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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도 안다, 10억 ‘웰니스’는 실패였다!

박윤식 기자
등록일 2025-11-16 13:02 게재일 2025-11-17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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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부 ·부

“웰니스”라는 화려한 구호 뒤에는, 남은 것은 예산 낭비 지적과 불법 의료행위에 대한 사법 판단뿐이었다.

경상북도와 영덕군이 산업통상자원부 후원으로 벌인 ‘국제 웰니스 페스타’는 보건소 신고조차 하지 않은 외국 의료진의 시술, 강풍 속 강행된 행사, 부상자 발생 후 책임 공방으로 얼룩졌다. 수년째 반복된 불법 의료행위와 재단 본부장 횡령 기소에도, 군은 이제야 원점 재검토라는 원론적 입장만 내놓았다. 이미 늦은, 뒷북 행정이다.

영덕군 재정 상황은 심각하다. 인구 3만 3천여 명 중 절반 이상이 60세 이상이고, 재정자립도는 7.72%에 불과하다. 통합재정수지는 수백억 원 적자가 예상된다. 이런 현실 속에서 10억 원이 넘는 혈세를 국제 행사에 쏟는 것은 주민과 지역 경제를 외면한 무책임한 도박이다. 특히 외국 의료진과 산업전 관계자 초청 비용에만 1억 7천여만 원이 집행됐다. 주민 참여는 배제된 채, ‘국제’라는 허울 뒤에 숨겨진 지출이었다.

견제 없는 권한과 감시 없는 행정이 낳은 구조적 실패. 지난해 웰니스 사업을 전담해온 영덕문화관광재단 본부장이 횡령으로 기소된 전례에도 군은 교훈을 얻지 못했고, 주민 안전과 혈세는 또다시 위험에 노출됐다.

같은 경북 지역의 성공 사례는 영덕 행정의 무능을 더욱 선명하게 드러낸다. 구미라면 축제는 예산 3억 9,500만 원으로 35만 명을 모으며 10억 원이 넘는 매출을 기록했고, 김천 김밥축제도 소규모 예산에서 출발했지만, 주민 참여와 공감대를 바탕으로 성장했다. 공통점은 명확하다. 주민이 주체가 되고, 지역 정체성을 살렸다. 영덕군은 ‘국제’라는 허울 뒤에 숨기보다, 고령화와 인구 감소라는 현실부터 직시해야 한다.

감시의 자리를 비워둔 책임은 군의회에도 크다. 군민이 맡긴 권한을 행사하지 못하는 의회는 존재 이유를 상실한다. 지금 영덕군의회가 받아야 할 질문은 단 하나다. 4년 차를 맞은 프로젝트는 방향을 잃었고, 주민은 철저히 배제됐다.  행정은 책임을 회피했고, 군의회는 침묵했다.

군민은 이미 혈세가 잘못 쓰였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문제는 누가 책임질 것인가이다. 행정과 군의회 모두 반복된 무책임 속에서 손을 놓았다. 주민 삶 위에 내려앉은 책임의 무게는 그 누구도 피할 수 없다. 만약 그 10억 원이 개인 돈이었다면, 과연 이렇게 함부로 쓸 수 있었을까 의문이 든다.

경상북도의 책임도 면할 수 없다. 상급 행정기관으로서 예산 지원과 행사 관리 감독을 소홀히 하면서 구조적 실패를 방치했다.

영덕군이 지금 당장 필요한 진정한 치유는, 무너진 행정 원칙을 바로 세우는 일이다. 그 어떤 선언보다, 바로, 이 행동이 치유의 시작이다.

/박윤식기자 newsyd@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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