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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참사 10주기를 추모하며

등록일 2024-04-15 18:17 게재일 2024-04-16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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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병구 경상국립대 교수
최병구 경상국립대 교수

2024년 4월 16일은 세월호 참사 10주기다. 2014년 당시 학계에서는 세월호 참사를 애도하고 기억하기 위한 세미나와 토론회 등 각종 학술행사가 개최되고 다양한 기록물이 연이어 발간되었다. 이후 세월호 참사를 교통사고에 비유한 일부의 방해로 세월호 참사의 진실을 규명하기 위한 조사도 제대로 이루어질 수 없었지만, 많은 사람이 세월호 참사를 기억하기 위해 노력한 것도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렇게 두 가지 입장이 소모전을 벌이며 10년이란 시간이 지났다.

다시 물어본다. 지난 10년 동안 우리 사회는 얼마나 변했을까? 당장 떠오르는 것이 2022년 10월 29일 이태원 참사다. 하나의 사건은 커다란 배가 서서히 침몰하는 과정에서 대다수 학생을 구출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다른 하나의 사건은 대한민국 수도 서울에서 ‘압사’라는 믿기 어려운 방식으로 수많은 청년이 생명을 잃었다는 점에서 판박이다. 한 마디로 두 참사는 평범한 사람의 상식으로는 도저히 이해하기 어려운 일이라는 점에서 근원적 동일성을 갖는다.

그렇다면 대체 왜 있을 수 없는 일이 반복해서 생겨나는 것일까? 이 질문에 대한 답은 책임 있는 기관의 조사로 밝혀져야 한다. 그렇지만 우리 사회는 앞선 두 번의 사례가 증명하듯 사회적 참사를 조사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고 있지 못하다. 어떤 세력의 조직적 방해가 제대로 된 조사를 막았고, 조사가 안 되니 책임자의 처벌도 이루어지기 어려웠다. 그래서 우리는 국가 시스템이 반복적으로 오작동하게 된 원인을 추적해서 개선하는 일이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이 지점에서 그간 오작동이라고 생각했던 시스템이 원래 그렇게 작동하는 것이 정상인 것 아닌지 의구심이 들지 않을 수 없다. 정확히 말해 이런 학습의 결과 대다수 국민이 국가 시스템에 별로 기대하지 않게 되었다. 대한민국의 유례없는 합계 출산율과 투자 열풍이 국가 시스템을 신뢰하지 못한 결과라고 판단하는 것이 착각만은 아닐 것이다. 나의 삶과 미래를 스스로 지켜내야 하는 현실이 되었다.

세월호 참사는 오작동하는 사회가 정상이 아니라는 인식을 다시 새기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 오작동을 멈추는 일은 국가의 몫이지만 여태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했다. 지난주 국회의원 선거에서 시민들은 정부 여당을 심판하는 투표를 했다. 국가 권력이 투표로 드러난 다수 시민의 마음을 잘 받들기를 희망하지만 큰 기대는 하지 않는다. 기대가 크면 절망도 크다는 사실을 과거 경험을 통해 뼈저리게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포기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일단 우리 스스로 작은 변화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10년 전 자본주의 사회에 익숙해진 나의 신체를 뒤바꾸고자 써 내려간 메모를 다시 꺼내 읽었다. 그 뒤로 뭐 하나 1년 넘게 꾸준히 실천한 항목이 없었다. 10년이란 시간이 흐른 만큼 나와 내 주위의 많은 것이 변했다. 다시 메모를 작성하며 무엇을 할 수 있을지 고민을 해봐야겠다. 이것이 세월호 참사에 대한 최소한의 애도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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