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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이란 전쟁터

등록일 2024-04-01 18:16 게재일 2024-04-02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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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병구 경상국립대 교수
최병구 경상국립대 교수

3월이 끝났다. 대학의 3월은 설렘과 두려움을 안고 입학한 새내기와 화사한 봄날이 어울려 빛이 나는 시기이지만, 올 3월 대학가에는 유독 피곤함과 우울함이 뒤엉켜 있었다. 주위의 동료들과 전화할 때마다 전쟁터 같은 대학에서 다치지 말고 살아남자는 말밖에는 할 수 없는, 나의 무능력을 다시 직시해야 하는 시간이기도 했다.

시작은 개강과 함께 폭탄처럼 던져진 본부의 모집단위 광역화(안)이었다. 2025년부터 입학정원의 25%를 무학과 자율전공을 선발하겠다는 안에 대해 학내에서 수많은 문제 제기가 줄을 이었다. 하지만 본부는 어떤 이유인지 학내의 의견을 듣지 않고 원안을 밀어붙이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입학정원을 한 명만 내놓으면 모든 혼란에서 자유로운 학과에 선발되기 위한 이전투구가 시작되었다는 점이다. 이렇게 되면 전선은 함께 살아가는 동료와의 사이에 생긴다. 사회에서 흔히 목격되는 광경이 대학에도 출현하게 되는 것이다.

다음으로 던져진 폭탄은 ‘글로컬 대학 30’사업이다. 작년에 이어 진행되는 이 사업에 전국의 모든 지역 대학이 사활을 걸고 달려들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다행스럽게(?) 우리 대학은 작년에 선정이 되어서 당장은 별 파도가 없지만 전국적으로 선정되기 위한 이합집산이 활발하다. 교육부의 지침에 따라 학교와 학교, 학교와 지역의 벽을 허무는 것이 관건이 되는 사업이기에 자연스러운 결과다. 하지만 작년에 선발된 대학에서 들려오는 온갖 잡음에는 별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다. 눈앞의 생존이 절박한 상황에서 ‘글로컬 대학’이란 간판이 갖는 위력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 와중에 부산의 어느 사립대에서는 교수 근태 관리를 위해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 출근부를 작성하는 지침과 이를 어길 경우를 대비한 징계 규정을 만들었다. 명분은 연구와 수업에 집중하게 만든다는 것이지만, 교수 사회를 길들이려는 제도임을 파악하기란 어렵지 않다. 이 학교는 비판적 교수들의 재임용 거부 등으로 지역에서 제법 유명하기 때문이다. 이 대학을 거울삼아 교수 길들이기가 확산할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대학이 대학(大學)이길 포기하고 취업 전문기관이 된 지는 오래되었다. 한때 이 사실에 분노하는 교수들이 많았지만, 더 이상 아무도 이런 현실을 원망하지 않는다. 나도 그렇지만 많은 교수가 취업률이란 지상과제를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지금의 상황은 이것과는 완전히 다른 차원이다. 대학이 지켜야 할 학문의 자율성과 비판적 지식인으로서 교수의 역할이 근본적인 한계에 처해있기 때문이다.

교수는 연구와 교육을 해야 한다. 우리 학생들이 급변하는 사회에서 필요한 능력을 갖출 수 있게 만들어야 하며, 연구자로서 사회에 보탬이 되는 연구를 해야 한다. 교육의 방식이나 보탬의 구체적 함의는 전공마다 다를 수 있겠지만 이를 부정하는 교수는 없다. 그러나 지금의 상황은 권력이 정한 연구와 교육만을 강제하는 꼴이다. 토론과 협의는 완전히 실종된 상황에서 생활인으로서 교수가 되어야 하는 상황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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