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통상완화·달러강세·ETF 자금 유출 등 복합 악재
21일(현지시간) 뉴욕상품거래소(COMEX)에서 거래된 12월물 금 선물이 전일 대비 250.3달러(5.7%) 급락한 온스당 4109.1달러에 마감했다. 달러 기준 하루 낙폭으로는 사상 최대, 하락률로는 약 12년 만의 기록이다.
지난 3개월간 ‘골드러시’로 불릴 만큼 급등하던 금시세가 단숨에 되돌림 국면에 진입했다는 평가다.
△주식 강세·달러 상승에 안전자산 매도
이날 뉴욕 다우지수는 주요 기업 실적 호조로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주식 등 위험자산으로 자금이 이동하면서 금과 은 같은 안전자산이 일제히 약세를 보였다. 금 현물가격은 장중 한때 6.3% 급락했고, 은 현물도 8.7% 하락했다.
투자자들은 최근의 가파른 상승세가 ‘과열’ 수준에 이르렀다고 판단해 대거 차익실현에 나섰다.
TD시큐리티즈의 바트 메레크 글로벌 전략책임자는 블름버그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역사적으로 지속 불가능할 만큼 빠른 상승세 뒤에는 언제나 강한 조정이 따른다”며 “트렌드를 추종하던 투자자들이 일제히 포지션을 줄였다”고 분석했다.
△ETF 투자금 8조원 빠져···‘골드러시’ 후폭풍
금 가격 급등세를 주도하던 금 ETF(상장지수펀드) 자금도 급격히 이탈했다.
레딧(Reddit)의 개인투자자 커뮤니티 ‘월스트리트베츠(WSB)’에서 폭발적 인기를 끌던 SPDR 골드셰어즈(GLD)에는 최근 3거래일 동안 49억달러(약 7조168억원)가 들어왔으나, 급락 이후 자금이 빠르게 빠져나갔다.
월드골드카운슬(WGC)에 따르면 직전 주에는 금 현물 기반 ETF에 80억달러(약 11조4560억원)가 유입돼 2018년 이후 최대 주간 순유입을 기록했다.
△미 정부 셧다운 여파···시장정보 공백 속 변동성 확대
미국 정부기관이 일시적으로 셧다운(업무 정지)에 들어가며,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의 포지션 데이터 발표가 중단된 점도 불확실성을 키웠다.
시장 참여자들은 헤지펀드나 투기세력이 어느 정도 금·은 선물에 쏠려 있는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불안 심리가 증폭됐다.
삭소은행(Saxo Bank)의 오레 한센 상품전략책임자는 “데이터 부재가 미묘한 시점에 겹쳐, 투기적 매수 포지션이 한쪽으로 과도하게 쌓였을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인도 ‘디왈리’ 휴장·유동성 감소도 영향
세계 2위 금 소비국인 인도가 힌두교 최대 명절 ‘디왈리(Deewali)’로 휴장하면서 현물 거래 유동성이 급격히 줄어든 것도 이번 폭락을 부추겼다. 전문가들은 이처럼 여러 요인이 맞물려 “역사적 급등의 반작용이 동시에 터진 셈”이라고 진단했다.
△“과열장 조정은 불가피···‘강세장 끝’ 단언은 일러”
주요 외신들이 인용한 전문가들의 견해는 이번 폭락이 ‘버블 붕괴의 전조’로 보는 시각과 함께 세계 각국 중앙은행의 지속적인 금 매입, 인플레이션 우려, 지정학적 불확실성이 여전한 만큼 ‘조정 국면 속 재매수세’ 가능성도 남아 있다는 점에서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금 현물가격은 21일 오후 3시3분 현재(뉴욕 현지시각) 전일 대비 237.9달러(5.5%) 하락한 온스당 4118.38달러, 금 선물 12월물은 4109.10달러로 거래를 마쳤다.
다만 금융시장의 분석가들은 “단기간에 이처럼 큰 자금이 몰리면, 단기 수익 실현을 위한 반대매매가 뒤따르는 것은 자연스러운 흐름”이라고 진단했다.
/김진홍경제에디터 kjh25@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