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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선생의 역할

등록일 2024-04-30 18:32 게재일 2024-05-01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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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병구 경상국립대 교수
최병구 경상국립대 교수

최근 2년 사이 우리 학과의 자퇴생이 급격하게 늘어났다. 주변의 교수들과 이야기하며 대다수 학과의 자퇴생이 늘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인문·사회계열 학과의 자퇴생이 전반적으로 증가한 것이다. 예전부터 1학년 1학기를 다니고 2학기를 휴학하며 입시를 준비해서 타 대학으로 이동하는 학생은 있었다. 우리 학과를 떠난다는 아쉬움이 있지만, 목표를 이룬 이런 학생은 힘껏 축하하며 보내주었다. 그렇지만 지금의 상황은 1학년 1학기 중도에 자퇴하는 학생이 증가했다는 점에서 본질적으로 다르다. 대체 무슨 일이 생긴 것일까?

이번 학기에 겪은 두 가지 사례는 이랬다. 첫 번째 학생은 상담을 위해 연구실 문을 열고 들어올 때 직감적으로 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불안한 눈빛이 정신과 치료를 받고 있음을 알려주었기 때문이다. 이미 비슷한 사례를 몇 번 겪은 나는, 침착하게 학생에게 현재 상태를 질문하고 자퇴가 아니라 휴학을 권유하였다. 하지만 학생의 의지는 강했고 부모도 동의했다는 말에 더 이상 할 수 있는 말은 별로 없었다.

두 번째 사례는 신용불량자가 되지 않기 위해 일을 해야 한다는 학생이었다. 가정불화가 있고 자신이 집안을 책임지기 위해 경제활동을 하다가 7년이나 늦게 대학에 왔지만, 한 달여 만에 다시 돈을 벌어야 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앞의 사례와 마찬가지로 격려와 함께 힘내라는 말 밖에는 특별히 할 수 있는 조언이 없었다.

위 두 사례가 극단적인 경우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재학생 중에도 정신적 아픔과 경제적 아픔을 가지고 있는 학생이 많다. 자신이 정한 목표를 위해 열의를 가지고 노력하며 필요한 경험을 쌓기 위해 휴학을 신청하는 학생을 만나면 행복하다. 많은 학생이 크고 작은 아픔을 가지고 뚜렷한 목적 없이 휴학한다. 과연 대학의 선생으로서 나는 이런 학생들에게 어떤 사람이 되어야 하는 걸까.

시대가 바뀌어서 분과학문의 지식으로는 미래를 살기 어렵다고 한다. 그래서 모집 단위 광역화를 시행하여 학생들이 다양한 지식을 학습하고 연결하는 훈련을 해야 한다고 한다. 사회 흐름을 반영한 멋진 말이다. 그렇지만 동시에 현장을 제대로 알지 못하고 하는 말이다. 아픔을 가진 학생이 왜 시간이 갈수록 가파르게 증가하는지, 또 대학은 이런 학생을 위해 어떤 준비를 해야 하는지에 대한 본격적인 논의가 필요하다. 단순히 대학에 상담센터를 설치한다고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이제 대학의 선생은 과거처럼 학생들에게 자신이 공부한 지식을 전달하고 평가하는 일만 하는 존재가 아니라, 학생의 아픔에 공감하며 함께 고민하는 역할까지 수행하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지역의 대학은 학령인구 감소와 맞물려 생존을 위해 더욱 학생과 교감해야 하는 상황이 되었다. 쉬운 일이 아니지만 학생을 위해서 변화된 환경에 적응해야 한다. 최근 들어 교육부는 몇 가지 정책을 추진하며 대학의 변화를 이끌려 하고 있다. 눈앞의 성과를 낼 수 있는 정책이 아니라 크고 작은 아픔을 가진 학생과 함께 나아갈 수 있는 제도 마련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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