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시장조사 전문기업이 전국 만 19~59세 직장인 남녀 1천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직장인 4명 중 1명은 번아웃증후군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충격을 주고 있다. 번아웃증후군은 의욕적으로 일에 몰두하던 사람이 극도의 신체적·정신적 피로감을 호소하며 무기력해지는 현상을 말한다.갑자기 불이 꺼지는 것처럼 체내 에너지가 방전되는 모습을 비유해 붙여진 이름이다. 이 병명은 뉴욕의 정신분석가 프로이덴버그가 처음‘소진’이라는 용어를 사용한 것에서 유래했다.번아웃 경고 증상은 여러가지다. 기력이 없고 쇠약해진 느낌이 들고, 쉽게 짜증이 나고 노여움이 솟는다. 하는 일이 부질없어 보이다가도 오히려 열성적으로 업무에 충실한 모순적인 상태가 지속되다가 갑자기 모든 것이 급속도로 무너져 내린다. 만성적으로 감기, 요통, 두통과 같은 질환에 시달리고, 감정의 소진이 심해 ‘우울하다’고 표현하기 힘들 정도의 에너지 고갈 상태를 보인다.직장인들이 번아웃증후군에 시달리게 된 이유는 뭘까. 직장에서 스트레스를 가장 많이 주는 대상은 역시 상사다. 직장인 2명 중 1명이 “상사가 스트레스를 주고 있다”고 답했다. 그 중에서 팀원과 직원들을 존중하지 않는 상사와 업무능력이 떨어지는 상사가 스트레스를 많이 주는 상사유형으로 꼽혔다. 젊은 직장인들은 야근을 강요하거나 주말에 일 처리를 명령하는 상사에게 스트레스를 많이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번아웃증후군 예방을 위해서는 직원 상호간 서로 노력을 인정하고, 힘을 북돋아주는 직장문화를 형성하는 일이 가장 중요하다. 퇴근 후에 집으로 일을 가져가지 않고, 운동, 취미 생활 등 능동적인 휴식 시간을 갖는 것도 한 방법이다./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2020-11-16
울릉군민의 오랜 숙원이던 울릉공항이 26일 드디어 착공식을 가진다. 2015년 국토부가 사업계획을 확정한 뒤 5년만이다. 총사업비 6천633억원이 투입되며, 50인승 비행기가 이착륙할 수 있는 1천200m의 활주로와 여객터미널 등이 건설된다.2025년 완공되면 서울 등 전국 어디서나 1시간이면 섬에 도착할 수 있어 울릉도 관광 활성화에 크게 이바지할 것으로 전망된다.울릉도는 제주도와 함께 한국을 대표하는 섬이다. 그러나 교통편익 시설면에서 큰 격차가 있다. 이로 인한 주민생활 불편은 물론 관광객 유치에도 큰 장애가 됐다. 제주도가 연간 1천500만명이 다녀가는데 반해 지난해 울릉도를 찾은 관광객은 37만명 정도다.물론 섬의 규모나 볼거리 등 여러가지 이유가 있다. 하지만 울릉 섬에 대한 취약한 접근성과 편익성이 관광객의 발길을 붙들지 못했다. 울릉도를 가려면 육지교통부터 먼저 이용해야 하고 또다시 뱃길로 갈아타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다. 그나마 기상이 나쁜 날이면 허탕을 치기가 일쑤다.울릉공항의 건설은 섬주민의 생활권을 확대한다는 의미와 더불어 관광 산업 활성화란 측면에서 울릉 섬 관광역사에 새로운 장을 연다 해도 틀리지 않다. 