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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학산천의 전철 밟을까 우려되는 양학천 생태복원

임창희 기자
등록일 2026-01-08 15:46 게재일 2026-01-09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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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창희 선임기자

학산천 생태하천복원사업은 이미 여러 차례 보도된대로 ‘자연형 하천 복원’이라는 거창한 구호와 달리 그 실효성이 의문투성이로 남았다. 콘크리트를 걷어냈다며 홍보했지만 시민들 눈에 가장 먼저 들어오는 것은 다시 다른 형태의 콘크리트 구조물과 인공 시설물로 채워졌다. 이름만 바뀌었을 뿐 과연 무엇이 복원이고 무엇이 자연인지 되묻게 되는 대목이다.

상류 오폐수 문제도 없고 수질 부담 요인이 크지 않은 하천임에도 생태성과 홍수 대응이라는 본질적 목적보다 ‘모양새’에 치우친 설계가 우선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시민들이 기대한 ‘자연스러운 하천’이 아니라 ‘조경설계가 덧입혀진 전시 공간’에 가까운 인상이 강하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학산천은 스스로 유지될 수 있는 자연 유량이 부족해 수 킬로미터 떨어진 형산강 인근에서 물을 끌어와 인공적으로 흐르게 하고 있다. 이른바 ‘유지수 공급’ 시스템이다. 자연하천 복원을 표방하면서 실제로는 외부에서 물을 공급해야 유지되는 인공 수로가 된 셈이다. 시민들 사이에서는 “전기와 펌프가 멈추면 하천도 멈춘다”는 자조 섞인 말이 나오는 이유다.

학산천 하류는 바다와 맞닿아 있어 조수간만의 차가 그대로 영향을 미친다. 만조 시기에는 하천 산책로가 물에 잠기면서 보행이 어려워지고 일부 구간은 통행이 사실상 제한될 수밖에 없다. 시민안전과 편의를 고려한 설계였는지 궁금해진다.

더 큰 위험 요소는 홍수 리스크다. 과거 상류 아치골에서 흘러내리던 계곡수는 논과 밭을 거치며 일시적으로 머무른 뒤 하천으로 유입됐다. 그러나 지금은 아파트 단지와 대규모 포장 면적이 확대되면서 빗물이 일정 시간 머무르지 않고 순식간에 하천으로 몰려들 것이 뻔하다. 이는 단순히 강수량이 많아지는 것이 아니라 ‘도달시간이 급격히 짧아졌다’는 점에서 위험성이 크다.

이런 우려가 상존함에도 통수단면 확대와 강제배수 시설에 의존하는 방식으로 재난을 피할 수 있다는 낙관이 유지되고 있다. 하천변 인공 산책 구조물과 조경석 설치 역시 급류나 월류 상황에서 과연 지탱될 수 있을지 추가 검증이 필요하다는 등의 지적은 귀담아 들어야 한다.

생태복원을 표방하면서도 결과적으로 사람과 시설물 중심의 공간으로 변질된 학산천 사업의 문제점이 충분히 마련되기도 전에 포항시는 다시 양학천 생태하천복원사업을 추진하려고 한다. 그러나 지금과 같은 방식의 ‘복원’이라면 이는 자연의 회복이 아니라 행정의 자기만족에 가까운 환상에 불과하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수백억 원이 투입되는 대형 사업임에도 실효성과 안전성에 대한 냉정한 평가보다 ‘사업 추진’ 자체가 목표가 된 듯 해보여 좀더 냉정해졌으면 한다.  

특히 이 사업이 선출직 정치인들의 치적으로 포장돼서는 더욱 안 될 것이다. 행정에 정치가 깊숙이 개입하면 어느 새 선심성 사업으로 변질되기 일쑤다. 세금 낭비임은 두말 할 필요가 없다.

생태복원은 보여주기 식 시설로 채울 문제가 아니다. 도시의 안전, 자연의 회복, 시민의 미래가 달린 사안이다. 이제는 전시행정의 유혹을 넘어 냉정한 설계와 검증, 그리고 책임 행정으로 돌아와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양학천 역시 학산천의 전철을 밟을 뿐이라는 우려는 현실이 될 가능성이 크다.

/lch8601@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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