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병구 경상국립대 교수
다시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2016년 대통령의 탄핵이 헌법재판소에서 결정되던 해에 태어난 첫째 아이가 여덟 살이 된 2024년, 다시 대통령 탄핵 열차가 출발한 것이다.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어떻게 나올지는 모르지만, 그 결과와 상관없이 우리나라는 10년 동안 두 명의 대통령이 탄핵 심판을 받는 국가가 되었다.
이 지점에서 대체 왜 대한민국은 대통령 탄핵이라는 비상사태를 반복하는 국가가 되었을까? 라는 물음을 던지지 않을 수 없다. 이 질문에 간단히 답할 수는 없지만, 중요한 사실은 두 명의 대통령 모두, 국민이 투표로 뽑았다는 점이다. 이번 비상계엄 사태를 발동시킨 대통령의 부정선거 논리에 동의하는 사람이 아니라면, 정치적 지향과 상관없이 국민이 뽑은 대통령이라는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 이는 곧 우리가 대통령을 제대로 뽑지 못했다는, 다시 말해 국가 비상사태의 책임으로부터 국민이 자유로울 수 없음을 의미한다. 그럼, 왜 우리는 다시 정상적인 국정운영 능력을 갖추지 못한 사람을 대통령으로 뽑았을까? 마찬가지로 답하기 쉽지 않은 질문이다. 그렇지만 똑같은 실수를 또,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는 반드시 던져야 하는 질문이다.
지난주 오랜만에 만난 친구로부터 수많은 사람이 선동당해서 대통령 탄핵소추안 통과를 위해 국회 앞에 모인 것이라는 말을 들었다. 그렇게까지 극단적 인식을 보인 친구가 아니었기에 적잖이 당황했으나 차분히 그렇게 생각하는 이유를 물었다. 그 친구의 논리는 이랬다. 우선 민주당과 그 당의 대표에 대한 거부감이 앞섰고, 이는 다시 민주당의 주장을 시민들이 반복한다는 사고로 이어졌다. 유튜브의 영향이 이런 이분법을 확신으로 만들었고, 이분법의 벽은 무척이나 견고했다.
일단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중요한 것은, 이러한 이분법을 벗어나는 일이다. 이 추위에 거리로 나간 국민은 특정 정당을 지지해서 움직인 것이 아니라, 각자의 일상이 바쁘지만 더 이상 침묵하는 것이 부끄러웠기 때문에 나아간 것이다. 이번 계엄 사태는 정치에 무관심했던 사람조차 더 이상 이렇게 살 수 없다는 마음을 가지게 했다. 거리로 나온 사람들이 생각하는 정치는 여의도에서 특정 주체가 수행하는 정치가 아니라 삶을 대하는 자세와 시각을 변화함으로써 가능한 것이다.
대통령 탄핵소추가 국회에서 가결되던 날, 국회 앞으로 어린아이부터 중고등학생, 20대 대학생, 그리고 연세가 있는 어르신들까지 다양한 세대가 몰려들었다. 그들은 모두 대통령 탄핵을 외쳤지만, 장애인과 여성에 대한 인식 변화를 촉구하는 목소리도 공존했다. 응원봉을 활용한 시위는 이전과 달랐지만 다양한 목소리가 공존한다는 점은 같았다. 우리가 관심 가져야 하는 정치는 우리 사회의 다양한 구성원들을 차별하지 않는 삶을 만드는 일이다. 이를 이해하지 못하면 다시 이분법적 현실 인식이 반복될 가능성이 크다. 새해에는 오래된 이분법에서 벗어나 세상에 존재하는 다양한 목소리가 함께 어울리는 사회가 되기를 희망한다. 나의 부끄러움을 외면하지 않는 것이 그 시작이 될 수 있다.
2024-12-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