비록 50인승이지만 해상을 통한 불편함으로 섬 구경을 미처 못했던 사람에게는 더없이 좋은 기회가 생기게 된다. 특히 외국인 관광객 방문이 늘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한 대비도 필요하다. 지난해 울릉도 섬 일주도로 개통으로 관광객이 크게 늘어났던 것을 상기하면 관광 인프라 구축의 중요성을 짐작할 수 있다.울릉도는 지난 1989년 관광산업 활성화를 위해 헬기노선을 시도한 바 있다. 그러나 취항 3일 만에 기관고장을 일으켜 사업이 중단되는 불운을 겪었다. 관광산업 활성화에 따른 안전문제도 신경을 써야 할 분야다. 소형공항으로서 문제점은 없는지를 살피고 개선책을 꾸준히 마련해야 할 것이다.또 관광객 증가에 대비한 관광 인프라 확대도 미리 준비할 과제다. 공항건설에 걸맞는 관광지의 이미지를 구축해 명실상부한 최고 관광지로 발돋움해야 한다.울릉도는 인근에 독도를 두고 있는 천혜의 자연을 품은 신비의 섬이다. 천연기념물 등 육지에서 볼 수 없는 풍부한 관광자원이 간직된 곳이다. 공항건설이 울릉섬 관광의 새 지평을 여는 전기가 되길 기대해 본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지시한 휴대전화 비밀번호 제출을 거부하는 피의자를 처벌하는 법안인 일명 ‘한동훈 금지법’에 대한 법조계 안팎의 비판이 거세다. 친여 성향의 진보적 시민사회단체들까지 일제히 위헌 우려를 제기하며 추 장관의 책임을 묻고 나섰다. 그런데도 법무부는 요지부동인 것으로 알려졌다. 자신에게 불리한 진술을 강요당하지 않을 권리를 의미하는 헌법상 자기부죄금지(自己負罪禁止) 원칙에 정면으로 반하는 반헌법적 동태는 즉각 중단돼야 한다. 추 장관의 입법 검토지시가 나온 이후 표적으로 지목된 한동훈 검사장의 반발부터 살펴보자. 한 검사장은 추 장관을 향해 “수백 년 투쟁의 결과물인 헌법을 ‘헌신짝’처럼 던지고 있다”고 비난했다. 그는 특히 “(현 정권의) 검찰개혁에도 역행한다”고 성토했다.친여 성향의 시민단체들도 비판 일색이다. 참여연대는 13일 ‘한동훈 금지법’에 대해 공식 논평을 통해 “해당 법안을 검토하는 것은 ‘반인권적이며 무소불위 검찰권한의 분산과 축소’라는 검찰개혁에도 역행하는 것”이라며 즉각 철회를 요구했다. 참여연대는 이명박 정부 당시 추진 도중 인권침해 논란으로 폐기된 ‘사법방해죄’ 사례를 비교하면서 반대입장을 분명히 했다.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은 ‘한동훈 금지법’에 대해 “헌법상 진술거부권과 피의자의 방어권을 정면으로 침해하는 것”이라며 추 장관에 대해 자기 성찰과 국민에 대한 사과를 요구했다. 진보시민단체 경제민주주의21는 성명을 통해 “헌법 제12조 제2항을 부정하는 위헌적 법률 제정 지시”라고 성토하면서 “추 장관을 즉각 해임해야 마땅하다”고 촉구하기도 했다.수사 편의를 위한 강제수사의 범위 확대는 곧바로 인권 침해로 이어진다. 특히 지금처럼 반대편 공격에 쓰려는 목적으로 자기부죄금지 같은 기본 원칙에 예외를 만드는 일은 전형적인 소탐대실(小貪大失)의 어리석은 패착이다. 우리는 과거 독재정권이 합법을 가장해 국민의 기본권을 유린했던 아픈 경험들을 품고 있다. 아집에 빠져서 반헌법적 발상까지 서슴지 않는 추 장관의 언행은 ‘민주화’를 외쳐온 자신의 삶을 통째로 부정하는 망동이다.
