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도심은 도시의 옛 중심지를 뜻한다. 포항의 원도심이라면 중앙동, 송도동, 죽도동, 해도동 일대가 될 것이다. 죽도시장을 중심으로 여전히 옛 정취를 간직한 지역이기도 하다.
조선 후기부터 주요 항구였던 포항은 형산강과 영일만이 만나는 지리적 요건상 상업이 발달한 곳이었다. 천혜의 어장인 영일만 일대에서 잡힌 풍부한 수산물들, 경북 내륙에서 생산된 물산들이 포항으로 모여들었고, 자연히 그것들을 거래할 시장이 발달하게 되었다. 기록에 따르면 주로 배들이 드나들기 쉬운 포구에서 장이 열렸고, 함경도의 명태, 강원도의 오징어, 포항의 청어와 소금, 경북 내륙의 농산물들이 거래되었다고 한다.
1970년대 포항제철의 건립과 함께 주요 산업이 중공업으로 바뀌었지만, 그 영향으로 인구가 증가하며 원도심 지역 역시 더욱 활기를 띠게 되었다. 동해안 최대 규모의 어시장인 죽도시장, 그리고 쇼핑의 메카이자 젊은이들의 거리인 중앙상가는 포항 원도심을 대표하는 장소들이다. 1949년에 개업한 시민제과도 빼놓을 수 없다.
그러나 2000년대 이후 산업구조의 변화와 청년인구 감소 등으로 인해 원도심 지역의 활기는 상당히 감소했다. 죽도시장은 여전히 포항 시민들의 부엌이자 대표적인 관광지로 사랑받고 있지만, 인근 지역의 경우 장기간 공실로 남아 있는 상가와 주택이 적지 않다. 도시사회학에서 말하는 ‘도넛 현상’, 즉 도심지역의 주거 기능이 약화 되어 도심이 공동화되는 현상이 심화되고 있는 것이다.
이는 포항만 겪는 문제가 아니다. 대구, 부산, 서울, 인천처럼 역사가 깊고 근대화 이후 급속하게 성장한 도시들은 모두 비슷한 문제를 겪고 있다. 공동화된 도심은 미관을 해칠 뿐 아니라 슬럼화될 우려도 크다.
이에 따라 ‘원도심 살리기’를 시도하는 도시들이 많다. ‘힙지로’라는 단어를 들어보았을 것이다. ‘새롭고 개성 강한 것’을 뜻하는 영단어 ‘힙(hip)’과 을지로의 ‘지로’를 합친 말이다. 서울 을지로는 원래 인쇄소들이 모여 있던 ‘인쇄 골목’이었지만, 인쇄업의 쇠퇴로 인해 공동화 현상을 겪게 되었다. 인적 없이 방치되던 공간들을 ‘힙’한 카페, 바(bar), 레스토랑 등이 채우자 을지로는 대중의 사랑을 받는 ‘핫 플레이스’로 되살아나게 된 것이다.
물론 ‘힙지로’ 사례에도 문제점은 있다. 실거주자가 아닌 상업자본이 공간을 차지했기 때문에 예전의 을지로 인쇄 골목이 지녔던 서민적이고 정감 있는 분위기는 휘발되어 버렸다. 상권의 발달로 인해 임대료가 상승함으로써 개성 있는 소규모 가게들이 밀려나게 되는 젠트리피케이션(gentrification) 문제도 우려된다.
결국 이상적인 ‘원도심 살리기’는 상업자본이 아니라 실제 그 지역에 거주하는 주민과 청년들이 주체가 되어서 이루어져야 한다. 이는 나날이 심각해지는 지역 인구 감소와 청년인구 유출에 대한 해법이 될 수 있다. 해당 지역에 토지와 건물을 소유한 분들의 대승적 결단이 필요함은 물론이다. 포항의 원도심을 어떤 방식으로 되살릴 것인가. 되살아난 원도심은 어떤 공간이 되어야 하는가. 지역사회가 함께 고민해야 할 문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