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이 또다시 주목받고 있다.
철강 도시라는 이미지가 강한 포항에, 이제는 인공지능(AI)이라는 새로운 이름표가 붙으려 한다. 대통령실이 지난 2일 밝힌 오픈AI-삼성 협력에 따른 데이터센터 유치 소식은 단순한 개발 뉴스가 아니다. 지역 산업 지형을 바꿀, 어쩌면 포항의 미래 좌표를 바꿀 수 있는 변곡점이다.
데이터센터 규모부터 눈길을 끈다.
포항융합기술산업지구 1만3000평 부지에 세워질 이 시설은 초기 20MW에서 최대 200MW까지 확장 가능한 초대형급이다. 초기 투자만 3조~4조원. 국내는 물론 글로벌 차원에서도 손꼽히는 수준이다. 게다가 이번 프로젝트는 ‘스타게이트’라는 700조원 규모의 세계적 인프라 사업의 일환이니, 포항이 단순 분산지로 선택된 것은 아니다.
삼성SDI가 시행을 맡고, 삼성전자가 AI 반도체와 메모리 역량을 증명할 무대로 삼는다는 점에서 기술적·산업적 상징성도 크다. SK가 전남에서 같은 구조로 협력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포항은 삼성이, 전남은 SK가 각각 책임지는 양축 구도다. 이 자체가 이미 국가 균형발전 차원의 메시지를 담고 있다.
그렇다면 포항이 얻을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첫째, 지역 전략산업과 AI 융합이다. 철강과 2차전지, 그래핀 산업까지-이들 산업은 방대한 데이터와 시뮬레이션을 필요로 한다. 고도화된 AI 인프라가 뒷받침되면 공정 혁신, 생산성 향상은 물론 글로벌 경쟁력 제고로 직결된다.
둘째, 지역 생태계 활성화다. 대학·연구소·스타트업이 밀집한 포항에 AI 데이터센터가 들어서면, 그 자체로 혁신 클러스터의 허브가 된다.
지역경제 연구원 관계자의 말처럼, “튼튼한 산업 기반에 AI라는 신경망이 더해지면 체질 개선의 속도가 달라질 것”이라는 전망은 충분히 설득력 있다. 포항시 역시 이를 ‘AI 철강도시’, ‘스마트 배터리 밸리’라는 전략 브랜드로 연결하려는 구상을 내놓고 있다.
다만, 기대 못지않게 우려도 있다.
데이터센터는 전력·용수·환경 문제와 직결된다. 200MW 규모라면 소규모 원전 하나에 가까운 전력을 소모한다. 과연 포항이 안정적인 공급망을 갖출 수 있을지, 지역 환경에 미칠 파장은 없을지, 앞으로 치열한 검증과 논의가 불가피하다.
이재명 대통령은 2일 샘 올트먼 오픈AI 대표와의 회동에서 “한국이 세계 모범적 AI 테스트베드가 될 것”이라며 포항을 글로벌 혁신 전진기지로 강조했다. 올트먼 CEO 역시 “삼성과의 협력은 특별하다”며 포항을 출발점으로 삼겠다고 화답했다. 그러나 선언은 어디까지나 시작일 뿐이다. 실제로 지역의 산업, 대학, 행정, 시민사회가 이 기회를 어떻게 흡수하고 소화하느냐가 진짜 성패를 가를 것이다.
포항은 이미 철강에서 배터리로, 다시 AI로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기회와 위기가 함께 찾아오는 지금, ‘AI 허브 포항’이라는 새로운 간판이 빛을 발할지, 아니면 또 하나의 미완의 과제로 남을지는 앞으로의 준비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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