문가인참마음심리상담센터 원장우리는 학교 교육을 통해서 최면을 경험하거나 배워본 적이 없다. 그래서 그런지 최면과 최면치료만큼 항간의 오해를 받는 심리치료기법도 드물 것이다.그렇지만 시골에서 성장한 사람은 강아지풀을 손바닥에 올려놓고, 개를 부르듯이 불러본 적이 있을 것이다. 나 역시 강아지풀을 가지고 놀았던 기억이 있다. 강아지풀은 열매의 표면에 작은 털이 많은 식물로 미세한 움직임에도 흔들리게 되어있다. 그 강아지풀을 쳐다보고 집중하면서 “오른쪽으로 움직여”, “왼쪽으로 움직여”라고 말했을 때 실제로 그 강아지풀은 움직인다. 내가 마음속으로 집중하고 움직이라는 언어적 암시를 했으므로 움직이게 되어있는 것이다. 그것이 최면에서 중요시하는 관념운동 반응(ideomotor response)으로 마음의 존재를 알려주는 반응이다.이 강아지풀 놀이와 유사한 것으로 펜듈럼 기법이란 최면기법이 있다. 이것은 종이 위에 커다란 원을 그려놓고 실 끝에 추를 달아놓고 집중하면서 “오른쪽으로 움직여”, “왼쪽으로 움직여”, “돌아라” 하면 의식적으로 손을 움직이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움직이는 것이다.이것이 바로 마음 중에서도 잠재의식이며, 이 잠재의식의 힘을 활용한 것이 최면이다.천재적인 최면가인 밀턴 에릭슨은 “환자는 자신의 잠재의식과 라포가 단절된 사람이다”라고 말했다. 최면, 즉 깊은 이완 상태에서 잠재의식의 메시지를 듣는 것이 최면치료의 궁극적 목적이다.이러한 잠재의식의 힘을 알 수 있는 사례를 하나 더 들어보도록 하겠다. 우리가 어린 시절 배가 아팠을 때 어머니가 “엄마 손은 약손이야. 엄마 손은 약손이야” 하면서 배를 문질렀을 때 실제로 배가 덜 아팠던 기억이 있을 것이다. 이 방법은 최면의 아버지인 안톤 메즈머가 환자들을 최면 치료할 때 쓰던 방법과 유사한 최면기법이다. 실제로 프랑스 등에서는 현재에도 메즈머의 최면전통을 이어받아서 메즈머리즘이란 기법을 가르치고 배우는 워크숍이 존재하고 있다.합리적 정서치료(REBT)의 창시자인 앨버트 엘리스와 정신분석의 창시자인 프로이트도 최면가였다. 그런데도 심리학과 의학은 옳고 최면은 사이비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 사람은 자신의 마음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부정하는 아주 어리석은 사람이다. 해의 혜택을 누리면서 해를 부정하는 것과도 같다.매일 우리는 자신과 타인에게 말로써 긍정적인 최면이나 부정적인 최면을 유도하고 있다. 이왕이면 자신과 타인에게 긍정적인 최면을 하는 것이 세상을 살아가는 데 있어서 또 하나의 지혜로운 방법이다. 즉, 최면은 신비스럽거나 무서운 것이 아닌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매일 나누는 대화, 그것이 일종의 최면이다. 즉, 당신의 말은 자신의 몸과 마음에 영향을 미치고, 타인의 몸과 마음에도 영향을 미치며 건강하게도 혹은 병들게도 한다는 것이다.강아지풀을 가지고 놀았던 그대, 어머니의 약손을 기억하는 그대, 그대는 이미 최면가이다.
2020-11-15
윤영대수필가코로나19로 가장 타격을 많이 받은 곳이 여행사와 항공사인 듯하다. 그래서 새로운 여행상품이 등장하고 있다. 바로 ‘무착륙 관광비행’이라는 것이다. 항공법상 한 지점을 이륙하여 정해진 노선을 돌고 착륙 없이 다시 이륙지점으로 되돌아오는 비행을 말한다. 세계항공업계도 ‘목적지 없는 비행’이 생각보다 큰 호응을 얻고 있는 모양이다.이에 국토교통부는 해외에 착륙하지 않고 상공만 비행하고 오는 노선도 국제선으로 분류하고 면세품 쇼핑도 긍정적 방향으로 검토하겠다고 하니 코로나에 찌든 여행업계도 반색이다.10월 초, 에어부산은 항공 관련학과 학생들을 대상으로 승무원 체험학습 비행프로그램을 처음으로 시행하였고, 월말에는 일반 승객을 태우고 두 차례의 무착륙 비행을 선보였다. 대한항공과 다른 저가항공사들도 이를 추진 중이며 점차 확대될 조짐을 보인다.아시아나항공에서는 인천국제공항을 이륙하여 강릉-포항-김해-제주 상공을 돌아오는 ‘한반도 일주 비행’상품을 내놓았다. 