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국립환경예측센터(NCEP)가 2023년 7월 4일이 1979년 위성 관측 이래 지구 평균기온이 가장 높은 날이라고 발표했다. 불과 하루 전인 7월 3일에 17.01℃로 최고 기록을 기록했으나, 하루 만에 17.18℃로 다시 바뀐 것이다. 문제는 2023년에 더 더운 날이 지속될 것이라는 예측이다. 인류는 한 번도 가지 못한 미지의 영역으로 진입하고 있다.
지금 인류가 만나고 있는 이례적인 기후 현상은 몇 해 전부터 전 세계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한 것이다. 2020년 초 호주의 대형 산불로 희생당한 코알라와 캥거루의 사진은 우리를 안타깝게 했다. 2021년 서유럽, 특히 독일이 홍수로 큰 피해를 겪었으며, 2022년 방글라데시는 100년 만에 발생한 최악의 홍수로 수십 명이 사망하는 비극을 겪어야 했다.
당연히 한국도 예외일 수 없다. 지난 5월, 해외 IT업체의 7월 한국에 사흘을 빼고 모두 비가 내린다는 기록이 널리 공유된 바 있다. 그리고 7월이 절반 이상 지난 지금, ‘장마 괴담’은 점점 현실이 되고 있다. 여기서 정확히 사흘을 빼고 비가 모두 왔느냐를 따지는 것은 문제의 핵심이 아니다. 이상 기후로 한국의 7월에 예년과 다르게 비가 지속되고 우박이 동반되는 상황이 펼쳐지고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지난주 전국적인 호우로 도로가 붕괴하고 제방이 유실되어 시민들이 긴급대피하고 안타까운 목숨을 잃는 일이 발생했다.
우리는 이미 작년의 집중 호우로 안타까운 목숨을 잃는 경험을 한 바 있다. 똑같은 일이 더 큰 규모로 올해도 반복된 것이다. 기후 위기는 우리 삶을 통째로 뒤바꾸는 사건이다. 그러나 많은 사람이 여전히 기후 문제를 피부로 실감하지 못한다. 왜 그럴까? 당장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진학이나 취업, 연봉 인상 등 경제적인 문제로 한정되기 때문이다. 그러니 결론은 늘 개인이 자신의 생명을 지켜야 한다는 재난 영화의 논리로 수렴된다.
2020년 ‘코로나’가 전 세계를 덮치고 ESG(Environmental Social Governance) 경영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이제 기업은 환경을 보호하기 위한 사회적 책임을 가진 주체로 변화하고 있다. 대학도 예외가 아니어서 ‘ESG 대학’을 실천하는 사례가 많아지고 있다. 그러나 긴박하게 전개되고 있는 위기 상황에서 이런 움직임은 큰 효과를 발휘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ESG 경영은 성장 중심의 정책을 보완하는 것으로 문제의 본질은 외면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기후 위기는 성장 중심의 경제정책이 만든 결과이다. 뒤집어 말해서 기후 위기를 막아내려면 성장을 목표로 하는 경제의 방향성을 재조정할 필요가 있다. 탈성장은 불필요한 생산을 줄이고 다른 존재와의 근본적인 친밀함을 회복하는 것이다. 성장 중심의 경제가 만든 위계와 경쟁의 구도를 생각한다면, 탈성장이 가지는 문제의식이 가지는 함의를 파악하기 어렵지 않다.
기후 위기는 생존을 위협한다. 더 많은 생명을 잃기 전에 패러다임의 전환이 절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