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바다가 열리면 울릉도는 다시 고립된 섬이 된다. 포항·강릉·묵호와 울릉도를 연결하는 배들이 하나 둘 멈춘다.
올해도 이런 현상은 재현되고 있다. 대저건설의 ‘썬라이즈호’가 11월 9일부터 무기한 휴항에 들어가고, 강릉·묵호 노선도 11월 초부터 내년 3월까지 중단된다.
여기에다 울릉크루즈마저 12월 8일부터 15~20일간 정기검사로 멈추면 울릉도는 사실상 육지와 완전히 단절된다. 주민들이 말하는 “단절의 두려움”은 단순한 생활불편이 아니라 생존의 문제다.
주민 김모씨는 “응급환자가 생기면 헬기를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 그마저도 날씨가 막히면 하늘길 마저 끊긴다”며 걱정했다.
기존 엘도라도호에 이어 썬라이즈호까지 멈춘 대저건설의 결정은 기업의 책임 의식을 의심케 한다. ‘임대 종료’, ‘정비 불가’라는 명분 뒤에는 주민의 절박함을 외면한 경영 논리가 자리한다.
기업은 효율을 따질 수 있다. 하지만 공공항로를 운영하는 순간 그것은 공익의 영역이다. 그들의 배가 멈추는 것은 곧 울릉도 주민의 삶을 멈추게 하는 것이다. 정부 역시 책임에서 자유롭지 않다. 해양수산부는 여객선 공영제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그 말은 지난 수년간 반복돼왔다. 법제화는 더디고, 제도적 장치는 허술하다.
예비선 확보는 의무가 아니며, 대체 운항은 선사의 ‘선의’에 맡겨져 있다. 최근 2년간 전국 도서 지역에서 여객선 운항이 끊긴 사례는 33건, 누적 405일에 이른다.
섬 교통의 단절은 단순한 교통 문제가 아니다. 뱃길이 끊기면 관광객도 사라지고, 그것은 지역경제에 큰 타격을 준다.
이 상황에서 ‘울릉도 관광 활성화’라거나 ‘독도 수호의 전초기지’라는 구호는 공허하다. 관광 비수기를 이유로 선사들이 운항을 줄이고 휴항하는 것은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공공노선의 운항 중단을 경제논리로만 판단하도록 방치한 것은 정부의 실패다.
수지타산만 따지는 민간에게 책임을 전가할 것이 아니라 정부와 지자체가 직접 나서서 적자 보전과 긴급운항을 보장해야 한다. 섬의 교통권은 시장의 논리가 아니라 공공의 의지로 지켜야 한다.
정부는 긴급 운항비 지원제, 예비선 확보 의무화, 대체운항 책임제 등을 법으로 정비해야 한다. ‘공영제’라는 이름만 붙은 제도로는 섬의 겨울을 견딜 수 없다.
울릉도의 겨울 바다는 늘 험했지만, 올해의 바다는 유난히 거칠다. 정부와 해운사, 그리고 단체장 모두가 이를 직시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