초대형 항공기 A380 기종으로 비즈니스석을 비롯하여 20~30만 원 선이었지만 완판되었고 지금까지 4회 운항하여 여행객들의 반응도 좋다.이에 앞서 제주항공이 국내 최초로 ‘비행기 속 하늘여행’으로 1시간 반 정도 우리 땅 위를 반시계방향으로 날며 관광비행을 했고, 진에어도 ‘홍콩여행’ 테마로 인천에서 이륙하여 광주-제주-부산 상공을 돌아오며 탑승객에게 기내식과 홍콩여행 기념품을 주는 상품을 내놨다. 모두 평균 85% 탑승률을 기록했다.이뿐만 아니다. 국내 경비행기 체험도 인기를 끌고 있다고 한다. 4인 이하의 경비행기는 고도 500피트까지 하강할 수 있어 저공비행으로 관광명소를 관망할 수 있으니 한번 타보고 싶다. 오래전 헬기로 미국 그랜드캐년 협곡을 돌아보았고 열기구를 타고 터키 카파도키아 계곡 위를 떠다녔던 기억을 되살려 보니, 우리 동해의 울릉도와 독도, 제주 한라산 백록담, 더 나아가 대마도까지 한눈에 담고 오는 관광비행도 좋으리라.더 나아가 해외 무착륙 관광여행을 하려면 몇 가지 문제점도 있다. 면세품 취급에 대해서는 관세청이 그 범위를 정해야 하고 여행객들을 출국자로 할 것인지의 여부는 법무부가, 또 노선 신설은 국토교통부가 결정해야 한다. 이미 세계 항공사 중에 40여 개가 파산 및 운영중단을 했다고 하니 우리는 현명하게 대처하여 항공사와 여행사 그리고 면세품업계에 숨통을 틔워주자. 그러기 위해서는 다양한 비행 루트도 개발하고 기내 이벤트와 서비스의 새로운 방향 모색도 필요하다.그냥 비행장에서 앉아 있는 비행기를 띄워서 코로나에 발 묶여 있는 해외여행 희망자들의 마음을 반이라도 풀어줄 수도 있을 것이다. 비행 중 지상의 풍경이나 유적지를 가상현실로 보여주는 프로그램을 만들어 여행지에 내려 관광하는 듯한 기분을 느끼게 하는 것도 좋겠다. 일부 항공사는 기내식 배달 서비스를 시작했다고 한다. 나도 한때 기내식 먹는 것이 취미라고 허풍을 떨기도 했는데 코로나 덕분에 높은 아파트에서 창밖을 내다보며 한번 먹어보고 싶다.
미국 대통령선거가 끝났다. 선거전 여론조사에서는 바이든 후보가 대통령으로 당선되고 상원과 하원에서도 민주당이 압승하는 ‘블루 웨이브(blue wave)’를 이룰 것이라는 예측이 많았다. 하지만 정작 뚜껑을 열고 보니 예상외 접전으로 바이든의 대통령 당선은 확실한 듯 보이나, 민주당이 아직 상원까지 확실하게 과반수를 차지하지는 못하였다. 내년 1월 5일 조지아주 상원의원 결선 선거에서 민주당이 2석을 확보하면 연방 상원에서 50대 50의 동석을 이룰 수 있으므로 기회는 남아 있다. 그리되면 상원의장은 부통령이 맡아 결정권을 가지게 되니까 사실상 민주당이 과반을 이루게 되는 셈이다. 문제는 트럼프 대통령 진영에서 지난 11일 부정선거가 횡행한다며 미시간주를 비롯한 여러 주에서 선거결과를 둘러싼 소송을 제기하고 있다는 데 있다. 또 조지아주 주무장관은 모든 투표용지를 수작업으로 재집계할 것을 결정하고 11월 20일 기한 내에 마치겠다고 발표하기도 하였다. 미국 대통령선거에서는 어느 후보든지 패배를 인정해야만 결과가 확정된다. 그러는 동안 미국 정치의 공백기가 길어지고 사회불안이 높아지면 잠깐이나마 금융시장이 혼란에 빠질 우려마저 있다. 게다가 신정권이 추가 경제대책을 내더라도 사실상 내년 취임식 이후에나 가능하다는 것도 불안요인이다. 미국 경제가 지난 2분기 31.4%의 역성장률을 기록하였다가 3분기에는 73년 만의 최고치인 33.1%라는 성장률을 보였지만 이는 2분기의 골이 깊었던 기저효과에다 약 3조 달러 규모의 경기 자극 효과가 더해진 결과여서 4분기와 내년 1분기는 다시 낮은 성장률로 돌아올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미국에서 신정권 출범 이후 주요 정책 방향에 따라 크든 작든 포항경제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앞으로 바이든 정권이 출범한다고 가정할 때 트럼프 대통령의 기존 정책과 조금이라도 바뀔 여지가 있는 사안을 미리 짚어 봄으로써 포항경제에 미칠 영향을 가늠해 보고자 한다.먼저, 미국의 재정 금융정책에는 큰 변화가 없을 것 같다. 