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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의 시선

등록일 2024-07-08 18:18 게재일 2024-07-09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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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병구 경상국립대 교수
최병구 경상국립대 교수

지난 주말 넷플릭스에서 ‘THE 8 SHOW’를 보았다. 드라마는 사회에서 각기 다른 실패의 사연을 가지고 있는 여덟 명이 비밀스러운 초대를 받아서 한 공간에 모이며 시작된다. 이들은 1부터 8까지의 숫자를 뽑고 해당 숫자의 층에서 살게 된다. 그들이 뽑은 층수는 매분 벌 수 있는 돈의 숫자와 비례했다. 8층은 1층의 여덟 배를 벌 수 있는 구조인 셈이다. 1층도 사회와 비교하면 엄청난 돈을 벌지만, 그들이 머무는 공간에는 일반 물가의 백 배를 주고 필요한 물건을 구매해야 한다는 규칙이 있었다.

‘THE 8 SHOW’는 직업별 연봉의 차이가 시간이 갈수록 커지고 부모의 직업이 자식의 미래를 결정하는 사회에서 계급의 고착화가 이루어지는 모습이나 코로나19 바이러스 이후 경제 살리기를 위한 현금 유동성이 증가하고, ‘파이어(FIRE) 족’에 대한 욕망이 널리 공유되는 현실을 떠올리게 한다. 가상의 공간에서 벌어지는 이야기지만 현실의 어떤 장면을 떠올리기 어렵지 않은 이유는 웹툰을 원작으로 하는 이야기가 그만큼 구체적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는 이 드라마를 보는 내내 이러한 현실과의 연결고리 속에서 CCTV로 여덟 명의 행동을 응시하고 있는 누군가를 생각했다. 드라마에서 여덟 명은 자신들의 행동에 CCTV 바깥의 누군가가 만족하면 공간에 머무를 수 있는 시간이 늘어난다. 시간이 곧 돈이기에 사람들은 누군가를 만족시키기 위해 더욱 폭력적인 행동을 하게 되는 구조이다. 드라마의 마지막에 1층이 죽고 나머지 사람들은 CCTV를 전부 파괴하고서야 간신히 탈출할 수 있었다.

CCTV를 통해 여덟 명의 행동을 관찰하며 웃고 떠들며 돈을 지급하는 사람은 누구일까? 1998년 개봉한 ‘트루먼 쇼’와 ‘THE 8 SHOW’는 자신의 일상을 누군가 들여다보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그렇지만 ‘트루먼 쇼’의 주인공 트루먼 버뱅크는 자기의 삶이 생중계된다는 사실을 모른 채 살아갔지만, ‘THE 8 SHOW’의 주인공들은 자신의 일상이 생중계된다는 점을 인지하고도 돈을 위해 기꺼이 게임이 참여한다. 이 차이는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일단 중요한 점은 돈을 벌기 위해 자신을 전시(展示)하는 삶에 부끄러움을 느끼지 못하는 사회가 되었다는 것이다. ‘트루먼 쇼’가 변화의 시작을 알렸다면 ‘THE 8 SHOW’는 그 결과를 보여준다. 가난이란 굴레를 벗어나기 위해 많은 돈이 필요한 ‘THE 8 SHOW’의 주인공들이 벌이는 폭력적 행동이 익숙한 까닭은 바로 그 내면을 가진 주체가 우리 자신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다시 묻자. 바로 이런 우리의 모습을 감상하며 즐기는 자들은 누구일까? 사람이거나 제도, 그 자체일 수 있다. 소수 권력자에 의해 법과 시스템이 만들어지고 이에 따라 우왕좌왕하는 사람의 모습을 자주 본다. 많은 경우 우리는 이해타산적으로 생각하고 움직인다. 나의 감정과 행동을 보며 즐거워할 사람은 누구일까? 우리는 ‘THE 8 SHOW’처럼 누군가 죽기 전에 이 게임을 끝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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