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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립·은둔 청년’ 실태조사에 거는 기대

등록일 2023-07-18 19:30 게재일 2023-07-19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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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충택 논설위원
심충택 논설위원

최근 온라인 과외앱을 통해 처음 만난 또래 여성을 살해한 뒤 시신을 유기한 혐의로 구속된 정유정(23)이 “사람을 죽여 보고 싶어 범행을 저질렀다”고 말해 여러모로 우리사회에 충격을 줬다.

정유정의 동창들은 “말이 없고 혼자 다녀서 반에서 존재감 없는 친구였다” “인사를 하거나 말을 걸어도 잘 받아주지 않았다”는 증언을 했고, 범죄심리학자들은 정유정을 은둔형 외톨이일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했다. 정유정의 휴대전화 속에는 단 한 명의 친구 이름이나 통화 내역도 없었다. 철저하게 사회에서 소외된 외톨이였다. 정유정은 고등학교 졸업 후 취직 준비를 했지만 특별한 직업 없이 5년간 무직으로 지냈다.

정유정은 은둔형 외톨이가 얼마나 심각한 사회병리현상인지를 말해주고 있다.

이런 측면에서 정부가 이번주부터 다음달 말까지 고립·은둔 청년에 대한 전국 단위 첫 실태조사에 들어간 것은 잘한 일이다. 은둔형 외톨이 문제는 지금 심각하게 증가하고 있는 청년들의 고독사와도 연결된다. 정부는 우선 8월 31일까지 이러한 청년 5천명을 찾아 고립·은둔의 계기, 고립기간, 은둔 양상 등을 파악해서 해법을 모색해 보기로 했다.

코로나 사태를 겪으면서 우리사회에는 고립·은둔형 청년이 급증하고 있다. 통계가 아니더라도, 주위를 돌아보면 피부로 느낄 수 있는 현상이다. 사회적 거리 두기가 비대면 문화를 확산시켜, 1인가구 청년들을 더욱 고립시킨 경향이 있다. 사회에서 고립된 은둔 청년들은 저마다 가족관계 단절이나 진학·취업 실패, 학교·직장 부적응 등 온갖 안타까운 사연을 안고 있기 마련이다. 밖에 나가면 사회로부터 무시당할 것이 두려워 방안에 숨게 되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지금 이러한 사회병리 현상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갈수록 혼인율과 출산율이 떨어지고 있다.

은둔형 청년의 증가는 특히 생산가능인구 감소와 직결돼 국가경쟁력을 약화시킨다. 청년기는 성인기로 나아가기 위해 교육과 직업훈련이 이뤄지는 중요한 시기인데 교육과 고용의 단절은 만성적 실직, 빈곤, 건강 악화, 고독사 같은 또 다른 사회문제를 낳는다.

은둔형 청년 문제는 이제 두고 볼 수 없는 사회현안이 됐다. 청년시절의 고립과 은둔은 장년, 노년으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선제적 대응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정부가 현재 실태조사를 하고는 있지만 어려움이 많을 것이다. 사회와 단절된 채 집 안에 고립돼 있던 청년들이 정부조사를 받아들이며 문을 열고 나올 가능성이 크지 않기 때문이다. 전문성을 가진 조사인력을 많이 확보하는 것이 성과를 내는 관건이 될 것 같다.

정부는 이번 기회에 가능한 한 많은 은둔형 청년들을 찾아내 그들이 왜 우리사회의 이방인이 됐는지, 그 이유와 삶의 실태를 구체적으로 조사해야 한다. 그리고 이들을 사회로 흡수하기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개발해 지원해야 한다. 관련 업무에 인력을 증원하고 예산도 투입해야 한다. 지방자치단체 차원에서 은둔형 청년들에 대해 지원을 하는 곳도 있지만, 중앙정부가 컨트롤타워가 돼 사회안전망을 촘촘하게 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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