큰 정부를 지향하는 민주당 바이든 씨는 ‘블루 웨이브’를 이룬다는 전제하에 법인과 부유층에 대한 증세와 함께 인프라 투자, 육아와 교육, 건강관리, 사회보장 급부에 이르는 막대한 세출 집행을 확대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미 연방예산위원회(CRFB)의 계산 결과에 따르면 바이든의 정책이 집행된다면 앞으로 10년 동안 증세액은 4.3조 달러, 세출 확대는 9.9조 달러에 이른다. 차액 5.6조 달러 만큼의 재정적자가 확대될 수밖에 없고 금융완화도 계속될 가능성이 크다. 트럼프와 바이든 모두 ‘바이 아메리칸’, ‘메이드 인 아메리카’를 주장했었기에 인프라 투자확대가 포항경제에 미칠 효과를 다소 제약되더라도 일단은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보아도 무방할 것이다.두 번째, 중국과 서로 관세 제재를 주고받는 무역전쟁의 범위와 정도는 낮아지는 방향으로 움직이겠지만 즉각 휴전하지는 못할 것으로 보인다. 바이든 씨가 비록 중국에 대한 제재 관세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을 가지고 있다고는 하나 민주당 내에 중국에 대한 강경노선을 주장하는 사람들이 많아 정책전환의 걸림돌로 작용하기 쉽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금까지 내세운 세계 각국과 무역 관세나 무역정책 자체를 인질로 삼는 일종의 경제 내셔널리즘, 탈글로벌화 정책은 조금씩 완화되는 방향으로 움직이겠지만 관세정책을 대신할만한 뚜렷한 대안이 없다는 점에서 정책전환에는 시일이 걸릴 수밖에 없다. 그렇기에 미국과 중국의 현재 상황은 당분간 현상 유지에 머무를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와중에 철강 쿼터 제한과 같은 유탄을 맞은 포항경제에는 다소 긍정적 영향을 기대할 수는 있겠으나 즉시 효과를 보기 어렵다는 점에서 그 영향은 중립적이라 생각한다.세 번째, 신정권 출범에 따라 종전과 분위기가 바뀔 분야는 북한에 대한 정책이다.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 사이의 개인적 친근관계까지 이야기되던 훈풍은 아마도 사라질 것이다. 오히려 북한 핵 문제를 중심으로 하는 국제적인 압박카드를 다시 꺼낼 확률이 높아졌다. 다만 미국이 강경노선을 채택하여 효과를 보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한국과 일본의 관계개선이 선행되어야만 한다. 그래야만 북한에 대한 미국의 전방위적인 압박이 효과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최근 일본의 일부 학자들은 미국 신정권 출범으로 한국의 일본에 대한 강경 자세가 완화될 것으로 전망하기도 하였다. 한술 더 떠 그렇게 되면 한국인 관광객이 늘어나 관광산업에 경제효과를 기대하는 분석을 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는 오산이다. 일본이 한국에 대한 수출규제조치를 먼저 풀면서 대화를 요청하지도 않은 상황에서 우리가 먼저 미국의 압력을 받아 손을 내미는 것은 ‘노 저팬’을 부르짖고 있는 국민 정서를 고려하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북한과 미국과의 관계 재정립은 그동안 남북 경제협력을 추진하던 산업, 기업체는 물론 일본과의 관계개선까지 얽혀 있다는 점에서 당장 변화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결론적으로 미국 신정권 출범 이후 북한과 경제협력을 위한 철도현대화와 같은 주요 인프라 투자사업에 개입할 틈이 지금까지 보다는 훨씬 좁혀지기 쉽다는 점에서 포항경제에는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마지막으로 가장 확실하게 트럼프 대통령과 반대 방향으로 전환될 분야는 지구온난화에 대한 정책대응일 것이다. 민주당이 지구온난화대책을 강력하게 미는 데는 이 정책이 중국에 불리하게 작용할 것이라 믿기 때문일 것이다. 