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銀과의 ‘거리 조정’ 주목··· 리플레이션파 인사 전면 배치, 완화정책 수정 가능성도
일본 정치사에 새로운 장이 열렸다. 자민당의 다카이치 사나에(高市早苗) 총재가 21일 중의원 본회의에서 제104대 일본 총리로 공식 지명됐다. 일본 최초의 여성 총리다. 이날 저녁 황거(皇居)에서 총리 친임식과 각료 인증식을 마치면 ‘다카이치 내각’이 정식 출범한다.
새 내각은 자민당과 일본유신회(日本維新の会)의 연립 체제로 구성됐다. 다카이치 총리는 기자회견에서 “모든 세대가 함께 활약하는 사회를 만들겠다”며 물가 안정, 외교·안보 강화, 외국인정책 정비를 새 정부의 3대 축으로 제시했다.
△ 리플레이션파 경제팀··· 日銀과의 ‘새 거리감’ 조정 예고
다카이치 정권 출범으로 정부와 일본은행(BOJ) 간 정책 조율 방식에도 변화가 예상된다. 종전 이시바 정권이 “금융정책은 일은의 전권사항”이라며 거리를 뒀던 반면, 다카이치 총리는 “재정정책이든 금융정책이든 책임은 정부에 있다”고 강조했다.
시장에서는 이를 일종의 ‘긴축 견제 메시지’로 해석하고 있다. 실제로 다카이치 경제팀에는 리플레이션(통화확장) 성향의 혼다 에쓰로 전 내각관방 외 와카타베 마사즈미 전 일은 부총재 등 완화정책 지지파가 포진했다.
△ 재무상 가타야마·방위상 고이즈미··· 세대교체와 정책 연속성 병행
주요 각료 인선은 세대교체와 정책 연속성의 균형을 맞췄다. 재무장관 가타야마 사쓰키(片山さつき), 관방장관 기하라 미노루(木原稔), 외무장관 모테기 도시미쓰(茂木敏充), 방위장관 고이즈미 신지로(小泉進次郎), 총무장관 하야시 요시마사(林芳正) 등이다.
또한 경제안보장관 조나이 미노루(城内実), 농림수산장관 스즈키 노리카즈(鈴木憲和) 등 다카이치 측근 그룹이 대거 입각했다. 새로 신설된 ‘외국인정책 담당상’ 직위는 이민·노동력 확보 법제화를 총괄한다.
△ 日銀과의 첫 회담 ‘주목’··· 시장은 신중 모드
금융시장은 다카이치 총리와 우에다 가즈오 일은 총재와의 첫 면담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전 이시바 총리가 “추가 금리 인상 여건이 아니다”라고 언급한 직후 엔화 가치가 급등했던 전례가 있기 때문이다.
전직 관방 관계자는 “리플레이션파와 가까워도 총리가 되면 현실적 판단을 할 수밖에 없다”며 “엔저가 장기화될 경우,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압박으로 ‘엔화 강세 유도’로 방향이 바뀔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일본 증권업계에서는 “새 정부가 내년 1월까지 정책금리를 0.75%로 인상하더라도 여전히 완화적 수준”이라며, 다카이치 내각이 급격한 통화정책 전환은 피할 것으로 내다봤다.
△ 유신당은 ‘각외 협력’··· 정치적 기반은 자민당 단독 구도 유지
연립 파트너인 일본유신회는 각료 배정 없이 ‘각외 협력(閣外協力)’ 형태로 참여한다. 유신 공동대표 후지타 후미타케(藤田文武)는 “정부가 일정 책임을 지는 다카이치 방식에 공감한다”고 밝혔으나, 양당 정책합의문에는 금융정책 항목이 포함되지 않았다.
관방 관계자는 “유신은 사회보장과 통치구조 개혁이 우선이라 금융정책으로 마찰을 일으킬 가능성은 낮다”며 “결국 총리의 구상이 그대로 관철될 구조”라고 말했다.
△ “보수+개혁+현실주의의 혼합”··· 일본 경제정책의 시험대
전문가들은 다카이치 내각을 “보수 이념과 개혁, 현실주의가 공존하는 실험적 정권”으로 보고 있다. 여성 리더십을 내세운 첫 여성 총리로서, 금융·재정·외교·안보 전반에서 균형 감각이 요구된다는 지적이다.
시장 관계자는 “다카이치 내각의 첫 시험대는 일본은행과의 거리 설정”이라며 “정치의 의지가 어디까지 금융정책에 반영될지가 향후 엔화·금리·물가 흐름을 좌우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진홍경제에디터 kjh25@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