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살면서 통과의례를 여럿 치른다. 관례, 혼례, 상례, 제례 그리고 각종 의식 등인데, 의례마다 나름의 절차가 있다. 절차는 의식에 의미를 더하거나 참가자의 마음을 담는 행위로 이루어진다. 이러한 행위는 상징성을 띠는 경우가 많은데, 예를 치르는 의복과 도구를 보면 인간의 기원이 담겨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상례는 사람으로서 마지막으로 치르는 의식이다. 다른 의례와 다른 점이 있다면 주가 되는 사람이 주체가 아니라 객체가 된다는 점이다. 망자는 술을 마실 수도 없고 노래할 수도 없다. 춤을 출 수도 없고 울 수도 없다. 자신을 위한 의식에 자신은 아무것도 하지 못한다. 그러므로 상례는 남은 자들의 의식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상여는 상례를 치르는 과정에서 망자를 장지까지 모시는 도구이다. 이승에서 저승으로 가는 길에 타고 가는 가마이다. 저승으로 가는 길만큼은 대궐 같은 집에 꽃가마를 태워주겠다는, 남은 자가 못다한 슬픈 의지의 표현이다. 이렇듯 상여에는 많은 장식물이 달린다.
상주는 형편에 따라 상여를 2, 3층으로 올려 누각 형태로 만들기도 한다. 상여 맨 꼭대기에는 청룡, 황룡으로 용마루를 올렸다. 용마루 중앙에 해태를 탄 인물상을 만들어 장식했는데, 이는 삼천 년을 산다는 삼천갑자 동방삭이다. 동방삭은 저승사자로 망자를 좋은 곳으로 모시는 역할을 한다고 한다. 용마루 위에는 꼭두, 동자 동녀, 시종, 시녀 등을 올렸다. 극락조, 봉황새, 도깨비 등도 그려 넣었다. 이들은 악귀로부터 망자를 보호하고 망자가 가는 길을 보필한다.
인물꼭두는 악기를 연주하는 악공과 재주를 부리는 관대꼭두가 있다. 악공은 대금, 괭과리, 소고, 나발, 바라를 들고 있는 모형이다. 관대꼭두는 재인으로 재주를 넘거나 익살스러운 동작으로 사람을 웃기며 풍악을 맡거나 가창을 하는 사람 모형이다. 인물 외에 동물꼭두도 있다. 새나 짐승인데, 닭은 새벽을 알려주기 때문에 음귀를 쫓는 역할이며, 닭볏은 벼슬을 상징한다.
상여는 일련의 행렬이 있다. 방상씨(方相氏)가 맨 앞에서 귀신을 쫓고 영구를 인도한다. 다음에는 명정(銘旌)으로, 다홍 바탕에 흰 글씨로 죽은 사람의 품계·관직·성씨를 기록한 깃발이다. 이어서 혼을 모시는 가마인 영여가 따르고, 그 뒤를 축문을 읽는 축관(祝官)이 공포(功布)를 들고 따른다. 공포는 관(棺)을 묻을 때, 관을 닦는 삼베 헝겊이다. 뒤를 이어 상여가 가고 좌우에 삽(<7FE3>)이 나란히 간다. 삽은 사자의 영혼을 좋은 곳으로 인도하기 위한 염원을 담은, 나무로 만든 부채이다, 맨 뒤에 상주와 빈객이 길게 따른다.
“이제 가면 언제 오나, 어랏차 ~ 어호우
북망산천 가는 길에 미련일랑 다 놓고 가소, 어허야 ~ 데헤야”
상여소리는 요령잡이가 선창하면(메김소리) 상여꾼이 후렴으로 응답한다(뒷소리). 가사는 정해진 것이 아니라서 망자에 따라 즉흥으로 지어 불렀다.
상여는 가다가 서기를 반복한다. 다리를 만나면 또 멈추고, 보내는 사람은 차마 못 보내, 떠나는 망자는 차마 못 떠나, 장지까지 그렇게 가다사 서면서 서로 이별의 시간을 가진다.
용마루 - 상여 맨 꼭대기에서 앞뒤를 가로지르는 나무.
용수판 - 용마루 앞과 뒤를 받치는 판.
병아리못 - 머리가 병아리 모양의 나무 못.
상여꽂이새 - 상여에 꽂는 새 모양의 장식.
앞소리꾼 - 선소리에서 메김소리를 메기는 사람. 주로 요령잡이가 맡는다.
요령잡이 - 상여가 나갈 때 요령을 들고 가는 사람.
메김소리 - 노래를 주고받을 때 한 편이 먼저 부르는 소리.
뒷소리 - 메김소리를 받아 부르는 소리.
자진상여소리 - 장지에 거의 다 와서 산으로 올라가면서 부르는 소리.
달구소리 - 하관 뒤에 무덤을 다지면서 부르는 소리.
달구질(회다지) - 무덤 위에 흙을 쌓고 발로 밟아 다지는 일.
상주가 취토하면 석회를 섞은 흙을 한 자쯤 채우고는 다진다. 보통 3번 내지 5번 정도 행한다. 상두꾼들이 상여 맬 때 썼던 연추대나 대나무를 가지고 선소리꾼의 소리에 발을 맞추며 돌면서 봉토를 다진다. 다지는 발의 박자에 맞춰 달구소리를 불렀다. 달구질은 봉분에 나무뿌리나 동물이 파헤치지 못하도록 다지는 행위지만, 삶의 애증도 미련도 다 내려놓고 가라는 기원도 들어있다.
요즘 장례식장 분위기를 보면 슬픔을 억누르고 할 말을 참는다. 곡소리도 듣기 어렵다. 하지만 전통 장례는 반대이다. 슬픔을 표출하고 할 말을 한다. 못다한 마음을 가누지 못해 가슴도 친다. 문상객도 상주와 가족의 슬픔을 부추겨 마음껏 울게 한다. 그래야 남은 자의 한이 조금이라도 풀린다. 그러고 보면 전통 상례가 더 인간적이다.
전통 상례는 남은 자들의 슬픔을 위로하고 망자의 다음세상을 축원하는 종합예술이었다.
/수필가·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