중국이 최근 원자력 발전소를 많이 건설하고는 있으나 여전히 석탄 화력발전에 의존하는 비중이 높아 이산화탄소(CO2)배출량이 많다. 중국경제가 성장할수록 탄소 배출량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 보니 삭감목표 부과가 중국 성장을 억제하는 수단이라고 여기는 생각이 밑바탕에 깔려 있다. 중국을 겨냥한 이산화탄소 배출문제에 대한 미국의 강력한 지구온난화정책이 미치는 효과는 결국 우리나라 자동차산업에 또 다른 유탄으로 작용하기 쉽다. 이미 미국에서는 이러한 흐름이 빨라지고 있다. 민주당 지지세력이 많은 캘리포니아주에서는 지난 9월 23일 2035년부터는 휘발유를 사용하는 자동차의 신차판매를 금지한다는 방침을 발표하기도 하였다. 앞으로 15년. 사실 그리 시간이 많지도 않다. 미국 정책에 따라 전기차로 이행하는 속도가 빨라지게 되면 국내 완성차업계는 물론 경주의 자동차부품 제조업체와 소재를 제공하는 포항의 철강업체까지도 부정적인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다만, 전기차로 이행되는 속도가 빨라지면 포항이 추진하는 배터리산업은 반대로 탄력을 받을 수도 있다는 점에서 두 효과가 상쇄될 수 있다면 중립적인 영향이라 생각할 수도 있다.결론적으로 미국의 신정권 출범 이후에도 경제 내셔널리즘과 같은 정책성향은 계속되기 쉽다. 앞서 짚어 본 4개 사안 가운데 포항경제에 미칠 영향이 중립적인 것이 둘, 긍정과 부정이 각 하나씩이긴 하나 길게 보면 저울은 부정적 영향으로 기울어질 우려가 크다. 포항은 지금 추진하는 신성장동력에 대한 투자육성에 힘쓰면서 이와 동시에 철강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혁신과 연구개발에 더욱 노력하는 것 외에 별다른 대응책이란 있을 수 없다./한국은행 포항본부 부국장 김진홍
최근 감사원이 “월성 1호기 조기폐쇄가 조작된 의혹이 있다”고 결론낸 데 이어 검찰수사까지 진행되자 울진소재 신한울 원전의 재개 여부에 대한 관심이 증폭하고 있다. 검찰수사 결과, 정부가 월성 1호기 폐쇄를 무리하게 밀어붙인 것으로 결론난다면 울진 신한울 3·4호기 등의 공사재개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을 것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울진소재 신한울 원전 1·2호기는 이미 98.84% 공정률을 보이고 있다. 원자력안전위원회가 경주·포항의 지진을 이유로 운영허가를 미루고 있지만 허가만 난다면 곧바로 운영에 들어갈 태세다.또 공사가 보류된 신한울 3·4호기는 내년 2월 26일까지 공사재개 여부를 결정짓지 않으면 허가가 취소된다. 이미 7천900억원이 투입되고 부지까지 확보된 사업이라 뒷수습이 만만찮다.원전의 허가권을 쥐고 있는 산자부는 최근 월성 1호기의 경제성 평가 조작 의혹에 대한 검찰수사가 진행되면서 신한울 3·4호기도 똑같은 전례를 밟을까 난감해한다는 소식이다. 신한울 3·4호기를 폐쇄한다면 소송 등 후폭풍이 두렵고 재개한다면 탈원전 정책이 후퇴할 것으로 비칠 수 있다는 것이다.현 정부는 2017년 10월 탈원전 로드맵을 발표하면서 신한울 3·4호기 등 신규원전 6기 건설을 백지화했다. 정부의 탈원전 정책은 이후 학계, 산업계 등 광범위한 분야의 반대에 부딪쳤다. 하지만 정부는 강공책으로 일관, 아직 우리지역에 소재한 신한울 원전에 대해서는 재개 여부가 결론나지 않은 상태다.최근 경북도는 3개월 앞으로 다가온 신한울 3·4호기의 공사기한 연장과 1·2호기 허가 승인을 정부측에 건의했다. 정부의 탈원전 정책으로 원전이 집중된 울진군의 경제 사정이 극도로 나빠지고 인구까지 빠져나가는 등 어려움이 크다는 것이다. 신한울 공사의 재개로 지역경제의 어려움을 덜어 달라는 뜻이다.정부의 탈원전은 전력 공급 차질과 일자리 감소, 지역경제 위축, 수출 타격 등과 더불어 세계 최고인 우리 원자력 생태계 붕괴 우려를 자아냈다. 신한울 3·4호기의 폐쇄는 원전산업의 생태계를 이젠 회복 불능으로 몰고 갈지 모른다. 정부의 엄중한 결정이 필요하다. 탈원전 정책의 무리수로 나라 경제를 망치는 일이 더는 없도록 해야 할 것이다.
