) 보다 지구의 평균 기온이 1.5℃ 상승하는데 남은 시간을 가리키는 동대구역 광장의 ‘기후 시계’는 오늘 현재 ‘5년 74일’을 가리키고 있다. 1.5도까지 남은 시간이 ‘5년 74일’이라는 것을 가리키는 기후 시계의 수치가 무색하게 지난해 벌써 1.52℃를 넘어섰다고 한다. 1.5℃라는 터닝포인트를 넘으면 기후재앙이 걷잡을 수 없다는 사실이 나를 두렵고도 무력하게 한다.

인류가 어떻게든 2050년까지 지구의 온도 상승을 1.5℃에서 억제하고자 하는 파리기후변화협약을 비롯한 온갖 노력들이 물거품이 된다는 생각에 마음이 찢어지는 것 같다. 봄이 되면 목련 피고 개나리 피고 벚꽃 핀다는 꽃 피는 룰이 이제 깨졌다. 지난 봄에는 세 가지 꽃이 동시에 피었다. 작년에 사과꽃이 너무 일찍 피었다가 냉해를 입어 지금 사과 값이 금값이 되었다. 올해는 온·냉해를 입은 참외가 금값이 된 현실은 기후 이변으로 겪는 이상 기온 현상의 한 본보기다. 기후 이변은 이제 지금 나와 함께 있다.

2015년 파리기후변화협약에 모인 IPCC(기후 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의 2000여 명의 기후과학자들이 내린 결론은 앞으로 100년 이내에 지구 생물종의 70%가 대 멸종을 한다는 것이다. 인간도 대멸종에 포함된다고 한다.

우리는 꿀벌의 갑작스러운 떼죽음과 뉴스에서 각종 생물종들의 멸종 소식들을 자주 들으며 살고 있다. 멸종에 인간도 예외가 아니라는 것이다.

독일은 기후재앙 극복을 위해 탄소중립 방안으로 탈원전부터 추진했는데, 탈석탄발전부터 안 했다고 비난받고 있다.

미국은 부시가 교토의정서를 탈퇴하고 트럼프가 파리기후변화협약을 탈퇴했다. 그러나 바이든이 취임한 후 곧바로 파리기후변화협약에 복귀하고 IRA(인플레이션 감축법)를 제정한 뒤 탄소중립을 위해 막대한 투자를 이끌어냄으로써 인플레이션도 잠재우고 ‘기후산업’이라는 엔진을 통해 새로운 성장시대를 구가하고 있다.

EU도 유럽판 IRA를 제정해 미국을 뒤따르고 있다. 세계의 공장으로 불리우며 막대한 이산화탄소를 내뿜어 지구의 골칫덩어리로 비난받던 중국도 재생에너지 생산 확대를 통해 에너지의 외부 의존도를 낮추는 것이 에너지 안보에 핵심이라고 판단하고 노력을 강화하고 있다.

이제 중국은 세계 최대 재생에너지 설비를 갖춘 국가가 되었다. 2060년 탄소중립을 선언한 중국은 오히려 2050년에 탄소중립을 달성할 것이라는 추측도 가능하게 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문재인 정권 시절인 2018년 삼척에 210만kW 석탄발전을 허가하고 원자력 발전은 폐기하는 독일 방식을 따랐다. 그런 민주당은 지난 총선 공약으로 2040년까지 석탄발전소 완전 폐기를 주장하고 있다.

윤석열 정부는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목표 30.2%에서 21.6%로 축소하는 등 세계 조류에 역행하며 원자력에 매진하고 있으나 원자력은 막대한 시간과 비용이 들뿐더러 재생에너지 중심 에너지전환정책과는 거리가 멀다.

문·윤 두 정권의 정책적 오류와 헛발질은 고스란히 우리나라 산업의 미래에 엄청난 혼란을 가져올 것이다. 산업계 또한 재생에너지 중심 에너지전환이라는 세계 조류와는 담쌓고 딴 방향으로 가는 것이 우리나라의 현실이다.

에너지전환! 화석연료와 완전히 단절하고 재생에너지로 에너지를 대체하고자 하는 시대적 조류에 눈 감은 정부와 산업계, 그리고 그런 현실에 함께 눈감은 국민을 생각하면 미세먼지로 가득한 굴에 갇힌 듯 숨만 막혀 온다.

어떻게 이 환란을 벗어나 다시 한번 지속가능성을 논의하고 지속가능한 사회를 희망할 수 있을까?

이런 보도가 있다. 국내 태양광 신규 설치용량이 2021년 4.2GW에서 2022년 3.0GW로 2023년엔 2.5GW로 줄었는데, 아마 전 세계에서 태양광 설치량이 줄어드는 유일한 나라가 대한민국일 것이라고.

2020년대 전 세계에서 산업, 제조업 역량이 가장 뛰어난 국가가 대한민국이다. 에너지 전환에 당장 뛰어들면 가장 효율적으로 재생에너지로 에너지전환을 선도할 수 있는데도 정치지도자들의 오류와 무능, 산업계의 무책임한 안주와 안일함으로 인해 시대 조류를 역행하며 점점 세계의 골칫덩어리로 전락하고 있는 것이 대한민국의 현주소다. 지속가능성을 거론하기가 정말 두렵다.

시사포커스 기사리스트

더보기
스크랩버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