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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소설의 매력

등록일 2024-07-22 19:40 게재일 2024-07-23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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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병구 경상국립대 교수
최병구 경상국립대 교수

웹소설이란 장르가 있다. 카카오페이지, 네이버 웹소설 등에 연재되는 소설로 스마트 폰을 통해 언제 어디서든 편하게 소비되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대중적으로는 웹소설을 원작으로 하는 드라마가 더 유명한데, ‘김비서가 왜 그럴까’ ‘재벌집 막내아들’ 등이 대표적인 사례이다. 그간 나에게도 웹소설은 드라마의 원천 소스이자 스낵컬처로 인식되었다.

최근 2년간 입학사정관을 하며 읽게 된 우리 학과에 입학하고자 하는 학생의 고등학교 기록에는 웹소설에 대한 언급이 많았다. 웹소설을 재미있게 읽고 국문과 진학을 생각하게 되었다는 이야기였다. 예전에는 고전을 읽고 국문과 진학을 결심했다면, 요즘 학생들은 웹소설을 읽고 국문과 진학을 꿈꾸는 셈이다. 한편 지난 학기에는 웹소설 연구를 하겠다고 대학원에 두 명의 학생이 진학했다. 웹소설에 대해 단 한 번도 학문적으로 생각하지 않았던 나는 그들에게 별로 해줄 수 있는 말이 없었지만, 비로소 한 가지는 확실히 알 수 있었다. 웹소설에는 대중들이 공감하는 어떤 매력이 있다는 사실을 말이다. 그러자 웹소설 매출이 1조를 훌쩍 넘었다는 기사가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며칠 전 드디어, 웹소설의 고전인 ‘전지적 독자 시점’을 완독했다. 이 소설은 ‘멸망한 세계에서 살아남는 법’이란 재미없는 인터넷 소설을 유일하게 끝까지 읽은 ‘김독자’가 소설이 현실이 된 사회에서 벌어지는 서사를 담고 있다. 소설의 서사가 재현되는 현실에서 김독자가 미래를 알 수 있는 절대적 무기를 가지고 주변을 제압하는 과정과 생존자들의 격투를 채널로 구경하며 코인을 주는 성좌들의 모습이 흥미롭다. 가상 세계가 현실이 되었다는 설정, 가상 세계 속 캐릭터와 실존 인물이 성좌에게 받은 코인으로 자신의 능력치를 업그레이드하며 미션을 수행하는 과정이 몰입감을 준다.

그렇지만 가장 큰 즐거움은 현실의 독자가 이름도 독자인 ‘김독자’에게 몰입하는 과정이다. 게임 회사의 인턴사원이지만 정직원 전환에 실패한 김독자는 고등학교 시절 집단 따돌림을 당한 트라우마도 가지고 있는 정글 같은 현실의 패배자다. 이런 그가 멸망한 세계의 구원자가 된다는 설정, 그 자체가 현실의 수많은 김독자에게 카타르시스를 준다. 김독자는 약육강식이 지배하는 세계를 소설의 예정된 결론이 아닌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세계로 만들려는 의지를 가진 인물이기도 하다. 또한 생존하기 위해서 코인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현실에서 종종 코인을 선택하지 않고 사람을 선택하는 다른 등장인물의 모습은 현실과 겹치며 우리의 선택을 되돌아보게 한다.

미디어 테크놀로지의 발달이 생각하지 않는 사람을 만든다고 한다. 쇼츠에 빠져드는 아이들을 보면 일정 부분 사실을 담고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어쩌면 미디어가 생각하지 않는 사람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경직된 사고가 누군가를 생각하지 않는 사람으로 만드는 것 아닐까. 미디어 환경의 변화에 맞는 새로운 형식의 문학 시스템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이런 점에서 웹소설은 우울한 미래를 돌파할 가능성을 가진 미디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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