안재휘 논설위원중국 전국시대 말엽, 진나라가 조나라 수도 한단(邯鄲)을 포위·공격하자 혜문왕(惠文王)은 동생이자 재상인 평원군(平原君)을 초나라에 보내 원군을 청하기로 한다. 평원군이 수행원 스무 명을 뽑을 때 마지막에 나타나 스스로를 추천한 인물이 모수(毛遂)다. 평원군은 낭중지추(囊中之錐)라는 말로 거절한다.낭중지추는 ‘주머니 속의 송곳’이라는 말로 인물이라면 주머니를 뚫듯 저절로 나타나는데 모수는 3년을 평원군 집에 식객으로 있었지만 기억에 남지 않았다는 뜻이었다. 모수는 “한 번도 저를 주머니에 넣어 주시지 않았지 않았느냐”는 절묘한 답변으로 수행원에 포함되고 이후에 눈부신 활약을 펼친다.윤석열 검찰총장이 차기 대선주자 지지율 조사에서 1위를 차지하는 이변이 일어나 정치판을 요동치게 했다. 여론조사기관 ‘한길리서치’가 쿠키뉴스 의뢰를 받아 지난 7∼9일 전국 만 18세 이상 유권자 1천22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윤석열이 24.7%로 가장 높게 나왔다. 이낙연 대표는 22.2%로 2위, 이재명 경기지사는 18.4%로 3위를 차지했다.이어진 ‘한국갤럽’의 차기 정치지도자 선호도 정례 조사에서 윤석열 검찰총장이 처음으로 두 자릿수 지지율을 기록한 것도 주목거리다. 이 조사에서는 윤석열 총장은 이낙연 대표와 이재명 지사의 각각 19%에 이어 3위였다. 윤석열의 지지도는 11%로 한 달 만에 무려 8%나 수직상승했다.‘윤석열 현상’으로까지 회자되는 이 흐름을 놓고 정치권은 엇갈린 분석들을 쏟아내고 있다. 여당은 대체로 떨떠름한 표정이고, 야당 또한 ‘웃을 수도, 울 수도 없는’ 야릇한 처지에 빠져들고 있는 양상이다.윤석열의 대권후보 지지율 선두권 부상을 어떻게 읽어야 할까. 윤석열 부각의 일등공신은 모두가 알듯이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다. 추 장관은 윤석열을 끌어내리기 위해서 지휘권·감찰권·가족 수사·공개 저격 등 오만 핍박을 다 펼치고 있다.‘김대중을 만든 건 박정희’라는 말이 떠오른다. 박정희의 가혹한 탄압이 오히려 담금질이 되어 연철에 불과하던 김대중을 강철로 만들었다는 뜻이다. 같은 원리를 적용하면 추미애의 말도 안 되는 채찍질·발길질 횡포가 윤석열을 날로 단단한 강철로 만들어가고 있는 셈이다.그러나 현 단계에서 윤석열의 부각을 가장 두려워해야 할 쪽은 국민의힘이다. 가뜩이나 마땅히 떠오르는 주자가 없는 마당에 윤석열이 야당의 잠재영역을 다 차지해 여지를 말살하는 꼴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여야를 불문하고, 날로 까발려지는 정치권의 온갖 추잡한 이면들을 바라보면서 ‘법치의 위기’를 절감하는 민심을 직시해야 한다. ‘입법부를 행정부에 종속시키는 것이 파시즘의 본질’이라는 20세기 최고의 진보지성 버트런드 러셀의 파시즘 정의가 아니더라도, 3권분립이 무너지고 있는 이 나라는 진실로 위험하다. 아직은 그를 담아낼 마땅한 그릇조차 없는데, 어쨌든 ‘윤석열’은 온다. 검찰청 앞 화환에 붙은 ‘낭중지추’ 응원 문구가 새뜻하다.
