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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 명절 긴 연휴의 명암

임창희 기자
등록일 2025-10-09 16:32 게재일 2025-10-10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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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 도심 상권에 닥친 ‘역내수 쓰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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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 연휴기간 중앙상가 거리가 오가는 사람 없이 한산한 모습을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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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창희 선임기자

최대 9일에 달했던 긴 추석 연휴는 포항 지역 경제에 기대했던 ‘대목’ 대신 싸늘한 ‘역내수 효과’를 낳았다.

환호공원 스페이스워크 등 주요 관광지는 잠시 활기를 띠었으나, 도심의 중심상권까지 확산하지 못했다. 포항 도심의 핵심인 중앙상가는 연휴 내내 거대한 ‘경제 쓰나미’가 휩쓸고 지나간 듯 황량했다.

대형 마트와 백화점은 연휴 전 일시적인 ‘제수용품 특수’를 누렸을 뿐 연휴가 시작되자마자 소비 절벽에 직면했다.

경제력이 있는 사람들은 장기 휴가를 이용해 해외 여행을 떠났고, 지역 내에서 선순환돼야 할 소비자금은 고스란히 해외로 유출됐다. 긴 연휴가 지역경제에 실질적인 도움을 주지 못한 채 소비 유출을 가속화했다.

중앙상가 상인회 A 대표는 “이 긴 연휴는 ‘황금연휴’가 아니라 ‘보릿고개’가 된 셈이다”며 “관광객이 늘어도 도심까지 와서 돈을 쓰지 않는다”고 탄식했다.

침체의 늪에 빠진 지역경기도 소비 급감에 한 몫을 했다.

포항의 핵심 산업인 철강 산업이 장기간 위축되면서 지역민의 소득이 감소한 반면 가계 부채는 늘어났다. 실질적인 구매력 자체가 떨어진 상황에서 긴 연휴가 시민들의 소비 심리를 더욱 얼어붙게 한 것이다.

특히 경제력이 힘든 시민들이 내수를 받치기엔 무리가 따랐다. 지역 내 소비 기반이 취약해진 상황에서 맞은 긴 연휴가 ‘휴식과 소비의 양극화’라는 포항 경제의 민낯을 드러낸 것이다.

이러한 지역 경제 위기 상황에 대해 마냥 경기 탓만 하고 있을 수는 없다.

현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포항시와 경제인, 그리고 지역 정치인 모두가 팔을 걷어붙이고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한 포항시의원은 “긴 연휴가 지역 경제에 재앙이 될 수 있음을 확인했다. 경제인들은 혁신적인 지역 투자와 고용 창출에 나서야 하고, 시와 정치권은 소득 증대와 가계 부채 부담 완화를 위한 실질적인 정책을 강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금은 소비 침체라는 거센 파도 앞에서 포항의 모든 주체가 위기의식을 공유하고 공동의 책임감을 갖고 대응해야 할 시점이다.

글·사진/임창희 선임기자 lch8601@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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