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에서 연일 장마로 인한 대피와 피해 상황을 보고한다. 실종자와 사망자가 나오고 그런데도 다음 주까지 물 폭탄은 계속된다고 한다. 물에 잠긴 논을 바라보는 농민의 시름은 깊어져 가고 하루아침에 살림살이와 가재도구를 잃은 수재민들은 지금 당장 어떻게 해야 할지 앞길이 막막하다.
비 피해로 문화재로 등록된 칠곡 매원마을의 승산대 대문채와 국가민속문화재인 봉화 송석헌 고택 주변의 물도랑 3곳도 무너졌다. 어디 무너진 것이 문화재뿐이랴. 가뜩이나 치솟은 물가와 불황으로 힘겨운 싸움을 벌이는 국민들의 마음을 지탱하던 마음의 축대마저 부러뜨린다.
일본의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계획은 대응책을 내기보다는 정치적인 유불리에 따라 말과 행동을 달리하는 거대 정치집단의 소용돌이에 휩싸여 정작 문제의 본질은 홀로 나뒹군다. 오히려 자신의 성향에 맞는 정치에 편승해 거드는 국민의 목소리까지 더해져 나라가 온통 후쿠시마 오염수로 도배가 된다.
바다의 거대한 쓰레기 덩어리인 플라스틱 섬은 인간 탐욕의 크기만큼이나 점점 더 크기를 키워도 어떤 나라에서도 플라스틱 쓰레기를 줄이자는 효과적인 정책은 보이지 않는다. 얼마나 더 섬이 커져야 플라스틱 쓰레기 배출량을 줄일까. 코로나 이후 편하다는 이유만으로 더 늘어만 가는 플라스틱은 이제는 사람마저도 삼키려 한다.
부산항 등 대형 항구가 있는 항만에는 선박의 접안 시 충격을 위해 달아놓은 폐타이어가 큰 충격으로 선박에서 떨어져 가뜩이나 힘겨운 항구의 커다란 혹 덩어리가 되어 자란다. 해양수산부가 늦게나마 실태를 조사하고 일제 수거에 착수한다니 그나마 다행이다. 하나씩 인간의 욕심을 채우고 떨어진 쓰레기가 이제는 바다를 가득 메울 날도 멀지 않은 것 같다.
높은 산이나 극지방에서 수십억 년 동안 태양의 빛을 반사하며 지구를 지키던 빙하가 빠른 속도로 녹고 있다. 앞으로 몇 년만 지나면 후세 사람들은 빙하가 무엇인지 책에서나 보는 신기한 물체가 될 것 같다. 빙하수가 이루는 호수를 보는 일은 더는 지구에서 볼 수 없는 일이 되고 호수는 바닥을 드러내고 갈라질 것이다.
매일 자동차를 몰고 이산화탄소를 내뿜으며 열심히 지구를 데우는 지구인들은 급격하게 온도가 올라 몸부림치는 지구의 아픔을 애써 외면한다. 화가 나서 여러 달을 산을 태워도 산이 뭉개지도록 물을 뿌려도 풀리지 않는 지구의 화병을 고칠 수는 없는지. 이제 더는 손 놓고 있을 시간이 없다. 그런데도 우리는 너무나 지구의 아픔에 대해 외면하고 자신들의 떠내려간 살림살이만을 걱정하고 있다.
지난 1월 카우아이섬 인근 암초에 길이 17m, 몸무게 60t의 거대한 향유고래가 죽은 채로 발견되었다. 수많은 플라스틱과 해양 쓰레기로 가득해진 뱃속을 보여주며 향유고래는 말한다. 더 이상 지구는 고래가 살 곳이 못 된다고.
지금도 우리는 열심히 지구를 데운다. 온갖 가스를 내뿜고 온갖 욕정을 내뿜으며 뱃속 가득 욕심만을 채운다. 고래뱃속 가득 플라스틱을 채우고도 모자라 플라스틱 공장은 24시간 불이 꺼질 줄을 모른다. 그 아름답던 녹색 별이 붉은 별이 되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