11월 11일은 똑같은 숫자가 네 개가 들어가 눈으로 보는 것만으로 특별한 의미가 있어 보이는 날이다. 실제로 이날은 보행자의 날, 농업인의 날로 지정돼 있고, 빼빼로데이, 가래떡데이 등 민간차원의 각종 행사도 많이 벌어지는 날이다.중국은 1자가 홀로 서 있는 것이 사람처럼 생겼다 하여 독신자의 날로 정했다. 또 11월 11일이라는 숫자가 주는 이미지 탓인지 세계 각국의 유통업체들이 이날을 시작으로 대규모 할인행사를 자주 벌여 이제는 유통업계의 세일 날로 점차 자리를 잡아가는 추세다.2010년 국가기념일로 지정된 보행자의 날은 산업화에 따른 미세먼지를 줄이고 국민건강 증진과 걷기의 중요성을 알리는 날이다. 농업인의 날은 도시화와 산업화로 날로 기울어 가는 농촌의 현실을 널리 알리고 농업인의 의욕 고취를 위해 국가가 기념일로 지정한 날이다.또 빼빼로데이는 민간차원에서 자연발생적으로 생긴 이벤트 날이다. 부산의 어느 여고에서 여학생들이 “다이어트에 성공하여 빼빼하게 되라”고 놀리며 친구에게 빼빼로를 선물한 것이 유래라 한다. 이것이 제과업체의 마케팅으로 이어져 전국으로 확산되면서 생긴 날이다. 빼빼로데이의 반작용으로 우리 농산물을 소비하자는 취지의 가래떡데이가 생겼다.경북도가 11월 11일을 ‘덜식의 날’로 정했다. 덜어먹는 식문화의 날이란 뜻이다. 코로나 감염증을 예방하고 위생적이며 올바른 식문화를 정착시키기 위한 경북도의 식생활 개선 캠페인이다. 노란색 디자인의 덜젓가락도 제작, 모범업소에 전달했다.여러 사람이 함께 먹는 공통반찬의 우리 식문화 이젠 바꿀 때가 됐다. 기왕이면 전국적 캠페인으로 확산되면 더 좋겠다. 11월 11일 기념일에 덜식의 날이 추가됐다./우정구(논설위원)
점차 거세어지는 코로나19 재확산세에도 불구하고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이 지난 주말 서울을 비롯한 전국 곳곳에서 집회를 강행했다. 민노총은 전태일 50주기를 맞아 이날 서울 도심 등 61곳, 지역 12곳에서 약 1만5천 명 규모의 99명 쪼개기 편법 집회를 열었다. 그러나 지난 광복절과 개천절에 광화문에 등장했던 이른바 ‘재인 산성’으로 불리는 대규모 차벽은 없었다. 정부 당국의 ‘선택적 정의’ 또는 ‘이중잣대’에 대한 비판이 넘쳐나고 있다.문재인 대통령은 페이스북에 14일 민중대회를 비롯해 민주노총 주도의 전국적 집회와 관련해 “방역수칙을 어기거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의 원인이 되면 엄정히 법을 집행하고 책임을 분명히 묻지 않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지난 8·15집회 때 밝혔던 “국가방역시스템에 대한 명백한 도전이자 국민의 생명을 위협하는 용서할 수 없는 행위”라는 표현과는 현격하게 온도차가 났다.13일 코로나 확진자는 191명, 14일에는 205명에 이르면서 최근 일주일 연속 세 자릿수를 기록했다. 개천절 직전인 10월 1일과 2일의 77명, 63명에 불과했다. 그에 비해 확진자가 몇 곱절 늘어나고 감염 확산 위험이 증가했는데도 민노총 집회에 대해서는 “코로나 확산 우려가 줄어들었다”고 호도하고 있으니 기가 막힐 노릇이다.국민의힘은 이날 공식 논평을 통해 “정부는 민노총의 민중대회를 앞선 광복절 집회 등과 다른 잣대로 수수방관한다. 개천절 당시에는 ‘재인 산성’까지 쌓더니 네 편 내 편 가르는 선택적 방역을 한다”고 비판했다. 똑같이 사람이 모이는 집회인데 어떻게 민노총이 하면 감염 위험이 낮고, 정부 비판 단체가 하면 ‘살인 위협’이 되나. 국민건강을 지키는 방역을 위해서 ‘표현의 자유’를 최소한 유보하는 결단에 이의를 걸 이유는 없다. 그러나 그 어떤 조치도 국민 모두에게 공평하게 적용돼야 한다. 차별적으로 사용되는 공권력의 오용이야말로 그 무엇보다도 위험한 악성 바이러스다. 권력기관이 남용하는 ‘선택적 정의’는 어떤 경우에도 ‘정의’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